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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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레종 에뜨랑제 7
프랑스군 제식 저격총인 에팔, 이스라엘제 가릴, 독일의 PSG1, 미국의 M40이 테이블에 널려있다. 인간이 인간을 효과적으로 죽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각종 정밀 무기가 번들거리는 몸체를 자랑했다.
정밀도 0.7MOA를 자랑하는 PSG-1은 4만 프랑을 호가하는 귀족 저격총이다. 미 해병 제식인 M40도 정밀도 1MOA와 1,000m 유효거리를 자랑한다. 용병치고 뛰어난 무기에 환장하지 않는 놈이 없다. 삐에프는 꼬레앙 팍의 마음을 사기 위해 작심하고 배팅했다.
“드라구노프!”
무쌍은 간단히 대답했다.
“뭣? 4만 프랑짜리 귀부인을 마다하고, 2천 프랑짜리 부엌데기를 안겠다고?”
이런 얼뜨기 촌놈이 있나? 꼬레앙 팍은 주머니에 들어오는 4만 프랑을 걷어찼다. 삐에프는 깜짝 놀랐다. 정히 드라구노프가 마음에 들면 PSG-1을 선택해서 팔아먹으면 된다. 순진한 꼬레앙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유가 뭐냐?”
“튼튼하다. 연타력 좋다.”
“명중률이 떨어진다.”
삐에프는 말을 하고도 아귀가 맞지 않음을 느꼈다. 팍은 처음 잡은 드라구노프로 올 킬 능력을 발휘했다.
“내가 알아서 한다.”
“좋다.”
삐에프는 두말없이 드라구노프를 선물했다. 2,000프랑으로 갓 급 스나이퍼를 낚았다. 그야말로 새우 미끼로 참치를 낚은 격이다. 삐에프는 진급 사다리가 되어줄 꼬레앙이 귀여워서 어쩔 줄 몰랐다. 무쌍의 본질은 애완동물이 아니다. 맹수, 아니 괴수다. 삐에프의 연분홍빛 희망이 결실을 거둘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과에 스나이퍼 훈련이 추가되었다. 고달파진 무쌍의 입이 댓 발이나 튀어 나왔다.
‘지기미, 오 푼을 감춰도 지랄이네. 사부님 말씀이 맞았어.’
스나이퍼 훈련은 고통과 고통을 극복하는 인내의 연속이다. 군사 훈련 중 극악하기로 단연 톱이다.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버스는 떠났다. 군대는 까라면 까야 한다. 그래서 처음 줄을 설 때 잘 서야 한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전쟁사 연구에 따르면, 1차 세계대전 당시에 1명의 적군을 죽이는데 7,000발의 실탄이 소모되었다. 베트남 전쟁은 3배가 넘는 25,000발이 소모되었다.
1980년 달러화 기준 5.56mm나토탄의 한 발 생산 원가가 0.7달러다. 물론 미국 생산 원가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북베트남군 1명을 죽이기 위해 총알값만 17,500달러를 소모시켰다는 이야기다.
그 돈이면 웬만한 샐러리맨 1년 연봉이다.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가능한 이야기다. 전쟁의 비효율성과 낭비는 고대 현대할것없이 극악의 정점을 달린다.
프랑스 DGSE의 자료에 의하면 스나이퍼가 적 한 명을 죽이는데 소요되는 실탄은 평균 1.3발이다. 목숨 하나를 날리는 값이 1달러다. 베트남전과 단순 비교하면, 스나이퍼는 17,500달러어치의 총탄으로 17,500명 즉, 1개 사단에 여단을 덤으로 붙여서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목숨값이 커피 한 잔보다 못하다.
볼테르는 ‘신은 병력이 많은 군대를 편들지 않는다. 적군을 잘 맞히는 좋은 군대의 편을 들어준다.’고 말했다. 볼테르의 말을 빌리자면 명사수를 많이 보유한 군대가 좋은 군대다. 스나이퍼의 존재는 엄청난 효율성은 물론 단위 전투의 전황을 바꿀 만큼 심대하다고 할 수 있다.
