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699
x 699
제63장 아수라34
워머 소령이 1분 분량의 위성 사진을 재생했다.
“……청음기와 위성 자료에 의하면……. 우빅사 잔당은 남하한 세 번째 그룹에 포함……. 테투리 강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게릴라는 전멸……. 우빅사 잔당은 전투 중에 강을 건너서 도주했습니다.”
“추적을 붙였나?”
“쉐도우와 사이킥 헌터가 추적 중입니다만,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맘바사 남쪽 지역엔 청음기가 너무 부족합니다.”
“잠깐, 뒤로 돌려라. 확대!”
다이슨의 눈이 번쩍했다. 바위에 엄폐한 인영이 흐릿하니 나타났다.
“화면이 좋지 않군.”
“수증기 때문입니다. 이투리 정글이 뿜어내는 수증기량이 미시시피 강을 채울만큼 됩니다. 페가수스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도 정오를 전후한 3시간 외에는 장님이 됩니다. 상시 위성 정찰 가능 지역은 5%에 불과합니다.”
“빌어먹을 이투리!”
맥킨리가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정글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이어 이번에도 발목을 잡았다. 젊은 시절엔 베트남에서 땅굴을 뒤지느라 죽을 고생을 했는데 늙어서는 아프리카에 정글에서 두더지를 잡느라 진을 빼고 있다. 한국의 환락가와 일본 여자가 그리웠다. 책임을 벗어난 맥킨리는 한가했지만, 다이슨은 바빴다.
“총기 종류를 알 수 있나?”
워머 소령이 화면을 확대하고 수차례 보정했다.
“총신 길이로 볼 때 PPK, 아니 드라구노프로 추정됩니다만, 소음기와 탄창의 형태가…….”
“원판을 그대로 사용하란 법은 없지. 드라구노프다. 사진은 이것이 전부인가?”
“엣썰, 판독 가능한 사진은 지금 보신 것이 전부입니다.”
“아쉽군. 페가수스가 초당 몇 프레임을 찍나?”
“초당 10프레임입니다.”
“프레임을 잘라라.”
비디오 화면이 사진 화면으로 전환되었다.
“윽!”
워머의 눈이 커졌다. 화면이 두세 개 지나갈 때마다 총구 화염이 번쩍였다. 스나이퍼가 반자동 저격총을 초당 3~4회 격발했다는 의미다.
“드라구노프 맞아?”
“오우 노! PPK나 미니미 아녀?”
사진의 의미를 알아차린 정보 담당자들이 입을 쩍 벌렸다. 경기관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격발 타임이었다. 워머가 화면을 전환했다. 마체태에 잘리는 사탕수수 대처럼 우수수 쓰러지는 게릴라가 디스플레이에 나타났다. 떠들던 입들이 조개처럼 닫혔다.
“미셀, 궤멸당한 쪽이 게릴라 특수 부대라고?”
“엣썰, 상급 주술사 주르지 중령이 이끄는 음벰베 특전대입니다. 놈들은 다양한 주술을 사용해서 정글을 안방처럼 헤집고 다닙니다. 놈들의 손에 희생된 쉐도우와 해병 정찰대만 백 명이 넘습니다.”
“그러니까 스나이핑 라이플을 기관총처럼 쏘는 저격수가 신출귀몰하는 음벰베 특전대를 깨끗이 지웠다. 생각나는 것 없나?”
다이슨이 책임자들을 둘러보았다. 회의 테이블에 정적이 감돌았다.
“설마!”
맥킨리가 눈을 부릅떴다. 위원회가 요주의 인물로 지정한 인물 중에 스나이퍼는 둘이다.
“그 설마가 맞을 거요. 사진 자료가 부족해서 전후 상황을 추론할 수밖에 없지만, 놈은 블랙맘바요.”
다이슨이 낙인을 찍듯이 단언했다.
“블랙맘바!”
“칸마!”
프리메이슨과 DIA 관련자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정보계통 인물치고 레전드 오브 레전드라 불리는 오셀롯, 블랙맘바, 아바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셋 중 격이 떨어지는 블러드 히트맨 오셀롯은 실종된 지 수년이 지났고, 파멸자 아바돈은 카파루자 계곡에 매몰되었다.
