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5
x 695
제63장 아수라30
윙- 락샤샤가 용틀임을 끝내고 백 팩 속으로 사라졌다. 가을걷이 끝난 논처럼 휑해진 폐허에 블랙맘바만 홀로 우뚝했다. 우빅사와 음벰베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도 잊고 멀거니 바라보았다.
“머 멋있다!”
헬렌이 침을 주르륵 흘렸다. 거대한 채찍이 만들어낸 토네이도가 하늘을 뒤덮은 말벌떼를 포악스럽게 흡입하는 장면은 감동적이고 장엄했다. 지난 넉 달간 겪은 온갖 험악한 상황과 비상식적인 사건들은 맛보기에 불과했다.
강함은 수컷의 상징이다. 한 겹 섬유 아래서 용트림하는 근육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꿈틀대는 검붉은 채찍과 사위를 휩쓸어버린 토네이도가 장대한 거시기를 데자뷔 했다.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고 허벅지 안쪽이 긴장했다.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자연재해!”
세브첸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토네이도는 인재(人災)가 아니라 자연재해다. 자신의 특기인 바람의 칼날은 소꿉놀이에 불과했다. 전날 겪었던 블랙맘바는 초특급 스나이퍼이자 에스퍼였다. 초인이지만 인지 능력을 벗어난 괴물은 아니었다. 놈은 절대로 블랙맘바가 아니다.
‘뭐야?’
세브첸코가 헬렌을 흘낏 돌아보았다. 독살스런 눈이 몽롱하니 풀어져서 몸을 비비 꼬는 작태가 가관이었다.
‘미친년!’
세브첸코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민 영웅이 졸지에 자본주의 쾌락에 물든 미친년으로 추락했다.
“으윽!”
주르지가 가슴을 움켜쥐고 비틀했다. 10년간 자신의 피와 살을 먹여서 키운 아이 팔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심장을 쥐어짜는 고통은 생명의 고통이요. 상실의 고통이었다. 분노가 머리를 하얗게 태웠다. 놈을 죽이든 자신이 죽던 이판사판이다.
“전원 착검!”
차차착- 살아남은 음벰베 50명이 일제히 창날을 총검 마운트에 꽂았다.
“요룬바 투여!”
포장을 뜯고 주사기를 일제히 팔뚝에 꽂았다. 요룬바는 켑타곤(Captagon)과 비교를 불허하는 강력한 마약이다. 우워워- 음벰베들의 눈동자가 핏빛으로 물들고 근육이 울룩불룩 요동쳤다.
켑타곤은 유럽, 중동, 아프리카의 테러 집단과 광신도 집단이 총기만큼이나 필수품으로 여기는 마약이다. 켑타곤을 복용하면 겁을 상실하고 죽는 순간까지 고통과 피로를 느끼지 못한다.
“돌격!”
악에 받친 주르지 중령은 대동아 공영을 부르짖던 대본영 악종들처럼 해서는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 그가 카무게 급의 주술사였으면 즉시 도주했을 것이다.
“우와!”
“당세 당세!”
음벰베가 일제 돌격했다. 근력이 강화되고 아드레날린이 폭출한 음벰베는 호랑이처럼 사납고 경주용 말보다 빨랐다.
“미친 새끼!”
밀로비치가 탄식했다. 놈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어 봐야 달걀로 바위 치기다. 놈이 블랙맘바든 아니든 상식 밖의 존재를 잡으려면 완벽한 함정을 파야 한다. 학을 뗀 밀로비치가 텔레파시를 보냈다.
[틀렸다. 일호, 삼 호 퇴출한다. 즉시 강을 건너라.]우빅사는 반대쪽으로 은밀히 빠져나갔다. 첩보원은 자신의 목숨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의리 따위는 신작로에 버려진 고무신 한 짝의 가치도 없다.
“죽을 놈은 죽어야지.”
블랙맘바의 눈에서 시퍼런 광망이 쏟아졌다. 놈들의 작태는 뽕을 처먹고 ‘텐노 헤이까 반자이’를 부르짖는 일본군 오마주였다. 대본영은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자국 군인에게 히로뽕을 대량으로 투약했다. 뽕 먹은 일본군은 제로센에 연료대신 폭탄을 채워서 미군 함정에 충돌하고, 민간인 홀로코스트를 벌였다. 탐욕과 권력욕에 미친 인간은 방사능보다 위험한 유해 물질이다.
