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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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아프리카의 한국인2
아씨발 조토는 스페츠나츠 해외 공작팀의 상징이다. 군인은 단순하다. 물증을 보고도 의심하면 정치인이지 군인이 아니다.
“악트! 서누 제네할, 존경합니다.”
빠송이 옷 매무시를 가다듬고 거수경례를 올렸다. 남자는 팔뚝이다. 빠송은 선우현의 무력에 뻑가고 아씨발에 감동했다.
“무시기 존경씩이나! 흐흐흐”
선우현은 기분이 째졌다. 인간 같지 않은 괴물들에 치여 지낸 설움이 한 방에 날아갔다. 신이 난 선우현이 뻥포를 쏴댔다.
“오파츠를 탈취해서 도주한 KGB 몰은 바우어 헬렌이란 여자디. 로스께 놈들이래 바우어 헬렌을 빼내려고 초능력팀 우빅사를 파견했지비. 본좌는 우빅사와 놈들을 돕던 음벰베 특전대를 쓸어버리고 대장 밀로비치와 헬렌을 생포했슴메.”
“울라!”
선우현이 불끈 쥔 주먹을 흔들고 빠송이 탄성을 질렀다.
‘문제의 금발과 우빅사를 생포했으면 오파츠는 어떻게 되었지?’
파비우스는 의문이 들었지만, 감히 질문할 담량이 없었다. 인생이 무사태평하게 흘러가려면 모름지기 입을 좁히고 귀를 넓혀야 한다. 그는 의문을 삼키고 귀를 기울였다.
“오파츠는 미군 캠프에 숨겨져 있슴메. 일없이 외곽에서 툭탁거릴 리유래 없슴메. 내래 와킬과 함께 미군 캠프로 잠입할 거임둥. 임자도 힘을 보태라우.”
선우현은 바보가 아니다. 파비우스의 기색을 귀신처럼 읽고 관심을 캠프로 돌렸다.
“울라! 아 보 슈발 봉게!(좋은 말은 좋은 냇물을 마셔야 한다.)”
빠송이 열렬히 호응했다.
“아뵤, 씨발 보자?”
선우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무래도 욕을 들은 것 같았다.
‘간나새끼래 맛을 덜 봤나?’
선우현이 커피를 젓던 손을 뿌렸다. 놀란 빠송이 얼굴을 테이블에 처박았다. 팍- 번쩍하고 공간을 가른 물체가 벽에 박혔다.
키엑- 날카로운 기성이 울렸다. 큼직한 검은 줄무늬 도마뱀이 티스푼에 꽂혀 버르적거렸다.
“닉토 리자드!”
빠송이 탄성을 질렀다. 닉토 리자드는 이투리 정글에 흔한 독도마뱀으로 박쥐와 설치류를 주식으로 한다.
‘상종 못 할 인간!’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내렸다. 피하지 않았으면 티스푼에 두개골이 막창 났다. 닉토 리자드는 항독소 치료제가 있지만, 머리에 구멍이 나면 인생 종 친다. 그는 항의할 엄두도 못 내고 눈만 끔벅거렸다.
“쫄따구, 재미 들렸나?”
블랙맘바가 한심한 눈으로 선우현을 쳐다보았다.
“와킬, 내래 잘못 없시오. 저 간나래 씨발 두고 보자고 했습네다.”
선우현은 당당했다.
“으이그 인간아, ‘아 보 슈발 봉게!’는 자진해서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은 합당한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프랑스 속담이다. 존경받는 건 좋다만 공부 좀 해라. 공부해서 남 주나? 쯧쯧”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닝기리, 내래 공부까지 잘했으면 와킬이 됐지 쫄따구가 됐간디!’
여지없이 지청구를 먹은 선우현이 찌그러졌다.
“소령, 저녁 메뉴는 도마뱀 구이로 하자우. 아하하!”
머쓱해진 선우현이 헛웃음을 흘렸다.
“조 좋지요. 도마뱀 구이 좋지요.”
빠송이 손수건을 꺼내서 이마에 흥건한 땀을 닦았다. 상종 못 할 인간 리스트 첫머리에 선우현이 올라갔다.
