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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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장 아프리카의 한국인10
꽝- 꽝- 꽝- 폭음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최도식은 파도처럼 밀어닥치는 연환각을 방어하느라 정신이 쑥 빠졌다. 육중한 한 수 한 수를 막을 때마다 내장이 울리고 뼈마디가 저렸다. 티타늄과 리퀴드 메탈 복합 소재로 제작한 의수와 의족이 아니었으면 견디기 힘든 강격이었다.
‘이런 괴물이 있을 수 있나!’
최도식은 믿을 수 없었다. 전투력을 이 할이나 끌어 올렸음에 불구하고 놈을 압도하기는커녕 방어하기 바빴다. 술법을 써먹기도 힘들었다. 고수 간의 생사박투는 실낱같은 파탄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어설픈 잔수를 부리다간 한 방에 으스러질 위험이 있었다.
놈은 단 한 번도 호흡 없이 몰아쳤다. 무산소 호흡은 축적된 에너지를 급격히 소비하고 근육에 노폐물이 침착되므로 근육의 수축 이완이 느려진다. 호흡으로 산소를 보충하는 텀에 스피드가 떨어지므로 공방이 바뀐다.
그래서 고수의 싸움은 공수 리듬을 타고, 호흡과 공간의 싸움이 된다. 상대가 호흡 없이 파워풀한 공세를 이어가면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최도식이 공터에 세워진 하프 트럭을 힐끔거렸다. 하프 트럭은 앞바퀴는 타이어, 뒷바퀴는 캐터필러를 장착한 특수전 차량이다. 육중한 차체가 마음에 들었다. 국면을 바꾸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수와 의족에 내장된 화기를 사용할 기회를 잡아야 했다.
최도식은 슬금슬금 하프 트럭으로 물러섰다. 전투의 신 블랙맘바가 최도식의 의도를 모를 리 없었다. 스피드를 잡아야 할 판에 잘 됐다. 쾅쾅- 쩡쩡- 두 사람은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외곽으로 이동했다.
블랙맘바가 하프 트럭을 등지는 순간 풋- 최도식이 입안에 숨기고 있던 강침을 발사했다. 얼굴을 마주한 상황에서 눈알을 향해 날아오는 강침은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블랙맘바가 본능적으로 머리를 젖혔다. 빠직- 쇠머리에 부딪힌 백미러가 박살 났다.
‘요시!’
최도식이 눈을 부릅떴다. 파앙- 전력을 다한 전당격이 복부를 후렸다. 표적이 피식하고 꺼졌다. 다리는 그 자리에 못 박힌 채로 상체만 잔상을 남기고 허깨비처럼 좌측으로 밀려갔다. 오금연노법으로 단련한 유가술이었다.
꽝- 82mm 박격포에 버금가는 발차기가 잔상을 뚫고 하프 트럭 적재함에 틀어박혔다. 콰장창- 5톤 트럭이 깡통처럼 튕겨 나갔다.
고수 간의 대타에서 전력을 다한 일격은 틈을 주기 마련이다. 최도식이 아차 할 때 쇠뭉치 같은 팔꿈치가 텅 빈 가슴을 통타했다. 학이 날개를 휘저어 상대를 치는 학익반주다.
“커억!”
제대로 한 방 맞은 최도식이 피를 울컥 토했다. 균형이 깨지자 상황이 급전직하했다. 손, 발, 머리, 어깨, 팔꿈치, 무릎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전륜십팔박이 폭발했다.
빠바바박- 최도식이 암혼기를 전력으로 끌어올려 우박처럼 쏟아지는 공세를 풀어내고 타격 데미지를 버텼다. 대하처럼 기경팔맥을 도도히 흐르던 내기가 급격히 소진되었다.
식은땀이 잔등을 적시고 돌덩이를 얹은 듯 가슴이 무거워졌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대타에서 한 번 선기(先機)를 잃으면 끝장이다.
[38호, 쳐라!]결정적인 순간에 써먹으려고 38호를 아꼈지만, 시간이 문제일 뿐 이대로 맞아 죽을 판이다.
