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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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6
띠익- 띡- 한번은 길게 한번은 짧게 숲 뜸부기가 울었다. 비트를 벗어난 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선우현이 바스락 소리도 내지 않고 사라졌다. 올롱게가 버벅대는 정필수를 끌고 바위틈으로 들어갔다.
‘위력 정찰소댄가?’
블랙맘바가 허깨비처럼 도약해서 20m 높이의 가지에 올라섰다. 공간지각력에 포착된 개체는 고만고만한 생기를 뿜는 인간 36명이었다. 광폭한 기운을 뿜는 프레데터와 음산한 느낌의 쉐도우는 없었다.
전방 200m 지점, 떨기나무 덤불 속에서 녹색 헬멧 3개가 불쑥 빠져나왔다. 첨병에 이어 우드랜드 헬멧과 마펫을 착용한 삼인 일조 해병수색대가 속속 나타났다.
‘이 자식들아 니들도 살고 나도 좀 살자.’
블랙맘바는 수색대가 선우현 등이 은신한 지점을 비켜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전투는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지 않았다. 혜영이 유탄에 맞을 염려도 있고, 퇴출 경로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무의미한 살상을 피하고 싶었다.
수색대는 부탁을 들어줄 의사가 전혀 없었다. 부챗살처럼 퍼져서 거침없이 전진했다. 블랙맘바는 한숨을 쉬고 MP5sd3 총구를 지향했다. 퓨퓨퓻- 퓨퓨퓻- 쓰리텝 저격을 받은 삼인 일조 세팀이 시차 없이 우르르 쓰러졌다. MP5가 연속 불을 뿜었다.
“스나이퍼닷!”
“엄폐, 엄폐!”
전격적이고 은밀한 기습이었다. 절반이 쓸려나간 다음에야 고함이 터졌다. 생존자는 저항할 엄두도 못 냈다. 비 맞은 거미 새끼처럼 흩어져서 엄폐물을 찾았지만, 두세 걸음을 떼기도 전에 퍽퍽 나뒹굴었다.
쉭쉭쉭- 블랙맘바가 날 원숭이처럼 나무에서 나무로 허공을 날아다니며 총격을 가했다. 스나이퍼는 한 명이지만, 사방에서 총탄이 쏟아졌다. 공포에 질린 수색대원은 스나이퍼의 위치를 파악할 엄두도 못 내고 땅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단 일분 만에 조용한 전투, 아니 일방적인 도살이 막을 내렸다. 상대가 상대인 만큼 방탄복과 풀 페이스 방탄 헬멧도 소용없었다. 하나같이 노출된 안면이 뭉개지고 목에 구멍이 뚫렸다.
띠익- 띠익- 띠익- 숲 뜸부기가 세 번 길게 울었다. 은신했던 선우현 일행이 나타났다.
“아!”
혜영이 고개를 돌렸다. 피바다에 우뚝 서 있는 무쌍은 위화감 그 자체였다. 벗어던진 빨랫감처럼 흩어진 시체, 무표정한 얼굴, 손에 쥔 총에서 피어오르는 파란 총연이 너무 슬펐다.
‘나 때문이야!’
눈물이 주르륵 쏟아졌다. 자욱한 피비린내, 엽기적인 시체, 화약 연기, 사랑하는 남자의 주소는 지옥이었다. 학자가 되겠다던 연인은 아수라가 되었다. 그녀는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구토물을 꾹꾹 눌렀다. 지옥을 헤쳐나가는 연인 앞에서 추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럴 수가!’
뒤늦게 나타난 정필수가 눈을 부릅떴다. M16, 미니미 기관총, 성조기 마크가 선명한 얼룩무늬 군복, 시체는 정규 미 해병대원이었다. 그는 블랙맘바의 전투력보다 시체가 미군이란 사실에 경악했다.
미군을 죽였다. 그것도 무더기로 죽였다. 주한 미군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다. 미군은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기소되지 않는다. 민간인을 살해한 미군도 경찰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미군 캠프로 사라진다.