군대의 존재 의의는 전쟁 대비다. 군인의 존재 의의는 전쟁 억지력과 적군 말살이다. 충분한 훈련과 풍부한 실전이야말로 훌륭한 군인, 좋은 군대의 바탕이다. 훈련과 경험이 부족한 군대는 숫자가 많아 봐야 오합지졸이다. 게다가 지휘관마저 무능하면 군은 빗방울 맞은 개미 새끼에 불과해진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637년 1월에 있었던 쌍령 전투다. 이 전투는 우리 역사상 가장 황당하고 낯부끄러운 전투로 회자된다.
겁 많은 인조는 홍타이지 군의 맹격에 전투 한 번 치르지 못하고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고립된 인조를 구하기 위해 출병한 조선군은 경상좌도 병과 경상우도 병으로 4만 대군이었다. 연려실기술과 병자록에 기록된 사료다.
믿을 수 없게도 4만 대군이 쌍령에서 단 3백의 청병에게 참패했다. 3백이란 숫자가 의심스럽긴 하지만 처참한 패배는 사실이다. 당시 조선군 병사 태반이 조총 병이었다. 신무기인 조총으로 무장한 조선군이 창칼을 휘두르는 구식 청병에게 박살 난 치욕적인 전투가 쌍령 전투다.
기록에 의하면 경상좌병사 허완은 휘하 조총병들에 10발의 탄환을 분배했다. 오합지졸인 군사들은 아무렇게나 탄환을 소비했다. 2만 군사 중 절반만 조총을 쏘아도 100,000발이다.
현대 참호전도 아니고 100,000발의 탄환을 소비해서 청군 300명을 분쇄하지 못했다. 이해 못 할 상황이다. 탄환을 소모한 병사들은 서로 탄환을 먼저 분배받으려고 밀치고 당기며 혼란을 일으켰다.
그 틈에 청군의 군마가 돌격했다. 겁에 질린 군사들이 서로 도망가려고 우왕좌왕했다. 청군의 기마가 개미 새끼처럼 도주하는 조선군 추적했다. 병사 수천 명이 아군에게 밟혀 죽었다. 나머지 수만 대군은 모두 달아나 버렸다. 허완 본인도 부하들에게 밟혀 죽었다.
경상우병사 민영은 미리 탄약을 분배하지 않았다. 청군과 조우하고서야 부랴부랴 탄약을 분배했다. 그 와중에 민영에게 유감이 있던 군사가 탄약 저장고에 불을 질러 버렸다.
군영에서 탄약이 폭발하자 오합지졸인 군사들은 난리가 났다. 이 틈에 청병 기마대가 돌격하자 서로 밟아 죽이며 도망가 버렸다. 결과는 허완이 이끄는 경상좌병사와 다르지 않았다. 민영 역시 부하들에게 밟혀 죽었다.
쌍령 전투에 대한 이설(異說) 다수 있지만 허완과 민영이 황당한 대패를 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몇 가지 사료에 따르면 당시 쌍령 전투에 임한 조선군은 최소 1만 최대 4만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침만 뱉어도 청군이 익사할 머릿수다.
훈련받지 못한 오합지졸 군사, 무능한 지휘관, 전장 공포가 상승 작용을 일으킬 때 벌어지는 황당한 사례다.
명 초, 유기가 지은 백전기략(百戰奇略)에 의하면 ‘정예 장수와 병사를 선발하지 않은 군대는 반드시 실패한다.’고 하고, 이를 선전(選戰)이라 했다. 동서고금의 전사를 불문하고 승리 요건은 잘 훈련된 병사와 유능한 장수가 첫째다. 이순신 장군이 왜적을 판판이 박살 낸 바탕엔 그가 힘써 기른 유능한 포술병이 있었다.
삼국지의 오호 대장군 황충은 활 실력으로 조자룡, 관우,장비, 마초와 함께 오호대장군이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스나이퍼의 전술적 효과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전장에서 스나이퍼는 전장 공포를 극대화하고, 상대방의 책동을 억제하는 최고의 히든카드다. 때로는 전투의 향방을 가늠하는 키가 되기도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을 맞아 싸운 핀란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핀란드 군은 효과적인 스나이퍼팀 운영을 통해 전력이 압도적인 소련군을 돈좌시키고 시간을 벌었다.
