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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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28
헬렌이 허겁지겁 권총을 뽑았다. 양키의 포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는데 새 먹이가 될 판이다.
“안 돼!”
일 호와 삼 호가 동시에 몸을 날렸다. 테러버드는 회색곰이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총탄 저항성이 강하다. 베레타 따위에 눈도 깜짝 않는다. 꽝- 삼 호가 몸통 박치기로 테러버드를 밀어내고 일호가 헬렌의 허리를 잡고 뒹굴었다.
푸드득- 테러버드가 날개를 활짝 펴고 도약했다. 미처 자세를 잡지 못한 일호의 눈빛이 암담해졌다. 도끼 부리에 찍히든 걷어차이든 한 방에 끝장난다. 삼 호가 손을 뻗었다.
“마누비아!”
빠지직- 시퍼런 전광이 대가리를 직격했다. 킥- 전격을 얻어맞은 테러버드가 주춤했다. 퍽퍽퍽- 기회를 잡은 삼 호가 아씨발을 연사했다. 끼에엑- 귀를 찌는 고주파 음이 터졌다.
뜨거운 맛을 본 테러버드가 날개를 휘저으며 풀숲으로 도주했다. 일호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괴물 새는 고생깨나 하겠지만, 며칠 지나면 멀쩡하게 나타난다. 진절머리가 났다. 동물도 식물도 끔찍한 놈 천지였다.
“빌어먹을! 퉤퉤”
헬렌이 입안에 들어간 흙을 뱉어냈다.
“쉿!”
일호가 손바닥으로 헬렌의 입을 막았다. 풀 스치는 소리, 작은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 마체태로 덤불을 쳐내는 소리, 정글이 소란스러워졌다. 아메바 헬멧이 불쑥 나타났다.
“보줴 모이!”
헬렌의 얼굴이 환해졌다.
“로코바지젤!(팀장!)”
일호가 고개를 숙였다. 밀로비치가 복잡한 눈으로 일호를 쳐다보았다. 걱정, 분노, 두려움, 원한, 온갖 음차원 감정이 담긴 눈이었다.
“동지들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망할 놈의 스나이퍼!”
밀로비치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에이태킴스가 무더기로 날아올 때 예상했던 일이다. 불행은 늘 혼자 오지 않는다. 놈이 난장을 치는 바람에 소중한 부하 20명을 한순간에 잃었다. 어쩌겠는가! 첩보원의 숙명인 것을…….
“10호, 문제없나?”
밀로비치의 질문은 간결했다.
“없어요.”
헬렌도 간단히 대답했다. 10호와 오파츠가 무사한 것만도 다행이었다.
“브하지쪠!(나와라!)”
밀로비치가 손을 들었다. 황색 터번으로 얼굴을 가린 일단의 무리가 속속 나타났다. 밀로비치와 조우한 마이마이 음벰베였다.
“아크바르 은타간타!”
주황색 소련군 군복을 입은 흑인이 손바닥을 바깥으로 들어 올렸다. 고릴라처럼 험악한 얼굴이 척 보기에도 한 가락 하게 생겼다.
“반갑소. 나는 일호요.”
반투어에 익숙한 일호가 인사를 받았다.
“나는 운타가 중위다. 당신들을 찾느라 고생했다.”
“고생? 당신들이 꾸물대는 바람에 동지를 잃었다.”
일호가 상사 계급장을 단 흑인을 노려보았다. 군복조차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한 무지렁이를 기다리느라 시간도 잃고 동료도 잃었다. 이따위 놈들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건방진~”
운타가가 들고 있던 지팡이를 흔들었다. 쉭- 검은 선이 일호를 향해 죽 뻗었다. 사삭- 일호가 사라졌다. 표적을 잃은 검은 선이 빙글 돌아서 운타가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스스스- 일호가 몸을 드러냈다.
“동류로군. 나도 부하 40명을 잃었다. 당신들이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다. 우리는 열심히 찾았다.”