쉬이이- 화자가 박쥐처럼 배후를 덮쳤다. 바크나크 또는 클로라 불리는 쇠갈고리 발톱(영화 엑스맨의 울버린이 채용한 무기)이 뒤통수를 노리고 섬광처럼 쇄도했다. 깡- 억수갑이 바크나크를 맞이했다. 억수갑과 바크나크가 깍지끼듯 엉켰다.
“끙!”
블랙맘바가 손아귀에 불끈 힘을 주었다. 빠지직- 티타늄 합금강 발톱이 뻥튀기처럼 으스러졌다. 히가시혼간지가 천 년의 금단 비술로 제련한 생강시도 에피듐의 완력을 버티지 못했다.
바크나크를 낀 손이 으스러지고 팔꿈치가 뒤틀리고 어깨뼈가 우지끈 무너졌다. 화자는 비명 한 마디 지르지 않고 표정 한 올 변하지 않았다. 세혼술의 특징이다. 세혼술을 시술받은 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캬오!”
화자가 아랑곳하지 않고 반대쪽 손을 휘둘렀다. 샥- 블랙맘바의 머리가 뒤로 툭 밀렸다. 패액- 시퍼렇게 빛나는 반 자 길이의 발톱 3개가 머리털 한 올 차이로 안면을 지나갔다.
“망할 것! 할퀴는 못된 버릇은 여전하네.”
뿌악- 사타구니를 걷어차인 화자가 붕 떴다. 무정한 억수갑이 견갑골을 움켜잡고 땅바닥에 거꾸로 내리찍었다. 꽝- 머리부터 상체 절반이 땅에 쑤셔박혔다.
블랙맘바는 한 올의 인정도 남기지 않았다. 악연이 선연으로 바뀌는 사례는 소설이나 드라마의 설정일뿐, 어설픈 용서는 뒤통수 치기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칙쇼, 쓸모없는 것!”
최도식은 37호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인목(人木)이 된 38호의 꼬락서니에 이를 갈며 내상 치유에 투입된 암혼기를 급히 수습했다. 38호 덕분에 숨을 돌리고 데미지를 회복했지만, 강력한 히든카드 한 장을 헛되이 버렸다.
“쪽발이 영감, 제법 튼튼한 장난감을 만들었군.”
블랙맘바가 삼엄한 얼굴로 최도식을 노려보았다. 놈의 주특기가 세혼술이다. 놈이 천인 군단을 만든답시고 생체 실험과 세혼술 시술로 죽인 사람이 수백 명이다.
화자든 아니든 땅에 박아놓은 여자는 적면에서 한 단계 진보한 생강시다. 인간을 도구로 제작하는 프리메이슨, CIA, 부두교, 히가시혼간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들이다.
“흥! 네까짓 천민이 천인의 위대함과 천인에 봉사하는 시자(侍者)의 즐거움을 알 리 없지. 쓸모없는 것, 애써 만들었더니 제 역할도 못 하고 부서져 버렸군.”
최도식이 일말의 연민도 없이 혀를 찼다.
“헐! 어깨에 얹힌 물건을 떼내야 미친 병이 나을 늙은이구마.”
“칙쇼! 이거나 먹어라.”
펑- 의수에 내장된 연막탄이 터졌다. 반경 30m가 짙은 회색 연기로 뒤덮였다.
“또 도망치겠다고?”
두웅- 공진파로 연막을 날려버리려는 순간 독사처럼 꼿꼿이 대가리를 곤두세운 크래커가 튀어나왔다. 턱- 억수갑이 창처럼 가슴을 찔러오는 채찍을 움켜잡았다.
“크크크, 가랏!”
최도식이 핸들 버튼을 눌렀다. 금강사 역린이 자르르 솟았다. 파악- 최도식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핸들을 잡아챘다. 연원을 알 수 없는 히가시혼간지 보물 카미노 무치(신의 채찍)의 역린은 강철을 무 베듯 잘라낸다.
푸왕- 공진파가 연막을 날려 보냈다. 채찍을 잡고 썩은 미소를 짓는 블랙맘바가 나타났다.
‘빌어먹을! 연막탄도 소용없군.’
최도식은 기가 막혔다. 놈은 술법을 쓰지 않음에도 백약이 무효였다. 꿈에도 만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대였다.
“씨잘데 없는 장난감이네!”