“고문님, 캠프에 잠입할 작정입니까?”
파비우스가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첩보원 다섯을 잡아먹은 아그리피나 실드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놈들은 인간 청야 전술로 나오고 있소. 잠입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아차 하면 다연장 로켓과 미사일 폭우에 노출되오. 맘바사에서 에이태킴스 네발을 맞았소.”
“헐!”
파비우스와 빠송이 입을 쩍 벌렸다. 전략 미사일을 쏜 놈도 미친놈이지만 살아난 놈, 아니 분은 또 뭔가!
“오파츠를 잃고 눈이 뒤집힌 놈들입니다. 백 명 천명이 죽어도 눈 깜짝할 놈들이 아닙니다. 현재 전력으로 캠프 잠입은 불가능합니다.”
“해봤소?”
“넵, 캠프에 접근도 못 하고 요원만 잃었습니다.
“거점에 즉시 전력이 얼마나 있소?”
“루웁뎅 25명, 작전부 첩보원 15명이 있습니다.”
“출연진은 충분하군. 이투리 정글 다큐멘터리를 한 편 찍어야겠소. 요원을 프랑스 방송국 촬영팀으로 위장하고, 방송 기자재를 준비하시오. 에이전트는 기자, 루웁뎅은 촬영팀으로 위장하면 되겠군. 다큐멘터리 팀이 미군 캠프에 들어갈 수 있으면 좋고, 아니면 정문에서 소란을 피우시오. 나는 그 틈에 잠입하겠소. 양키가 무슨 도깨비놀음을 하는지 알아봐야겠소.”
“오우, 메르비유!”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파비우스와 빠송이 감탄했다. 힘센 놈이 머리 나쁘다는 속담은 거짓이었다.
******
이튿날, 도청 노이로제가 걸린 블랙맘바는 브니 시내를 찾았다. 사방 100km 안쪽에 호텔이라곤 브니 중심가의 크후베(Cohobe)호텔이 유일했다. 지겨운 NSA도 호텔 유선 전화까지 도청할 수는 없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보니파스가 아닌 이대덕을 택했다. 보니파스는 믿을 수 있지만, 프랑스는 믿을 수 없었다. 전화는 한 시간 만에 연결되었다. 데스크 맨에게 건넨 10달러의 힘이었다.
“이사장, 나 불로동 박이오.”
-헉, 브 블랙~ 아니 안녕하시오.
무심코 전화를 받은 이대덕이 헛바람을 들이키고 더듬거렸다. 올 것이 왔다. 근래 CIA가 안기부에 협조를 구하고 응심제를 찝쩍거리더니 기어코 호랑이 코털을 건드렸다.
“상온초전도체가 뭐요?”
블랙맘바는 대뜸 본론만 말했다.
-다시 말해 주시오, 전화 감이 엉망이요.
“상온초전도체가 뭐요?”
-상온초전도체라~ 잠깐만 기다리시오.
이대덕은 커넥터를 걸어놓고 기술부로 전화를 연결했다. CIA 건인가 했더니 그게 아니다. 쿵 떨어졌던 간이 다시 올라붙었다.
-이봐, 상온초전도체가 머꼬?
-초전도체는 자석의 일종입니다.
-이 자식아, 상온초전도체가 뭐냐니까?
-글쎄요. 그런 물건은 없습니다.
-에이 무식한 새끼, 관둬!
밥맛이 떨어진 이대덕이 버럭 했다. 천하의 블랙맘바가 자석 따위로 국제전화까지 할 턱이 없었다. 듣고 있던 블랙맘바도 웃음이 나왔다.
-박 참사관, 전화 끊지 말고 기다리시오.
이대덕은 안기부 과학 고문인 카이스트 핵물리학 박사 이소진을 연결했다.
-박사님, 상온초전도체가 뭡니까?
-아, 이사장? 그건 왜 물어요?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요?
이박사가 뜨악하니 되물었다.
-누구든 간에 급합니다.
-늘보 이사장이 웬일로 이렇게 서둘러? 과부 고쟁이 벗기나?
