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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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아프리카의 한국인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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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텐트 지붕에 묵직한 물체가 떨어졌다. 텐트가 무너질 듯 흔들렸다.
“머꼬?”
놀란 정필수가 벌떡 일어났다. 끼에엑 껙껙- 크르르- 단말마와 묵직한 울부짖음이 밤을 흔들었다. 정필수가 모기장을 젖히고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헉!”
바로 눈앞에서 푸른 불덩어리가 두 개가 이글거렸다. 캬오오- 짐승이 자세를 낮췄다. 공격 자세다. 식겁한 정필수가 짐승을 노려보며 아씨발을 더듬었다. 마음은 바쁜데 총이 얼른 손에 잡히지 않았다.
‘씨바, 총을 안고 잤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늦었다. 속이 새카맣게 탔다. 퍽퍽퍽- 묵직한 소음이 울렸다. 캭- 짐승이 펄쩍 뛰어올랐다가 털썩 널브러졌다. 벌컥벌컥 쏟아지는 피가 달빛 아래 시커멓게 보였다.
“니미 조또!”
긴장이 일시에 풀리며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밤새 맹수 울부짖음과 수상한 기척에 뒤척이다 겨우 눈을 붙였는데 망할 놈의 짐승이 숙면을 망쳤다. 아니 먹힐 뻔했다.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숙영지를 확 밝혔다.
“정 선배, 무슨 일이요?”
뒤늦게 잠 깬 김명진이 원숭이와 표범 사체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미처 상황 파악도 못 한 모습에 정필수는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 어리바리하다가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는 마탕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동무들이래 꽃놀이 왔슴메? 정 동무, 아씨발은 아꼈다가 국 끓여 먹을 검메? 소총을 애인처럼 끼고 자라우.”
선우현과 즐루가 나타났다.
“후!”
정필수는 말할 기력도 없었다. 목줄이 끊긴 원숭이 사체와 머리와 몸통에 구멍이 뚫린 흑표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먹고 먹히는 야생의 땅, 죽은 원숭이와 표범이 바로 자신의 모습이었다.
“동무들이래 그라브 비죠가 적절하겠슴메.”
선우현이 노바토피아에서 제일 심한 욕을 했다.
“그라브 비죠! 그게 뭐요?”
잠이 덜 깬 김명진이 물었다.
“종신 노역형을 받고 죽을 때까지 나무를 심는 잉여 인간임메. 한국인도 오백 명쯤 열심히 나무를 심고 있지비. 내가 님자들을 와킬께 적극적으로 추천하디.”
정필수와 김명진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다른 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잉여 인간이란 말이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
“곧 날이 밝을 거임메. 이왕 깨었으니 배를 채우고 출발하자우!”
선우현이 모닥불 불씨를 살렸다. 즐루가 표범 사체를 던져버리고 원숭이 내장을 빼낸 다음 모닥불에 얹었다. 노릿한 냄새가 숙영지를 채웠다.
“미치겠네!”
정필수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떻게 생겨먹은 인간들이길래 저토록 무신경할 수 있단 말인가! 이죽거리는 인민군 장교 놈의 머리를 쏴버리고 싶었다. 동아프리카 정글에 들어선 지 하루 만에 만 정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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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현 일행은 원숭이 고기와 시레이션으로 배를 채우고 날이 밝기도 전에 2번 주로를 타고 재차 북상했다. 부템보를 10km 남겨둔 두 번째 검문소에서 사달이 벌어졌다.
“파시포티 우 미아 타노 달러!(여권 아니면 유에스 오백 불!)”
청바지에 헐렁한 리복 티셔츠를 걸친 게릴라가 도로를 가로막았다. 한 놈은 소총을 들이대고 다른 놈은 시커먼 손을 내밀었다. 초소 안에서 게릴라 셋이 일행을 손가락질하며 낄낄대고 있었다.
즐루가 선우현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십 불짜리 다섯 장을 내밀었다. 묵시적인 통행료의 열 배였다.
“여권, 아니면 사백오십 불!”
