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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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27
데이비스가 열정적으로 짐머의 애국심에 호소했다.
“핵융합로는 조국의 미래입니다. 핵융합로가 캘리포니아 산불이라면 핵분열로는 보이스카우트 캠프파이어에 불과합니다. 질량대비 단순 에너지 효율만 따져도 열 배입니다. 재료는 무한하고 폐기물도 없는 네 번째 에너지가 핵융합입니다. 그 궁극의 에너지를 실현할 아이템, 상온 초전도체가 맘바사에 있습니다.”
“데이비스 난 대머리보다는 흰머리가 좋아. 정치학을 전공한 내가 핵물리학이나 입자 물리학을 알게 뭔가. 도대체 상온 초전도체가 뭐길래 이 난린가? 아니, 설명하지 말게. 내 상상력의 빈곤함을 들키고 싶지 않네. 상황만 다시 설명해주게.”
짐머가 데이비스의 설명을 끊고 익살스럽게 흰 머리카락을 손으로 잡아뽑는 시늉을 했다.
“핵융합 에너지도 핵분열과 마찬가지로 질량 결손에서……. 핵융합의 난제는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 유지와 초고압을 견디는…….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허공에 띄우려면……. 초전도체 코일이……. 극저온 냉각을 하려면……. 냉각에만 삼 개월이 걸리고……. 한국인 연구원이 채집한 오파츠는 상온 초전도체로……. 에너지 해방……. 전 세계를 발아래 두게 됩니다.”
데이비스가 긴 설명을 마쳤다.
“엑손이 놀라 자빠질 소리군. 오파츠를 복제할 수 있단 말인가?”
“오파츠는 존재하는 물건입니다. 조국의 과학 기술은 천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둠을 헤매고 있을 뿐, 찾아야 할 물건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석유와 석탄은 10년 이내에 에너지로서의 사명을 끝내게 될 겁니다.”
“자네 설명대로라면 석유는 화학제품 원료나 아스팔트 포장에나 쓰이겠군. 용케 허먼이 반대하지 않았군. 자네는 곧 석유 메이저가 보낸 히트맨의 방문을 받을 걸세. 크크크!”
짐머가 낄낄 웃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을 떠받치는 군수산업과 석유산업은 내연 기관 등장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내연기관 에너지 공급원이 전력과 트리튬으로 바뀌면 석유 산업은 끝장이다.
“멀리 보는 분이니까요. 위대한 경영자는 시장을 스스로 깨는 자라고 말한 분이죠.”
“그렇지. 허먼은 고갈될 석유에 매달려서 차세대 에너지를 백안시할 인물이 아니지. 어쨌든 우리 물건이니 우리가 찾아야겠지.”
짐머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먼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경영자가 오늘의 미합중국을 만들었다.
“당연합니다. 북극곰을 비롯한 온갖 하이에나들이 달라붙었습니다. 미개한 북극곰이 독일을 털어서 핵을 만들고 과학 강국이 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오파츠가 소비에트에 넘어가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됩니다.”
데이비스가 비장한 어조로 말을 맺었다.
“NASA와 위원회의 공통점은 소비에트라는 악당을 자극적이고 현실적으로 써먹는다는 점이지. 차이점이라면 한쪽은 기자 회견을 못 해서 안달이고, 한쪽은 기자가 달려들까 봐 전전긍긍한다는 거지. 무력 투사인가?”
짐머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본론을 시작하겠다는 모션이다.
“그렇습니다. KGB가 오파츠를 모스크바로 빼내려고 은타간타와 손을 잡았습니다. 골치 아프게 되었습니다.”
“그놈은 썩은 고기에 앉은 쉬파리 같은 놈일세. 우리가 냄새를 풍기면 당장 돌아설 놈이야.”