기대는 배신으로 돌아왔다. 37호의 손이 걸레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채찍은 꿈쩍도 않았다. 차르륵- 억수갑이 휩을 훑었다. 곤두선 금강사 역린이 우수수 떨어졌다.
“헉, 저 저놈이!”
최도식이 기함했다. 10톤 프레스로 찍어도 손상되지 않는 귀물이 피륙에 불과한 손바닥에 망가질 줄이야! 그가 억고기물(億古奇物) 억수갑의 존재를 어찌 알겠는가!
“요시!”
최도식이 채찍을 잡아챘다. 패앵- 채찍이 피아노 현처럼 진동했다. 스악- 최도식이 탄력을 빌어 번개같이 쇄도했다. 패액- 무라마사가 섬광처럼 떨어졌다. 블랙맘바가 양손으로 채찍을 잡고 떨어지는 무라마사를 받아냈다.
꽝- 폭음이 울렸다. 채찍은 강철을 쪼개고 남을 검격을 거뜬히 버텨냈다. 탄성에 퉁겨진 최도식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파바바방- 암혼연비각이 무차별로 쏟아졌다. 우웅- 대기가 진저리치며 물러났다.
발차기가 점점 빨라졌다. 공기 저항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블랙맘바의 상체가 바람에 날리는 수양버들 가지처럼 흔들렸다. 최도식이 복면을 북 뜯어서 날렸다. 패앵- 내기가 주입된 복면이 철판처럼 날아갔다.
블랙맘바의 시야가 복면에 가려지는 순간 투투투투- 의수에서 총탄이 쏟아졌다.
“흥!”
블랙맘바가 손바닥을 활짝 펴서 섬광처럼 휘저었다. 따다다당- 콩 볶는 소리가 울렸다. 핏- 한차례 총격을 막아낸 블랙맘바가 순간 이동했다. 팔이 으스러질 듯 저리고 내장이 흔들렸다. 총탄을 막아도 운동량 충격은 신체가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투투투투- 총탄이 블랙맘바를 추격했다. 핏- 핏- 블랙맘바가 섬광처럼 이동했다. 총탄은 헛되이 땅바닥에 먼지만 피웠다. 피르르- 의수에서 리볼버가 헛돌아가는 미세한 소음이 울렸다.
“여어, 짝퉁 쪽발이! 총알이 떨어졌나?”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었다.
“오니 노 요나 야스!(귀신같은 놈!)”
최도식이 이를 갈았다. 회심의 총격마저 무위로 돌아갔다. 귓구멍에서 연기가 나올 것 같았다.
[38호, 정신 차려라.]최도식이 사념파를 보냈다. 생강시는 목이 잘리고 심장이 터지지 않는 한 죽지 않는다. 화자의 상체가 슬그머니 땅에서 빠져나왔다. 얼이 빠진 관전자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전권을 장악하고 있는 블랙맘바가 기척을 모를 수 없다.
“화자 이년! 짚은다리 미친년이 아프리카에서 제대로 미쳤구마.”
블랙맘바가 공진파를 담은 노호성을 질렀다.
“화자? 짚-은-다-리!”
화자가 고개를 갸웃했다. 익숙한 단어다. 저놈이 누구더라? 교주의 채찍을 쥐고 있는 인간이 짜증 나고 눈에 거슬렸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비치듯 살짝 내밀던 기억이 다시 사라졌다. 초점을 찾는 듯하던 눈동자가 다시 흐릿해졌다.
‘화자가 맞군!’
블랙맘바가 침음했다. 세혼술에 당한 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화자는 자의든 타의든 세혼술의 제물이 되었다. 정신병원에 감금된 장 씨와 제주도에서 오늘내일하는 백부가 스쳐 갔다. 끝없는 탐욕으로 타인의 피눈물을 뽑은 업보다.
[공격하라!]화자가 허벅지 홀더에서 육중한 권총을 뽑았다. 억수갑에 잡아 뜯긴 오른팔은 박살 났지만, 왼손은 건재했다. 강력한 375매그넘 탄을 사용하는 데저트 이글은 여자가 사용하기엔 지나치고 무겁고 반동이 크지만, 화자는 여자가 아니라 생강시다.
“뒈-져-라!”