드라구노프가 기관총처럼 탄자를 쏟아냈다. 좌측 방에서 돌격하던 열 명이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졌다. 이어 우측 방의 돌격조도 순식간에 나뒹굴었다. 파도처럼 밀려가던 중군도 우수수 엎어졌다. 무자비한 학살이었다.
“캬오오!”
울부짖음이 터졌다. 살아남은 음벰베가 총검을 앞세우고 달려들었다. 한줄기 섬광이 벼락처럼 떨어졌다. 맹수처럼 달려들던 음벰베 이십여 명이 배터리 떨어진 장난감처럼 덜컥 멈췄다.
목, 허리, 가슴에서 핏물이 스멀스멀 배어 나왔다. 파아아- 핏물이 소나기처럼 뿜어졌다. 투둑 투둑- 목이 떨어지고 상체가 분리되고 팔다리가 분리되었다. 직전까지 인간의 신체였던 유기체가 편육이 되어 우르르 무너졌다. 검기 초현, 아수라의 현신이었다.
“마하두라카!”
주르지 중령의 입가에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쌩- 시커먼 물체가 주르지 중령의 벌어진 입에 처박혔다. 쾅- 수류탄이 육신을 갈가리 찢었다. 은타간타 휘하의 음벰베 특전대와 주르지의 최후는 그들이 저지른 악행만큼이나 엽기적이었다. 입에 올려서도 안 되는 보둔의 왕, 아수라를 화나게 한 벌이었다.
******
“튀는 데는 귀신이구마! 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모진 놈을 돕던 음벰베만 박살 났다. 우빅사는 KGB 최고의 현장요원답게 상황을 분석하고 잽싸게 빠져나갔다. 공간지각력에 포착된 이상 뛰어야 벼룩이다. 그는 느긋하니 벌겋게 달아오른 드라구노프 총열을 식혔다.
“라피키!(친구!)”
올롱게가 주춤주춤 다가섰다. 손에 과일이 잔뜩 들렸다. 블랙맘바가 빙긋이 웃었다. 올롱게의 속이 빤히 보였다. 피그미는 신의 화신인 마하두라카의 존재를 입에 담지도 않는다. 알아도 모른척해야 한다. 올롱게는 모른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애쓰는 중이다.
“슈쿠라니!(고맙다!)”
블랙맘바가 과일을 받았다. 올롱게가 시커먼 잇몸을 드러내고 환히 웃었다. 마하두라카를 친구로 두었으니 피그미 세계의 레전드에 다름 아니다. 충분히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
“와킬, 에이태킴스가 떨어졌습네까?”
선우현이 흰소리로 놀라움을 달랬다. 지면은 대패로 밀어버린 듯 깔끔했다. 대대급 다연장 로켓이 떨어져도 이만큼 깔끔하게 엎어버리지 못한다. 도바 농장에서 거대한 채찍을 휘두르던 블랙맘바가 눈앞에 선했다.
“훗, 미사일보다야 인간이 훨씬 무섭지.”
블랙맘바가 피식 웃고는 탄창을 채웠다. 드라구노프 20발들이 탄창 다섯 개, 예비탄약 500발, MP5sd3 탄창 5개, 예비탄약 500발, 파라블럼탄은 미군에게 얻어쓰면 되지만 7.62mm 탄이 쇼트나면 보급받아야 한다. 탄창에 들어가는 총알 한 발이 생명 하나와 교환된다. 탄창을 채울 때면 가슴이 저렸다.
“혈우가 쏟아져도 밤은 어김없이 찾아오는구마!”
석양을 받은 물비늘은 붉은색으로 번쩍이고,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이름 모를 물고기는 은빛으로 번쩍였다. 총성과 포성에 놀라 도망갔던 물오리와 황새가 한가롭게 수면을 헤집었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잊히리라.”
블랙맘바가 한숨 쉬듯이 중얼거렸다. 인간이 난동을 부려봐야 자연은 끄떡도 않는다. 보름만 지나면 뻘건 속살을 드러낸 땅은 숲으로 덮이고 인간의 시체는 뼈 한 조각 남지 않는다.