죽음의 천사 블랙맘바는 가공의 인물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수년 전 까날쁠리 방송사 발리사리 기자의 폭로로 DGSE 컨설턴트임이 밝혀졌다. DGSE가 급하게 덮었지만, CIA와 KGB, 모사드 등 강력한 정보기관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함머, 경계 강화하라.”
“엣썰!”
맥킨리의 지시를 받은 경비 책임자 함머 중령이 벌떡 일어나서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블랙맘바는 DIA, CIA는 물론이고 프리메이슨 내부에서도 특급 요주의 인물이다.
“미셀, 17연대 연대장을 호출하라.”
“엣썰!”
다이슨이 전화기를 들었다.
“리처드, 대적자가 출현했다. 놈은 강력한 스나이퍼다. TP3 지역 정찰 소대가 위험하다. 중대 아니 대대를 증파하라.”
“키홀을 맘바사 상공으로 이동하라.”
“쉐도우 정찰대 준비!”
회의실이 갑자기 죽 끓듯 끓어올랐다. 멕퍼슨 대령을 비롯한 해병대 지휘관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이슨 준장을 쳐다보았다. 블랙맘바가 뭐길래 야단법석이란 말인가?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면목없습니다.”
일련의 조치를 끝낸 워머 소령이 고개를 숙였다.
“나와 자네는 부임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KGB가 은타간타와 손을 잡고, 블랙맘바가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나. 우리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거지.”
“시스템 가동률을 높이고 데이터가 축적되면 블랙맘바든 우빅사든 움직임을 훤히 알 수 있습니다. 초토화 작전과 모루 작전을 병행하면 능력자 아니라 악마라도 때려잡을 수 있습니다.”
워머는 자신만만했다. 최첨단 정찰 장비, 기갑을 방불케 하는 프레데터, 정신 동력을 쓰는 초능력자, 무장이 충실하고 잘 훈련된 해병대 두 개 연대, 쉐도우 대대까지 동원되었다. 쥐새끼와 악마를 잡지 못하면 망신이다.
“워머, 전장에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손 털고 나온 코티(Rene Coty, 1954년 베트남 전쟁을 포기한 프랑스 대통령)를 멍청하다고 비웃은 우리가 손 털고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청구를 먹은 워머가 고개를 숙였다. 다이슨은 속으로 혀를 찼다. 블랙맘바는 자신감으로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사령관님, 블랙맘바는 사이킥 혼터와~”
“영빈관에 연락해서 아담 부장을 불러라.”
다이슨이 미셀의 말을 막았다. 해병대 지휘관들이 51구역의 프레데터를 깊숙이 알아서 좋을 게 없었다.
******
테투리 강변, 블랙맘바가 강변을 이탈한 지 채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파커 중위가 이끄는 해병 정찰 소대가 도착했다.
“오! 마이 갓!”
퍼커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소대원들도 멍하니 전장을 바라보기만 했다. 강변 모래톱과 관목 지대가 시체로 덮이고 피로 물들었다. 수백만의 이투리 청소부들이 정찰대보다 먼저 시체를 차지했다.
선혈이 채 굳지도 않는 시체에 새카맣게 달라붙은 파리와 이름 모를 각종 스케빈저, 빠드득빠드득 뼈를 으깨는 하이에나 무리, 괴성을 지르며 내장을 다투는 독수리떼, 시체를 물고 죽음의 트위스트를 추는 악어떼…….
“으으~”
신참 해병대원이 후다닥 구석으로 달려가서 웩웩 토했다. 고참병도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울렁대는 속을 다스렸다. 총상 파편상을 당한 시체는 익숙했지만, 육편으로 썰린 시체가 질펀하니 쏟아낸 내장과 흩어진 팔다리를 다투는 청소 동물의 광란은 전투 경함이 많은 고참병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빌어먹을! 쫓아라.”
