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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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아프리카의 한국인9
슁- 승추가 좌우에서 날아들었다. 블랙맘바의 상체가 잔상을 남기고 앞으로 뒤로 툭툭 꺾였다. 승추가 허공을 치고 지나간 자리에 와까자시 두 자루가 날아들었다. 깡- 억수갑이 칼날을 쳐내고 왼손에 든 글록이 불을 뿜었다.
좌측에서 쇄도하던 그림자의 안면에 총탄 두 발이 꽂히고 우측에서 쇄도하던 닌자의 얼굴에 손날이 박혔다. 얼굴이 부서진 닌자가 털썩 무너지고, 첫 번째 희생자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양측의 공방은 눈 깜박할 틈에 끝났다.
피 냄새를 맡은 아수라, 아니 에피듐 인자가 깨어났다. 쏴아아- 뇌와 척수에서 에피듐을 특정짓는 중수소 화합물 듀테로니온이 쏟아져나왔다.
화들짝 놀란 심장이 혈류를 20배로 가속했다. 무한 에너지 결정체 듀테로니온과 산소를 보급받은 힘줄과 근육이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용틀임 쳤다.
“좋군!”
블랙맘바가 흰 이를 드러내고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어둠에 기생하는 닌자는 부두교 광신도와 다를 바 없다. 놈들이 자신의 고향에서 살인하든 인신매매를 하든 알 바 아니지만 적이 된 이상 하등의 자비를 베풀 이유가 없었다.
피피핏- 슈리켄과 철정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쿠크리가 검막을 쳤다. 쩡쩡쩡- 투척무기가 어지러이 튕겨 나갔다. 편복의를 걸친 닌자 셋이 소리 없이 날아올랐다.
슈악- 허공에서 와까자시 검첨이 머리와 양어깨로 떨어지고 땅에서 태도가 불쑥 튀어나와 발목을 잘랐다. 히가시혼간지가 무로마치 막부 시대에 전설적인 검객 료마를 격살한 유성우, 지당도, 천공섬 삼연격 합격술이다.
블랙맘바의 신형이 마술처럼 도립했다. 윙- 지당도가 헛되이 공간을 갈랐다. 퍽- 억수갑이 지당도를 시전한 닌자의 머리를 치고 허공에 치솟은 양발이 풍차급전으로 휘돌았다.
“컥!”
손바닥에 맞은 닌자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졌다. 투타타타- 원앙각 궤적에 들어간 편복 닌자 셋이 맷돌에 갈리듯 으깨지고 수백 번 접철 정련한 와까자시가 수수깡처럼 토막 났다.
“끄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허공에 피 무지개가 자욱이 뿌려지고 조각난 인간의 살덩어리와 발골된 뼈다귀가 후두둑 떨어졌다.
“땅강아지가 왜 이리 많아!”
광기의 에피듐 인자가 발동한 블랙맘바는 거침없었다. 파악- 억수갑이 땅속을 어깨까지 파고들었다. 푸왁- 흙이 폭죽처럼 튀어 오르며 목을 잡힌 쫄쫄이가 낚시에 걸린 물고기처럼 끌려 나왔다. 땅속에서 기회를 노리던 하몽 술사다.
“신게키!(진격!)”
퍽퍽퍽- 악에 받친 지원조가 후방에서 기관단총을 난사했다. 슈앙- 블랙맘바가 손아귀에 잡힌 닌자를 휘둘러서 막을 쳤다.
“아악!”
“끄아악!”
근거리에서 총탄 수십 발을 얻어맞은 닌자는 걸레가 되고, 동료의 팔다리와 몸통에 얻어맞은 닌자들은 허리가 부러지고 목이 꺾였다.
수기이시! 블랙맘바의 손에 잡히면 무엇이든 치명적인 무기가 되었다. 훅- 그 와중에도 허리가 부러진 닌자가 입에 물고 있던 대롱을 불었다.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침이 종아리에 꽂혔다.
“흐흐흐, 뒈져라. 고쿠라쿠 푼이다.”
닌자가 만족한 썩소를 흘렸다.
“지랄!”
