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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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3
흥분한 위병장교가 울화통을 터뜨렸다.
“비열한 인종주의자가 스스로 꼬리를 내놓았군.”
파비우스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망할 인간을 보았나! 인체 실험을 하고도 남을 인간일세.”
빠송이 들고 있던 클래퍼 보드로 삿대질했다.
“헙! 그 그것이 아니라~”
말실수한 위병장교가 황급히 변명에 나섰다.
“닥쳐! 어이 친구들, 고귀한 백인께서 깜둥이는 미개하고 피그미는 쥐새끼라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파비우스가 일행을 돌아보았다. 방송사 유니폼을 착용하고 각종 촬영 장비를 든 기사와 로고를 부착한 헌팅 캡을 쓴 기자가 우르르 몰려들었다.
“인종주의자는 지옥으로 꺼져라.”
“피그미족을 내버려둬라.”
“사악한 양키는 지구를 떠나라.”
“미군은 내부 시설을 공개하고 고엽제를 뿌린 책임자를 법정에 세워라.”
“여러분, 미군이 증거를 없애기 전에 밀고 들어갑시다.”
가짜 취재팀이 정신없이 떠들었다.
“오우 쉿!”
위병장교는 혼이 쑥 빠졌다. 돌발사태에 어찌할 줄 모르고 눈만 끔벅였다.
“캡틴, 취재를 허락하지 않으면 그린피스와 프랜즈 오브 어스에 제보하겠소. 환경운동가 수천 명이 몰려오면 당신이 감당할 수 있소?”
파비우스가 엄포를 놓았다.
“알았소. 상부에 일단 보고하겠소.”
위병장교는 프랑스인 특유의 수다와 소란에 백기를 들었다. 언론이 물어뜯고 환경단체가 몰려오면 난처해지는 쪽은 캠프다.
“퍼스트 게이트입니다.”
-무슨 일인가?
부관 리처드가 전화를 받았다.
“프랑스 방송사에서 취재팀이 몰려왔습니다. 취재를 거부했지만, 막무가내입니다.”
-방송사? 하이에나가 몰려왔군. 자세히 설명하라.
상황을 보고받은 리처드는 골치가 아팠다.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사령관님, 프랑스 방송사에서 몰려왔습니다.”
“프랑스 방송사! 장난하나?”
맥킨리가 황당한 얼굴로 부관을 쳐다보았다. 마릴린 먼로가 갠지스 강 똥물에서 목욕한다는 말이 더 신빙성 있었다.
“캠프가 열대 우림을 마구잡이로 망치고……. 피그미족을 납치해서……. 위병 소대와 대치 중입니다.”
“별 미친놈들 다 보겠네. 무조건 돌려보내.”
맥킨리가 같잖다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말을 듣지 않는답니다.”
“위협사격을 해서라도 쫓아. 잠깐, 어디에서 왔다고?”
“까날 쁠뤼입니다.”
“까날 쁠뤼! 그게 뭐야?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사입니다.”
맥킨리가 전화기를 들었다.
“미셀 중령, 까날 쁠뤼에 취재진을 파견했는지 즉시 확인하라.”
-엣썰!
미셀 중령의 보고를 받은 맥킨리는 고민에 빠졌다. 취재팀으로 확인된 이상 위협사격으로 쫓아버릴 수도 없었다.
“망할 새끼들, 식인종이 날뛰는 오지에 뭘 주워 먹겠다고 취재진을 보냈지?”
“DGSE 수작이 아닐까요?”
“수영장 개구리가 이따위 소프트한 수작을 부리지는 않을 텐데……. 진짜든 가짜든 영내에 들일 수는 없어.”
“환경 단체에 제보할 텐데 문제없을까요?”
“그건 내가 걱정할 일이지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야. 돌려보내!”
“엣썰!”
맥킨리는 단호했다. KGB 몰로 인해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엄청난 인적 물적 손실을 당했다. 첩보원이 섞여 있을지도 모를 취재팀을 영내로 들일 수는 없었다.
