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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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29
“무 무시기 행패입네까?”
식겁한 선우현이 소리쳤다. 블랙맘바는 들은 체도 않고 강 중앙에 떠 있는 고사목을 밟고 재차 도약해서 물찬 제비처럼 건너편 강둑에 내려섰다.
“테투리를 빠져나가기 전에 정리한다. 놈들은 우빅사와 음벰베다. 은폐 엄폐를 철저히 하도록.”
블랙맘바가 휭 사라졌다.
“내래 괴물을 따라다니다가 간이 닳아 없어지겠슴메.”
얼이 빠진 선우현이 블랙맘바의 뒷등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올롱게가 선우현의 옆구리를 툭 치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탕탕탕- 으아아- 마이마이 도강지점에서 총성과 비명이 아스라이 들렸다.
“이크, 벌써 사달이 났음둥?”
얼이 빠져있던 선우현이 허겁지겁 뛰었다.
******
“중지, 사격 중지! 칼로 잘라라!”
주르지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시퍼런 방전 불꽃이 팍팍 튀고, 비명과 괴성이 어우러졌다. 주술로 피부를 강화한 음벰베는 웬만한 독충을 무시하지만, 일렉나크리의 전격(電擊)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빌어먹을!”
주르지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설마하니 일렉나크리 떼가 강바닥 펄 속에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 이투리 홍수림을 통과하는 강에는 치명적인 온갖 생물이 득시글거린다. 피그미가 일렉나크리라 부르는 생물은 2~3m 길이에 레드파쿠처럼 예리한 이빨을 가진 전기메기다.
방출 전압이 전기뱀장어보다 낮지만 강한 근육으로 먹이를 죄고 예리한 이빨로 살을 뜯어 먹는 악종이다. 주르지가 마르두를 흔들며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놈들을 쫓으려면 천적을 부를 수밖에 없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어째 무모하게 뛰어들더라.”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게릴라들이 마체태와 단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일렉나크리와 일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별것 아닌 놈이지만, 두세 마리가 달라붙어서 방전하면 대형 악어도 감전사한다.
시커먼 띠에 휘감긴 게릴라와 몸통이 잘린 일렉나크리가 강심에 둥둥 떠다녔다. 강변 모래밭에서 햇볕을 즐기던 악어 떼가 피 냄새에 이끌려 강으로 뛰어들었다.
“꺅, 악어!”
놀란 헬렌이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모코로가 훌떡 뒤집혔다. 밀로비치와 세브첸코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손을 쓰지 못했다. 세 사람은 속절없이 일렉나크리가 득시글거리는 강물에 빠졌다. 쯍- 물에 젖은 오파츠가 강력한 자장을 발산했다. 몰려들던 일렉나크리가 꽁지가 빠지라 도망쳤다.
“저런!”
퍽퍽퍽- 퍽퍽퍽- 일호와 삼 호가 아씨발을 연사했다. 달려들던 악어 십여 마리가 일시에 배를 거꾸로 뒤집었다. 블랙맘바가 감탄할 만큼 정확한 속사였다. 밀로비치와 세브첸코가 뒤집힌 배 위로 헬렌을 끌어올렸다.
“아키덴 울루 울루!”
긴 주문을 끝낸 주르지가 마르두를 휘저었다. 쏴아아- 수면이 부글부글 끓었다. 엘리게이터 가아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 떼가 일렉나크리를 덮쳤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일렉나크리가 먹이 활동을 중지하고 전투에 나섰다.
“도강하라!”
음벰베가 동료를 챙겨서 황급히 사지를 벗어났다. 보통 군인이라면 전멸했을 상황이지만, 음벰베는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일렉나크리는 끔찍한 생물이지만 집중 공격만 당하지 않으면 소문처럼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 감전된 음벰베는 물 밖에서 정신을 차렸다. 큰 소동에 불구하고 희생자는 대여섯에 불과했다.
“오, 예!”
블랙맘바가 쾌재를 불렀다. 게릴라들이 젖은 터번을 풀어서 물을 짜낼 때 금발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놈이 있었다. 제대로 찍었다.