운타가가 손을 흔들었다. 싸우지 말자는 제스처다.
“날개 달린 블랙맘바라니 기가 막히는군. 감청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1호가 결기를 죽였다. 거지 같은 놈이지만, 만만치 않았다. 어쨌든 답답한 쪽은 우빅사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에서 괜한 분란을 일으켜 봐야 자신이 손해다.
“이해한다!”
운타가도 표정을 풀고 물러섰다. 헬렌이 끼어들었다.
“동지, 놈은?”
밀로비치가 대답 없이 머리를 흔들었다. 헬렌의 질문이 끔찍한 놈을 수면에 끌어올렸다. 마이마이 군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자신과 세브첸코도 당했을 가능성이 컸다. 복수심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운타가, 현재 인원이 전부인가?”
일호가 제멋대로 복장에 AK소총과 RPG를 든 오합지졸을 둘러 보았다. 겨우 일개 소대 병력으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숫자가 적다고 우습게 보지 마라. 우리는 음벰베 특수 전대다. 마이마이 전사 3,000명이 양키놈들의 시선을 교란하고 있다. 일단 주둔지로 복귀한다.”
“휴우!”
밀로비치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망령처럼 나타난 스나이퍼가 깽판을 치는 바람에 살아남은 팀원은 세브첸코와 일호, 삼 호가 전부다. 유기적인 전투는커녕 마이마이 조력이 없으면 정글에 뼈를 묻을 판이다. 음벰베와 합류한 우빅사는 북동쪽 에키(ekwe)까지 13km를 이동했다.
“음발라 카담부 아부달 델라뚠 싸다구!”
운타가가 까마득하니 솟은 절벽 앞에서 메낭을 흔들며 주문을 외웠다. 지이잉- 대형 유리창이 깨지듯 절벽이 허물어져 내렸다. 그 자리에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마호가니와 림발리가 나타났다. 하늘을 덮은 임관 아래 야전군 천막이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놀라운 환영술이군!”
밀로비치와 우빅사 팀원들의 눈이 잔뜩 커졌다. 우빅사는 지하 비트에서 생고생했다. 거지 떼라고 우습게 볼 집단이 아니었다.
“아코바로 은타간타!”
운타가가 마호가니 거목 앞에서 경례를 붙였다. 스스스-나무껍질이 흐물흐물 사람으로 변했다. 군복을 제대로 차려입었지만, 손에는 총이 아닌 기괴한 지팡이를 든 늙은 흑인이었다.
“주르지 중령이다. 당신들이 마뜩잖지만 호웅간의 지시는 받들어야겠지.”
일호가 반투어에 서툰 밀로비치의 대화를 도왔다.
“밀로비치 중령이오. 신세를 지겠소.”
“나는 당신 임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받은 명령은 당신을 우간다 국경 너머 루웬조리까지 보호하는 것이다.”
“양키가 펼친 그물이 만만치 않다.”
“양키는 따돌릴 수 있다. 조심해야 할 존재는 따로 있다.”
주르지가 눈을 희번덕거렸다.
“양키보다 더 골치 아픈 존재가 있다고?”밀로비치의 눈이 커졌다.
“CIA가 지원하는 신의 저항군(Lord’s Resistance Army, 우간다 아촐라 지역에 본거지를 둔 중앙아프리카 반군 조직)이 대거 밀려들었다. 주술사도 많고 무기도 충실하다. 우리는 오히려 이들이 껄끄럽다. 음뱀베 일개 소대가 이들에게 당했다. 은타간타 장군이 놈들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주르지가 이를 갈았다. 주술이 깨진 부하들은 미물의 밥이 되었다. 원흉은 블랙맘바지만, 주르지로서는 신의 저항군 주술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맘바가 의도하지 않은 평지풍파를 일으킨 셈이다. 자연재해는 그냥 자연재해가 아니었다.
“마이마이는 무적이다. 놈들은 신의 징벌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밀로비치가 립서비스를 했다.