쌍령에서 40,000명의 오합지졸 대신 노련한 조총수 400명만 있었더라면 전사는 다르게 쓰였을 것이다. 조총수 4열 순차 방포만으로 기마 돌격하는 300명의 청군은 충분히 괴멸시킬 수 있다.
스나이퍼의 효용가치는 통계적 계산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곧추선 상태의 인간은 유효사격 면적이 0.42㎡로 계산된다. 그중 살상 면적은 40%인 0.16㎡에 불과하다.
미 국방성 통계에 의하면 유효탄 중 살상 면적 명중탄은 40%다. 나머지 60%는 팔다리나 귀 같은 비 치명적인 부분에 맞는다는 소리다. 방탄복을 착용하면 살상효과는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전투 시 멍청히 서 있는 병사는 없다. 엄폐 은폐하면 살상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그러면 4MOA 성능을 가진 돌격 소총으로 300m밖에 엎드려 있는 적을 사살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엎드린 상태에서 피탄 면적은 머리와 어깨를 더해서 450㎠ 정도다. 300m 사거리에서 4MOA 소총 최적의 기계적 사격 면적은 1,017㎠다. 피탄율 44%, 세 발중 한 발을 겨우 맞출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살상 면적 40%를 적용하면 16%다.
결국, 살상 범위에 들어가는 피탄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전장에서 실사격한다면 0.1% 피탄 확률도 어려울 것이다. 전장 환경에서 멍청히 서 있는 군인은 없다. 은폐. 엄폐한 군인을 사살할 확률은 다시 극악한 비율로 떨어진다.
베트남전에서 적군 1명 사살에 25,000발이 소요되었다는 통계가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세계 각국이 소화기 체계 개발 시 사거리 연장보다 명중률을 향상하려고 애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나이퍼의 효용은 심리적인 면에서도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전투에 임한 군인은 아드레날린이 폭발적으로 분비된다. 악에 받친 군인은 두려움을 보이지 않는다. 물론 초짜나 겁쟁이는 머리를 처박고 비명을 지르거나, 멘탈 붕괴로 정신을 놓기도 한다.
두려움 없는 군인의 이면에는 역설적으로 죽지 않는다는 심리가 작용한다. 설마 내가 총에 맞으랴 하는 기대심리가 의식의 기저에 깔렸다.
전술했듯이 실제로 전장에 쏟아지는 총탄은 대부분이 유탄, 눈먼 총알이다. 바로 옆의 전우가 총탄을 맞고 쓰러져도 놀라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수 만발 중 한 발이다. 즉, 나를 노린 총알이 아니다. 적의 유탄에 재수 없는 전우가 맞았다고 생각한다. 적을 향한 분노가 공포를 누르고 포촉발된다.
전쟁 영화에서 흔히 연출되는 오글거리는 장면이 있다. 피격된 전우가 친구의 이름을 부르다 숨을 거둔다. 마초 또라이가 참호를 뛰쳐나가서 분노의 돌격을 한다. 이것은 실제 전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장 공포보다 전장 광기가 우세해지는 현상이다.
스나이퍼가 노린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총탄은 한발 한발 정확히 대상을 노리고 날아든다. 총알이 옆 사람의 머리를 박살 내고 심장을 관통한다.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설마 내가 맞으랴 하는 회피의 기대 심리는 설 여지가 없어진다. 내가 노림을 당하고 있다는 공포 심리가 뇌를 장악한다. 피격된 전우의 사망은 분노가 아니라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머리가 터져 나가는 자신의 모습이 기명되기 때문이다. 뇌는 공황 상태에 빠져 버린다.
회피의 기대심리를 세렝케티 평원의 동물 다큐멘터리로 볼 수 있다. 수만 마리의 누 떼가 평원을 달려온다. 넓은 잠베지 강이 누 떼의 진로를 가로막고 있다.
강물 속에는 악어 떼가 우글우글 진을 치고 있다. 누 떼가 망설이는 것도 잠시다. 누 떼는 강물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어간다. 우리는 세렝게티 평원의 누 떼를 이해하지 못한다.
