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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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아프리카의 한국인1
“특이한 시체?”
“습격자로 추정됩니다. 직접 보시죠.”
워커 소령이 적의에 찬 눈으로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잠수복처럼 찰싹 달라붙는 STF 방탄복을 입은 난쟁이의 허리띠와 손목 아대에 투척무기가 빽빽이 꽂혀 있었다. 해병대원을 살상한 무기다.
워커가 손바닥 안쪽을 살폈다. 다섯 손가락 끝에 단단한 굳은살이 박였다. 165cm에 불과한 키, 낮은 코, 찢어진 눈꼬리, 튀어나온 광대뼈, 반 곱슬머리, 신분을 증명할 유류품이 없어도 정체는 뻔했다.
“재패니즈 닌자다. 시체는 이것뿐인가?”
“엣썰!”
“빌어먹을!”
워커가 이를 갈았다. 놈들은 동료를 수습할 틈도 없이 도주했다. 헬기를 동원해서 급기동한 보람도 없이 간발의 차로 놓쳤다. 142:1, 해병 중대가 전멸할 때 적은 단 한 명이 죽었다는 소리다. 워커는 참담한 현실에 망연자실했다.
“뼛속까지 비열한 놈들! 감히 우리 영토에서 우리 젊은이를 죽여! 놈들을 추적한다. 발견 즉시 사살한다.”
이투리 정글이 미국 땅일 리 없지만, 워커는 현지 주둔 미군이 그렇듯이 당연히 미국 영토로 인식했다.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최도식이 블랙맘바를 쫓고, 쉐도우와 혼터가 최도식을 쫓고, 그 뒤를 르완다 FDLR 게릴라가 쫓았다. 음벰베 특전대를 몽땅 잃어버린 마이마이는 눈물을 머금고 퇴각했다. 블랙맘바는 자신도 모르게 모부투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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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초전도체가 뭐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제법 자연과학 서적을 많이 읽었지만, 듣도보도 못한 용어다. 헬렌도 쓰임새와 물성은 몰랐다. 혜영은 오파츠를 왜 숨겼을까? 명예욕이 강한 혜영이 엿 바꿔 먹으려고 오파츠를 짱박았을 리 없다.
발사라가 최강의 조각도(?)지만, 20억 달러는 과했다. 또 다른 앙케 시카거가 아닐까? 상상이 꼬리를 이었다. 상온초전도체의 개념을 알면 발사라의 비밀을 한 가닥 알 수 있지만, 위성 전화로 보니파스에게 물을 수도 없었다. 맘바사 일대의 전파는 NSA가 장악했다. CDMA 암호 통신을 하더라도 가로채일 가능성이 백 퍼센트다.
미국은 우주 과학과 위성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프랑스 국립 우체국(French National PTT)은 1962년 영국, 미국과 통신위성(communications satellite, COMSAT) 다국적 조약을 맺었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이 정지궤도 위성 텔스타를 적도 상공에 쏘아 올렸다. 텔스타는 케이프케네버럴 공군 기지의 NASA가 통제한다. 텔스타에 위성 통신을 의존하는 프랑스는 남의 통장에 입출금하는 셈이다.
특히 군사용 주파수 대역인 X 밴드 상향주파수 7.9~8.4GHz와 하향주파수 7.25~7.75GHz 대역은 NSA 감청을 벗어나기 힘들다. 위성 통신을 개방하면 30초 이내에 위치가 드러나고 MLRS를 덮어쓰는 영광을 얻게 된다. 맘바사를 200km 이상 벗어나기 전에는 안심할 수 없다.
“쫄따구, 일단 브니로 간다. 파비우스와 빠송을 만나서 캠프 정보를 얻은 다음 움직인다.”
“와킬, 브니까지 직선거리로 180km입니다. 가젤을 부르기요.”
선우현이 GPS로 거리를 확인하고 펄쩍 뛰었다. 이투리 정글을 4~5일 헤매느니 사하라 사막을 도보로 횡단하고 만다.