“고맙지만 무적은 아니다. 신의 저항군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마하두라카다. 사라졌던 마하두라카가 재강림했다. 오늘 밤에 마하두라카를 달래는 의식을 치르고 출발한다.”
“마하두라카가 뭔가?”
“마하두라카는 세상을 움직이는 르와를 잡아먹는 보둔의 왕이다. 마하두라카가 분노하면 르와가 사라지고 세상은 종말을 맞는다.”
주르지의 표정이 엄숙했다.
“이게 무슨 소린가?”
밀로비치가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세브첸코와 일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들인들 부두교의 세계관을 알 리 없었다.
“빌어먹을 아프리카!”
밀로비치는 골치가 아팠다. 로드 레지스탕스(신의 저항군)는 웬 잡종이고 마하두라카는 또 뭔가? 툭하면 이상한 놈이 나타나고, 누가 적인지 아군이지 구분도 힘들었다.
“마하두라카가 뭔지 모르지만, 무서운 스나이퍼가 추적하고 있다. 조심해야 할 놈은 그놈이다.”
“당신은 이투리 정글을 몰라서 당했다. 그까짓 스나이퍼는 아무것도 아니다.”
주르지가 일축했다. 그는 그까짓 스나이퍼, 마하두라카가 코앞에 들이닥쳤음을 꿈에도 몰랐다.
‘멍청한 놈!’
밀로비치는 입을 닫았다.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한 늙은이에게 중언부언해봐야 자신의 입만 아프다.
“주르지 중령, 퇴출 경로부터 의논합시다.”
“이런, 손님께 차도 한잔 권하지 않았군.”
주르지 중령이 넓은 천막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컥!”
밀로비치가 주춤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무지막지한 악취가 코를 강타했다. 냄새의 진원지는 펄펄 끓는 커다란 솥이었다. 남자 다섯이 솥을 둘러싸고 무엇인가를 열심히 건져 먹고 있었다. 미키마우스 티셔츠를 입은 놈, 소매 없는 중국 인민복을 입은 놈, 상체를 벌거벗은 놈, 러시아 군복을 입은 놈, 가지각색이었다. 주르지가 들어서자 오합지졸들이 벌떡 일어났다.
“헐!”
밀로비치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남자들이 비켜서자 솥 전에 삐죽이 빠져나온 사람의 손이 언 듯 보였다. 헬렌이 후다닥 막사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가서 먹어!”
운타가가 손을 휘저었다. 남자들이 뜨겁지도 않은지 솥을 번쩍 들고 우르르 몰려나갔다. 밀로비치는 울고 싶었다. 인간을 삶아 먹는 식인종과 손을 잡아야 하는 자신이 불쌍했다.
운타가가 차를 내왔지만, 밀로비치 일행은 불그죽죽한 액체가 담긴 나무 잔을 멀거니 쳐다보기만 했다. 아무도 감히 차를 마실 엄두를 못 냈다. 주르지 중령이 피식 웃고는 땅바닥에 지도를 펼쳤다.
“밤이 되면 직할대가 도착한다. 병력은 삼 개조로 나눈다. 일조는 양키를 동쪽으로 유인한다. 로와(Lolwa), 코만다(Komanda)의 산악 고원을 가로질러서 브니아(Bunia)로 빠져나간다. 브니아에 비행장이 있다. 양키가 유인당할 확률이 높은 만큼 내 부하들도 죽을 확률이 높겠지.”
주르지가 맘바사에서 키상가니로 향하는 서북주로를 따라 선을 죽 그었다.
“이조는 키상가니로 향한다. 이조도 살아남을 놈이 별로 없겠지. 당신은 나와 함께 이투리 지류를 따라 남하한다. 비아쿠투(Biakutu), 마비비(Mavivi)를 거쳐서 마르게리타(Margherita peak)산을 우회해서 카제제로 들어간다. 주파할 거리는 약 340km다.”