******
정문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취재팀과 위병 간에 고성이 난무하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블랙맘바의 지시를 받은 파비우스와 빠송은 총을 쏴도 물러날 인간이 아니었다.
소란이 커지자 외곽 막사에서 해병대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장기간의 작전으로 인해 지치고 무료해진 상태다. 핫팬츠에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탱크톱을 걸친 두 명의 여자 리포트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해병대원 수백 명이 철조망에 매미처럼 달라붙어서 눈알을 굴렸다. 종내 촬영팀을 들여 보내라는 볼멘소리가 터지고 곧 함성으로 바뀌었다. 삼엄하던 캠프 정문이 졸지에 도떼기시장으로 변했다.
******
잡부 한 명이 난장판에서 슬그머니 몸을 뺐다. 스스스- 잡부가 공기 중에 녹아들었다. 쉬이이- 한 줄기 바람이 정문 좌측 30m 지점, 5m 높이의 전기 철조망을 스쳐 지나갔다. 눈이 많은 곳일수록 구멍이 큰 법이다.
그가 낮 시간대에 침투한 이유는 프레데터와 적외선 카메라 때문이었다. 자연동화술이 인간의 눈을 속일 수는 있지만 적외선 카메라를 속일 수는 없었다. 잠입 목적은 어디까지나 혜영의 안전 확인이었다. 야단법석을 부릴 이유가 없었다.
‘웬만해서는 침투할 엄두도 못 내겠구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외곽의 아그리피나 실드에 이어 내부 경계망도 만만치 않았다. 5m 높이의 전기 철조망 앞뒤로 폭 3m 윤형 철조망이 추가되었다. 철조망 폭만 10m에 달했다.
촘촘한 적외선 카메라, 5분 단위의 동초와 고상 경계 초소, 불규칙한 군견 순찰대……. 돈 많은 미국답게 경계 태세가 어마어마했다.
내부로 침투한 블랙맘바는 또 한 번 놀랐다. 레이더와 미사일 사이트, 줄지어 늘어선 헬기, 장갑차, 험비, MLRS 컨테이너를 적재한 트레일러, 교묘하게 사각을 죽인 콘크리트 방어 진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르셋 막사, 외곽을 빙 둘러 설치된 철 구조물 방어 초소, 보급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미군다운 장비와 시설이었다.
블랙맘바는 산책하듯 막사와 연병장을 가로질러서 쓰레기장에 버려진 폐컨테이너로 스며들었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 내부는 옷가지와 폐가구가 가득했다. 그는 MAG 탄통을 베개 삼아 잠을 청했다.
새벽 1시, 블랙맘바가 눈을 떴다. 특급 스나이퍼는 알람이 필요 없다. 자야 할 때 잠들고, 깨어야 할 때 깨어날 수 있다. 컨테이너를 빠져나온 그는 무장을 점검하고 건물 그림자와 사각을 이용해서 신속히 캠프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천산갑과 고슴도치는 단단한 껍질과 가시로 무장했지만, 속살은 부드럽다. 캠프도 다르지 않았다. 단단한 외부 경계망과 달리 내부 경계는 헐렁했다. 랜턴을 들고 발걸음 소리도 죽이지 않는 방만한 순찰조는 한심할 지경이었다.
축구장 대여섯 개를 합친 연병장과 녹지를 가로지르자 철골 조립식 건물이 나타났다. 척 보기에도 군사 시설로 보이는 오각형 단층 건물 지붕에 거대한 레이다가 설치되어 있었다. 헤드쿼터다.
헤드쿼터와 300m 떨어진 지점에 연구동으로 보이는 2층 건물 여섯 동이 늘어서 있고 입구에 위장망을 덮은 건물 두 채가 보였다. 건물군 전체가 암흑에 잠겨있고, 2층 건물 딱 한 군데 창에서 불빛이 새 나왔다.
도마뱀처럼 벽을 타고 올라가서 창문을 들여다보았다. 흰 가운을 입은 백인 남자가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스스스- 염동력으로 창문 걸쇠를 벗기고 연기처럼 스며들었다.