“으이그, 생각 좀 하고 살아라. 껄끄러운 하인드 편대를 박살 낸 양키가 만만한 가젤을 봐주겠어. 통신 채널을 열었다가 불벼락을 맞고 싶어? 고릴라 동네서 놀더니 머리도 고릴라 수준으로 퇴화한 거야? 그런 거야?”
‘써글, 말을 해도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게 시리…….’
의문사 세례를 받은 선우현의 얼굴이 찌그러졌다. 생각 없이 한마디 했다가 졸지에 고릴라가 되었다.
“돈 많은 양키가 뿌린 청음기가 타작마당에 흩어진 콩알이다. 대화도 조심해야 해. 루웁뎅 거점은 브니 북쪽 마비비(Mavivi)에 있다. 열심히 다리를 놀리면 삼일이면 도착한다.”
‘아이쿠, 내래 당신 같은 괴물이 아니우다.”
선우현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마비비까지 130km다.
“갑세다. 내래 발걸음은 자신 있디요. 공화국 정찰대는 걷는 훈련은 충실합네다.”
슈베르제 장군 가오와 공화국 정찰대 대좌 체면에 우는소리를 할 수는 없었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공화국 정찰대는 기름이 없어서 숏빠지게 걷는다 아이가.”
“……”
선우현은 입을 닫았다. 속 좁은 와킬을 상대하다간 암이 생길 것 같았다.
블랙맘바와 선우현, 올롱게는 꼬리에 불붙은 듯 이투리 정글 중심부를 빠져나갔다. 블랙맘바의 변덕으로 인해 다이슨은 헛물을 켰다. 알맹이가 빠져나간 맘바사 일대에서 사쿠라단과 쉐도우가 뒤엉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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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현은 욕심부려서 챙긴 우빅사 장비 무게에 불구하고 잘 걸었다. 올롱게는 더 잘 걸었다. 4일째 블랙맘바는 마비비와 음바우(Mbau)를 잇는 북방 4번 주로에 들어섰다. 여기서부터 프랑스 농업개발 구역이다.
프랑스는 부카브에 ‘동아프리카 프랑스 자원개발처’를 설립해서 동아프리카의 지하자원 개발과 농업투자를 총괄했다. 농업 개발은 지하자원 개발을 비난하는 환경론자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마비비 거점은 동아프리카 프랑스 자원개발처 분소로 자이르가 벨기에령 콩고로 남아있던 1950년부터 운영했지만, 콩고가 독립한 1960년에 폐쇄했다. 프랑스는 자원 개발 붐을 타고 폐쇄했던 거점을 1980년에 되살렸다. 현재 책임자는 DGSE 작전부 과장 로랑 파비우스였다.
석양이 질 무렵, 마비비 거점에 특이한 손님이 들이닥쳤다. 키 크고 잘생긴 동양인 청년은 빈손이고, 키 작고 못생긴 중년 동양인은 산더미 같은 짐을 짊어지고, 그보다 더 작은 피그미 노인은 짐에 파묻혀서 보이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웃을 수밖에 없는 일행이었다.
“고문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파비우스가 동양식으로 허리를 숙였다. 특별군사고문의 악명을 잘 아는 그는 절대로 웃을 수 없었다.
“연락했는데 왜 차량을 보내지 않았나?”
선우현이 째진 눈을 부릅떴다.
“윽, 빠송 팀장을 만나지 못했습니까?”
파비우스가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저 친구가 빠송인가? 왼쪽 뺨에 총탄이 긁고 간 상처가 있더구먼.”
블랙맘바가 자신이 지나온 4번 주로를 돌아보았다. 석양을 배경으로 지프가 먼지를 뿌옇게 일으키며 달려오고 있었다. 모른 척 지나갔던 놈이다.
“빠송이 분명합니다만…….”
파비우스가 말꼬리를 흐렸다. 자존심 강하고 백인 우월주의자인 빠송이 뭔가 사고를 친 것 같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쯧쯧!’