탕탕탕- 정신이 번쩍 든 해병대가 소총을 난사했다. 끼아악- 끼악- 케룩- 케룩- 총성에 놀란 독수리가 후두둑 날아오르고 하이에나가 뒤를 흘끔거리며 물러났다. 파커 중위는 전장을 정리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통신병, 지원 요청하라.”
“엣썰!”
애앵- 숲에서 피 냄새를 맡은 파리떼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총 맞아 죽은 하이에나와 독수리가 순식간에 파리떼로 덮이고 배를 뒤집은 악어 주변은 몰려든 육식 물고기로 부글부글 끓었다. 이투리 정글에서 일상사로 벌어지는 일이다.
“으~ 싫다 싫어!”
파커 중위가 진저리를 쳤다. 당장 전역계를 내고 싶었다.
“써, 10분 후 도착합니다. 컥!”
통신병이 목을 움켜쥐고 풀썩 자빠졌다. 경동맥에 50센트 동전 크기의 얇은 철편이 깊숙이 박혔다.
“뭐얏? 크악!”
파커가 펄쩍 뛰었다. 가느다란 쇠꼬챙이가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 급격히 어두워지는 시야를 시커먼 인간들이 가득 채웠다.
‘빌어먹을, 전역계를 냈어야 했는데…….’
의식이 툭 꺼졌다. 핏핏핏- 표창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습격자는 강하고 빠르고 독랄했다. 투척 무기가 심장을 구멍 내고, 예리한 칼이 목을 잘랐다. 발밑에서 튀어나온 칼은 발목을 잘랐다.
“크악!”
“아악, 땅속!”
“으악, 나무다!”
땅속에서 송곳이 튀어나오고, 나무와 바위가 적으로 변하고, 하늘에서 칼날이 떨어졌다. 닌자는 은신과 잠입, 암살에 특화된 존재다. 열대 우림은 닌자들이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전장이었다.
근접 살육전 경험이 없는 파커 소대는 사꾸라단이 덮친 지 단 20초 만에 총 한 발 쏘지 못하고 전멸했다. 최도식과 화자가 나설 가치도 없는 일방적 도살이었다.
“타격 표적 접근 중!”
후속대 접근을 감지한 하몽 술사가 경보를 발했다. 사사삭- 닌자 집단이 땅과 나무, 바위와 동화했다. 최도식은 망설이지 않았다. 일본과 미국의 역학관계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한 텀이 지나서 도착한 지원 중대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엄폐물에서 칼날이 튀어나오고, 하늘에서 내려온 올가미가 목을 걸고, 땅에서 솟은 창날이 꼬치처럼 꿰는 데야 당할 수가 없었다.
공포에 질린 해병대원 십여 명이 강에 뛰어들었지만, 그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일렉나크리가 새카맣게 달려들어 뼈만 남기고 살을 뜯어갔다.
“후지모리상, 끝났소.”
-대사부, 수고했소.
전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첩보원들이 튀어나왔다. 내조실은 후지모리 과장을 책임자로 첩보원 20명을 파견했다. 그들의 임무는 기술적인 도움이지만, 최도식은 허드렛일을 챙기는 몸종 정도로 여겼다.
“아메코측에 단서를 남길 필요 없다. 찾아라!”
사사삭- 닌자가 일제히 유류품 수집에 나섰다. 오파츠가 남아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었지만,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는 법이다. 첩보원들은 게릴라 시체를 늪에 던져넣었다.
“사부!”
사라졌던 화자가 시신 두 구를 메고 왔다. 블랙맘바를 기습했던 세브첸코와 쫄쫄이였다.
“로스케는 충격파에 내장이 파열되고, 하몽 3호는 뇌가 곤죽이 되었군.”
최도식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로스케 복부에 뚜렷이 새겨진 회오리 문양은 고밀도로 압축된 충격파가 쓸고 지나간 흔적이다.
하몽 3호를 살상한 격산타우 수법은 장로급이면 가능하지만, 인간을 살상할 정도로 강력한 기파를 뿜는 인간은 없다. 아니 자신이 아는 바로는 딱 한 명 있다.