쾅- 폭음이 전장을 흔들었다. 스팟- 블랙맘바가 허깨비처럼 이동했다. 포착된 상대의 총격에 당할 블랙맘바가 아니었다. 꽝꽝꽝- 소총탄보다 강력한 매그넘탄이 줄줄이 쏟아졌다. 핏핏핏- 블랙맘바가 번득번득 사라졌다.
슈앙- 쿠크리가 공간을 갈랐다. 퍽- 거대한 칼날이 심장을 부수고 등 뒤로 튀어나왔다. 데저트 이글이 툭 떨어졌다.
“틀렸군!”
의족과 의수가 체화되지 않은 탓에 기력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다. 놈은 자신의 현재 무력으로 상대할 놈이 아니었다. 분하지만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최도식이 오른발을 쳐들었다.
꽝꽝꽝- 폭음이 연속 울렸다. 최도식은 의족에 내장된 고폭탄 세 발을 연사하고 반동에 몸을 싣고 공간을 갈랐다. 결과는 보지도 않았다. 꽝- 꽈르르- 폭음이 진동하고 불꽃이 공간을 삼켰다. 블랙맘바가 폭발풍을 타고 날아올랐다.
“오이테 미요우!(두고 보자!)”
300m 밖에서 악에 받친 외침이 울렸다.
“두고 보자는 놈을 그냥 둘 수 없지.”
웅- 공진이 휘돌았다. 손가락으로 허공을 쿡 찍었다. 지풍은 인터벌이 필요하므로 고수와 대타 중에는 써먹을 수 없지만, 시간만 주어지면 최강 스킬이다.
퍽- 최도식의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총 맞은 새처럼 추락한 최도식이 땅을 박차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대사부! 대사부가 도주를~”
살아남은 사쿠라단 닌자들이 비통하게 외쳤다. 히가시혼간지 역대 최강 고수이자 정신적 지주인 대사부의 패배와 도주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흥! 채찍을 두 번이나 헌상하는군. 늙은이를 또 놓치면 내 성을 갈지.”
블랙맘바가 손에 든 최도식의 채찍을 휘둘렀다. 콰우우- 회오리가 일었다. 상처 입은 최도식을 추적하기는 여반장이다. 썩어도 준치다. 닌자를 남겨두면 선우현과 루웁뎅이 위험했다.
회오리가 사쿠라단을 덮쳤다. 결과는 파멸이었다. 팔다리가 끊어지고 몸통이 잘리고 목이 떨어졌다. 락샤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채찍은 썩 훌륭했다.
“쫄따구, 쪽바리 늙은이를 잡아오지. 그년이 죽지 않았으면 묶어둬.”
블랙맘바가 땅을 박찼다.
“와킬, 돌아올 때 멧돼지 한 마리 잡아오기요.”
배짱과 무신경함은 최강인 선우현이었다. 얼이 빠진 정필수와 루웁뎅이 피바다가 된 전장을 멀거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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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식은 내기로 어깨 구멍을 막고 전력으로 암영보를 시전했다. RPG 고폭탄에 버금가는 포탄 세 발은 시간벌기용이었다. 놈이 당할 가능성은 한 푼도 없었다. 놈을 잡으려면 에덴테 주둔지로 돌아가서 본사 장로를 전부 불러야 했다.
콰르르- 거칠게 흐르는 아루위미 강이 앞을 막았다. 강심에 붉은 눈이 점점이 떠 있었다. 악어다. 착착착- 악어 등을 징검다리 삼아 강을 건넌 최도식이 질주했다. 끔찍한 악귀가 뒤통수를 잡아챌 것만 같았다.
미친 듯이 달려서 20km를 벗어나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자의가 아니라 천야만야한 절벽이 앞을 막았다. 그는 달빛을 받아서 허옇게 빛나는 자이언트 로벨리아를 짚고 헐떡였다.
눈앞이 흐려지고 머리가 빙빙 돌았다. 천하의 사이 도지쿠도 대량으로 피를 잃고 내기가 바닥난 바에야 대책이 없었다. 바닥을 보이는 암혼기를 쥐어짜서 내상을 치료했지만, 더디기만 했다.
“37호, 네놈이 첫판은 이겼다. ”
최도식이 이를 갈았다.
“짝퉁 쪽발이, 둘째 판은 없거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