파비우스는 빠송의 명복을 빌었다.
“파비우스, 이곳은 공중 정찰과 감청에서 벗어났소?”
“마비비를 중심으로 400㎢는 우리 구역입니다. 12시간 마다 지나가는 드레곤 레이디만 주의하면 됩니다. 들어가시죠.”
“좋군!”
둔탁한 톰슨 에어컨이 씽씽 돌아가는 회의실은 서늘했다. 이투리 정글에서 에어컨을 만나기란 한강에서 돌고래 만나기만큼이나 희박한 사건이다.
얼굴이 시커멓게 탄 장신의 백인이 뒤늦게 회의실에 들어섰다. 블랙맘바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머쓱해진 빠송이 슬그머니 의자를 당겨서 앉았다.
“보고하시오.”
“넵, 사건의 시작은 슬리퍼 케리의 실종에서~”
“됐소. 미군 캠프와 관련된 사항만 보고하시오.”
블랙맘바가 파비우스의 말을 끊었다.
“알겠습니다.”
파비우스가 보고하는 동안 블랙맘바는 눈을 감고 미동도 않았다.
‘애송이는 잠들었나? 파비우스는 왜 저렇게 저자세지?’
빠송 소령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DGSE 과장급은 중령 또는 대령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특별군사고문이 차관급이라고 들었지만, 계급은 마조르에 불과했다. 파비우스가 이십 대 중반의 새파란 애송이에게 쩔쩔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린캠프는 난공불락입니다. 게다가 외곽 철조망 300m 이내에 접근하면 이유 없이 피를 토하고 죽습니다.”
“아그리피나 실드다. 놈들이 살포한 독성 유리섬유가 호흡기와 땀구멍으로 침투한다. 어설프게 침투하다간 컴퓨터가 조종하는 화기에 벌집이 되던지 영문도 모르고 죽는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다르에스살람에 구축함과 핵잠수함이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케리와 연락만 끊어지지 않았어도 내부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만…….”
파비우스도 캠프 내부 사정엔 깜깜이였다.
“케리는 KGB가 심어둔 몰에 당했다. 오파츠를 입수하는 장면을 재수 없게 들켰지.”
“저런!”
파비우스가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예상은 했지만, KGB 첩보원에게 당했을 줄은 몰랐다.
“고문이 어떻게 아시오? 케리가 포섭되었을 수도 있소.”
빠송이 끼어들었다.
“KGB 작전팀을 잡아서 몇 대 패주니까 술술 불더군.”
“오! 역시 고문님이십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빠송이 버럭 했다. 케리를 지원하려다 루웁뎅 20명을 잃었다. 그때부터 케리를 의심했다. 스페츠나츠를 추적하는 중에 대원 40명을 잃고 팀은 반신불수가 되었다. 스페츠나츠는 루웁뎅이 상대할만한 팀이 아니었다.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을 애송이가 잡다니 말도 안 된다.
“훗! 무엇이 말이 안 되지?”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믿을 수 없다. 놈들은 루웁뎅도 패퇴한 초능력 팀이다. 당신 같은 애송이가 피그미 두 놈을 데리고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빠송의 말이 거칠어졌다. 11공정 여단은 특별군사고문의 지휘권에 포함되지 않는다. 직위가 높다고 해서 계급도 낮은 애송이를 대우할 이유가 없다.
‘이 자식을 패버릴까?’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던 놈이다.
“피 피그미라고라!”
블랙맘바가 고민할 때 회의실 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선우현이 벌떡 일어났다.
‘흐흐흐, 발동 걸렸군.’
파비우스의 입가에 썩은 미소가 매달렸다. 평소 거칠고 안하무인이더니 기어코 악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블랙맘바가 손을 저었다.
“종간나새끼래 한 번 더 주뎅이질이면 골통을 빠개주가써.”
선우현이 식식거리며 주저앉았다.
“나는 소령도 아니고 루웁뎅도 아니다. 소령이 KGB 작전팀에게 개처럼 두들겨 맞았다고 나도 그래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나?”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으며 이죽거렸다.