-쫄따구, 공격한다. 여자는 사로잡는다.
-알겠시오. 아씨발 조또 영점 잡을 기회디요.
‘저놈이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은데!’
선우현이 엄폐한 우측 바위를 노려보았다. 선우현은 분명히 씨발에 악센트를 넣었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아씨발 조토가 뭔가!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맞았으니 갚아야지.”
거리 380m, 드라구노프 가늠자에 우빅사 대장을 올렸다.
‘얼씨구!’
로스께 머리가 사라졌다. 놈은 순간에 30m를 이동해서 바위에 엄폐했다. 초상감각과 순간 이동 능력을 갖춘 놈이었다. 맛있는 반찬은 나중에 먹어도 된다. 퍽퍽퍽- 드라구노프가 불을 뿜었다.
쓰리텝 속사 저격은 노출된 표적을 초당 서너 개 잡아낸다. 개활지에 방심한 게릴라는 식전 해장거리도 되지 못했다. 단 10초 만에 소대 병력이 쓸려나갔다. 뒤늦게 아우성이 터졌다.
“델라뚠!(적이다!)”
“타파할리 비마!(엄폐하라!)”
강변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게릴라들이 엄폐물을 찾아 내달리고 우빅사의 역공이 시작되었다. 밀로비치와 세브첸코가 저격 위치를 전파했다. 투투투- 타타타- 반격 탄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니요 사하라!(응사하라!)”
주르지가 마르두를 휘둘렀다. 블랙맘바가 주춤했다. 지이잉- 갑자기 시야가 일그러졌다. 공간 왜곡장이다. 음벰베가 일제 사격을 시작했다. 원숭이 울음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던 태고의 우림이 폭음과 총성으로 찢어졌다.
블랙맘바가 안법을 발휘했다. 이지러진 공간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정신이 분산된 만큼 격발이 늦어졌지만, 일타 일살, 총성이 울릴 때마다 생명 하나가 사라졌다. 아씨발과 AK47은 400m 거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게릴라들만 착실히 나자빠졌다.
“놈이닷!”
밀로비치가 이빨을 갈았다. 공간 왜곡장을 펼쳤음에도 놈은 개의치 않았다. 세계 최고라 자부했던 자신의 모미언트 스틸밧은 명함도 못 내밀 속사와 정확한 스나이핑에 살이 떨렸다.
“RPG!”
주르지 중령이 목이 터지라 고함쳤다. 밀로비치가 말했던 바로 그놈이다. 쾅- 쾅- 쾅- RPG 사수가 일제히 격발했다. 시뻘건 불덩이가 줄지어 날아갔다.
“저런 망할!”
주르지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스코프 없이 어림잡아 발사한 고폭탄은 스나이퍼와 수십 미터 떨어진 지점의 땅거죽을 뒤집었다. RPG 7은 광학 스코프가 없으면 유효 사거리가 500m에서 200m로 대폭 감소한다. 스코프를 장착해도 300m 밖의 표적은 재수에 맡겨야 한다.
웃기는 소리지만 액세서리인 광학 스코프가 RPG 7보다 더 비싸다. 당연히 돈 없는 게릴라는 스코프 대신에 RPG 7을 한 정 더 산다. 돈좌된 게릴라들은 손발을 묶인 채 드라구노프에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다.
퍽퍽퍽- 곧바로 응징이 시작되었다. 탄두에 발사 약통과 부스터를 결합하던 사수의 머리가 터졌다. 감투 정신을 발휘해서 사수가 떨어뜨린 RPG를 견착하던 조수도 머리가 터졌다. RPG 3개 조가 일시에 무력화되자 아무도 탄두를 결합할 엄두를 못 냈다.
RPG 7은 구조가 간단하지만, 사용법마저 간단하지는 않다. 탄두를 발사기에 끼울 때 탄두의 눈금 부분을 정확히 맞춰서 끼우지 않으면 불발탄이 된다. 탄두를 결합할 때와 견착하는 순간이 밥숟가락 놓는 시점이었다.
