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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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32
“종간나새끼래 눈치 없이 밥 먹을 때 눈뜨고 지랄임메.”
선우현이 돌아보지도 않고 코코넛을 집어 던졌다. 빡- 이마를 강타당한 밀로비치가 축 늘어졌다.
‘욕구불만인가?’
블랙맘바가 선우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자중하는가 했더니 더러운 성격이 어디 가지 않았다. 선우현이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고 얼른 말을 바꾸었다.
“에미나이래 잠약(수면제) 먹였습네까?”
“정신 차릴 때가 되었는데……. 무식하게 골통까지 말고 깨워.”
블랙맘바가 10호를 힐끗 쳐다보았다.
“쩨비딸레 아부 푸르끼마이!”
“올롱게가 뭐라는 거야?”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수 있답니다.”
“그래?”
올롱게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살짝 놀랐다. 피그미족은 지극히 수동적이다. 시키는 일 외에는 자발적으로 나서는 법이 없다.
올롱게가 품속에서 시레이션 포장용 비닐 봉투를 꺼냈다. 그가 평소에 야코리, 흰개미, 타란툴라 등 간식을 보관하는 창고다. 투다닥- 비닐봉지에 갇혀있던 날벌레 떼가 발광했다. 올롱게가 엄지 크기의 벌을 꺼냈다.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이 번쩍 들만 한 아이템이다.
“윽, 그거이 붉은 타란툴라호크 아임메?”
선우현이 얼굴을 찡그렸다. 노바토피아에서 한방 쏘인 적이 있다. 고통 지속시간은 3~5분에 불과했지만, 녹슨 못을 손톱 밑에 박아넣는 고통에 눈이 돌아갔었다.
“읍 읍!”
가늘게 눈을 뜨고 상황을 살피던 헬렌이 버둥거렸다. 망할 놈의 붉은 말벌에 쏘인 경험이 있다. 남자들이 빤히 보는 앞에서 거품을 뿜고 오줌을 지리고 싶지 않았다. 올롱게가 아쉬운 표정으로 말벌을 입안에 던져넣고 으적으적 씹어먹었다.
“무시기 개간나래 혓바닥을 뽑아서 파리채로 후려치겠슴메.”
선우현이 사정없이 걷어차고 입을 막은 테이프를 북 뜯어냈다.
“썬 오브 비치, 유 아 마더퍼커!”
여자의 입에서 상스런 욕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어이쿠, 주둥아리가 시궁창이네. 소련제라며?”
무쌍이 선우현을 쳐다보았다. 선우현이 뺨을 철썩 올려붙이고 테이프를 쩍 붙였다.
“소비에트 에미나이래 미 제국주의 에미나이 흉내를 내고 있습네다. 내래 대장 놈이 뒈지기 전에 밑자금(정보)을 먼저 털디요.”
선우현이 밀로비치의 뺨을 북 치듯 두드렸다. 뼈마디가 수십 개 부러진 신체가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렸지만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외모 콤플렉슨가?’
블랙맘바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선우현은 유독 키 크고 잘생긴 상대는 남녀불문하고 혹독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었다.
“잘 털어봐. 나는 여자에게 볼일이 있다.”
“려자에게 볼일은 올라타는 것밖에 없습네다. 잘해보시라요.”
“임마, 한국에서 그딴 발언 하면 재판에 넘겨져. 넌 한국 아가씨와 결혼하기 어렵겠다.”
“내래 억세고 되바라진 남조선 여자는 싫습네다. 연변에 착하고 순종적인 아가씨가 드글드글하디요.”
선우현은 한마디도 지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선우현은 뺀질거려야 선우현답다.
******
“이봐, 대화가 필요하다.”
“……”
헬렌이 이를 악물고 눈을 치켜떴다. 옅은 청색 눈동자에 독기가 줄줄 흘렀다.
“영어는 할 줄 알겠지. 이름?”