화석과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한 컨테이너가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기구와 기기가 한쪽 벽면을 온통 차지했다. 전형적인 지질학 연구실이었다.
“으아아~”
남자가 입이 찢어지라고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상체를 잔뜩 젖힌 남자의 눈이 블랙맘바와 딱 마주쳤다. 고개를 갸우뚱하던 남자의 입이 쩍 벌어졌다. 경악성이 튀어나올 틈도 없이 강철 집게가 목을 틀어잡았다.
“컥!”
남자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순간적으로 근육이 마비되고 기력이 쭉 빠졌다. 저항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쉿!”
손가락이 테이블을 푹푹 찔렀다. 단단한 마호가니 테이블에 구멍이 뻥뻥 뚫렸다. 즉각적이고 실효적인 위협이었다. 남자가 미친 듯이 눈을 깜박였다.
“눈치가 빠르군!”
블랙맘바가 손아귀를 풀었다.
“컥컥!”
속박에서 벗어난 기도가 산소를 맹렬히 흡입했다. 시퍼렇게 질렸던 얼굴도 제 색깔을 찾았다. 남자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손가락이 등을 쿡 찔렀다.
“헙!”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딸꾹질이 거짓말처럼 뚝 그쳤다.
“소속과 이름?”
“지 지질조사국 편광 분석 담당 잭 오언입니다.”
“반갑다. 오언 연구원, 한국인 린 연구원을 찾는다. 어디에 있나?”
“린 연구원!”
오언의 눈이 커졌다. 수백 명 연구원은 지역도 출신도 다르지만, 린 연구원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셀 보안대장이 유사 사건 예방 차원에서 매주 사례 교육을 했기 때문이었다.
“미스 린은 반역죄로 감금되었습니다.”
“반역죄?”
블랙맘바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발굴한 오파츠를 보고하지 않고 숨겼다는 죄목입니다.”
“으음!”
어쩐지 불안했다. 침팬지가 혜영을 납치하는 꿈은 개꿈이 아니라 예지몽이었다.
“감금 장소는?”
“방첩대 사무실 내부의 유치장입니다.”
오언은 순순히 대답했다. 공포심에 더해서 반발심이 발동했다. 연구원들은 캠프 측의 강압적인 운영과 횡포에 불만이 잔뜩 쌓인 상태였다. 그들은 캠프 측의 의도와 달리 혜영을 동정했다.
“방첩대 사무실은 어디냐?”“연구동 입구 왼쪽 건물입니다. 건물 앞마당에 야자나무가 두 그루가 서 있습니다. 랜덤 순찰하는 인간같지도 않은 덩치를 조심해야 합니다.”
오언은 묻지도 않은 정보까지 알려주었다. 발굴한 물건을 즉각 반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 또는 종신형은 말도 되지 않는 횡포였다. 오언은 무소불위로 날뛰는 지도부가 낭패한 모습을 보고 싶었다.
“지나치게 협조적이군.”
인간 같지도 않은 덩치라면 볼 것 없이 휴먼형 그렌델이다. 블랙맘바가 연구원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뇌파와 혈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와이프 출산일이 석 달이나 지났는데 망할 놈의 보안 때문에 전화 한 통 못했습니다. 애국도 좋고 계약도 좋지만, 노예 생활을 즐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엿 먹으라죠. 물론 몸에 구멍이 뻥뻥 뚫리고 싶지도 않고요.”
오언이 테이블 구멍을 쓱 쳐다보고 부르르 떨었다.
“고맙군. 유치장 경계 인원은?”
“글쎄요. 유치장을 관리하는 방첩대는 삼십 명에 불과합니다.”
“수고했다. 피곤할 텐데 푹 쉬도록!”
블랙맘바는 오언의 팔에 히드록시부틸산 3mg 주사기를 꽂았다. 때려서 기절시키기엔 연구원이 지나치게 성실했다. 블랙맘바가 휙 사라졌다. 오언은 5초 후 잠에 빠졌다.
