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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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7
“오우 쉿!”
“돈 무브!”
자라 보고 놀란 놈은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다. 블랙맘바의 난입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맥킨리 등이 자리를 박차고 권총을 뽑았다.
“흐흐흐!”
노인이 흐릿한 웃음을 흘렸다. 까마귀 발 같은 손을 들어 먼지 털 듯이 흔들었다. 가벼운 동작에 노인을 향한 총구가 진흙처럼 뭉개지고, 격발자세 그대로 화석이 된 맥킨리 등은 놀란 눈동자만 수레바퀴처럼 굴렸다.
“거룩한 영혼을 위하여!”
“라마르틴님을 뵙습니다.”
다이슨 준장과 휴이 중령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30년 전 MK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나타났던 대직급 장이다.
“풀려라!”
강퍅한 인상만큼이나 날카로운 목소리가 회의실을 울렸다.
돌처럼 굳었던 신체가 풀린 맥킨리 등이 우당탕 엎드렸다.
“거룩한 영혼을 위하여! 그랜드마스터를 뵙습니다.”
“비의를 따르는 충실한 종들이여, 일어나라.”
노인이 손을 흔들었다. 맥킨리 등이 홀린 듯이 일어나서 자리에 앉았다. 그랜드마스터는 프리메이슨의 주인이자 진리의 화신이다. 맥킨리 등은 감격에 찬 얼굴로 라마르틴의 입을 주시했다.
“침입자가 블랙맘바든 아바돈이든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놈이 여자를 탈취했다는 사실이다. 이투리 정글은 1,500년 전 바포맷이 태어난 신성한 땅이다. 본좌는 오래전부터 현자의 돌을 추적해왔다. 현자의 돌은~”
라마르틴은 급작스레 분기가 치솟았다. 삼백 년 전의 쓰라린 기억이 어제인 듯 떠올랐다. 바호메이 왕국 시절에 등장한 바포맷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다시 현자의 돌로 돌아갔다. 친구 니알라텝, 호웅간 오덤과 함께 현자의 돌을 추적한 지 백 년, 천신만고 끝에 손에 넣은 장소가 바로 이곳 맘바사였다.
현자의 돌은 여자 백여 명을 제물로 각성했다.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우는 각성의 순간, 본인을 땡중이라 소개한 동방의 승려가 나타났다. 땡중이 손을 휘두르자 지각이 갈라지고 용암이 솟구쳤다.
각성 중인 바포맷은 솟구치는 용암에 휩쓸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120년에 걸친 대계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땡중의 만행에 격분한 삼 인이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볼품없는 외모와 달리 땡중의 전투력은 가공했다.
카오스 포스는 공간을 진공으로 만들고, 정신 동력은 지각을 뒤집고 산을 무너뜨렸다. 니알라텝과 오덤이 가세했지만, 겨우 평수를 유지했다.
밀고 당기는 싸움은 달의 산맥(루웬조리 산맥)까지 이어졌다. 오랑니키 계곡에서 마지막 일전, 궁지에 몰린 땡중이 자신의 몸을 미끼로 광역 카오스 포스를 전개했다. 루웬조리 단층대 수백 킬로가 쪼개지고 마그마가 분출했다.
오덤은 원자 단위로 분쇄되고, 자신과 니알라텝은 보호 역장을 걸고 쩍 벌어진 지각 틈으로 뛰어들었다. 시뻘건 용암보다 함께 죽자는 땡중이 백배는 위험했다. 그리고 이 꼴이다. 삼백 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본체를 복구하지 못하고 아바타로 움직이고 있다.
땡중의 정체는 지금도 알 수 없었다. 자신처럼 바포맷의 비의를 얻은 인간인지, 인간이 아닌 그 무엇인지, 니알라템처럼 외우주의 존재인지, 오리무중이었다.
측은지심이라 했던가. 자비심이라 했던가. 허허 웃으며 함께 죽자던 땡중을 떠올리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했다. 미친놈은 무섭다. 능력 있는 미친놈은 진짜 무섭다. 신념을 지닌 능력 있는 미친놈을 만나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바포맷은 자신의 신체를 복구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했다. 직급 장들을 움직여서 소크라테스 프로젝트를 가동한 목적이 현자의 돌이었다. 상온초전도체는 부산물일 따름이었다.
뿌드득- 라마르틴이 이를 갈았다. 삼백 년 전에는 땡중이 방해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배신자 일루미나티가 아레바 회장 자베르, 컨티넨탈 회장 대니스 등을 앞세워 방해했다. 이번엔 땡중의 후예가 등장해서 대업을 막았다.
캠프에 나타나서 여자를 구해간 존재는 땡중의 후예가 틀림없었다. 놈이 남긴 파장이 땡중의 카오스 포스(공진파)였다. 쓸모없는 인간 여자를 구하려는 모습도 땡중과 판박이였다.
“놈은 동방에서 온 미지의 존재다. 놈의 목적은 여자의 자궁에서 숙성 중인 현자의 돌이다.”
라마르틴은 긴 설명을 피했다. 하위 직급자들에게 상세한 비의를 들려줄 이유도 없고, 아바타를 장시간 움직이면 본체에 데미지가 쌓인다.
“헉, 그럴 수가!”
숨을 죽이고 있던 다이슨 등이 헛바람을 불었다. 아바돈이 캠프에 뛰어들어 여자만 납치해간 의문이 풀렸다. 얼토당토않지만, 사실이 진실을 포장하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놈은 인간입니까? 아니 바포맷입니까?”
휴이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놈은 강한 인간일 뿐 바포맷이 아니다. 바포맷은 자아가 불안정한 광폭한 존재다. 천하에 바포맷을 다룰 수 있는 존재는 나 라마르틴 밖에 없다.”