“……”
올롱게가 붉은 타란툴라호크를 꺼내 들고 슬며시 다가섰다. 헬렌이 흠칫했다.
“쉽게 가자. 당신에게 유감은 없다.”
“난 유감이 많아. 어떻게 여자에게 이럴 수 있어?”
“헐!”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이봐, 사회적 성을 생물학적 성으로 바꾸지 말어. 넌 여자가 아니라 첩보원이야. 자살용 캡슐이 없더군. 에이전트는 아니고 몰이겠지. 나는 적이라도 애국심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사람은 존중한다. 너는 약점을 잡혔거나 돈과 마약으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종류의 인간이다. 별로 존중하고 싶지 않군.”
“망할 놈, 여자에게 폭력이라도 쓰겠다는 거냐?”
헬렌은 여자를 강조했다. 세상은 예쁜 여자에게 당연히 관대해야 한다. 캠프에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미녀라는 이유로 늘 존중받았다. 오스카 와일드도 아름다움은 진리고 진리는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불행하게도 그녀의 상대는 물렁한 양키도 아니고 비폭력주의 자인 간디도 아니었다.
“허, 제대로 미친년이군. 누군가를 죽이려 할 때는 자신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네년은 사람을 쏴 죽여도 되고, 자신은 뺨따귀 한 대도 맞으면 안 된다는 건가? 신사적인 질문은 마지막이다. 이름?”
“내 물건 내놔. 네놈은 도둑놈이고 강도야.”
헬렌의 눈이 도착적 분노와 독기로 번들거렸다. 상대는 출세의 보증수표인 오파츠를 탈취한 악당이다. 그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유감이군. 관을 보면 눈물을 흘리겠지.”
블랙맘바가 억수갑을 낀 손바닥을 활짝 펴서 화감암 바위를 꾸욱 눌렀다. 돌가루가 피어오르며 손바닥이 쑤욱 들어갔다. 악다구니를 쓰던 헬렌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여자 손을 깊숙이 음각된 손바닥 형틀에 집어넣고 발사라로 잘라낸 돌을 손목 부분에 끼워 넣었다. 무지막지한 고문 틀이 준비되었다.
올롱게가 여자의 입에 테이프를 쩍 붙였다. 자신이 바라던 변화다. 블랙맘바가 씩 웃어주고 수투에서 가느다란 표창을 뽑았다. 가능하면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었는데 여자가 매를 벌었다.
“으으으~”
헬렌이 몸부림쳤지만, 바위에 물린 손은 꼼짝도 않았다. 예리한 검첨이 엄지손톱 안쪽, 피부와 손톱이 연결된 초승달 부분에 올려지자 헬렌이 광분했다. 바보라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를 리 없다. 가느다란 쇠꼬챙이가 느릿하니 손톱을 파고들었다. 원시적이지만, 고통과 시각적 효과는 최고였다.
“끄으읍!”
헬렌이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연푸른 눈동자에 핏발이 곤두섰다. 블랙맘바가 표창 20개가 꽂힌 수투를 슬쩍 보여주고 검지 손톱에 표창을 박았다. 끔찍한 협박이었다.
“으흐흐~”
헬렌의 눈에서 독기가 빠져나가고 공포가 들어찼다. 악마 같은 놈, 아니 악마는 쇠꼬챙이 20개를 모두 박고도 남을 놈이었다.
“손가락이 아직 여덟 개나 남았네. 발가락은 뚫지 않고 으깰 거야. 생각할 시간을 주지.”
블랙맘바가 끔찍한 멘트를 던지고 코히바지골로에 불을 붙였다. 구수하고 쌉쌀한 특유의 맛이 폐 깊숙이 몰려들었다. 빈속에 소주잔을 부을 때처럼 탁 쏘는 목 넘김에 이어지는 잔잔한 아득함이 따라 왔다.
