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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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1 ->32권
돌무덤 앞에서 코히바지골로를 피워 물었다. 악연도 인연이고 미운 정도 정이다. 가족이 없는 어린 무쌍엔 싫든 좋든 큰집 식구가 가족이었다. 죽이고 싶었고 실제로 죽이려 했지만, 이처럼 비참한 죽음을 원치는 않았다.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던 증오도 돌아서니 티끌이오. 죽고 나니 부질없었다.
화자는 의미 없이 살다가 한줄기 담배 연기처럼 덧없이 사라졌다. 생애에 단 한 번도 생산적인 일을 해 본 적이 없는 여자, 한 번뿐인 생을 방탕하게 보내버린 여자, 사다리를 오르기보다는 잘라버린 여자, 레 미제라블! 그녀도 불쌍한 영혼이었다.
잘 죽는 것(웰 다잉)은 잘 사는 것(웰빙)만큼이나 중요하다. 화자와 최도식은 악의로 삶을 채우긴 마찬가지였지만, 죽음을 맞이한 태도는 달랐다.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악의를 불태운 혼(魂) 사악한 백(魄)을 남기고, 마지막 순간에 자신을 돌아본 혼은 백을 흩었다. 순간의 카이로스다.
고대 그리스인의 통찰에 의하면 시간 개념은 카이로스와 크로노스로 나뉜다. 크로노스는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크로노스는 공평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싹이 움트고, 알에서 깨어나고, 자궁을 탈출하는 순간부터 죽음이란 종착지까지 크로노스의 지배를 받는다.
카이로스는 지구 자전과 상관없이 새로운 차원이 열리는 섬광의 순간을 말한다. 소위 깨달음의 시간이다. 카이로스는 우주를 밝히는 초신성일 수도 있고, 희미하게 반짝이는 반딧불일 수도 있다.
인간은 장엄한 우주의 시공 속에서 반짝하고 수유의 시간을 살고 가는 티끌 같은 존재다. 이렇게 저렇게 복잡하게 나누고 구분함이 무슨 의미가 있던가? 영혼이 떠나면 육신은 원소로 돌아가고, 타인의 기억에서 망각되는 순간 영혼도 사라진다.
그래서 인간의 존재 의미는 카이로스에 있다. 화자는 마지막 순간에 주체적으로 죽음을 결정했다. 반딧불만도 못한 카이로스지만, 그마저도 얻지 못하고 크로노스에 질질 끌려가서 필멸하는 존재가 우리네 장삼이사의 삶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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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수, 악의와 악의가 부딪히고, 야만과 야만이 물어뜯는 동족 포식의 현장을 잘 보았겠지?”
“두렵습니다.”
정필수가 솔직히 말했다.
“카니발리즘은 호모사피엔스의 유전자에 각인된 본태 정보다. 문명사회가 법과 도덕, 윤리와 종교로 포장된 카니발리즘이라면 이곳은 힘과 힘이 부딪히는 야만의 카니발리즘 현장이다. 너는 자신이 해장거리도 되지 않음을 절실히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각자도생의 아수라장에 남겠나?”
“아!”
정필수는 가슴이 찡했다. 블랙맘바의 진심이 영혼을 울렸다. 능력이라곤 쥐뿔도 없는 주제에 무모하게 나서고 좁쌀 같은 염량세태로 블랙맘바를 재단했다. 자책감과 수치심으로 얼굴이 화끈했다.
반딧불만도 못하지만 카이로스가 찾아왔다. 아복기포 불찰노기(我腹旣飽 不察奴飢)라 했다. 내 배가 부르면 종의 배고픔을 알지 못한다. 힘 있는 자는 힘없는 자의 서러움을 모르고, 부자는 빈자의 어려움을 모른다. 뚜바이부르파는 그냥 뚜바이부르파가 아니었다.