냉큼 오십 불을 받아 든 놈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즐루가 선우현을 돌아보았다.
“기어이 오백 불을 받겠답니다.”
“가진 것을 다 뺏고 죽이겠다는 뜻이디. 와킬께서 사고 치지 말고 빨리 오라고 했는데……. 죽고 싶은 놈은 죽어야디. 치워!”
“호잇!”
즐루가 추풍에 날리는 낙엽처럼 가볍게 솟구쳤다. 쉬앙- 팔뚝만큼 굵은 강철봉 두 개가 바람을 갈랐다. 뻐억- 총구를 지향할 틈도 없이 게릴라 둘의 머리가 시차 없이 박살 났다. 퍽퍽퍽- 선우현이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초소에서 낄낄대던 게릴라들이 일시에 피를 뿜었다. 상황은 눈 깜짝할 순간에 종결되었다.
“은폐하라우. 뿌리를 뽑아주디!”
선우현이 숲으로 뛰어들고, 즐루가 지프를 숲 속으로 몰아넣었다.
정필수와 김명진은 앗 하는 순간에 피바다가 된 도로와 초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핏속에 잠겨있는 단백질 덩어리는 몇 초전에 돈을 세며 실실 쪼개던 인간이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생명 다섯 개를 지워버리는 무력과 냉혹함에 기가 질렸다. 인간의 목숨이 닭이나 돼지만도 못한 땅이다.
“출발 하라우!”
선우현이 피 칠갑이 되어서 돌아왔다. 역한 피비린내와 시큼한 땀 냄새가 진동했다.
“넵!”
즐루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액셀을 밟았다.
“어떻게 되었소?”
“검문소 후방엔 보통 소대 단위가 숙영하지비. 쓸어버려야 뒤통수가 근질거리지 않슴메.”
“헐! 그렇게까지!”
정필수가 입을 쩍 벌렸다. 소대 병력을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지웠다는 소리다. 소름이 쭉 끼쳤다. 안기부 교육과 지옥 훈련은 우물 안 개구리 장난에 불과했다.
“에미나이처럼 굴지 말라우. 총알은 사람을 가리지 않슴메. 듁지 않으려면 듁이라우.
가차없는 힐난에 정필수는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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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야가 툭 터지며 삼중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기지가 나타났다. 전날부터 꼬박 16시간을 달려서 마비비 거점에 도착했다.
“즐루, 전조등을 네 번 깜박이라우!”
완전무장한 루웁뎅 대원이 땅에서 솟아난 듯 불쑥 나타났다.
“악트!”
선우현을 확인한 경계조가 철제 출입구를 밀어젖혔다.
“서누 제네할, 고문께서 수련 중입니다.”
“알았다!”
선우현이 거만하게 턱을 까닥이고 입구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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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게 뭐야?”
김명진이 돌풍이 일고 먼지가 날리는 막사 앞 공터를 가리켰다. 팡팡팡- 짧은 팬츠를 입은 남자가 손발을 뻗을 때마다 공기가 찢어지고 에어포켓이 터졌다.
도약하고 순간 정지하고 휘돌고 포탄처럼 튀어 오르는 동작이 환상처럼 이어졌다. 동체 시력이 이동 속도를 따르지 못한 나머지 10m 공간에 그림자가 가득해 보였다.
“박무쌍?”
얼이 빠진 김명진이 정필수를 돌아보았다. 정필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무쌍이 아니면 누가 저런 움직임을 보일 수 있겠는가!
쿠웅- 블랙맘바가 두 손을 앞으로 비스듬히 내밀고 무릎을 살짝 구부린 자세로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 전륜십팔박의 마지막 동작인 호거침좌다.
‘아름답다!’
김명진의 눈이 몽롱해졌다. 완벽한 조형미를 이룬 신체와 와이어 로프를 연상케 하는 섬세한 근육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와킬, 남조선 동무래 도착했습네다.”
“쫄따구, 수고했다.”