“쏴, 쏘란 말이야.”
주르지 중령이 광분했다. 꽝- 후폭풍이 일었다. 용감한 부하가 용케 RPG를 발사했다.
“병신새끼!”
주르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착탄 지점이 표적과 백 미터 이상 차이 났다. 공포에 질린 놈이 겨냥도 않고 쏘았다. 퍽- RPG를 발사한 사수 머리가 터졌다. 엄폐물을 벗어나면 바로 사망이었다. 자신도 반격 탄을 날리려다 수차례 자라처럼 머리를 집어넣어야 했다. 심호흡 몇 번 하는 사이에 부하 절반이 땅바닥에 머리를 심었다.
“큰일이다!”
주르지는 다급했다. 저따위 사기적인 스나이퍼가 존재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소리 전파가 막힌 정글이지만 RPG 폭음은 2마일 밖에서도 들린다. 양키가 전투 소음을 포착하면 불벼락이 날아든다.
“당세 루훼 르와 뇨리타~”
주르지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주술력을 아낄 계제가 아녔다.
“즈도로버 빨루차옛쌰! 그졔 바솨 로지나?(끔찍한 놈이군! 저놈 정체가 도대체 뭐야?)”
밀로비치가 입을 쩍 벌렸다. 전날 당해봤지만, 드라구노프를 기관총처럼 쏴대는 스나이퍼라니 기가 막혔다. 속사 저격의 신이라는 자신의 별명이 부끄러웠다. 게다가 조공까지 붙었다. 120도 각도의 숲에서 간단없이 저격 탄이 날아왔다. 인간 같지 않은 놈 때문에 묻혔을 뿐 놈도 특급 스나이퍼였다.
“젠장 새거만 있었어도…….”
밀로비치는 대전차 미사일이 아쉬웠다. 에이태킴스가 비트를 쓸어버리는 바람에 중화기와 지원화기는 모두 유실했다. 아씨발은 훌륭한 돌격소총이지 저격총이 아니었다. 멍청한 게릴라 기관총수는 머리를 처박고 허공에 총탄을 난사하고 있었다.
“우억!”
버려진 기관총을 잡으려던 세브첸코가 피를 줄줄 흘리며 굴러들어왔다.
“세브첸코, 무리하지 마라. 놈은 상급 공간 능력자다.”
죽은 부하들이 못내 아쉬웠다. 우빅사 20명이 콜라보레이션을 발휘하면 붙어 볼 만할까, 지금은 무대책이었다. 옆에 껌딱지처럼 달라붙은 헬렌을 힐끗 돌아보았다. 스페츠나츠 1차 훈련을 거친 여자답게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문득 쏘냐와 두 딸이 생각났다.
‘가족이 생각나다니!’
머리를 흔들었다. 전투 중에 가족을 떠올림은 무의식중에 죽음을 예상했다는 이야기다. 그 순간에도 간간이 총탄이 날아들고, 게릴라들의 비명이 터졌다. 그야말로 일발필사, 악몽 같은 놈이었다.
‘응! 악몽?
사헬을 휩쓴 칸마가 떠올랐다. 차드 내전 당시에 KGB가 프롤리나트를 도우려고 파견한 첩보팀을 쓸어버린 놈이다. 제1 총국은 칸마를 끈질기게 추적했고, 그가 프랑스 국적의 초특급 에이전트 블랙맘바임을 알아냈다.
추적의 끈은 거기까지였다. 칸마는 증발했다. 그 후 아레바사 인질 구출 작전 때 발리사리라는 여기자가 블랙맘바의 정체를 폭로했고, 제1 총국은 칸마가 블랙맘바임을 확신했다. 블랙맘바는 다시 사라졌다.
‘프랑스가 왜?’
의문이 들었다. 타국의 첩보팀과 몇 차례 충돌이 있었지만, 프랑스는 없었다. 프랑스가 오파츠를 눈치채고 블랙맘바를 파견했다면 승자는 프랑스다. 헬렌이 탈취한 물건의 정체가 정말 궁금해졌다.