끔찍한 현실이지만, 못난 위정자들이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 정필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한국에서 자라고, 안기부 요원으로 15년 세월을 보냈다. 피를 쏟고 널브러진 수십 명의 해병대원은 충격 그 자체였다.
“잘 뒈졌다. 끄끄끄끄!”
정필수가 소리를 죽여서 웃었다. CIA는 미군 이상으로 무소불위의 존재다. 놈들은 안기부 기밀문서를 제멋대로 열람하지만, 안기부 측은 통사정을 해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묘한 카타르시스, 가슴이 뻥 뚫렸다. 그도 맺힌 게 많은 한국인이었다.
블랙맘바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MP5 탄창을 교환해서 백 팩에 거치했다. 정필수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치명적이고 냉혹한 살인 기계, 적으로 판단되면 미군이나 개미나 다를 바 없는 자, 모든 시비와 상식을 무시할 수 있는 압도적인 무력, 그가 왜 블랙맘바이고 동방불패인지 확실히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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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이탈한 블랙맘바는 도로와 경작지가 없는 에타베(Etaba)방향으로 탈출로를 잡았다. 헬기 대대를 박살 냈지만, 하늘의 눈은 한둘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블랙버드와 정찰 위성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는 감시 시스템이었다.
블랙맘바는 일행은 시간당 5km 속도로 정글을 내달렸다. 캠프가 풀어놓은 사냥개가 따라잡기엔 턱도 없는 속도였다. 정필수가 선우현을 돕는답시고 혜영을 업었지만, 채 10분을 버티지 못했다. 빨갱이에게 지기 싫어서 악을 썼지만, 제 한 몸 버티기도 힘들었다.
“쫄따구와 쫄짜의 차이를 알겠슴메?”
선우현이 으스대며 혜영을 업었다. 정필수가 찌그러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완패였다. 의지와 독기도 이투리 정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땅거미가 밀려올 무렵 아루위미 강 지류에 도착했다. 우빅사 팀과 마이마이 특전단을 괴멸한 테투리 강 서쪽 15km 지점이었다.
“님자, 들어가지 말라우.”
선우현이 강에 뛰어들려는 정필수를 잡았다.
“빌하르츠가 우글거림메. 피오줌 쏟고 뒈지고 싶슴둥?”
“빌하르츠가 뭐요?”
어리둥절해진 정필수가 물었다. 강물은 깊지도 않고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맑았다.
“거머리 기생충이디. 항문과 요도를 파고들어 가서 피를 빨아먹지. 동무는 와킬이 아임메. 껄떡거리지 말고 조심하라우.”
“그럼 어떡하란 말이오?”
“깝치지 말고 기다리라우.”
쒱- 떠엉- 아미 로프가 강 건너편 스트랭글러 피그(strangler fig)에 휘감겨 죽어가는 거대한 고목에 깊숙이 박혔다.
올롱게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느다란 로프를 타고 다람쥐처럼 쪼르르 건너갔다. 혜영을 업은 선우현도 쏜살같이 건너갔다. 정필수가 입을 쩍 벌렸다. 평생 줄을 탄 어름사니도 불가능한 스킬이었다. 괴물과 함께 놀기엔 스펙이 너무 딸렸다.
“헤엄치고 싶어?”
블랙맘바가 엉덩이를 툭 찼다. 정필수가 난감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버려두고 갈까?”
끔찍한 소리에 불구하고, 가면을 쓴 듯 근육 한 올 움직이지 않았다.
‘니미!’
요도와 항문을 파고드는 거머리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객기를 부려서 따라나선 자신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지나간 일을 어쩌랴. 울상이 된 정필수가 가죽 장갑을 끼고 로프에 매달렸다.
기진맥진한 정필수가 강 언덕에 널브러졌다. 손바닥이 베이고 눈이 빙빙 돌았다. 유격 훈련소에서 배운 외줄 건너기 스킬을 발휘해서 사투 끝에 간신히 강을 건넜다.
“저거? 저거!”