묵직한 바리톤 목소리가 웅 울렸다. 정필수는 눈물이 핑 돌았다.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인간인데 어릴 때 놀이공원에서 잃었던 엄마를 찾았을 때처럼 감정이 복받쳤다.
“한바탕했구먼.”
블랙맘바가 피에 젖은 선우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별것 아닙네다. 남조선 간나들이래 간뎅이가 작아서 걱정입네다.”
“진창에 뒹굴다 보면 커지겠지. 아니면 그냥 죽거나. 너는 즐루가 아니냐?”
“뚜바이부르파시여 영원하소서. 미천한 즐루가 인사드립니다.”
감격한 즐루가 넙죽 엎드렸다. 왕이 하잖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감격에 몸이 떨렸다.
“엎드리지 마라! 사나이는 늘 당당해야 한다.”
“넵!”
즐루가 강철봉을 양손에 쥐고 블랙맘바의 등 뒤에 버티고 섰다. 누구든 불경한 태도를 보이면 한칼 먹이겠다는 의지가 번득였다.
“정필수, 내가 얼마나 좋았으면 아프리카까지 찾아왔노? 엄마 찾아 삼만리 아프리카 버전에 눈물이 나네.”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었다.
‘에이 씨, 내가 이 인간에게 뭘 바라!’
나무에 매달려서 처절히 고문당한 기억이 떠올랐다. 반가운 마음이 뚝 떨어졌다.
“엄마 같은 소리 하네. 당신 궁금증 풀어주러~”
“쓰읍!”
선우현과 즐루가 동시에 눈을 부라렸다.
“왔습니다.”
정필수가 얼른 말을 바꾸었다. 아니꼬워도 광신도에게 맞아 죽지 않으려면 존댓말을 써야 했다.
“이쪽은 누구신가?”
김명진이 얼른 나섰다.
“안기부 홍보팀에 근무하는 김명진입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김명진이 깍듯이 존댓말을 썼다.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했다. 심령을 흔드는 위압감에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뭘 영광씩이나! 나는 홍보팀을 부른 적은 없소만.”
“아랍어 전공이라~”
“호오, 이대덕이 엉덩이를 걷어차서 보냈군. 뺀질이보다는 쓸모가 있겠어.”
정필수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먼 곳에서 손님이 왔으니 이 어찌 즐겁지 않은가! 입이 즐거워야 대화도 즐거운 법이지.”
“와킬이래 수고하면 내래 조티요.”
선우현이 싱글벙글했다. 마비비 거점에서 남쪽으로 3km를 벗어나면 나일퍼치가 우글대는 아루위미강 지류가 흘러간다. 블랙맘바와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멘 올롱게가 숲으로 사라졌다.
“어디를 가는 거요?”
“낚시질!”
“따라가야 하지 않소?”
“하이에나 좇퉁수 부는 소리 하덜말고 본인들 걱정이나 하기요. 그따위 유람 차림으로는 하루도 버티지 못함메.”
선우현이 가차 없이 지청구를 날렸다. 블랙맘바가 공진파와 환혼구타술을 베풀어준 덕분에 올롱게는 타잔이 무색한 피그미가 되었다. 날렵하기는 원숭이를 능가하고 힘은 실버백을 앞섰다. 선우현 본인도 숲에서는 올롱게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곳은 뭐요?”
“DGSE 거점임메. 많은 것을 알려고 하면 다쳐. 껍데기나 바꾸라우.”
선우현이 전투복과 전투화, 방탄 헬멧, 방탄복을 던져주었다.
“네미럴, 딱따구리 삼신인가! 쪼기는 더럽게 쪼네.”
정필수가 혼잣말로 투덜거렸다. 그는 북한군 장교 출신인 선우현이 나대는 꼴이 밉상이고, 선우현은 실력도 없는 주제에 자존심만 센 남조선 떨거지가 한심했다.
옷을 갈아입고, 커피 한 잔을 비웠을 때 블랙맘바가 돌아왔다. 올롱게가 바구니에서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큰 나일퍼치 두 마리와 새끼 멧돼지를 꺼냈다.