“와킬, 저는 세상을 잘못 살아온 것 같습니다. 스스로 국가를 위해서라고 위안 삼았지만, 저 자신이 권력에 젖었습니다. 국민은 미몽에서 깨어나는데 시대를 역행해서 국민의 귀와 입을 막고, 못된 짓도 많이 저질렀습니다. 비정상적인 정권과 부패한 권력을 벗어나서 주체적으로 살아보고 싶습니다. 애국자는 못되지만, 내 나라가 힘을 얻을 수만 있다면, 나라에 손톱만큼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죽어도 좋습니다. 전직 북한군 대좌도 쫄따구가 되었는데 전들 못할 게 있습니까! 귀찮은 혹을 내치지 마시고 쫄따구로 부려주십시오.”
정필수가 주먹을 불끈 쥐고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냈다.
‘점마가 미쳤나?’
김명진이 뜨악한 눈으로 정필수를 쳐다보았다. 뺀질이 정필수가 기어이 돌아버렸다.
“와킬, 저도 쫄따구로 부려주십시오. 전투력은 떨어져도 통역은 자신 있습니다. 프랑스어, 아랍어, 반투어, 스와힐리어 다 할 줄 압니다. 죽어도 와킬 옆에서 죽겠습니다.”
김명진도 질세라 팔을 걷고 나섰다.
‘흐흐흐, 남조선 아새끼래 기어이 옴부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슴둥!’
선우현이 비죽이 웃었다. 옴부티 바이러스는 노바토피아 신민 이백만 명이 감염된 최강의 바이러스다. 깝죽대던 자본주의 아새끼들도 하루 거리에 불과했다.
‘이 자식들이 쌍으로 뽕을 빨았나?’
블랙맘바가 뚱한 눈으로 한국인 둘을 쳐다보았다. 문득 기즈 박사의 미러 뉴런 이론이 생각났다. 인간은 미러 뉴런을 통해서 내가 경험하지 못한 타인의 행동 양식과 감정상태를 내가 경험한 듯이 느끼고 공감한다. 미러 뉴런이 좋은 쪽으로 발현하면 역지사지(易地思之)요. 나쁜 쪽으로 발현하면 집단 광기가 된다. 가당치 않은 녀석들이다.
“띨띨한 놈들, 이투리 정글이 띄엄띄엄하디? 그딴 발언은 국회서 하라고. 할 일 없으면 자빠져 잠이나 자!”
블랙맘바가 버럭 하고는 막사로 휭 들어갔다.
“님자들, 쫄따구는 아무나 하는거이 아임메.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야 함메. 내래 물을 빼느라 5년이나 고생했슴메. 님자들이래 고조 물이 빠지지 않았슴메. 불순한 의도로 와킬 주위에 얼쩡거리면 내래 죽여 주가써.”
선우현이 살벌한 눈빛을 남기고 블랙맘바를 따라갔다.
“물! 무슨 물?”
정필수가 김명진을 돌아보았다.
“몰라서 물어요? 애국이니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다느니, 영혼 없는 소리가 와킬의 귀에 들리겠어요?”
“인마, 너도 쫄따구가 되겠다고 했잖아?”
“정 선배, 그 머리로 안기부에는 어떻게 들어왔어요?”
“새꺄, 내 머리가 어때서?”
정필수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그는 여전히 블랙맘바를 제대로 몰랐다.
하현달이 흐릿해졌다. 새벽이 가까워지자 막판에 한 잔 빨고 퇴근하려는 모기떼가 아우성을 쳤다. 짝- 짝- 김명진이 모기장 구멍을 비집고 들어온 깨알 같은 모기를 연신 때려잡았다. 모기장 밖에는 꿀벌만큼 큰 모기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모기장이 없었으면 피를 쪽 빨리고 강시가 될 판이었다.
“인마, 잠 좀 자자!”
정필수가 구시렁거렸다.
“모기에 떠메어 가게 생겼는데 잠이 옵니까?”
“야야, 방수포 덮어쓰고 그냥 자자. 빨갱이가 물이 빠져야 한다고 했잖아. 와킬께 방해된다.”
정필수가 옆구리를 쿡 찌르고 손짓했다. 블랙맘바가 중앙 막사 테라스 비치의자에 누워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뱃불이 빨갛게 타오르면 음울한 얼굴이 나타나고, 담뱃불이 죽으면 검은 실루엣이 쓸쓸해 보였다.