왜 누 떼는 천적이 도사리는 강물 속으로 닥치고 돌격하는 것일까?
가장 신빙성 있는 추론은 회피의 기대 본능이다. 수많은 개체 중에 악어에게 희생당하는 누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누는 그 틈에 무사히 도강한다.
누 떼 속의 개체들은 설마 내가 악어에게 잡아먹히랴 하는 회피 기대 심리가 작동한다. 슬프게도 누 떼를 이해 못 한다는 인간도 누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본래 ‘스나이퍼’라는 용어는 18세기 인도 주둔 영국군에서 나왔다. 인도 델리 지역 산림에 스나입(Snip)이라는 작고 민첩한 새가 많이 서식한다. 스나입은 작고 빠른데다 불규칙 비행을 하는 탓에 스나입은 총기 사냥감으로는 최악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깃털 색상이 숲과 동화되어 발견조차 어려웠다. 스나입은 발견하기도 어렵고, 명중시키기도 어려운 사냥감이다. 차라리 호랑이나 표범 같은 맹수를 쏘아 잡는 것이 백배는 손쉬울 노릇이다.
스나입 사냥을 스나이핑(Sniping)이라 했다. 스나이퍼(Sniper)는 ‘스나입을 잡는 사람’ 즉 명사수를 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스나이퍼가 스나이퍼라는 용어로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스나이퍼의 효용성이 무궁한 만큼 그 양성에 드는 재원과 기간 또한 만만치 않다. 레종 에뜨랑제의 경우 스나이퍼 소대가 되지엠 랩에 별도로 존재한다. 4중대 4소대다. 본격적인 스나이퍼 훈련은 에콜 수료 후 해당 연대에 배치된 후 실시 된다.
무쌍의 경우는 흑심이 있는 삐에프로 인해 소위 조기 교육을 받게 된 케이스다. 무쌍의 태평성대는 끝났다. 훈련병 신분의 무쌍이다. 까라면 까는 수밖에 없다.
EV는 언제라도 본인 의사에 따라 퇴소할 수 있다. 인내와 깡이라면 고래 힘줄보다 질긴 무쌍이다. 훈련이 힘들어졌다고 보따리를 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힘들어졌다고 해봐야 방태산 동굴 생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어학 공부를 할 시간이 줄었을 뿐이다.
훈련병이 모두 곯아떨어진 23시, 피레네 산맥의 이봉인 아퀴타봉 중턱이다. 무쌍은 자체 제작한 길리슈트를 걸치고 잠복 중이다. 사격 훈련장이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잡목림 속이다.
오늘의 훈련은 은신이다. 과제는 반경 250m 내에서 세 차례 위치 이동후 매복을 들키지 않으면 합격이다. 전직 스나이퍼인 훈련관 셋이 하이에나처럼 그를 찾아 다녔다. 들키면 재교육, 합격하면 글 록 17이 상품으로 걸려 있다.
삐에프는 비공식적인 훈련인 만큼 교활하게 채찍과 당근을 적절하게 구사했다. 경험 없는 훈련병은 대책 없이 휘돌렸다.
숲이 우거진 아퀴타 지역이지만 훈련관들의 앞마당이다. 경력 5년이 넘는 훈련관들은 근처 지리를 훤하게 파악하고 있다. 반경 250m를 벗어날 수 없다는 핸디캡까지 걸려 있는 훈련이다. 지리에 밝은 교관 셋의 눈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조또, 투명인간이 되라 카는 기가.’
짜증이 만방으로 났다. 동료들이 모두 자빠져 자는 오밤중이다. 이 무슨 도깨비놀음이란 말인가! 스나이퍼가 되겠다고 말이라도 했으면 억울하지 않다.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금기다. 조급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버틴 지 3시간이 지났다. 시계를 보지 않아도 생체 현상만으로 대충의 시간을 알 수 있다. 방태산 동굴에서 지네 한 마리를 잡으려고 24시간 동안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신선한 공기가 흐르는 산 중턱에서 몇시간 버티는 정도야 별것 아니다.