“블랙맘바가 죽었나?”
밀로비치가 웅크리고 있는 세브첸코에게 물었다.
“아바돈은 죽었지만, 블랙맘바가 죽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혹시 저놈이?”
“그렇다. 블랙맘바가 둘이 아니라면 저놈은 분명 블랙맘바다.”
밀로비치가 확신했다. 각국 정보기관이 인정하는 초특급 에이전트와도 격을 달리하는 인간이 블랙맘바다.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블랙맘바가 아니고는 이 정도로 끔찍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다.
“어떻게 할까요?”
세브첸코가 약한 소리를 했다.
“근접전투력도 터무니없이 강한 놈이다. 부딪히면 개죽음이다. 기회를 봐서 퇴출한다.”
세브첸코가 헤드셋을 열었다.
-대응 사격 중지, 철저히 엄폐하라. 놈은 블랙맘바다.
-윽, 블랙맘바!
-빠냐뜨너.(알겠습니다.)
헤드셋을 통해 일호와 삼 호의 신음이 들렸다.
******
웅웅웅- 대기가 진동했다.
‘내 새끼들이 왔군!’
주르지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십여 년간 공들여서 키운 베스파 말벌떼, 주술과 요룬바로 강화한 베스파 말벌은 한 마리가 야생 말벌 한 군집을 전멸할 만큼 강력하다.
[당세 베스파 르와 르와! 내 새끼들아, 독침을 쏘아라. 갈라리 찢어라.]시커먼 구름이 블랙맘바와 선우현을 향해 밀려갔다.
‘주술사 놈이 카무게 급은 아닌 모양이군.’
블랙맘바는 저격에 몰두한 와중에도 공간지각력을 펼쳐두고 있었다. 생물 공격은 음벰베가 등장할 때 예상하였다. 세상 만물의 정령을 다루는 부두 주술사 특기가 동식물을 이용한 공격이다.
-쫄따구, 땅 파고 들어갈 수 있나?
-넵, 땅이 무릅네다.
-즉시 파고 들어가라.
-넵!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선우현은 드라구노프를 수납하고 야전삽을 꺼냈다. 쌈디가 삽질의 신이라면 선우현은 삽질의 레전드쯤 된다. 선우현은 플라스틱 대롱을 물고 땅속으로 사라졌다.
웅웅- 대기가 울렸다. 손가락 크기의 말벌 수만 마리가 방출하는 비행 음은 섬뜩하고 불길했다. 우빅사와 음베베의 시선이 일제히 하늘로 향했다. 시커먼 구름이 블랙맘바에게 몰려갔다.
“울라! 대장님이 베스파를 불렀다.”
“와! 저놈은 이제 죽었다.”
살아남은 50여 명의 음벰베가 환성을 질렀다.
“쯧쯧, 주술사 놈들은 저런 괴물이 증식하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생각도 않는 건가?”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손가락 서너 마디 크기의 말벌은 보기에도 섬뜩했다. 말벌은 천적이 별로 없는 대표적인 육식 곤충이다. 강철같은 주둥이와 금속질 외피, 송곳 같은 침으로 무장한 놈들이 생태계에 퍼지면 곤충은 물론이고 조류와 포유류도 쑥대밭이 된다.
우우웅- 말벌떼가 블랙맘바를 덮쳤다. 쓔악- 락샤샤가 풀려나왔다. 위이잉- 죽음의 회오리바람이 일었다. 폭음의 간격이 점점 조밀해졌다. 쾅- 소닉붐이 터졌다. 음속을 돌파한 토네이도 중심부가 진공으로 변했다.
지름 20m 토네이도가 바위를 박살 내고 거목을 찢어발겼다. 쏴아아- 흙과 돌멩이, 파쇄물, 말벌떼가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찌익 찌익- 빨려 들어간 물체가 맷돌에 갈리듯 갈렸다.
상황은 순식간에 끝났다. 블랙맘바가 광풍난무라 이름 붙인 미친 춤은 바위를 모래로, 나무는 팰릿으로, 베스파 말벌은 가루로 만들었다. 전장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