꽝- 군홧발에 밟힌 머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현존 최강의 독인 보툴리누스 톡신과 포토마인, 칸타렐라도 통하지 않는 블랙맘바다. 푸른 점 문어 독을 기반으로 제작한 고쿠라쿠 푼 따위는 모기에 물린 정도도 되지 못했다.
“천공망!”
쏴아아- 편복의를 걸친 닌자 넷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공간지각력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감지했다. 쉭쉭쉭- 쿠크리가 그물을 잘랐다. 쿠크리에 저항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헛!’
실체 없는 주술 그물이었다. 블랙맘바가 흠칫하는 순간 그물을 잡은 닌자가 풍차처럼 휘돌았다. 취릭- 블랙맘바는 졸지에 누에고치가 되었다.
“끼욧!”
“합!”
기회를 잡은 닌자가 사방에서 덮쳤다. 두웅- 공진파가 발산되었다. 농밀한 기격에 그물이 산산이 흩어지고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난다?(뭐야?)”
쇄도하던 닌자가 충격파에 주춤했다. 실낱같은 틈을 헤집고 쿠크리가 번쩍 사선을 그렸다. 파아아- 머리 네 개가 동시에 허공에 떠올랐다.
“신게키!(진격!)”
주춤하던 공격이 파도처럼 이어졌다. 블랙맘바가 탄창이 빈 글록을 던져버리고 전장을 휘돌았다. 후방에서 총격을 가하던 내조실 요원들이 광풍에 휩쓸렸다.
“빠가야로!”
느긋하니 배후에서 전황을 살피던 최도식은 식겁했다. 전방을 치고 들어간 사사키 조에 한눈을 파는 사이에 믿었던 후방의 주력이 결딴났다.
20초나 지났을까? 본종 제자 25명, 술사 3명, 내조실 요원 13명이 홍수에 흙담 무너지듯 쓸려나갔다. 공세가 격렬했던 만큼 데미지도 컸다.
놈은 노부유키를 박살 낸 놈, 내가 강기를 뿜어내는 의문의 고수다. 진작 나서지 못했음을 후회했지만, 만시지탄이었다. 남은 제자라도 일단 살려야 했다.
삐이이-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닌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파악- 블랙맘바는 퇴각하는 닌자를 쫓지 않고 전방으로 몸을 날렸다. 루웁뎅이 사정없이 깨지고 있었다.
“신데!(죽어라!)”
최도식이 왼팔 의수를 겨냥했다. 37호를 잡으려고 철정 꽁무니에 작약을 장착한 은밀한 신무기다. 핏핏핏- 강력한 용수철이 철정을 밀어냈다. 펑펑펑- 공간을 가르던 철정이 폭발했다. 파앙- 철정이 음속으로 가속했다.
“헛!”
블랙맘바가 헛바람을 들이켰다. 가볍게 회피하려는 순간에 암기가 번쩍하고 들이닥쳤다. 피하기엔 늦었다. 쿠크리가 허공을 갈랐다. 쾅-쾅-꽝- 폭음이 터졌다.
7.62mm 기관총 탄환에 비견되는 역도를 쳐낸 쿠크리가 부러질 듯이 윙윙 울렸다. 블랙맘바는 미련없이 B5 구역으로 몸을 날렸다. 놈과 드잡이할 여유가 없었다. 선우현과 즐루가 몰리고 있었다.
“칙쇼!”
회심의 일격이 무산된 최도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놈을 놓치면 사사키 조가 결딴난다. 파악- 최도식이 땅을 박찼다. 블랙맘바와 최도식은 앗 하는 사이 사라졌다. 살아남은 닌자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흐으으~ 아수라!”
적막이 찾아든 전장에 신음이 흘렀다. 피를 뒤집어쓰고 죽은 듯이 머리를 처박고 있던 정필수다. 전투는 벼락같이 시작되고 섬광처럼 끝났다. 어마 뜨거라 하는 사이에 육편과 선혈이 지면을 덮었다. 상상도 못 해본 전투, 지옥인들 이보다 처참하고 끔찍하랴! 피바다 속에 몸서리치는 정필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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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이군.”
몸집이 아담한 닌자의 파상공세에 맞서는 선우현과 즐루는 이미 피투성이가 되었다. 근근이 결정타를 피하고 있지만, 이미 공수는 파탄 났다. 하프 좀비 즐루의 몸빵이 없었으면 선우현은 끝장났을 상황이었다.