“은타간타는 모부투와 세불양립의 관계입니다. 산토끼를 잡자고 집토끼를 버릴 수는 없지요. 마이마이도 문제지만, 금광에 눈이 뒤집힌 르완다의 FDLR도 문제입니다. 튀어 나갈 구멍을 틀어막고 물건을 회수하려면~”
“당연히 미개한 놈들을 박살 내야겠지. 현재 해병대 두 개 대대와 공병 대대, 특수전 대대가 캠프에 상주 중일 텐데…….”
짐머가 말 허리를 잘랐다.
“하지만 이투리 정글은 하와이 제도 세 개를 합친 넓이입니다. 도주로를 틀어막으려면 최소한 여단급 병력이 필요합니다.
“으음, 여단 병력이라~”
짐머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오파츠는 에이스 패다. 강력한 현지 무장 세력의 존재는 작전 실패 시에 훌륭한 핑곗거리가 된다. 공화당 리더로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밑져야 본전이고 잘되면 대박 날 패다.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오파츠를 회수해야 하네. 북극곰의 손에 넘어가면 팍스 아메리카나는 끝장일세. 우리가 피 흘려 일군 자본주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세계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네.”
묵묵히 듣고 있던 이언이 짐머의 결단을 촉구했다.
“일단 노력은 해봄세. 팔라완에 주둔 중인 해병 17여단이 좋겠군. 현재 별 이슈 없이 세금만 축내고 있거든.”
“감사합니다.”
데이비스가 반색했다. 짐머가 나서면 의회 승인은 떼놓은 당상이다. 자신도 기계화 대대를 보유한 17여단을 염두에 두었다. 수빅에 기항 중인 7함대에서 보급선과 구축함을 몇 척 빼면 즉시 투입할 수 있다.
“에이태킴스 포대도 필요합니다.”
“한국과 협의 중인 물량을 돌리면 되네. 문제는 북극곰인데…….”
“쿠바 사태가 벌어질 염려는 없습니다. 북극곰은 하인드 사건으로 코가 쑥 빠졌습니다. 루뱐카 멍청이가 어떤 시비도 걸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걸림돌은 없다는 이야기군. 솔직히 실감 나지 않지만, 자네를 믿고 투자하지. 잘 먹고 살자는데 돈 몇 푼 아낄 수야 있나.”
짐머가 시원스럽게 승낙했다. 블랙맘바가 강철 폭우를 맞게 된 시발점이었다.
데이비스의 얼굴이 환해졌다. 에이태킴스는 쾅하는 순간에 최저 150만 달러, 최고 250만 달러가 화염으로 사라진다. 위대한 미합중국이 아니라면 어느 나라가 몇 푼이라 치부할 수 있겠는가! 프리메이슨이 미합중국에 뿌리박은 이유는 무한한 자유와 무한한 힘과 무한한 국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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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완에서 썬텐을 즐기던 해병 17여단은 졸지에 비상이 걸렸다. 4,200명이 미친 듯이 군장을 챙겨서 타라와급 강습상륙함 오하우와 타라와에 승선했다. 오하우와 타라와는 만재 배수량 39,000톤으로 각각 완전무장 병력 3,000명을 수송할 수 있다. 35,000마력의 강력한 가스터빈 두 기가 거체를 27노트 속도로 밀어붙였다.
강습상륙함 두 대가 구축함의 호위를 받으며 다르예살람으로 출발하기까지 겨우 72시간이 걸렸다. 인간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꾸미지만, 반칙적 존재는 경험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위원회의 강수는 가급적 충돌을 피하려던 핵폭탄을 건드리는 자충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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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확- 흙투성이 땅강아지가 튀어나왔다. 후끈한 열기와 매캐한 탄내가 땅강아지를 맞이했다. 에이태킴스 자탄 수천 발을 덮어쓴 대지는 축구장 10개 면적이 뒤집혔다. 울창한 열대우림은 재가 되고 바위는 자갈로 으스러졌다.
정글은 죽음처럼 고요했다. 원숭이가 꽥꽥대는 소리도 온갖 잡새가 우는 소리도 사라졌다. 무거운 침묵만이 잿더미를 무겁게 눌렀다.