“와킬, 빨리 추적합세다.”
선우현이 서둘렀다. 사막 석양은 오랫동안 지속하지만, 정글 석양은 눈 깜짝할 순간에 지나간다. MP5sd3 마운트 베이스에 새로 받은 AN/PVS-10 스코프를 장착하고 소매와 발목 벨크로를 조였다.
“2라운드 시작인가! 쫄따구, 현 위치 확인하라.”
선우현이 GPS를 켰다.
“북위 1도 8분, 동경 29도 9분입네다.”
“한국보다 8시간이 늦군!”
부지런한 진순은 대식구 아침을 준비하고 어머니는 정한수 떠놓고 아들의 무사귀환을 빌고 있을 시간이다. 잠 많은 오 자매와 미나는 꿈나라에서 헤매고, 잠 없는 영아는 여명의 소리를 헤아리고 있을 것이다. 에델은 고된 일과를 마치고 뜨거운 샤워로 피로를 풀 시간이다. 돌아갈 곳이 있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음은 행복이다.
“서두들 것 없다. 뛰어봐야 벼룩이지!”
무장 점검을 끝낸 블랙맘바가 스산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의 의지는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각자는 각자의 선이 있고 악이 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
슝- 뻑- 아미 로프 크랙커가 빗살처럼 강을 가로질러서 건너편 나무에 깊숙이 박혔다. 선우현과 올롱게가 어름사니 줄 타듯 볼펜 심 굵기의 로프를 밟고 건너갔다.
블랙맘바가 아미 로프를 잡아챈 반동으로 휙 날았다. 강심에 떠 있는 빨간 눈알의 대가리를 밟고 강을 훌쩍 넘어갔다. 갈갈갈- 졸지에 콧등이 깨진 악어가 성질을 냈지만, 분풀이할 대상을 찾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원판 블랙맘바가 무색하리만치 빠르고 은밀하게 우빅사를 추적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천하의 블랙맘바가 땀냄새, 피냄새, 화약 냄새를 풀풀 풍기는 놈을 놓치면 살인 면허를 반납해야 한다.
[세브첸코!] [준비 완료!] [일호, 삼 호 준비하라.]밀로비치는 역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음벰베가 전멸한 마당에 미군과 블랙맘바 사이에 끼면 맷돌처럼 갈릴 수밖에 없다. 블랙맘바를 죽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추적할 수 없을 만큼 데미지를 먹여야 했다. 그리고 믿는 구석도 있었다. 시커먼 쫄쫄이를 입고 정글을 날다시피 헤집고 다니는 놈들의 본거지가 가까이 있다.
******
쉬이이- 대기가 유동했다. 무엇인가? 억수갑으로 미간을 향해 날아오는 물체를 툭 쳐냈다. 퍽- 물리적인 충격에 불구하고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쉭쉭쉭- 예기가 느껴지는 물체가 연속 날아들었다. 둥- 안법을 발휘했다. 고밀도로 압축된 공기 덩어리였다. 억수갑으로 툭툭 쳐내며 전진했다.
‘역시 안 되는군!’
세브첸코는 땅속에 누워있었다. 바람 칼날을 수없이 날렸지만, 놈에겐 파리가 앵앵대는 수준이었다. 놈은 거침없이 전진했다. 어차피 바람 칼날은 놈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유인하는 용도였다.
‘지밀레 바씬!’
세브첸코는 혼신의 의지를 쏟았다. 직경 3m 땅이 졸 상태로 변했다.
‘어라?’
갑자기 발이 땅속으로 쑥 빨려 들어갔다. 엄청난 흡력이 사정없이 끌어들였다. 둥- 공진파가 임맥 독맥을 휘돌아 기세를 높였다. 푸확- 거센 에너지가 용천혈을 빠져나갔다. 반발력을 얻은 블랙맘바가 불쑥 솟았다.
“꾸움!”
도살 망치에 정수리를 맞은 황소 비명이 터졌다. 발아래에 복부가 파열된 남자가 철퍼덕 널브러졌다.
“어 어떻게?”
“새꺄, 설명할 시간이 어디 있어!”