-아오~ 급하다니까요.
-한국에서 초전도체 이야기를 듣다니 별일이네. 그것도 이 사장을 통해서 말이야. 초전도체는 간단히 말하면 절대온도 근처에서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는 물질이오. 내부 자기장을 방출하고 외부 자기장을 차단하는 성질을 이용해서 핵융합로, 레일건, 전자포, 자기부상 열차 등을 구현할 수 있는 혁명적인 물질이요. 개념은 정립되었지만, 실용화는 아직 멀었소. 상온초전도체는 SF 소설에도 없는 헛소리요.
지지지- 전화가 끊어졌다. 커넥터로 대화를 듣던 블랙맘바는 다시 전화를 신청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핵융합로, 레일건 등의 용어가 귓가를 뱅뱅 돌았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역시 발사라는 단순한 조각도가 아니었다.
“양키가 미쳐 날뛸 만 하구마.”
깜둥이, 가루라, 억수갑을 보더라도 콘크레투스 유물은 어느 것 하나 간단치 않았다. 흔히 호기심이나 유발하는 그런 오파츠가 아니라 이해 불가능한 넘사벽 문명이었다. 아무래도 이번 사태를 너무 가볍게 본 것 같았다.
오파츠 가치가 무량수로 커진 만큼 혜영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조직은 다수의 선이란 미명하에 개인을 쉽게 짓밟는다. 결과가 과정을 집어삼키면 비이성적 비합리적 행태가 정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마음이 급해진 블랙맘바가 지프 액셀을 거칠게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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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진 박사는 안달이 났다. 설명하던 중에 전화가 끊어져 버렸다.
“이사장, 상온초전도체를 거론한 사람이 누구요?”
-말할 수 없습니다.
“종씨끼리 이러기요? 내게도 말하지 못할 게 뭐요?”
-진짜 안됩니다. 이 나이에 뒈지게 얻어맞으면 얼마나 서럽겠어요.
“어허,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지……. 술이나 한잔 합시다.”
-빡세게 술 먹여서 탈탈 털려는 심뽀를 모를 줄 압니까?
“내가 언제? 대낮에 처녀 귀신 머리 풀어헤치는 소리는 하덜 마시오.”
-지난번에도 그랬잖아요.
“이사장, 나 사표 낼라요. 학생들에게 욕만 딥따 처먹고 돈도 안 되는 고문 노릇 그만할라요.”
-헉, 삐지지 마십시오. 한 잔 사지요.
“낙원동 포장마차? 당주동 순댓국? 왕십리 떡볶이집?”
이소진이 이대덕과 함께 술 마신 집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아닙니다. 비싼 데서 사지요.
이대덕이 손을 들었다.
이소진 박사, 이대덕의 애국자 리스트 최상위에 올라있는 핵물리학자다.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60년대 후반에 박통의 해외 인재 영입 정책에 호응해서 카이스트의 산파 역할을 했던 과학자다.
애국심 한 가지로 귀국한 그는 고국의 현실에 절망했다. 연구소는커녕 변변한 실험실과 기본적인 실험 기자재도 없었다. 그는 본인의 연구를 포기하고 후진 양성과 기초과학 저변 조성에 세월을 바쳤다.
“상온초전도체!”
인생 말년에 가슴이 벌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초전도체는 프린스턴에서 매달렸던 연구과제로 미래를 좌우할 핵심 기술이다. 물론 상온초전도체는 도깨비 끝나는 소리다.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런데 볼모지 고국에서 상온초전도체란 용어를 들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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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기로 유명한 삼청동 오청각 별실,
이박사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닦달했다.
“그래, 그게 누구요?”
“아이고, 숨 좀 쉽시다. 일단 궁뎅이나 붙여요.”
“숨은 나중에 쉬어도 돼요. 누군지 얼른 말해요.”
보료에 털썩 주저앉은 이박사가 젓가락을 찌를 듯이 흔들었다.
“신분은 밝힐 수 없어요. 아직 제삿밥 먹고 싶지는 않거든요.
“박통도 겁내지 않는 사람이 왜 그러시오?”