“뭐 뭐라고!”
빠송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앉으시오. 시간이 많지 않소. 파비우스 담당관과 소령이 연극을 좀 해 주어야겠소.”
“연극? 연극은 코미디프랑세즈나 무랑루주에 섭외해라. 나는 KGB를 쫓기에도 바쁘다.”
“소령, KGB 작전팀은 끝장났다. 시체와 술래잡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블랙맘바는 자존심만 센 똥 덩어리의 강냉이를 털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어떤 조직이든 진상이 있다. 일일이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도 없지 않은가.
“고문, 스페츠나츠는 아무나 건드릴 이름이 아니다. 지금 장난하나? 헉!”
빠송이 테이블에 납작 엎드렸다. 쌩- 빠송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물체가 회벽에 꽝하고 틀어박혔다.
“히익!”
식겁한 빠송이 뒤를 돌아보고 얼어붙었다. 핀을 뽑지 않은 수류탄이 단단한 회벽에 반쯤 틀어박혔다. 전장 감각이 목숨을 살렸다.
“종간나새끼, 머이 어드래? 장난? 내래 오늘 개 잡고 개값 물어주겠슴둥.”
스팟- 선우현이 단번에 10m 공간을 단축해서 빠송을 덮쳤다.
“쫄따구!”
윙- 정수리에 떨어지던 철각이 툭 꺾여서 회벽을 걷어찼다. 꽝- 회의실이 우르르 흔들렸다. 두께 한 뼘의 회벽에 구멍이 뻥 뚫렸다. 주변 인물에 가려졌을뿐 선우현의 무력도 인간 한계를 벗어난지 오래다.
“종간나새끼, 자비로운 와킬 덕분에 살아난 줄 알라우.”
분을 못 참은 선우현이 팡게를 휘둘렀다. 쉭- 한 뼘이 넘는 통나무 테이블이 소리도 없이 싹둑 잘렸다.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빠송이 멍하니 선우현을 쳐다보았다. 이놈은 인간도 아니다.
“대 대단하다!”
파비우스가 입을 쩍 벌렸다. 고문이 괴물이라더니 부하도 괴물이었다.
“임마, 밥맛없다고 죽이면 세상에 누가 살아남겠어.”
“와킬, 죄송합네다.”
선우현이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다.
“소령, 선우 준장은 여단을 지휘하는 장군이다. 말을 조심하라.”
“헉, 준장!”
빠송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지고 선우현의 얼굴이 정오의 해바라기처럼 환해졌다. 계급이 깡패다. 이래서 출세해야 한다.
“소령, 비명횡사하고 싶지 않으면 주뎅이 조심하라우.”
선우현이 인상을 팍팍 쓰자 본래 살벌한 면상이 악귀로 변했다.
“죄송합니다. 내가 말실수했습니다.”
기가 푹 죽은 빠송이 고개를 숙였다.
“그만하고 아씨발이나 챙겨와.”
“넵!”
“소령, 나는 아무나가 아니라 특별군사고문이다. 당신이 하대할 위치가 아니다. 나는 지시를 하는 사람이지 소령을 이해시키는 사람이 아니다. 소령은 4번 주로에서 나를 모른 척 지나갈 때부터 최소 다섯 번 죽을 뻔했다. 자신의 목숨을 소중히 여겨라.”
“죄송합니다. 본인이 경솔했습니다.”
코가 쑥 빠진 빠송이 고개를 숙였다. 선우현이 덩굴로 묶은 아씨발 열정을 들고 와서 테이블에 쿵 내려놓았다.
“소령, 날고 뛴다는 우빅사 놈들의 총기디. 내래 개값으로 받아왔지비.”
선우현이 어깨에 힘을 팍팍 주었다.
“이럴 수가! 아씨발 조토!”
빠송이 말을 잇지 못했다. 짬밥을 20년이나 먹은 그가 아씨발을 모를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