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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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장 아수라33
방풍림 관리원이 딱인데 가젤을 불렀다간 위치 노출은 물론이고 격추당하기 십상이다.
“와킬, 오파츠가 뭐길래 보니파스래 미쳐 날뜁네까?”
선우현이 통신을 마감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
블랙맘바가 심드렁하니 반문했다.
“보니파스, 아니 프랑스가 미쳤습네다.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십억 달러 또는 마르티니크(Martinique, 카리브 해에 있는 프랑스 섬. 거제도 4배 면적)를 오파츠 수당으로 의결했답니다.”
“미쳤군!”
블랙맘바가 간단히 매조지했다.
“그렇디요. 넋 나간 개구리디요.”
선우현이 격하게 공감했다. 20억 달러면 북조선 인민이 몇 년간 먹을 곡물을 살 수 있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단순해서 좋구마!’
블랙맘바가 속으로 웃었다. 발사라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천하의 기물이다. 돈은 없으면 불편하지만, 너무 많아도 불편해진다. 노바토피아도 골치 아픈데 사탕수수나 재배하는 작은 섬나라를 받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미군은 어쩌고?”
“특별군사고문의 판단을 존중한답네다.”
“크크크, 보니파스다운 대답이군.”
블랙맘바가 낄낄 웃었다. 모른 체할 테니 박살 내라는 주문이다. 기호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개인적인 볼일도 봐야 할 시점이다. 혜영이 처형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귓전을 뱅뱅 돌았다.
미국은 사형제도도 없거니와 오파츠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즉결 처형할 만큼 무자비한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도 진득하니 눌어붙은 불길한 예감이 가시지 않았다. 인간은 특수한 환경에서 악마가 될 수도 있고 천사가 될 수도 있다.
“올롱게, 출발한다.”
블랙맘바가 엉덩이를 들었다. 선우현이 슬며시 글록을 뽑았다.
‘에미나이래 살려 둘 수는 없지비.’
퍽- 모르핀에 취해서 해롱거리는 헬렌의 이마에 총알이 박혔다. 블랙맘바는 모른 체했다. 살려주고 싶어도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
세르비아 청년이 울린 사라예보의 총성이 세계 1차대전을 불렀듯이 헬렌이 응판와자에서 울린 총성이 수백만의 목숨이 사라지는 이투리 혈사를 불렀다. 엄청난 불장난을 친 주범치곤 평온한 죽음이었다.
‘와킬, 죄송합네다. 우직한 망치 중에 나처럼 손에 오물을 묻히는 놈도 한 놈쯤 있어야 하지 않겠습네까.’
선우현이 헬렌의 시체를 천길 절벽에 집어 던지고 밀로비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와킬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골수까지 붉은 물이 든 놈이 노바토피아에 충성할 가능성은 없다. 솔직히 서열이 밀린다는 질투심도 작용했지만, 언젠가 등에 칼을 꽃을 놈과 함께할 수는 없었다.
“네놈은 네놈의 일을 했고 나는 내 일을 한다. 응무소주 이생기심!”
퍽- 선우현이 부처님 말씀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사체를 걷어찼다. 사체가 절벽 중턱에 걸린 구름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졌다. 소련이 투입한 비밀병기 스페츠나츠 우빅사 팀은 엉뚱하게도 미국이 아닌 블랙맘바의 손에 깨끗이 지워졌다.
“끔찍한 놈이군!”
응가이 바위산 건너편 암봉에 은신해있던 그림자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스넼(снег, 눈)이라 불리는 KGB 관찰자였다. KGB는 특급 해외 공작을 벌일 때 작전팀과 별도의 능력자를 파견한다. 스넼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눈이란 뜻으로 작전에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관찰만 한다. 공작 책임자도 스넼의 존재를 모른다. 스넼의 보고가 또 다른 변수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이투리강 북쪽 지류인 에덴테 강은 험준한 화산성 지형을 흐른다. 하상계수가 높은 석회암 계곡을 통과한 에메랄드색 강물이 강변에 모래톱을 만들고, 흐릿한 물안개가 사시사철 계곡을 감싸고 돌았다.