‘미친개 정필수가 맛이 갔구먼. 뚜바이부르파가 대단하긴 대단하네.’
김명진이 머리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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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까날 쁠뤼(Canal+, 프랑스 민영 방송사) 직원들이 막사에서 우르르 몰려나왔다. 방송국 로고가 부착된 유니폼, 스티커를 붙인 ENG 카메라, 붐 마이크, 스테디캠, 등등 촬영에 필요한 소품을 제대로 갖춘 취재팀이 피비린내 등천하는 막사 앞 공터에 정렬했다.
공터 한쪽엔 가젤 세대가 착륙해 있고, 사망자를 안치한 하얀 장례용 부직포가 줄지어 있었다. 요원들이 부직포를 캐빈에 부지런히 부지런히 실었다. 이것이 첩보원의 세계다. 죽음은 죽음이고 임무는 임무다.
“고문님, 쓸만해 보입니까?”
빠송과 파비우스가 불안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까날 쁠뤼 로고가 찍힌 바람막이 옷을 걸치고 챙이 넓은 부니 햇과 선글라스로 얼굴을 덮었다.
“고생했어!”
두 사람의 얼굴이 환해졌다. 블랙맘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곳은 파리가 아니다. 삼일 내에 준비하라고 했지만, 이 정도로 완벽히 준비할 줄은 몰랐다.
“저 녀석들은 잡부다.”
블랙맘바가 풀이 죽어서 멀뚱히 서 있는 정필수와 김명진을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얼굴이 밝아진 두 사람이 유니폼을 받으러 달려갔다.
“변태 녀석들, 죽으러 가라는데 좋아하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었다.
“남조선이래 공화국보다 좋긴 좋디요. 공화국은 보여주는 충성이디요. 내래 쫄따구니끼니 저 동무들은 쫄짜로 하겠슴메. 크크크!”
선우현이 킬킬 웃었다.
“사이비 애국으로 눈가림하는 친일파 새끼들보다는 보여주기 충성이 낫거든.”
블랙맘바가 뼈있는 한마디를 던지고 파비우스를 불렀다.
“파비우스, 양키가 취재를 허락할 리 없다. 캠프 정문에서 막무가내로 소란을 피워라.”
“넵!”
“와킬, 양키는 나무둥치에 치마만 둘러도 눈이 뒤집힙니다.”
정필수가 훈수했다. 블랙맘바가 파비우스를 쳐다보았다.
“통신 반에 마드모아젤이 둘 있습니다.”
“그래? 당장 까날 쁠뤼 유니폼을 입혀라.”
“이왕이면 비키니로 하지요.”
“안돼, 굶주린 고릴라와 침팬지가 너무 많아.”
블랙맘바가 손을 저었다. 진짜 비키니로 나섰다간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독충의 밥이 된다.
“와하하!”
“크크크!”
잔뜩 굳어있던 가짜 취재팀이 낄낄거렸다.
“파비우스, 삼 앞으로 오후 세시에 캠프 정문에 도착하라. 나는 미리 침투로를 확인하겠다. 일이 잘못돼서 전투가 벌어지면 끼어들 생각 말고 즉시 철수하라.”
“위! 엄수하겠습니다. 고문님, 테투리까지 하프 트럭을 이용하시지요.”
“백 프로 양키 촉수에 걸린다. 나는 조용히 스며들겠다. 즐루!”
즐루가 시체를 헬기 캐빈에 싣다 말고 득달같이 달려왔다.
“파비우스, 프레데터가 나타날지 모른다. 즐루와 동행하라.”
“감사합니다. 연습하지 않고 뭣들 하나!”
파비우스가 취재팀을 다그치고 블랙맘바가 선우현과 정필수, 올롱게를 데리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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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판와자 그린캠프 화학 분석실, 테이블에 타블로이드 가판 신문 크기에 포세이돈의 삼지창 형상 금속 파편이 황금빛으로 번쩍였다. 트리덴템은 라틴어로 이빨이 셋이란 뜻이다.
“맥, 아직도 헤매고 있나?”