건물군이 단순해서 다행이었다. 앞마당에 야자나무가 서 있는 건물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오언이 말한 단층 건물이 어둠 속에 시커먼 실루엣을 드리우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두웅- 공간지각력으로 건물 내부를 더듬었다. 잠든 인원 27명, 깨어있는 인원은 셋, 거친 기운 둘은 볼 것 없이 프레데터다. 지붕에 뛰어올랐다. 아스팔트 슁글을 뜯어내고 합판과 스티로폼을 걷어내자 곧바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서류 한 장 보이지 않는 평범한 사무실 뒤쪽엔 루바가 달린 철문 세 개가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예전에 미결수로 갇혔던 대구 구치소와 구조가 비슷했다. 유치장은 국산이나 미제나 똑같았다.
검은 제복을 입은 쉐도우는 의자에 앉은 채로 잠들었다. 풀 페이스 헬멧과 고글로 얼굴을 가린 거구가 철문 양쪽에 버티고 서 있었다. 시커먼 고글 안쪽에 공허한 눈동자가 번들거렸다. 안내인 올룸보를 죽인 메스티조와 같은 형의 휴먼형 그렌델이었다.
두웅- 발사라를 쥐고 공진파를 휘돌렸다. 증폭된 파장이 손끝으로 우르르 몰렸다. 그렌델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역시 인간과 달리 감각이 예민했다. 지풍이 공간을 골랐다. 퍽퍽- 이마에서 뒤통수까지 10원짜리 동전 크기의 구멍이 뻥 뚫렸다.
키익- 그렌델이 부르르 떨었다. 쉬악- 발사라가 번갯불처럼 목을 스쳤다. 글래머 허벅지만큼이나 굵은 목이 툭 떨어졌다. 그렌델의 목에서 허연 촉수가 튀어나왔다. 촉수가 잘린 머리를 끌어당겼다. 세노테에서 쌈디가 처치한 메스티조보다 질긴 놈이었다.
뿌악- 천근추를 시전한 군홧발에 밟힌 머리통이 박살 났다. 2~3초나 걸렸을까. 무지막지한 전투력과 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프레데터가 눈 깜박할 순간에 폐기되었다.
“헉, 뭐야?”
쉐도우가 전광석화처럼 MP5를 들었다. 아무리 빨라도 블랙맘바가 보기엔 굼벵이다. 뿌악- 총신이 작신 부러졌다. 쩍- 따귀 한 방에 쉐도우의 목이 불가능한 각도로 돌아갔다.
“단잠을 깨워서 유감이다. 잘하면 휠체어는 탈 수 있을끼다.”
블랙맘바가 별로 위안되지 않을 소리를 내뱉고 발사라로 철문을 잘라내고 성큼 들어섰다. 후덥지근한 공기와 비릿한 악취가 훅 끼쳤다. 두 평이나 될까. 좁은 실내엔 철제 침대와 이동식 변기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
천하의 블랙맘바가 휘청했다. 침대에 바짝 웅크리고 잠든 자그마한 실루엣, 악취로 가득한 실내 공기에 불구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코가 아니라 뇌로 맡는 향기, 영혼의 향기가 아지랑이처럼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혜-영!”
그리움, 회한, 애증,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었다. 거칠어진 피부가 손끝에 걸렸다. 매끈하던 볼도 푹 꺼졌다.
“바보 같은 것!”
가슴이 턱 막혔다.
“으으!”
혜영이 두 팔을 휘저었다. 팔을 잡았다. 삭정이처럼 뼈만 남았다. 깨질세라 조심스럽게 상체를 보듬어 안았다. 앙상한 갈비뼈와 척추 돌기가 만져졌다. 굶주린 사헬 여자보다 더 여위었다.
“이런 망할 놈들이 있나!”
공간지각력으로 살펴본 내부는 더 엉망이었다. 장기 곳곳에 울혈이 맺히고, 폐가 상했다. 고문 흔적이다. 이래서야 거센 공진파를 감당하기도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