이투리 정글이 마냥 악마의 숲은 아니다. 수면을 박차고 튀어 오르는 물고기, 한가로이 수면을 비행하는 물수리, 은빛으로 빛나는 모래톱은 한 폭의 그림엽서처럼 평화로웠다.
모래톱에서 어슬렁거리던 악어가 짙은 물안개가 낀 관목숲으로 접근했다. 우웅- 안개가 요동쳤다. 퍽- 물안개 속에서 날아온 돌멩이가 악어 콧등을 강타했다. 겔겔겔- 화들짝 놀란 악어가 짧은 다리를 놀려서 강물에 풍덩 뛰어들었다.
검은 쫄쫄이를 입은 작달막한 남자가 안갯속에서 튀어나왔다. 쫄쫄이는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안갯속으로 사라졌다.
“시바타, 뭔가?”
바위 속에서 총을 든 쫄쫄이가 툭 튀어나왔다.
“악어!”
“죽였나?”
“큰일 날 소리! 대사부가 물고기 외에는 동물을 죽이지 말라고 하셨다.”
“젠장, 수련 리듬이 깨졌어. 음양진은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이 취약하단 말이야.”
“하몽 술사가 알아서 보완하겠지. 온천욕이나 해야겠어.”
쫄쫄이가 투덜거리며 사라졌다.
음양진은 화기와 수기를 배터리 삼아 구축한다. 지표 가까이 마그마가 들끓고, 풍부한 강물이 흐르는 에덴테 계곡은 하몽 가문의 음양술사가 은신처 결계를 구축하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부족한 요력으로 인해 블랙맘바가 싹쓸이했던 야마나시 콜렉션 음양진에는 턱도 없이 취약했지만, 외부 시선을 속이고, 닌자 40명과 내조실 요원 20명이 은신하기에는 공간이 충분했다.
음양진 안쪽은 필로티 구조 고상옥 십여 채가 칠성 진을 구성하고, 국자 부분인 공터에 발목 굵기의 대나무가 빼곡히 박혀있었다. 훈도시 차림의 닌자 30명이 대나무 위에서 신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히가시혼간지 본종에서 지원한 이대 제자와 상인 경지에 들어선 삼대 제자들이었다.
유까다 차림으로 자단목 평상에 앉아 차를 마시는 초로인은 금호강에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해서 도주한 최도식이었다. 최도식의 그림자가 된 38호(화자)는 무릎을 꿇고 차를 우려내고 있었다.
파삭- 화강암을 깎아 만든 찻잔이 박살 났다. 쏟아져야 할 찻물이 공간에 매달렸다. 화자가 찻잔을 들어 올렸다. 허공에 둥둥 떠 있던 찻물이 공간을 가로질러서 새 찻잔에 주르륵 담겼다.
“후, 아직도 멀었군!”
최도식이 팔을 뻗어서 찻잔을 잡았다. 밤낮없이 노력했지만, 의수와 연결된 신경절과 뇌파 영동이 수시로 엇박자를 냈다. 집중력이 조금만 흩어져도 전기 신호가 강도가 흐트러졌다. 의족도 마찬가지였다. 전투력은 증강했지만,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고르곤과 같은 재질인 탄소나노튜브 의수는 5톤 중량을 인양할 수 있지만, 섬세한 동작이 취약했다. 수련 중에 박살 난 달걀과 유리잔만 수만 개였다. 90% 적응했지만, 나머지 10%가 문제였다. 통제되지 않는 십 할의 파워는 통제되는 일 할의 파워만 못하다.
“빠가야로 로쿠데나시!(죽일 놈!)”