“박사님은 죽을 때까지 천재지만, 박통의 권력은 위임받은 껍질이거든요. 권력이란 우산이 사라지면 그냥 보통 사람이죠. 그 사람은 박사님과는 다른 방면에서 천재, 아니 신에 가까운 위험 인물입니다.”
“신에 가까운 인물?”
이박사가 뜨악하니 반문했다.
“그렇게만 알고 계시소.”
이대덕이 입을 다물었다. 이박사는 황당했다. 이 처장은 진심이다. 어떤 인물이길래 무소불위의 안기부 해외처장이 이토록 두려워할까?
“우리나라 사람이요?”
“본래는요.”
“제기랄, 유출된 인재군!”
이박사가 입을 비죽거렸다. 얼마나 많은 인재가 고국의 현실에 절망해서 떠났던가!
“그렇다고 봐야지요. 한국을 사랑하지만, 좋아할 수 없는 나라라고 했거든요. 흐흐흐!”
이대덕이 씁쓸히 웃었다.
“그건 나하고 같군. 과학자요?”
“아닙니다. 위험 인물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전화 발신지는 아프리카 자이르였습니다.”
“자이르? 옛 콩고 말이오?”
“네, 모부투가 나라 이름을 바꾸었지요.”
“이사장에게 연락한 이유는 뭐요?”
“저도 모릅니다. 뜬금없이 연락이 왔어요.”
“다시 통화할 수 있소?”
이박사가 안달복달했다.
“헐, 자이르는 우리나라 25배나 되는 땅덩이에 통신 사정은 25배나 나쁩니다.”
이대덕이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이라면 통신 추적이 가능하지만, 해외, 그것도 자이르 같은 후진국은 안기부 능력으로 턱도 없다.
“그럼 만나게 해 주시오.”
“내를 죽일라 캅니까? 차라리 호랑이 우리에 들어가지요.”
이대덕이 펄쩍 뛰었다. 쇠처럼 단단한 정자 기둥을 카스텔라 뜯듯이 손으로 뚝뚝 뜯어내는 인간, 장기 밀매와 사채업으로 자리를 굳힌 대정익찬회와 야쿠자 집단을 흔적없이 지워버린 인간, CIA가 투입한 요원 수십 명을 증발시킨 인간이 박무쌍이다. 게다가 성질은 또 얼마나 지랄 맞은가!
“천하의 안기부 처장을 죽이긴 누가 죽인단 말이오. 엄살떨지 말고 연결해 주시구려.”
“박사님, 빈말이 아닙니다. 정말 죽습니다.”
이대덕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박사가 혀를 찼다.
“진짜구먼.”
“박사님, 저도 소싯적에 북한을 오간 사람입니다. 깡과 정력은 누구 못지않다고 자부하지만~”
이대덕이 말을 끊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 사람 앞에서 숨도 쉬지 못했어요. 그는 초능력자, 아니 초월자입니다.”
“흐흥! 천하의 이대덕도 늙으니까 헛소리만 늘었구먼. 이사장, 초전도체는 세상을 바꿀 물건이오. 진정한 의미의 초전도체, 상온초전도체가 실용화되면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한 기존의 발전소는 모두 사라집니다. 수소를 원료로 하는 무한 에너지, 핵융합발전소가 만들어진다 이겁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뭐가 다릅니까?”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져요. 한마디로 월성 원자력발전소 규모의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하면 우리나라 전력 공급은 끝판이오.”
“헐!”
“그래서 선진국이 박터지게 연구하는 거요. 그뿐만이 아니오. 화약이 필요 없는 무한 에너지 무기를 개발할 수 있어요. 레일건의 운동에너지 탄은 수백 킬로 밖의 항공모함을 격침할 수 있어요. 항공기에 장착하면 종일 초고열의 에너지 탄을 퍼부을 수 있어요. 굴러다니는 교통기관도 모두 사라집니다. 오염도 없고 소음도 없는 환상의 자동차가 날아다닐 거요.”
“헐!”
이대덕은 감탄사만 연발했다. SF 영화에나 나올법한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