루웁뎅도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40:5의 압도적인 수적 우세에 불구하고 저지선을 돌파한 닌자와 뒤엉켜 사정없이 휘돌렸다. 기본 체술로 크라브마가를 익히지만, 근접전이 벌어진 이상 끝장이라고 봐야 했다. 땅바닥엔 이미 시체가 즐비했다.
쉭쉭쉭- 블랙맘바가 허공에 뜬 상태로 선우현을 몰아치는 아담한 닌자에게 표창을 연속 날리고, 루웁뎅의 목에 칼날을 쑤셔 박는 닌자를 덮쳤다.
윙- 쿠크리가 닌자 목을 스쳐 갔다. 닌자가 태엽 풀린 장난감 병정처럼 덜컥 정지했다. 파아아-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피비를 맞은 루웁뎅 요원은 휙 지나가는 블랙맘바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꺼멓게 물들었던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스팟- 스팟- 블랙맘바가 공간 이동했다. 루웁뎅을 쥐잡듯 잡도리하던 닌자들이 광풍에 휘말린 낙엽처럼 스러졌다. 공진파가 가미된 억수갑이 만부막적의 위력을 발휘했다. 이마를 치면 뒤통수가 터져나가고 배를 치면 등이 터져 나갔다. 장령 제자 사사키를 비롯한 정예 닌자 다섯이 적몰하기까지 2~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챙챙챙- 체구가 아담한 닌자가 빗살처럼 날아드는 표창을 여유 있게 손으로 쳐냈다. 표창에 실린 역도를 감안하면 경인 할 스피드와 강격이었다.
퍽퍽퍽- 틈을 얻은 선우현이 글록을 연사했다. 45 ACP탄 열 발을 일시에 덮어쓴 닌자가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턱턱턱 밀려났다. 그뿐이었다.
“쿄쿄쿄!”
닌자가 묘한 소리를 뱉으며 몸을 흔들었다. 즈즈즈- 닌자의 몸에서 아지랑이 같은 기류가 피어올랐다. 찌그러진 탄자가 우루루 떨어졌다.
“허걱!”
선우현의 얼굴이 꺼멓게 죽었다. 달려들려던 즐루도 흠칫했다. 여자 쌈디다.
“죽-인-다!”
닌자가 얼굴을 가린 복면을 확 잡아 뜯었다.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뼈만 남은 얼굴을 치렁한 머리카락이 뒤덮자 백주 대낮의 처녀귀가 따로 없었다.
[38호, 대기하라.]최도식의 사념파를 받은 화자가 뚝 멈추었다.
“49호 년!(미친 년!) 한국년이었슴둥?”
선우현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갈라 터진 목소리지만 분명히 한국어였다. 짐승에 불과한 디노에게 얻어터지고 종내 계집년에게 뒈지게 맞았다. 억장이 무너지고 열불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억, 화자!”
블랙맘바가 기함했다. 해골처럼 말랐지만, 찢어진 눈꼬리와 안장코,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장씨를 빼닮았다. 볼 것 없이 화자다. 실종된 화자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화자가 아닌가?’
외모는 화자인데 공간지각력에 잡힌 뇌파는 화자가 아니었다. 썩은 피 같은 느낌은 좀비에서나 느껴지는 파장이다. 블랙맘바는 혼란에 빠졌다.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슁- 음습한 기파가 덮쳤다. 블랙맘바가 땅에 던지듯이 몸을 낮추며 쿠크리를 등 뒤로 휘둘렀다. 쩌엉- 굉렬한 폭음이 울렸다. 살아남은 루웁뎅과 닌자들이 귀를 움켜쥐고 인상을 찌푸렸다.
우르르- 충격파가 대기를 흔들었다. 전장 소음이 뚝 그쳤다. 최도식은 이를 악물고 뼈마디가 이탈하는 충격을 버텼다. 패앵- 귀도 무라마사가 부러질 듯 진동했다. 내공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애검이 터져나갈 뻔했다.
“엉? 쪽바리 영감! 이거 반갑구먼. 크크크!”
블랙맘바가 낄낄 웃으며 진동하는 쿠크리를 달랬다. 검은 복면을 썼지만, 최도식을 못 알아볼 리 없다. 10년 전 방태산에서 맺어진 악연이 멀고 먼 동아프리카 정글까지 이어졌다. 참으로 질긴 악연이었다.