주르지는 시종일관 무뚝뚝했다. 대가를 받았지만, 마이마이는 큰 희생을 치렀다. 일반병 희생자가 천 단위를 넘었고, 음벰베 50명을 잃었다. 일반병은 쉽게 충원할 수 있다지만, 직속 부하인 음벰베를 양성하려면 최소 5년이 필요하다. 유인조에 포함된 음벰베 60명의 생사도 장담하기 힘들었다. 이래저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마르게리타 산을 넘으면 80km는 줄일 수 있다.”
세브첸코가 이의를 제기했다.
“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마르게리타는 해발 5,000m가 넘는다. 킬리만자로와 해발 높이가 비슷하지만, 유황과 질소 농도가 높고 산소가 희박하다.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죽는다.”
주르지 중령이 픽 웃었다.
“우빅사를 우습게 보지 마라.”
세브첸코가 눈을 부릅떴다.
“우습게 보지 않는다. 마르게리타를 오르든 말든 당신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충고하건대 에드워드 호수 북서쪽 웨라(Bwera)로 돌아가는 게 좋다. 그리고 당신들 복장은 너무 티 난다.”
운타가가 냄새나는 군복을 한 아름 안고 왔다. 밀로비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부탁하려던 참이었다.
마이마이 임시 주둔지에서 주술사가 포함된 일행이 속속 출발했다. 일조가 동쪽으로 출발하고, 자정 무렵에 이조가 서쪽의 타보라(Tabora)를 향해 떠났다. 여명이 틀 무렵 주르지 중령이 이끄는 삼조와 밀로비치 일행이 출발했다.
“이것 참, 쉽게 가는 법이 없네.”
아비시나아 2차 임관 70m 높이의 가지에 편안히 누워있던 블랙맘바가 벌떡 일어났다. 놈들이 세 갈래로 빠져나갈 줄은 몰랐다. 목적은 썩은 장미다. 굴이 없는 굴 껍데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우빅사인지 주술사인지 모르지만, 음파를 흩어버리는 바람에 대화를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귀를 곤두세워도 웅웅하는 울림만 들렸다. 양키가 청음기를 사방에 뿌려두고도 이들을 잡아내지 못하는 이유를 알만했다. 몽땅 죽여버리면 간단하지만, 자신은 살육에 미친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아 몰라! 인원이 제일 많은 팀에 있겠지.”
블랙맘바는 속는 셈 치고 마지막으로 출발한 마이마이 부대를 추적했다.
“빙고!”
한 시간 후 블랙맘바는 쾌재를 불렀다. 게릴라들이 축축한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더러운 손으로 우갈리를 집어 먹는 와중에 풀잎에 맺힌 이슬로 손을 닦고 서서 먹는 놈이 있었다. 10호가 분명했다.
현대 문명에 젖은 여자는 본능적으로 젖은 땅에 앉지 않는다.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지도 않는다. 되는 놈은 무엇을 해도 되는 법이었다.
블랙맘바가 공격 지점을 고민할 무렵, 폭 40m 강이 앞을 막았다. 마이마이 대원이 홍수림 속에서 모코로 두 척을 끌고 나왔다. 서너 명이 타면 강물이 뱃전에 찰랑대는 형편없는 통나무 배지만, 없는 것보다는 백배 낫다.
블랙맘바는 상류로 이동했다.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진다. 썩은 장미를 확인했으니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선우현이 얼굴을 찌푸렸다. 흐름이 정체된 강은 커피처럼 색이 짙었다. 올롱게가 강에서 낙엽을 한 움큼 꺼내 들고 빠르게 말했다.
“문제없다고? 강바닥에 잔뜩 쌓인 나뭇잎에서 색소가 빠져나와 검게 보인다고? 그래도 싫거든.”
선우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시간 없다.”
블랙맘바가 아름드리 고사목을 번쩍 들어서 강에 밀어 넣고 다짜고짜 선우현과 올롱게를 잡아채서 땅을 박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