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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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아프리카의 한국인8
“당신은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정필수가 반문했다.
“한국인? 제멋대로군!”
블랙맘바가 어이없는 시선으로 정필수를 응시했다. 이것이 소위 한국 지도층, 아니 권력자와 있는 것들의 애국 마케팅에 세뇌된 자, 권력의 단물을 받아먹는 자들의 한계다.
일격을 가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자들, 나라 밖에서는 온갖 호구 짓을 하면서 국민에겐 대가 없는 애국을 강요하는 후안무치한 자들의 커넥션, 커넥션에 빌붙어 애국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매국 언론, 굴종과 애국을 구분 못 하는 세뇌된 방거치들이 나라를 망치는 좀비다.
“나는 노바토피아 왕이고 프랑스 시민이다. 내 나라 내 국민을 외면하고, 프랑스가 대가로 제시한 20억 달러를 마다하고 한국 권력자의 배를 불려줘야 하나? 너는 피땀 흘려서 번 돈을 국가에 헌납할 수 있나?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위해서 네 재산을 기부한 적 있나?”
“……”
정필수는 말문이 콱 막혔다.
“당신이 조직에 맹종해서 왔든 애국심으로 왔든 내 알 바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정의와 자유 의지가 있고 행동 기준이 있다. 왜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타인에게 강요하나?”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 않습니까? 한국은 당신의 조국입니다.”
정필수는 꿋꿋이 버텼다. 존재도 불확실한 오파츠 때문이 아니다. 이대덕의 부탁은 설득이었다. 블랙맘바를 안기부 협조자로 끌어들이면 흔들리는 정권은 반석에 올라서게 된다. 자신은 드라마 속의 화려한 주인공이 되고 안기부는 날개를 단다. 출세로가 경부고속도로처럼 뻥 뚫린다.
“맞다. 더러운 공권력에 상처 입고 나라 밖으로 밀려났지만, 내 부모님의 나라,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의 현실이 안타까워서 위험을 무릅쓰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너를 데려왔다. 문제는 오파츠 따위가 아니다. 일본이 제주도와 독도를 노리고 있다.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이대덕과 이소진 박사에게 암호 통신문을 날려라.”
블랙맘바는 51구역에서 배양하는 프레데터의 위험성, CIA와 내각조사실의 뒷거래, 프레데터를 이용한 도서 지역 점령 음모, 맘바사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요약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정필수와 김명진의 얼굴이 굳어졌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그럴 수가! 믿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혈맹이고, 일본은 쫀쫀하지만, 평화헌법을 지키는 나라입니다. 그런 무모한 짓거리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쯧쯧! 우물 안 개구리에다 당달봉사가 따로 없구먼. 전두환 무리와 친미파, 친일파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팔아서 제 배 속을 채울 때 우리가 따라잡아야 할 나라는 백 년을 내다보고 혈투를 벌이고 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정권의 개 노릇이나 하는 안기부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그 적임자가 이대덕이라고 판단했다. 정보 책임자가 맛을 보고도 똥인지 된장인지 모르는 쫄따구를 대책 없이 보내는 꼴을 보니 그 양반도 그릇이 아닌 모양이다. 네가 내 입장이면 어떻게 하겠느냐?”
블랙맘바는 죽든 살든 정글에 내다 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차분히 설명했다. 한국은 좋아할 수 없지만, 사랑하는 조국이다.
“끄응, 나 같은 쫄따구가 뭘 알겠습니까. 우짯던 몸담은 조직이 욕을 먹으니 기분이 좋지 않구마요. 그러는 당신도 조국을 버리고 코쟁이 발을 닦고 있지 않습니까?”
‘허걱! 저 쉐이!’
김명진은 나불대는 주둥이를 찢어버리고 싶었다. 블랙맘바의 말은 한치도 틀림이 없었고, 충정이 담겨있었다. 안기부 미친개가 달리 미친개가 아니었다. 목숨이 달린 판에 역린을 건드렸다.
블랙맘바의 눈이 번쩍했다. 시퍼런 빛이 와르르 쏟아졌다. 유형화된 살기가 심령을 흔들었다. 살기는 무협 식으로 말하면 의지의 유형화고, 물리적으로 설명하면 죽이고자 하는 의지가 응축된 파동이다.
“허억!”
정필수가 비명을 질렀다. 근육이 경련하고 호흡이 턱 막혔다. 신체 방어 기전이 익숙하지 않은 강렬한 파동에 급성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내가 미쳤지!’
그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자신의 입을 원망했다. 욱하는 성격 때문에 몇 번이나 사달을 내고도 제 버릇 개주지 못했다.
“흐흐흐!”
블랙맘바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커헉!”
육체와 정신을 욱죄던 살기가 씻은 듯 사라졌다. 숨통이 터진 정필수는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즐루와 선우현의 시선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대가 죽음의 천사라는 사실을 깜박하고 깨방정을 떤 자신이 한심했다.