퍽- 무정한 군홧발에 밟힌 머리가 풍선처럼 터졌다. 기후술사 세브첸코의 죽음은 너무나 허무했다. 어둠이 꿈틀했다. 쉭쉭쉭- 강침 세 개가 품자 형으로 날아왔다.
“그럴 줄 알았다.”
가슴과 복부가 등에 찰싹 붙었다. 쌩- 칼날이 날아왔다. 목이 구십 도로 툭 꺾였다. 쿠크리 못지않게 육중한 스페츠나츠 NR2 대검이 목을 스쳐 갔다. 먹물 같은 어둠 속에서 총구만 흐릿하니 튀어나왔다.
“이번엔 투명 인간이냐?”
상체가 철판교로 휘딱 넘어갔다. 퍽퍽퍽- 상체를 스쳐 간 총탄이 나무에 퍽퍽 박혔다. 파팍- 허깨비처럼 형체 없는 것이 달려들었다. 쉭- 철각이 솟았다.
‘내가 보여?’
기겁한 일호가 불가능한 자세에서 날아오는 발을 왼팔로 막았다. 뚜둑- 역도를 견디지 못한 팔뼈가 박살 났다.
‘악마 같은 놈!’
팔이 어깨까지 부서졌지만, 불알이 박살 나는 것보다는 낫다. 일호는 이를 악물고 대검을 역수로 잡고 상대의 허벅지를 내리찍었다. 약간의 데미지라도 입혀야 대장과 동료들이 놈을 상대할 수 있다.
‘허억!’
일호가 숨을 들이켰다. 뒤로 반듯이 넘어갔던 놈의 얼굴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꽝- 쇳덩어리 아니 쇠머리가 일호의 머리를 강타했다. 일호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반듯이 넘어갔다.
후우~ 블랙맘바가 탁한 공기를 뱉어냈다. 우빅사는 도주하지 않고 그물을 쳤다.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공격이 제법 날카로웠다. 죽이기엔 능력이 아까웠다. 투투투투투-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아차!’
공간 왜곡 능력자를 잊었다. 퍼버벅- 복부와 가슴에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몽둥이로 후려치는 충격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팟- 순간 이동으로 거목을 안고 돌았다. 퍽퍽퍽- 뒤따라온 총탄이 나무 둥치에 연속 박혔다.
“받았으면 돌려줘야지.”
쉭쉭쉭- 수투에 꽂혀있던 표창이 총탄 궤적을 따라 염주처럼 꼬리를 물고 날아갔다.
“끄으윽!”
나지막한 비명이 울렸다. 앓는 소리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늘어진 기생 덩굴을 잡고 몸을 띄웠다. 파파파파- 총탄이 수풀을 짓이겼다. 덩굴을 잡고 부채머리 수리처럼 소리 없이 허공을 갈랐다. 40m를 단숨에 이동해서 10m 높이의 가지에 발을 걸고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렸다.
표적을 놓친 밀로비치는 즉각 위치 이탈했다. 머뭇거리다간 10호와 FN 기관총을 잡은 3호도 위험해진다. 블랙맘바가 쥐를 덮치는 부엉이처럼 낙하했다.
‘빌어먹을 베레타를 써야 했어!’
신체가 눌리는 느낌을 받은 밀로비치가 탄창이 빈 권총을 공중으로 집어 던지고 다이빙하듯이 몸을 내던졌다. 마카로프는 펀치력이 강하지만, 장탄 수가 8발에 불과했다. 파파파- 밀로비치가 풍차처럼 몸을 휘돌렸다. 마킹 당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 순간 이동하려다간 딜레이 타임에 벌집되기 십상이다.
“오호!”
놀라운 감각과 극한으로 단련된 신체다. 선우현보다 윗길이었다. 밀로비치가 뜨악한 눈으로 시퍼런 불덩이 두 개를 노려보았다. 먹잇감을 잡아놓은 맹수의 눈이다.
“블랙맘바?”
콕콕 찌르는 듯한 러시아 발음이었다.
“까네슈너 쫠르.(그렇다. 유감이다.)”
블랙맘바가 씨익 웃으며 글록을 들어 올렸다.
‘10호, 지금이야. 쏘라구!’
밀로비치는 간절히 외쳤다. 부하 셋이 전력 이탈하고 공간 왜곡장으로 숨겨놓은 10호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