사무엘 교수가 분석실을 다녀간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또 나타났다. 그럴 만했다. 전날 탐사팀이 H 섹터에서 오파츠로 추정되는 금속 파편을 발굴했다. 사무엘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트리덴템(tridentem)을 태울 방법이 없네. 다이아몬드는 명함도 못 내밀겠어.”
맥 교수가 누렇게 뜬 얼굴로 사무엘을 돌아보았다. 원소의 종류와 함량을 계산하려면 AAS와 ICP-MS로 스펙트럼을 분석해야 하는데 연소 챔버에 투입된 시료가 요지부동이었다.
“방법이 없겠나?”
“이곳 장비로는 불가능하네. 프린스턴의 헤파이토스에 처넣어야겠어.”
맥 교수가 고개를 저었다.
“XRF 전자 에너지 측정값은 나왔나?”
“내 자리를 걸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이 아니라고 주장하네.”
“흐흐흐, 결국 오파츠를 찾아냈군.”
사무엘이 득의의 웃음을 흘렸다. 결국, 오파츠를 손에 넣었다. 신은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다. 과학계가 벌컥 뒤집히고 지급장은 떼놓은 당상이다.
지하 깊숙이 매몰된 오파츠는 상상하기 힘든 고온과 고압에 노출되고, 우라늄, 토륨 등의 방사성 물질과 접촉한다. 트리덴템은 악조건에 불구하고 수천만 년, 수 억년의 세월을 견뎌냈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한 물질이었다.
“너무 좋아하지 말게. 경도는 다이아몬드 이상이지만 인장강도는 그리 높지 않아. 브리넬 경도로 말하자면 유리 비슷한 물질일세.”
“그렇다면?”
“도가니 내부의 내화 벽돌 같은 물질일세. 내 생각엔 핵융합로 내피로 추정되네.”
“으음, 활용 범위가 넓지 않겠구먼.”
사무엘이 침음했다.
“물리학자와 소재 분야에서 침을 질질 흘릴걸세. 일단 끝내주는 소방복을 만들 수 있겠군.”
맥은 사무엘과 달리 차분했다. 트리덴템은 대단한 물질이지만 상온초전도체에 비하면 급이 뚝 떨어졌다.
“외피도 발굴되면 좋을 텐데.”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신으면 왕비가 되잖아.”
사실 트리덴템은 상온초전도체의 가치에 가려졌을 뿐 엄청난 물질이었다. 데이비스 집행관의 표현을 빌리면 열심히 마찰하던 나무에서 불꽃이 피어오른 셈이었다.
“젠장, 알맹이는 웬 미친년이 들고 튀어 버리고 우린 껍데기를 들고 주접을 떠는군.”
사무엘이 한탄했다. 내화벽돌 따위는 상온 초전도체에 비하면 포장지에 불과했다.
“일단 위원회로 보내세. 자네가 사기꾼이 아니라는 증명을 했으니 그것만도 엄청난 성과일세. 크크크!”
맥이 킬킬 웃었다. 사무엘이 실망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고소했다.
“훗! 그건 그렇지.”
사무엘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중수소화 리튬 반응, 핵융합로의 부속품인 트리덴템, 상온초전도체가 등장함으로서 맘바사 레포트는 확실히 증명되었다.
“망할 년!”
사무엘이 이를 갈았다. 신이 내려준 월계관을 멍청한 계집년이 팽개쳐버렸다. 사무엘만큼이나 혜영을 증오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물론 증오의 결과가 아수라를 불러들일 줄은 캠프에 상주하는 7,500명 누구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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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 데이비스는 트리덴템이 발굴되자 맥킨리에게 쉐도우와 해병대를 맡겼다. 다이슨 준장은 숫자가 보강된 프레데터 팀을 맡았다.
데이비스의 의도는 제대로 먹혔다. 구사일생으로 기회를 잡은 맥킨리는 무자비한 공세를 펼쳤다. 캠프에 접근하는 거동 수상자는 신분 확인 없이 소거하고, 대대급 위력 정찰대를 동원해서 게릴라를 소탕하고, 본거지로 의심되는 지역은 MLRS와 네이팜탄을 퍼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