정필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로프가 팽하고 진동했다. 블랙맘바가 탄력을 빌어서 허공을 날았다. 날개 없는 인간이 폭 70m 강을 날아서 넘었다.
“별거 아임메. 님자도 곧 적응할 거임메.”
선우현이 뒤통수를 툭툭 쳤다. 정필수는 울고 싶어졌다. 출장 잘 다녀오라던 아내와 딸이 눈에 선했다.
올롱게가 현란한 손놀림으로 기생 덩굴을 엮어서 해먹을 만들었다. 아비시니카 둥치를 쪼르르 올라가서 첫 번째 임관에 해먹을 설치해놓고 혜영의 볼을 톡톡 치고 잠자는 시늉을 했다.
“대단해요!”
혜영이 엄지를 척 올렸다. 올롱게가 이빨을 드러내고 히 웃었다. 올롱게는 영리하고 재주 많고 순박했다. 올롱게는 과일도 구하지 못하고 잠자리도 못 만드는 일행을 비웃지 않았다.
혜영은 원시 부족이란 선입견을 버렸다. 원시 부족이란 말에는 지능이 떨어진 미개인이란 부정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인종차별주의자를 혐오하는 자신도 무의식적인 우월함에 젖어있었다. 올롱게와 자신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똑같은 사람이었다.
지상 15m 높이에 설치된 해먹, 야행성 동물의 울부짖음, 푸드덕거리는 새 날갯짓 소리, 짝을 찾는 곤충 울음, 단말마의 비명, 온갖 정글의 소리에 불구하고 혜영은 곤히 잠들었다. 10년 만에 찾은 연인의 품은 슬프도록 넓고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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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존 지하 작전통제실,
다이슨과 맥킨리의 얼굴은 납을 삼킨 듯 무거웠다. 지휘관들의 표정도 다를 것 없었다. 침입자가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캠프 자원과 전력을 총동원했지만, 침입자를 특정할 단서 한 조각, 유의미한 정보 한 줄 수집되지 않았다.
침입자가 아그리피나 실드를 무력화한 수단, 여자를 빼내 간 이유, 항공 대대와 프레데터를 박살 낸 회오리의 정체, 행방을 감춘 수단 등등 처음부터 끝까지 물음표뿐이었다.
“맥킨리 장군, 헬기는 요청했소?”
“아직이오. 반파된 헬기를 공작 창에서 재조립 중이오. 잘하면 두세대는 건질 수 있소.”
‘자랑이다. 멍청한 놈!’
다이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정체불명의 괴물은 슈퍼 그렌델을 투입할 틈도 없이 혼터 둘과 그렌델 다섯을 박살 내고 사라져버렸다. 캠프 방어 책임자는 맥킨리다. 경계 실패를 책임져야 할 인간이 문책이 두려워 위원회에 보고조차 않았다.
다이슨이 프레데터 담당관 휴이 중령을 흘끗 돌아보았다. 휴이의 얼굴이 십 년은 늙어 보였다. 그럴만했다. 폐기된 프레데터의 가치에 비하면 괴멸된 항공 대대는 껌값이었다. 속이 쓰리다 못해 신물이 올라왔다.
‘망할 새끼, 난들 어쩌라고?’
맥킨리는 울컥했다. 네놈의 잘난 프레데터는 뭐했냐고 묻고 싶었다. 헬기를 무 썰듯이 썰고, 프레데터를 마늘 다지듯이 다져버린 놈을 어쩌란 말인가.
“다이슨 장군, 프레데터 셋이면 블랙맘바를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 않았소?”
앙앙불락 하던 맥킨리가 볼멘소리를 던졌다.
“무슨 소리! 놈은 블랙맘바가 아니오.”
“블랙맘바가 아니면 뭐란 말이오?”
“내가 알면 손 놓고 있겠소. 장군이 자랑하는 아그리피나 실드와 ADS 방어 시스템은 뭘 했소?”
다이슨이 냉정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이익, 저수지 방죽으로 홍수를 어떻게 막으란 말이오. 슈퍼 그렌델은 뒀다가 스프 끓여 먹을 거요?”