수분이 부족함을 인지한 뇌가 물을 강력히 요구했다. 목이 마르고 입안이 말라붙은 지 오래다. 피부가 간지러워지고 눈앞이 침침해졌다.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24시가 된다. 이 빌어먹을 훈련이 종료된다.
음식 조절을 했지만 참을 수 없는 요의가 느껴졌다. 조금씩 소변을 흘려 증발시키는 방법은 이류 스나이퍼의 수법이다. 암모니아 분자의 질량은 대기와 비슷하다. 지린내가 오래 남는다는 뜻이다.
암모니아 냄새는 의외로 멀리 퍼져 나간다. 인간도 훈련받으면 수십 미터 이내의 땀 냄새와 소변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무쌍은 오금연노법의 유마참장을 시전 했다. 혀끝을 입천장에 붙이고 회음혈 근육을 바짝 긴장시킨다. 의념으로 몸속 기운을 임맥과 독맥을 따라 돌린다. 쓔- 위턱에서 청량한 기운이 아래턱으로 쏟아졌다. 쏟아져 나온 기운이 온몸을 적시고 척수를 거쳐 뇌호혈로 들어갔다.
유마참장은 생리 현상까지 통제할 수 있다. 땀조차 피부 밖으로 내 보내지 않을 수 있다. 방광에 고인 소변이 서서히 신체 내부로 스며들었다.
스나이퍼는 스나이퍼가 잡을 수 있다. 고도의 훈련과 실전을 거친 스나이퍼는 본능적으로 저격 포인트를 선별할 수 있다. 스나이퍼가 은신한 위치를 잡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은신 지점을 간파당한 스나이퍼는 그 자신이 표적이 되어 버린다.
스나이퍼의 등급에서 사격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총기와 스코프의 발달 때문이다. 은신과 은폐, 지형지물 이용, 잠입과 퇴로 확보 스킬에서 스나이퍼의 수준이 결정된다.
무쌍은 방태산에서 최도식을 척살할 때 일시적으로 자연동화술을 체득했다. 무의식에 잠재된 당시의 깨달음이 스나이퍼 훈련을 통해 의식 표층으로 부상했다. 나는 바람이다. 나는 바위다. 나는 풀이다. 나는 흙이다. 무쌍의 기척이 서서히 사라졌다.
‘씨바 조또, 내가 앓느니 죽는다 죽어.’
무쌍은 불개미 한 마리의 끈질긴 공격에 이빨을 갈았다. 피레네 산맥에 서식하는 나시우스 나게르라는 이름을 가진 불개미는 덩치에 비해 집게가 크다. 나시우스 나게르는 재수 없게도 야행성 개미다.
아르헨티나 원산의 나시우스 나게르 불개미는 엄청나게 집요하다. 덩치가 작은 대신 큰 집게로 한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다. 떼어내면 몸통만 떨어지고 대가리는 그대로 물고 늘어진다.
프랑스 남부에 상륙한 나게르 불개미는 토종 개미를 밀어내고 피레네 산맥을 정복했다. 훈련소에서도 막사 내부로 파고들어 성가시게 하는 놈들이다.
‘아이구, 미친다 미쳐!’
콧등을 슬쩍 깨물어본 불개미가 무슨 억하심정인지 콧구멍을 파고들었다. 무쌍은 코를 결사적으로 벌름거렸다. 교관들은 전직 스나이퍼다. 스나이퍼의 눈과 감각은 일반인과 차원이 다르다. 지난 삼 일전 테스트에서도 막판에 방심해서 실패했다. 귓속에 들어간 날파리를 새끼손가락으로 후비다가 발각됐다. 여기서 움직이면 24시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어 버린다.
코가 움찔거리자 불개미가 화를 냈다. 먹이가 몸부림치면 개미는 공격성이 강해지는 곤충이다. 콧속의 여린 속살을 물고 늘어졌다.
‘끄으으윽!’ 비명이 절로 나왔다. 통증을 전하는 신경이 종횡으로 치달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개미의 일격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다. 매운 사부님의 명아주 지팡이가 그리울 지경이다.
그 와중에도 긴장한 근육이 경련을 일으킬까 두려웠다.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면 소음이 발생할 염려가 있다. 그는 경직되는 신체를 이완시키기 위해 악전고투했다.