“빠가야로! 네놈은?”
최도식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설마 했더니 역시로 돌아왔다.
“37호오오오~”
최도식이 상처 입은 맹수처럼 울부짖었다. 의수를 박아넣은 왼팔과 오른쪽 다리가 쑤셔왔다. 방태산에서 젖비린내 나는 놈에게 당하고 금호강에서 똥물을 들이키며 도주한 아픈 기억이 뇌를 활활 태웠다.
“이번엔 목이 잘릴 텐데 뭘 그렇게 반가워하나?”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었다. 금호강에서 놈과 드잡이한 후로 최도식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놈은 공포의 존재가 아니라 닌자술을 극성으로 익히고 좌도방 잡술로 신체를 강화한 괴물에 불과했다.
“코노 쿠쇼타레 쿠찌바시 다마레(더러운 놈 주둥이 닥쳐라)”
최도식이 이를 뿌드득 갈았다.
“늙은 몸에 이빨도 성치 않을 텐데 조심하시오. 잡종 티 내지 말고 한국말을 쓰던지 쪽바리 말을 쓰던지 확실히 하고 말이오.”
블랙맘바가 한껏 이죽거렸다.
“흐흐흐, 천조대신의 인도로다. 이번에야말로 네놈의 목을 잘라서 요강 단지로 쓰리라.”
고수는 달리 고수가 아니다. 최도식은 순식간에 평정을 찾았다. 장로 다섯의 내공을 전이 받아 전투력을 이할 끌어올렸다. 이 할이면 개울물과 강물 차이다.
고수의 전투는 일 푼 차이가 승패를 좌우한다. 금호강에서 놈의 파워에 밀리고 기격에 당했지만, 충분히 자신 있었다. 게다가 38호가 가세하면 전력이 일할 더 올라간다.
“흐흐, 그까짓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신 따위가 무슨 영험이 있어서 감히 나 동방불패를 인도하겠나? 목소리는 좋아졌군. 앞으로 사용할 일도 없겠지만 말이야.”
“요시, 네놈의 목이 질긴지 내 목이 질긴지 확인해보면 알겠지.”
최도식이 무라마사를 비스듬히 들어 올려 중단세를 취했다. 블랙맘바가 쿠크리를 늘어뜨리고 전굴세를 취했다. 블랙맘바와 최도식은 은(恩)은 한 올도 없고, 원(怨)만 중첩된 사이다. 말이 필요 없었다.
슈앙- 무라마사가 공간을 갈랐다. 짜앙- 쿠크리가 섬광같이 날아드는 무라마사를 받아냈다. 투다다닥- 쩡- 쩡- 손과 발이 얽히고 칼날이 번쩍였다. 뿌연 형체가 붙었다 떨어졌다 한 호흡에 수십 회의 공방이 오갔다.
시퍼런 불똥이 폭죽처럼 튀어 오르고 쿠크리와 무라마사가 충돌하는 굉음이 대기를 흔들었다. 손발에 맞은 허벅지 굵기의 나무가 펑펑 터져 나가고, 진각을 밟으면 땅이 대형 폭탄을 맞은 듯 푹푹 패여나갔다.
“으으~”
“울라!”
루웁뎅 생존자와 사쿠라단 생존자들은 피아를 막론하고 얼이 빠졌다. 격전장이 초토화되었다. 관목과 풀은 뿌리째 뽑히고, 거목이 수수깡처럼 부러졌다. 바위는 자갈로 변하고 자갈은 모래로 으스러졌다.
자욱이 휘날리는 쇄설물과 먼지로 인해 종내 두 사람은 보이지도 않았다. 인간의 싸움이 아니라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괴수와 하늘에서 떨어진 이물 대전이었다.
‘흐으~ 대단한 늙은이디! 세상은 넓구마.’
저격 기회를 노리던 선우현이 끝내 아씨발 총구를 내렸다. 와킬과 늙은이의 몸놀림이 워낙 빠른 탓에 동체 시력이 따라가지 못했다. 와킬의 일격을 견디는 괴물이 총알 몇 발 맞는다고 죽을 것 같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