“퉤퉤, 뒤질 뻔했네!”
블랙맘바가 입안에 들어간 흙을 뱉어내고 옷을 툴툴 털었다. 공진파로 땅을 파고 들어가지 않았으면 요단강을 건널뻔했다. 위험하지 않은 작전이 없었지만, 이번처럼 황당한 사태는 없었다. 카파루자에서 베르쿠트 미사일을 쌓아놓고 유폭한 이래 최대 위기였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우시겠다? 양키다운 작전이구마.”
대충 알만했다. 전투 소음이 감청기에 포착되고 어딘가에 설치된 카메라가 영상을 전송했을 것이다. 미국은 오파츠가 필요할 뿐, 10호의 생존 여부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캠프는 초토화 작전으로 우빅사와 귀찮은 떨거지를 지워버리기로 했다. 무식하기 이를 데 없지만, 지극히 실용적인 작전이다.
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것은 로켓 시스템이다. 미군이 운용하는 다연장 로켓 MLRS는 227mm 발사관 12문이 한 기다. MLRS 대대는 발사기 24대로 구성되므로 1분 이내에 산탄 형 집속탄두 288발을 투발한다.
MLRS 탄두 한 개는 파편 10,000개를 1,500/sec 속도로 500~1,000m 확산한다. 한 개 대대가 단순 계산으로 가로세로 5km를 제압한다. 로켓은 기습 무기다. 강철 폭우를 한순간에 덮어쓰면 대책이 없다. 가슴이 무주룩해졌다.
“얻어맞고 참으면 블랙맘바가 아니지.”
블랙맘바가 눈을 번득였다. 반칙엔 반칙으로 응수하면 된다. 삐이이- 헤드셋이 울렸다.
-와킬, 와킬, 별일 없시오?
선우현이 물에 빠진 사람 부르듯이 다급히 불렀다.
“별일 없다. 그곳은?”
-내래 별일 없시오. 별일은 와킬이디요.
별일 있을 턱이 없다. 로켓이나 야포는 탄착점 공차가 몇백 미터 벗어나거나 유탄이 발생하지만, 종말 유도를 받는 미사일은 정확한 만큼 엉뚱한 피해를 볼 일이 없다. 블랙맘바가 미사일보다 로켓을 성가셔하는 이유다.
“별일은 우빅사가 당했다. GPS로 내 위치를 확인하라.”
-그거이 뭡네까?
“에이태킴스 지대지 미사일이다. 사방이 감청기다. 헤드셋 사용 중단하고 튀어와.”
-넵!
블랙맘바는 헤드셋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 감청당하면 포탄을 뒤집어쓰기 십상이다. 그는 5분 전에 밀림이었던 잿더미를 터덜터덜 걸어서 우빅사 비트를 찾았다. 공간 왜곡이 걸린 역장은 흔적도 없이 날아갔다. 비트가 있던 공간은 흙무덤으로 변했다.
위이잉- 락샤샤가 회오리를 일으켰다. 푸왕- 강력한 풍압이 흙과 바위 조각, 숯덩이를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목불인견의 참상이 드러났다. 손을 맞잡은 여덟 구의 시체, 파편에 갈가리 찢기고 불에 탔지만 깍지낀 손은 굳건했다.
“헐, 괜히 우빅사가 아니었구마. 사생취의(捨生取義)라 해야 하나? 개죽음이라 해야 하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군대개미가 여왕개미를 보호하듯이 몸빵으로 10호를 보호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이역만리 아프리카 오지에서 하나뿐인 목숨을 던지게 하였을까?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의 희생물인가? 소명의식으로 무장한 애국자인가? 본인의 의지라면 품위있는 죽음이고 세뇌되었다면 개죽음이다. 이들의 행위를 드라마틱하다고 해야 할까? 의미 없는 삽질이라고 해야 할까?