코히바지골로에 표기된 타르 함량은 25mg, 국산 솔 담배 16mg에 비하면 9mg이 높다. 코히바와 솔을 비교해보면 니코틴과 타르 함량은 담배 맛과 연관성이 높지 않았다. 궐련의 필터 끝 부분 천공을 막고 실험하면 30배~150배 실험치가 나온다. 담배를 피울 때 보통 천공 부분까지 물고 피우므로 표기된 함량은 사기인 셈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서 저 니코틴, 저타르 담배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턱도 없는 소리다. 담배에는 비소, 염소, 코발트, 일산화탄소, 카드뮴 등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물질이 200가지나 들어있다.
니코틴과 타르 함량 몇 밀리그램 낮춘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다. 저타르 담배니, 고순도 필터니 떠들어봐야 장삿속일 뿐인데도 끽연 자는 건강에 도움된다는 작은 위안으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돈을 벌려면 생필품이 아니라 기호품을 취급해야 한다. 생필품은 고가 정책을 쓸 수 없지만, 기호품은 얼마든지 고가 정책을 쓸 수 있다. 쌀 한 되 2,500원이 비싸다는 사람이 연기로 날려 보내는 코히바지골로 한 개비에 기꺼이 만원을 지불한다. 코카콜라는 물에 색소와 향료 몇 가지 넣어서 떼돈을 번다. 기호품이기 때문이다.
“기호품이라~크크크!”
블랙맘바가 실성한 듯 혼자 낄낄 웃었다. 역시 여자는 위대했다. 여자를 고문하다가 자신의 경제적 존재 가치를 찾았다. 프랑스 권력자가 볼 때 군인과 경찰은 생필품이고, 블랙맘바는 기호품이다.
높은 분들이 곤란할 때 기분을 풀어주는 존재, 궁금증이 넘칠 때 궁금증을 풀어주는 존재가 블랙맘바다. 그래서 비싸다. 기호품과 생필품을 제대로 구분 못 하고 진실성을 따지면 국민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아직 생각 중이군.”
블랙맘바가 담배를 툭 튕기고, 느릿하니 표창을 뽑았다.
‘이 새끼야, 아니야. 아니라고! 멋대로 판단하지 말라고.’
극도의 고통을 상기한 헬렌이 결사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의 뇌는 분석과 판단을 경험에 의존한다. 표창이 중지 손톱에 기계적으로 파고들었다.
“끄으윽!”
여자의 눈, 코, 입에서 거품과 액체가 줄줄 흘러내렸다.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고통을 피하고 싶은 생각만 가득했다. 세 번째 표창이 수투에서 빠져나왔다.
“읍 읍 읍!”
헬렌이 고개가 부러지라고 방아를 찧었다. 잠시 망설이던 무쌍이 표창을 수투에 꽂았다. 올롱게가 입을 막은 테이프를 뗐다.
“헬렌, 바우어 헬렌!”
촌각의 망설임 없이 대답이 튀어나왔다. 그녀의 심성은 독하고 잔인할지언정 원초적 폭력에 맞설 만큼 심지가 굳지 못했다.
“좋아, 이렇게 성의 있는 대화를 나누면 서로가 유익하잖아. 신분?”
블랙맘바의 질문은 봄바람처럼 부드러웠다.
“미합중국지질조사국 연구원, 현재 자이르 맘바사 지질 탐사단 소속 보조 연구원.”
“그것 말고 진짜 신분?”
“DIA 방첩부 소속 중사.”
“그것 말고 다른 신분?”
“……”
헬렌이 머뭇거렸다. 블랙맘바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곧바로 표창이 약지 손톱을 막창 냈다.
“꺄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응가이 바위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던 새떼가 우르르 날아올랐다. 헬렌이 몸부림쳤지만 천 년 거암에 박힌 손은 요지부동이었다.
“다른 신분?”
“소비에트연방 내무국 정보원!”
“받은 명령?”
“탐사에 숨겨진 목적을 파악, 필요하면 캠프 폭파.”
“몰이 된 이유는?”