‘설마!’
최도식이 머리를 저었다. 37호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그리고 37호는 난잡하고 거친 수법으로 살상하지 않는다. 37호가 아니라면 또 다른 강적이 출현한 셈이다.
“어디냐?”
“강 건너.”
화자가 감정 없는 어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모시타 센세이, 이탈해야 합니다.”
후지모리가 재촉했다.
“요시, 가자!”
최도식은 블랙맘바가 우빅사를 생포한 지점에서 상당한 단서를 확보했다. 이동 경로를 파악한 그는 응가이까지 어렵지 않게 추적했다. 응가이 바위산 아래서 곤죽이 된 남녀 시체를 찾아낸 후지모리가 만세를 불렀다.
“센세이, 미군 캠프를 탈출한 바로 그 여자요.”
“찾아!”
닌자들이 달려들어 시체 두 구를 산산조각냈다. 항문과 국부, 위장은 물건을 은닉하기 좋은 장소다.
“대사부님, 없습니다.”
사사끼는 차마 똥밖에 없다는 말은 못했다.
“추적합시다.”
후지모리가 서둘렀다.
“서두르지 마시오.”
최도식이 머리를 흔들었다.
“모두 주목!”
“하잇!”
히가시혼간지 문하생들이 칼같이 정렬했다.
“기격을 쓰는 무서운 놈이 있다. 로스케는 방탄 헬멧을 쓴 채로 손바닥에 맞았다. 기파가 헬멧과 두개골을 통과해서 뇌를 흔들었다. 놈은 일시적으로 코마에 빠진 로스케를 이곳으로 옮겨서 고문했다. 놈은 내가고수다.”
“대사부님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강격은 내가 앞설지 모르지만, 정교한 컨트롤은 놈이 나보다 앞선다.”
“소 손나!(그럴 수가)
“이야!(저런)
닌자들이 감탄사를 뱉었다. 적의 실력이 아니라 자존광대한 대사부가 적을 칭찬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후지모리상, 지나(支那, 일본인이 쓰는 중국인 비칭)가 한 다리 걸친 것 같소.”
“아니오. 중국 첩보팀은 아메코 괴물과 싸우다 전멸했소. 추가로 진입했다는 정보는 없소.”
후지모리가 머리를 흔들었다.
“강물은 어제 강물이 아니고 솔잎이 늘 푸르게 보여도 지난해 솔잎이 아니오. 단정 짓지 마시오.”
“중국이든 뭐든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추적합시다.”
후지모리가 가마솥 뚜껑에 콩 튀듯 서둘렀다. 쩍- 찰진 타격음이 울렸다. 후지모리가 팽이처럼 한 바퀴 돌아서 푹 쓰러졌다.
“건방진 놈! 감히 대사부님 말씀을 씹어? 우리 제자들은 한 달이 지나도 흔적을 놓치지 않는다.”
이대 제자 사사끼가 눈을 부릅뜨고 후지모리를 노려보았다. 능력도 없는 놈이 버르장머리도 없었다.
“죽고 싶나?”
차차착- 내조실 에이전트가 일제히 총을 들어 올렸다.
“그만!”
후지모리가 손자국이 뚜렷이 남은 뺨을 쓰다듬으며 일어섰다.
“우리는 대화혼을 이어받은 황국 신민이다. 대사를 앞두고 낯뜨겁게 자존심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지휘권은 모모시타 센세이에 있다.”
후지모리가 쿨하게 물러났다.
“사사끼, 후지모리상께 사과하라.”
“하잇, 죄송합니다.”
“벌써 잊었소.”
후지모리가 쓴웃음을 지었다. 자존심 강하고 앞뒤 막힌 닌자들과 다퉈봐야 임무만 힘들어진다.
“지금부터 총기 사용을 허락한다. 적은 내가고수다. 접근전을 피하고 화기로 제압한다.”
“하잇!”
“요시! 추적한다.”
상대가 블랙맘바임을 모르는 최도식은 턱도 없는 지시를 내렸다. 지구 최강 스나이퍼를 상대로 총격전이 먹힐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