“우와! 사냥이 말처럼 쉽지 않다며?”
정필수가 선우현을 공박했다.
“사람마다 달라. 당신은 나일 퍼치에 먹히기 십상이지만, 와킬은 말보다 더 쉬워.”
‘딱따구리 새끼!’
정필수가 찌그러졌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말로는 당할 재간이 없었다.
루웁뎅과 DGSE 요원들도 파티에 참석했다. 와인을 끼얹어 익힌 바비큐와 파인애플즙과 계피를 뿌려서 구워낸 나일퍼치는 야전에서 누리기 힘든 호사다. 이틀 동안 제대로 먹지 못하고 시달린 한국인도 미친 듯이 고기를 욱여넣었다.
블랙맘바는 김명진이 가져온 고추장을 풀어서 나일퍼치 매운탕을 직접 끓였다.
“좋군!”
맛을 본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집밥이 그립고 어머니가 가슴 저리게 보고 싶었다.
“님자들이래 고추장으로 체면치레 했슴메.”
정필수와 김명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프리카 열대 우림에 떨어진 두 사람의 가치는 고추장 한 팩만도 못했다.
하현달이 둥실 떠올랐다. 야외 오뜨 뀌진을 마친 루웁뎅과 작전부 요원들이 모기떼 공습을 피해서 썰물처럼 막사로 돌아갔다. 막사 앞 공터에 한국인만 남았다.
이투리 모기는 초파리보다 작은놈도 있지만, 쉬파리만큼이나 큰놈도 있다. 모기떼의 공습을 받으면 빈혈로 골로가기 십상이다. 올롱게가 모기를 쫓는 카자마이라 풀을 모닥불에 올렸다. 익모초와 쑥을 섞어서 태우는 매캐한 냄새가 막사 앞 공터를 덮었다.
“느낌이 어떤가?”
“끔찍합니다.”
정필수가 블랙맘바 뒤에 버티고 서있는 즐루의 눈치를 보았다. 공손하지 못했다간 쇠몽둥이에 머리가 박살 날 것 같은 위기감이 팍팍 들었다.
“이 사장은 잘 있나?”
“해외담당 차장으로 영전했심더.”
“훗, 그 양반은 출세하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던데.”
“성질은 더럽지만, 꼭 진급해야 할 분입니더.”
“그나마 쓸만한 사람이지.”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마울 것 없다. 한국은 너 정도의 인물도 아쉬울 만큼 인재가 부족해서 살려주었다.”
‘젠장, 말을 해도!’
정필수는 울컥했지만, 감히 발작하지 못했다. 일렁이는 모닥불에 언듯펀듯 번쩍이는 시퍼런 눈빛에 간이 오그라붙었다.
“내놔!”
블랙맘바가 손을 내밀었다.
“뭘요?”
“이거 왜 이래? 당신 주제에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나?”
‘니미, 인간 정필수 왕창 망가지네.’
얼굴이 썩어 문드러진 정필수가 품속에서 방수포로 밀봉된 서류를 꺼냈다.
“과학기술원의 이소진 박사가 요약한 상온초전도체 자료입니다.”
“천천히 보도록 하지. 왜 왔나?”
블랙맘바는 자료를 읽지도 않고 백 팩에 집어넣었다.
“질문에 대한 자료를 전달하려고 왔습니다.”
“정필수, 네놈이 눙치고 으를 정도로 내가 띄엄띄엄 보이디?”
“윽!”
부지불식간에 비명이 튀어나왔다. 확 밀려드는 기세에 잔등을 적신 땀이 차가워졌다.
“이박사는 상온초전도체를 손에 넣으면 역설계할 수 있다고 장담했습니다. 이 차장님은 당신이 상온초전도체를 손에 넣었거나 적어도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맨입에 달라고? 내게 맡겨놓았나?”
블랙맘바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자신이 아쉬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필수가 찾아온 목적은 전적으로 그들만의 목적일 따름이다. 죽지 않도록 챙겨준 것만도 엄청난 호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