가슴이 먹먹해졌다. 누구나 드라마 주인공처럼 살고 싶어한다. 육체적 정신적 허기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드라마틱한 삶이란 말이 인구에 회자하겠는가.
현실은 팍팍하다. 미슐랭 별 3개짜리 정찬을 꿈꾸지만 싸구려 배달음식으로 육체적인 허기를 채우고, 강이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를 꿈꾸지만, 옥탑방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허기진 영혼을 달랜다. 어쩌면 각자의 현실에서 묵묵히 견디며 살아가는 삶이 드라마틱한 삶일 것이다.
문득 카파루자에서 만났던 CIA 컨설턴트 자이툰이 떠올랐다. 본인의 의지든 세뇌든 이들은 국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애국자다. 푸앙- 락샤샤가 지면을 파헤쳤다. 구덩이에 시신 여덟 구를 몰아넣고 짐승이 파먹지 못하도록 커다란 바위 몇 개를 올렸다.
죽으면 육신은 원자로 돌아가고 존재는 기억으로 살아간다. 현충원의 사병 묘역은 3.3㎡, 딱 한 평이다. 전직 대통령은 봉황포란형 운운하는 260㎡, 78평을 차지했다. 품위있는 죽음은 품위있는 삶만큼이나 중요하고, 품위있는 기억은 넓고 화려한 묘역보다 백배는 소중하다.
“와킬! 이거이 황당무계합네다. 어케 살아났시오?”
선우현이 백주 대낮에 객귀를 본 듯 눈을 똥그랗게 떴다.
‘망할 자식, 꼭 말을 해도…….’
블랙맘바가 뜨악한 눈으로 선우현을 쳐다보았다. 정이 가다가도 사라지는 놈이다.
“미사일 몇 발에 죽을 거면 벌써 죽었다.”
“후아! 불사신입네다.”
선우현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잿더미가 된 땅과 블랙맘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고릴라 후장 따먹는 소리 말고 추적한다.”
“우빅사가 토꼈습네까?”
선우현의 돌무덤에 머물렀다.
“죽을 놈은 죽고 여자와 두 놈이 튀었다. 올롱게는?”
“목마르다고 과일을 구하려 갔습네다.”
“가자!”
블랙맘바가 폐허를 뒤로하고 추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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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일분만 쉬었다 가요.”
헬렌이 헐떡거리며 쇳소리를 냈다. 두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정글을 헤집고 뛰었다. 관절 마디마디가 해체되고 폐가 터지기 직전이다. 죽음의 공포가 사라진 자리를 육신의 고통이 채웠다.
1호가 발길을 멈추지 않은 채로 흘끗 돌아보았다. 인민영웅의 행색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얼굴이 시커멓게 그을리고 속살이 드러났지만, 찰과상 외에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동지 여덟이 에네르기 방어막으로 파편과 충격파를 막아준 덕분이다. 10호는 동지 여덟의 생명이다.
“안됩니다.”
1호는 딱 자르고 고개를 돌렸다.
“충분히 거리를 벌렸잖아요.”
숨이 턱에 닿은 헬렌의 말소리가 뚝뚝 끊어졌다.
“양키가 프레데터를 풀었습니다. 놈들은 우리보다 예민하고 강합니다. 밀로비치 대장과 합류하지 못하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합니다.”
1호는 단호했다. 밤이 되면 프레데터가 아니라도 정글이 죽음을 선사한다. 물론 여명이 가신 지금도 안심 못 한다. 1호가 후다닥 뒷걸음쳤다. 저것들 때문이다.
끼에엑- 괴성에 수풀이 와수수 흔들렸다. 시뻘건 눈알을 번들거리는 괴물이 덤불 아래서 튀어나와 헬렌을 향해 탱크처럼 돌진했다. 야수는 귀신처럼 약자를 알아본다. 날개가 있고 두 다리로 뛰는 놈을 새라고 부를 수밖에 없지만, 타조보다 한 둘레 크고 도끼가 무색한 부리를 휘두르는 놈은 악몽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