구린내 나는 강바닥을 기어서 도망쳐야 했던 그 날의 치욕이 떠올랐다. 놈에게 팔을 잃고 다리를 잃었다. 다음에 만나면 모가지를 자른다고 고함치던 놈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무라마사, 암혼지주망, 고르곤, 삼종 법기와 팔다리까지 잃고 상갓집 개처럼 강바닥을 기어서 도망쳤던 기억이 심장을 활활 태웠다. 파삭- 들고 있던 찻잔이 또 박살 났다. 뜨거운 찻물이 유까다 자락을 적셨지만, 분노에 사로잡힌 최도식은 느끼지도 못했다.
“모모시타 센세이!”
쫄쫄이가 허리를 구십 도로 꺾었다. 최도식이 고개를 들었다.
“로스께 감시조가 복귀했습니다.”
“보고해!”
대답은 화자의 입에서 나왔다. 목소리가 이빨이 마모된 헬리컬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파찰음처럼 거칠었다.
‘근본도 없는 년이!’
쫄쫄이가 눈썹을 실룩였다.
“뭐야?”
화자가 곤도를 쏘아보았다. 괴뢰응귀술로 강시화한 화자의 눈동자는 생기가 없었다. 곤도는 퀭하니 열린 눈동자에 흠칫했다.
“사사끼! 보고하라.”
두 눈만 빼꼼히 드러낸 쫄쫄이가 무릎을 꿇었다.
“대사부께 보고합니다. 로스께 첩보원이 포함된 마이마이 부대가 테투리 강변에서 전멸했습니다. 송구하게도 로스케의 종적을 놓쳤습니다.”
쫄쫄이가 머리를 땅바닥에 쿵 박았다.
“뭐라! 주술사 부대와 로스께다 전멸했다고?”
놀란 최도식이 말을 끊었다.
“하잇, 습격자는 특급 스나이퍼 부대로 판단됩니다. 흔적으로 볼 때 다섯 명이 강을 건너서 퇴각했습니다.”
“습격자는 아메코인가?”
“전투 흔적으로 볼 때 습격자는 둘 또는 셋입니다. 아메코 프레데터도 음벰베 부대와 로스께 특전대를 일방적으로 죽일 능력은 없습니다. 새로운 세력으로 추정됩니다.”
“헐, 일조와 삼조는 뭣하고? 로스케를 추적하던 하몽 술사는 뭘 했나?”
최도식의 목소리에 노기가 실렸다.
“일조와 삼조는 동서로 찢어진 마이마이 게릴라를 추적 중입니다. 이조와 하몽가 제자는 당했습니다.”
“죽었다고?”
“맹수에 당한 듯 목이 부러지고 갈가리 찢어졌습니다. 매장하고 표식을 남겼습니다.”
“으음, 프레데터!”
최도식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이투리 정글에 사나운 독물이 많지만, 혼자도 아닌 셋이 한꺼번에 당할 만큼 강력한 독물은 없다. 닌자와 술사는 창과 방패다. 닌자 둘과 술사의 조합을 격파할 존재는 아메코가 풀어놓은 프레데터밖에 없다.
“물건의 행방은?”
제자들의 희생이 안타깝지만, 물건의 행방이 먼저다.
“로스케의 능력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사라진 로스께는 납치당했습니다.”
“아메코는?”
“아직 급변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꼬리는 붙였나?”
“하잇, 이와내와 구로다가 추적 중입니다.”
“요시! 물건을 얻든 정보를 얻든 로스케를 영격한 놈이 열쇠다. 본 종이 살아나려면 무조건 물건을 손에 넣어야 한다. 제자들은 준비하라.”
최도식이 벌떡 일어났다. 물건이 제삼자에게 넘어가고, 아메코가 우왕좌왕할 때가 기회다. 그는 본능적으로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임을 느꼈다. 블랙맘바와 최도식의 악연은 아프리카에서 이어졌다.
******
그린존 캠프,
회의실 분위기는 삶은 배추처럼 축 처져 있었다. 에이태킴스 공격은 주효했지만, 프레데터와 쉐도우는 우빅사 사체 여덟 구만 찾았다. 썩은 장미와 오파츠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투입된 해병 여단은 몰려든 게릴라를 상대로 총질하는 실정이다.