“정필수, 쓸만한 놈인 줄 알았더니 썩어버린 권력기관에 붙어있는 똥파리에 불과한 놈이었군. 천하의 애국자인 양하더니 첩보원이란 놈이 자신의 감정 한 조각도 컨트롤 못하나?”
“……”
준엄한 나무람에 할 말이 없어진 정필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와킬, 죄송합니다. 정 선배가 본래 말을 함부로 합니다. 제가 사과 드리겠습니다. 어렵게 한국에 연락한 이유는 조국을 아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인데 확실치도 않은 일로 심기를 상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김명진이 벌떡 일어나서 허리를 구십 도로 숙였다.
“김 선생이 사과까지 할 일은 아니오. 내가 맺힌 게 많다 보니 말이 험했소.”
“아닙니다. 값비싼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정보기관의 녹을 먹는 놈입니다. 프레데터를 확인하고 정보를 얻어야겠습니다. 권부를 설득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김명진이 의외의 강단을 보였다.
“나는 보모가 아니요. 동족을 머나먼 아프리카 오지에서 죽게 내버려 둘 수도 없고, 당신들을 보호할 여유도 없소.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조처해 주겠소.”
블랙맘바가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진가가 나온다 했다. 쓸만한 놈은 정필수가 아니라 김명진이었다.
“와킬, 말을 함부로 해서 죄송합니다.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와킬과 함께하겠습니다.”
정필수가 숙였던 머리를 들고 비장하게 소리쳤다. 김명진을 보기 부끄럽고, 미친 도야지 이대덕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내 말을 이해 못 했군. 당신들은 내가 보살피지 않으면 하루도 넘기지 못할 혹에 불과하고, 나는 혹 덩이를 달고 다닐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저도 한몫할 수 있습니다.”
“허, 당신은 경험도 없고, 전투력은 선우 준장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선우 준장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아수라장에서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어쨌든 그냥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한국을 떠날 때 유서를 쓰고 왔습니다. 죽이든 살리든 맘대로 하십시오.”
“헐!”
블랙맘바가 뒷목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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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비비 거점에서 1,500m 떨어진 라푼다 계곡을 흐르는 아루위미 강변, 방탄복과 풀 페이스 헬멧을 착용한 한 무리가 고무보트를 침좌하고 모래밭에 정렬했다. 에덴테 주둔지에서 물길을 타고 내려온 내각조사실 에이전트 15명이다.
“그림자들이 오는군!”
후지모리가 중얼거렸다. 스스스- 어둠만큼이나 검은 그림자들이 숲을 비조처럼 빠져나왔다. 쫄쫄이 수십 명이 파공성 한 점 없이 모여들었다. 헬렌의 시체를 찾아낸 지점부터 꾸준히 추적해 온 사꾸라단이다.
“대사부, 본 종 제자 40명 전원, 하몽 술사 5명, 내조실 요원 15명 집결 완료했습니다.”
신임 장령 제자 사사끼가 보고했다.
“구로다는 아직 빠져나오지 않았나?”
쇠를 긁는 나직한 음성이 울렸다.
“도착할 시간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왔습니다.”
달 밝은 하늘에 까만 그림자가 나타났다. 쉬이이- 그림자가 글라이드처럼 활공했다. 박쥐 날개 같은 피막을 두른 인간이 모래밭에 사뿐 내려앉았다. 박쥐 인간이 무릎을 꿇었다.
“대사부, 지시대로 원거리 정찰만 했습니다. 프로그 기지 내 현인원은 56명으로 추정됩니다. 외곽 경계조 8명과 회식 중인 6명 외 취침에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전력이 약하군. 경계 시스템은?”
“청음기와 CCTV가 300m 외곽에 깔렸습니다.”
“흠, 30초면 놈들이 대응할 시간은 충분하군. 중화기는?”
“기관총 외에는 별다른 무기가 없었습니다.”
“본좌가 확인하라는 놈은?”
“하잇, 거리가 멀어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와내가 감시 중입니다.”
“요시, 어차피 결착을 봐야 할 시점이다. 노부유키와 하몽 술사를 해친 놈은 본좌와 38호가 상대한다. 소음총과 무성 무기를 사용한다. 사사끼!”
“하잇!”
“38호와 1조를 끌고 경계조를 잠재워라. 본좌는 후방에서 치고 들어가겠다.”
“하잇!”
“후지모리상, 후방을 지원하시오.”
“알겠소.”
“도스게끼!”
최도식은 자신만만했다. 회기에 의존하는 특수부대 따위는 제자들이 일시에 쓸어버릴 수 있다. 내가 강기를 사용하는 놈은 자신이 맡으면 된다. 설사 37호가 나타나도 38호와 협공하고 술사들이 조력하면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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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나새끼래 보자 보자 하니까 싹퉁머리가 없어도 너무 없슴메. 물에 빠진 놈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놔라는 거디? 배 째라면 배를 째주겠슴메.”
선우현이 팡게를 뽑았다. 블랙맘바의 행사에 끼어들었다가 몇 번 혼난 뒤로 꾹 참았지만, 막무가내 땡강에 울화통이 터졌다.