그 사이 첫 번째 교관이 나무와 풀, 바위에 녹아든 무쌍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갔다. 콧속 점막을 물어뜯기는 고통은 화자가 찔러 대던 불에 달군 철사 못지않았다.
고통을 느끼면 비명을 지르거나, 아픈 부위를 잡고 뒹굴거나, 신음을 낸다. 그러한 행위가 통증을 경감시킨다. 통증을 전달하는 신경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무쌍은 통증을 경감시킬 어떤 시도도 할 수 없다. 비명은커녕 눈도 깜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부하가 걸린 머릿속에 수많은 번개가 내리치고 폭풍이 불었다.
무쌍은 세상에 이런 종류의 고통도 있음을 알았다. 이 세상의 개미란 개미는 모두 잡아 죽이고 싶었다. 나시우스 나게르란 종을 지우고 싶었다. 덧없는 바람이다. 당장 콧속의 특공대 한 놈도 해결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제노사이드는 턱도 없다.
그가 알기로 개미는 밤에 휴식을 취한다. 주행성이란 이야기다. 이놈은 몽유병에 걸린 개미임이 틀림없었다. 무쌍은 야행성 개미도 여러 종류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재채기가 터질 조짐이 농후해졌다. 그는 결사적으로 부교감 신경을 억눌렀다. 설익은 유마참장공으론 턱도 없다. 생각다 못해 콧물을 흘리려고 애를 썼다. 움직이지 않고 개미를 쫒아 내려면 홍수를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
모든 감각과 의념을 콧물을 흘린다는 의식에 집중했다. 수분이 부족한 몸이 쉽게 반응하지 않았다. 극악한 고통 속에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다.
‘오, 흐른다. 흘러!’
드디어 콧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감격과 환희가 회오리쳤다. 수백만 년의 인간 진화 프로세스를 이겨낸 위대한 인간 승리다. 오래 살지도 않은 인생에 콧물이 흐른다고 좋아할 줄이야. 죽일 놈의 나게르 불개미가 홍수에 밀려 콧구멍을 빠져 나갔다.
탕- 탕-
개미와 악전고투하는 사이에 훈련이 종료되었다. 두 발의 총성은 훈련 종료를 알리는 신호다. 테스트에 들어간 지 24시간이 지났다. 얼마나 개미에 집중했는지 마지막 교관이 지나가는 것도 몰랐다.
무쌍은 자유를 만끽했다. 덤으로 글록17을 벌었다. 짠돌이 무쌍에게 4,500 프랑은 적은 돈이 아니다. 매복 은신 훈련 종료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훈련이다.
인간이 가장 힘들고 고통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
답은 움직이지 못할 때다. 동일한 자세로 한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특급 스나이퍼는 동일한 자세로 한 시간 이상을 버텨 내야 한다. 그것도 야생에서.
햇빛이나 비바람 같은 자연현상은 생물의 공격에 비하면 견디기 쉽다. 은신해 있을 때 곤충의 공격이 제일 무섭다. 지네가 페니스를 물어뜯고, 벌이 침을 한 방 놓고, 개미가 콧속을 물어뜯고, 모기 수십 마리가 공습을 하고, 파리와 이름도 모를 곤충이 신체에 난 구멍을 파고들기도 한다.
때로는 새가 싼 똥이 얼굴에 철퍽 떨어진다. 큼직한 뱀이 코앞에서 쉭쉭 거리며 당장 꺼지라고 시위한다. 꽃가루가 재채기를 유발하고, 자리를 잘못 잡아서 전갈이 발을 물기도 한다.
야생에서 한 시간을 움직이지 않고 버티기란 불가능이다. 차라리 24시간 계속 움직이기가 훨씬 쉽다. 무쌍은 24시간의 은신 훈련을 끝내고 떡실신이 되었다.
그는 떡판에 눌어붙은 떡이 되어 땅바닥에 드러누웠다. 나게르 개미로 인한 심신의 타격이 너무 컸다. 그는 떡이 인간이 될 수는 없지만, 인간은 떡이 될 수 있음을 처음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