“멕퍼슨, 해병대는 철수하라. 거지들을 상대로 병력 손실을 볼 이유가 없다. MLRS를 준비하라.”
신임 사령관 다이슨의 눈빛은 칼날 같았지만, 목소리는 온화했다.
“넵, 알겠습니다.”
“미셀 중령, 오파츠 행방은?”
“우빅사는 마이마이와 합류해서 키상가니와 브니 방향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놈들을 궤멸했지만, 유인 부대였습니다. 뒤늦게 남하한 게릴라 부대를 림보 중대가 따라붙었습니다.”
“구더기 같은 놈들! 탐사 성과는 있나?”
“죄수가 오파츠를 습득한 지역에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지만, 아직 성과는 없습니다. 여자는 트루먼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저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다이슨이 얼굴을 찡그렸다. 트루먼 교도소는 악질 중범죄자를 수감하는 악명높은 군 교도소다.
“국가 반역죄를 저지른 년입니다. 더러운 것들에게 가랑이가 너덜거리도록 뜯겨야 마땅한 년입니다.”
미셀이 이를 갈았다. 조직과 자신의 앞날을 밝혀줄 오파츠가 사라지고,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보았다. 그 모든 시발점이 연구원 린이다. 사고사로 처리해도 문제 될 게 없지만, 혹시나 해서 계속 심문 중이었다. 이젠 별 기대도 없이 괴롭히는 수준이었다.
“미셀,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보지. 그녀는 보기 드문 미녀다. 미녀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맥킨리가 제동을 걸었다.
‘변태 새끼!’
미셀이 가자미 눈으로 캠프 소장을 흘겨보았다. 맥킨리는 성도착증이 있다. 사령관 자리를 뺏긴 스트레스를 더러운 짓거리로 풀고도 남을 인간이다. 보안대장으로서 고문은 하더라도 추잡한 짓거리는 용납할 수 없었다.
“맥킨리 장군이 알아서 하시오. 작전 통제실에서 보고를 받겠다.”
다이슨 준장이 일어났다. 작전통제실 설비가 끝났으니 자신의 집무실도 옮겨야 한다.
“안내하겠습니다.”
미셀이 앞장섰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깊숙이 내려갔다. 띵- 엘리베이터가 정지했다.
“후세인의 방공호보다 튼튼하겠어.”
다이슨이 감탄했다.
“암반을 30m 굴착했습니다. 콘크리트 두께만 70인치입니다. 일만 파운드 벙커버스터를 쏟아부어도 끄떡없습니다.”
함머 중령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젠장, 죽 쒀서 개 준다더니.’
맥킨리는 가슴이 쓰렸다. 항공우주센터 통제실에 버금가는 작전 통제실은 자신의 작품이다. 밤낮으로 공병대와 기술자를 들볶아서 만든 시설을 손도 못 대보고 다이슨에게 넘겨야 했다.
위잉- 두꺼운 강철 문이 열렸다. 정보전 군속 수십 명이 콘솔에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통제실 삼면을 덮은 모니터가 CCTV와 첩보위성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이투리 정글은 넓어도 너무 넓었다. 그린존을 전담하는 정지위성 페가수스도 캐노피로 인해 정찰 한계를 드러냈다. 위원회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서 CCTV와 감청기를 무진장으로 뿌리고 종합 전투정보실을 구축해서 오파츠를 쫓았다.
“굿모닝 써!”
깡마른 소령이 일행을 맞았다. DIA가 파견한 정보전 담당 워머 소령이었다.
“수고하네!”
“시스템이 가동된 직후라 축적 데이터가 부족합니다. 테투리에서 흥미로운 교전이 벌어졌습니다.”
워머가 화면을 재생했다. 짙은 녹색 화면이 줌업 했다. 테투리 인근 이투리 지류와 처참한 전장 상황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