“마약으로 망가졌을 때 그이가 구원해 주었다. 그 물건이 있으면 그이와 결혼할 수 있다.”
“너는 미국 시민이다. 접근한 놈이 KGB 요원임을 알았을 텐데…….”
“그게 무슨 상관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한다. 행복하면 그만이지 그이의 직업이 대순가!”
“쯧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첩보기관이 몰을 심을 때 흔히 동원하는 수법이다. 이런 부류의 이기적이고 허영기 있는 인간은 KGB 휴민트 작전 대상자로 적격이다.
“미군 캠프에서 훔친 물건이 뭔가?”
“나도 모른다. 그냥 오파츠라 부른다.”
“그렇군!”
이 여자와 우빅사는 발사라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다. 자신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오파츠는 어디서 발굴되었나?”
“모른다. 발견자는 린이란 동양인 연구원이다. 그녀가 은닉한 오피츠를 케리가 빼돌렸고, 나는 케리가 훔친 오파츠를 탈취했다.”
헬렌이 순순히 대답했다. 얼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린? 인? 풀네임이 뭔가?”
“혜영 린이다. 산타바바라 대학 지질학 박사 연구 과정에 있는 재수 없는 동양 여자다.”
‘헉!’
하마터면 소리를 낼뻔했다. 제대로 찍은 셈이다. 놀란 블랙맘바는 심호흡으로 급해진 마음을 달랬다.
“오파츠를 습득한 과정, 미군 병력과 규모를 자세히 설명해주면 모르핀을 놔주겠다.”
“너무 아프다. 먼저 모르핀을 주사해 줘.”
헬렌이 헐떡거렸다.
“그러지.”
블랙맘바가 순순히 응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흡공파로 모르핀 성분을 뽑아내면 된다.
“나는 린 연구원 담당 방첩대원이었다……. 학회는 장학금과 생활비를 미끼로……. 오파츠 습득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캠프에 해병대 대대 두 개와 공병 대대 한 개, 화생방 중대, DIA 특수부대가 있었다. 최근에 여단 병력이 추가되었다는 정보를 들었다……. 양키는 연구원과 군인 수천 명을 동원해서 오파츠를 찾고 있다.”
“린이라는 여자는 어떻게 되었나?”
초조해졌다. 혜영이 오파츠를 은닉했다. 보안대가 잘했다고 손뼉 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알 수 없다. 캠프 사령관 맥킨리 준장이 감마 1호를 발동했다. 아마 감금되었거나 처형되었을 수도 있다.”
‘헉! 처형?’
귀가 윙 울렸다. 라이프 베슬에 고이 모셔놓은 물건이 오파츠인지 오카피인지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건 혜영의 안위다. 여자를 탓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맡은 직분에 충실했을 뿐이다. 코히바지골로 한 개비를 뽑아서 불을 붙였다. 줄담배를 피우기는 처음이었다.
******
“와킬, 실수하는 바람에……. 죄송합네다.”
선우현이 고개를 숙였다. 기회가 왔을 때 무치시바리아게를 흉내 냈다가 사달을 냈다. 짝퉁은 짝퉁일 뿐이었다.
“인연이 닿지 않은 거지. 정보는 뽑았나?”
죽은 놈을 살릴 재간은 없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죽을 때가 되니끼니 우선우선 털어놓고 갔습네다. 우빅사는~”
“시간없다. 위성전화를 열어서 보니파스에게 상황을 알리고 미군과 한 판 할지도 모른다고 전해라.”
블랙맘바가 말을 잘랐다. 보니파스가 노바 회원으로서 역할을 계속하려면 자리를 지켜주어야 한다. 자리를 지키려면 성과를 내야 한다.
“와킬이 나서면 양키도 탁없지비. 날래 통신하겠습네다.”
선우현이 위성 안테나를 설치하고 암호통신을 시작했다.
‘저걸 어쩐다?’
모르핀에 취해서 해롱거리는 헬렌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