“쫄따구, 배를 쨀 놈은 따로 있다.”
“무시기?”
전장감각이 사이렌을 울렸다. 선우현이 야시경을 착용하고 전방 관찰에 들어갔다.
“하늘이다!”
블랙맘바가 손을 들었다. 핏- 지풍이 밤하늘을 갈랐다. 편복의를 걸치고 200m 상공을 맴돌던 하몽가의 술사 이와내가 날벼락을 맞았다.
퍼드득-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이와내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살 맞은 기러기처럼 추락했다. 쿵- 시커먼 물체가 공터에 떨어졌다. 접근하지 말라는 선배 구로다의 지시를 어기고 욕심을 부린 결과였다.
“머꼬?”
식겁한 정필수가 펄쩍 뛰었다. 하늘에서 사람이 떨어지다니 기함할 노릇이었다. 블랙맘바가 곤죽이 된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별별 희한한 재주가 있는 놈들이다.
“정필수, 이런 놈들이 적이다.”
“……”
정필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인간이 허공을 날아다니고 그 인간을 맨손으로 격추하는 인간,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무시기 놈들입네까?”
“닌자다. 벌써 몰려오는군. 주력은 B5 방향, F1은 유인조다.”
“간나새끼래 불맛을 보여주디.”
바짝 긴장한 선우현이 뱅탄 백 팩 끈을 조이고 아씨발에 탄창을 삽탄했다.
“즐루, 적습을 알려라. 비전투 요원은 방공실로 대피하고 파비우스 팀은 내부 방어에 주력하라. 루웁뎅은 B5를 방어하고 추격은 금한다. 불을 켜지 말고 전원 야시경을 착용하라.”
선우현이 물 흐르듯 지시를 내렸다. 즐루가 모닥불을 끄고 휭 사라졌다. 거점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남조선 동무들, 방공실로 피하라우.”
김명진은 두말하지 않고 엉덩이를 들었다. 적은 일반적인 군인이 아니었다. 비전투원은 나서봐야 걸리적거리기만 한다.
“나도 싸우겠소.”
정필수가 피신을 거부했다.
“알아서 살아남도록!”
선우현은 두 번 권하지 않았다. 블랙맘바가 헤드셋을 열었다.
-빠송, 적은 닌자다. 삼인 일조로 화력을 집중하고 공격과 방어의 끊어짐이 없어야 한다.
-넵, CCTV에 놈들이 잡혔습니다. 근거리로 끌어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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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 빠른 놈들이군!’
빠송은 특별고문의 지시를 이해했다. 야시경이 양호한 시계를 제공했지만, 시야에 잡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빠른 몸놀림에 눈이 어질거렸다. 숫자를 파악할 수 없고 저격하기 만만치 않았다.
-아타크!
퍽퍽퍽- MP3 수십 정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기습하려다 되치기당한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쀠텡!’
빠송이 혀를 찼다. 100m 이내로 끌어들여 일제 사격을 가했지만, 겨우 두 놈을 잡았다.
“악!”
“억!”
은신한 루웁뎅의 비명이 터졌다. 침입자의 반격은 신속하고 치명적이었다. 퍽퍽퍽- 챙챙- 프랑스 최고의 특전부대 루웁뎅 40명과 사꾸라단 유인조 6명의 전투가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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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맘바는 막사 후방의 기관총 진지에서 광각 포대경으로 전면을 훑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챗살처럼 퍼져서 축차 접근하는 그림자들의 보행이 눈에 익었다. 좌우로 메뚜기처럼 튀는 히가시혼간지의 암영보다.
“최도식의 졸개로군. 쫄따구, 즐루와 루웁뎅을 지원하라. 그쪽에 위험한 놈이 있다.”
“알겠습네다.”
선우현과 즐루가 사라졌다. 칵칵칵칵- 아씨발 특유의 날카로운 소음이 터졌다. 정필수가 난사했지만 단 한 명도 저격하지 못했다. 퍽퍽- 반격탄이 진지 모래주머니에 퍽퍽 먼지를 일으켰다. 정필수가 머리를 처박았다.
“쯧쯧 만용 부리지 마라.”
퍽퍽퍽- MP5sd3가 불을 뿜었다. 검은 그림자가 춤추듯이 엎어졌다. 닌자들은 빠르고 은밀했다. 여섯을 사살하는 동안에 그림자가 코앞에 들이닥쳤다.
“근접전을 하시겠다? 오랜만에 피 냄새를 맡게 생겼군.”
블랙맘바가 MP5를 백 팩에 거치하고 쿠크리를 뽑았다. 치리링- 달빛을 받은 다마스커스 스케일이 물결쳤다.
스팟- 기합도 없이 칼날이 번쩍했다. 검신일체, 그림자가 칼날에 딸려왔다. 닌자다운 일격필살의 찌르기다. 블랙맘바의 가슴이 쑥 들어가고 쿠크리가 빙글 호선을 그렸다. 궤적에 걸린 목이 둥실 떠올랐다. 오금공 특유의 후발제인(後發制人) 수기이시(隨機而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