다혈질인 맥킨리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지휘관들의 표정이 암담해졌다. 투톱 체재의 장점이 사라지자 단점만 부각되었다.
‘돼지 같은 놈! 죄수를 빼내서 강간하는 주제에 주접이란 주접은 다 떠는군.’
미셀이 날카로운 눈으로 맥킨리를 노려보았다. 그는 사령관이 벌인 가학적인 변태 행위를 당연히 알고 있었다. 맥킨리는 군인 품위 규정 위반에다 프리메이슨 규칙도 어겼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보고를 미루고 있을 뿐이다.
“마틸다가 엔네디에서 고전하고 있습니다. 프레데터를 몰아치는 존재가 엔네디에 있습니다.”
미셀 중령이 불쑥 끼어들었다.
“블랙맘바가 엔네디에 있단 말인가?”
맥킨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전투력으로 보면 비슷합니다. 워머 소령!”
“엣썰!”
정보전 담당 워머가 스크린을 띄웠다.
“고속카메라에 잡힌 20배속 화면입니다.”
“채찍?”
다이슨이 펄쩍 뛰었다. 토네이도의 정체는 채찍이었다. 바람계통 초능력자라 여겼던 예상이 틀렸다.
“그렇습니다. 믿을 수 없지만, 침입자는 초능력자가 아니라 전사입니다. 카파루자 계곡 붕괴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으음, 아바돈!”
다이슨이 신음했다.
“그렇습니다. 아바돈은 카파루자에서 채찍을 사용했습니다. 그랜드마스터의 말씀대로 아바돈이 천재지변에 불구하고 살아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워머가 테이블 다리가 네 개면 의자 다리도 네 개라는 식으로 단언했다.
“허, 카파루자는 지각이 뒤집히고 50m 물속에 잠겼어. 믿을 수 없군.”
맥킨리가 고개를 저었다.
“일천 미터 지하에 묻혔던 그랜드마스터도 살아나셨습니다.”
미셀이 딱 잘랐다.
“잠깐, 블랙맘바가 아니라면 프랑스는 관련 없단 말인가?”
“현재로선 혐의를 두기 어렵습니다.”
“장군, 괜한 원수를 만들 필요는 없겠지요?”
맥킨리가 다이슨에게 동의를 구했다.
“동의하오.”
맥킨리가 전화기를 들었다.
“멕퍼슨 대령, MLRS 아레바 좌표와 마비비 좌표를 해제한다.”
-확인해 주십시오.
“아레바 좌표와 마비비 좌표 해제!”
-엣썰!
아레바 광산과 마비비 거점은 캠프 지휘부의 착오로 인해 다연장 로켓 폭우를 면했다. 재수있는 놈은 짬뽕을 먹다가 돌을 씹어도 진주가 나오는 법이다.
“미셀, 아바돈과 한국인 여자의 관계는 짐작되는 바가 있나?”
맥킨리는 은근히 켕겼다. 아바돈식이나 되는 존재가 정보 가치나 전술적 가치가 손톱만큼도 없는 여자를 빼갈 이유가 없었다. 행여나 인간적인 관계가 있다면? 생각만 해도 섬뜩했다.
“현재로썬 아무것도 알 수 없습니다.”
미셀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현상만 보면 이면을 알 수 없다. 정보와 대상물의 이용 가치에 천착하는 캠프 수뇌부가 머리를 쥐어뜯어 봐야 블랙맘바가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맥킨리만 찜찜했다.
“여자가 바포맷의 씨앗을 가졌을 수도 있지.”
좁고 깊은 동굴을 통과하는 바람 소리처럼 날카로운 고음이 회의실을 울렸다.
“헉! 뭐야?”
맥킨리가 입구 쪽으로 고개를 휙 들었다. 지하 200m에 있는 전투정보실은 대통령이라도 자신의 허락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스스스- 회의 테이블 중앙에 빛 기둥이 회오리쳤다. 파악- 눈이 멀듯 한 밝은 빛이 흩어졌다. 깡마른 오 척 단구의 노인이 거짓말처럼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