“슈퍼 그렌델을 동원하면 놈을 잡을 수 있을까요?”
“도움은 되겠지만, 결정적이지는 못하다. 오히려 현대 화기가 효과적이다. 놈이 무서운 이유는 생각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왔다.”
광오할 자격이 있는 능력자는 성향이 비슷한 것일까? 블랙맘바의 전용어인 ‘내가 왔다.’가 라마르틴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가 노바토피아 하늘에 걸린 가로 2,500m, 세로 500m 거대한 공중 배너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배너의 주인공이 철천지원수인 땡중의 제자의 제자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오오, 위대한 영혼이시여!”
다이슨 등이 일제히 외쳤다. 그랜드마스터가 직접 나서면 놈이 블랙맘바든 아바돈이든 걱정할 것도 문제 될 것도 없다.
“다이슨, 본좌가 포스를 모을 시간이 필요하다. 놈이 동아프리카를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여자를 생포해야 합니까?”
“그렇다. 여자를 죽이면 현자의 돌이 사라진다.”
스스스- 라마르틴이 사라졌다.
“위대한 영혼을 위하여! 높은 뜻을 받들겠습니다.”
다이슨과 맥킨리가 목이 터지라고 외쳤다. 라마르틴의 등장과 얼토당토않은 추론으로 인해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인연은 씨줄 날줄로 엮이는 법이다. 무쌍이 월송산에서 한때의 자비심을 발휘해서 유골을 수습한 에피듐은 대우선사의 스승이었다. 대우선사의 스승이 먼 아프리카에 나타나서 지구적인 재앙을 막았고, 에피듐 인자는 무쌍에게 이어졌다.
무쌍이 대우선사의 제자가 되고, 동아프리카에서 스승의 스승이 말끔하게 해결하지 못한 어둠의 주재자 라마르틴과 조우했다. 인연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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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이 틀 무렵 요란한 로터음이 잠을 깨웠다.
“와킬, 미제 아새끼래 직승기까지 동원했습네다.”
“몽땅 때려부쉈는데 꼼쳐둔 물건이 있었구마. 밥이나 묵자. 잠자리 띄워봐야 말짱 황이여.”
블랙맘바는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캐노피는 천연 장막이다. 불만 피우지 않으면 파티를 열고 꽹과리를 두들겨도 캐노피 상공의 헬기는 먹통이다. 적외선 카메라가 용케 포착한들 헬기로 투입할 수 있는 병력은 한정적이다. 오면 오는 대로 때려잡으면 그만이다.
정오 무렵 블랙맘바는 아마루투(Amalutu)에서 강력한 적을 만났다. MP5, M203 유탄 발사기를 장착한 M16A2, M249 미니미 기관총, 가변배율 스코프를 채용한 M21 저격총, 6연발 40mm 유탄포 MGL등 다양한 화기를 장비한 검은색 일색의 무리, 야수형 그렌델을 앞세운 쉐도우 팀이었다.
쉐도우가 정규 해병 수색조와 달리 다양한 화기를 채용하는 이유는 능동적 상황 대응을 염두에 둔 특전단이기 때문이다. 위협적인 존재는 40mm 유탄포였다.
20mm 유탄을 단발 발사하는 M203 발사기는 폭발력이 수류탄에 미치지 못하고 유효사거리도 100m에 불과하다. 반면에 리볼버형 유탄포 MGL은 1981년 남아공에서 개발되어 미 특수부대에 역으로 제식 채용될 만큼 파괴력을 인정받은 괴물이다.
40mm 유탄을 연사할 수 있고 유효사거리도 400m에 달했다. 40mm 유탄의 파편 반경은 15m다. 전투가 벌어지면 혜영이 파편 손상을 당할 염려가 있었다. 그로서도 조심해야 할 화기였다.
가능하면 시커먼 놈들을 흘려보내고 싶었지만, 세상사는 순탄한 일보다는 옹이지는 경우가 많았다. 크르릉- 그렌델이 냄새를 맡았다. 육중한 하울링이 숲을 흔들었다.
“아!”
혜영이 비명을 질렀다. 기도비닉이란 용어조차 모르는 여자가 광폭한 울부짖음에 놀라지 않으면 이상했다. 사사삭- 시커먼 놈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MP5들 든 돌격조가 부챗살처럼 퍼지고, 스나이퍼와 유탄 사수, 기관총 사수가 후미로 쭉 빠졌다.
투투투투- 꽝꽝꽝- 총탄과 유탄이 쏟아졌다. 쉐도우의 공격은 전격적이고 강력했다. 짧은 비명에 방향과 거리를 포착하고 지근탄을 날렸다. 유탄과 수류탄을 덮어쓴 거목이 박살 나고, 쇄설물이 자욱이 흩날렸다. 태고의 열대 우림이 갑작스러운 폭음과 총성으로 몸살을 앓았다.
쑤악- 블랙맘바가 흩날리는 쇄설물을 뚫고 튀어나왔다. 쉐도우의 전투력은 해병대와 차원이 달랐다. 무기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갔다. 퍽퍽퍽- 소음기 내장형 MP5 수십 정이 우박처럼 총탄을 쏟아냈다. 투투투투- 쾅쾅- 미니미 여섯 정과 유탄 발사기가 진행 방향에 탄막을 쳤다.
핏핏- 블랙맘바가 물리 법칙을 무시한 움직임을 보였다. 속도를 늦추지 않은 상태로 방향을 툭툭 꺾었다. 스나이퍼는 표적 고정에 실패하고 지원 화기는 헛되이 탄약만 소모했다.
블랙맘바는 단숨에 반월형 포위망을 돌파해서 배후를 잡았다. 행여나 혜영이 유탄에 피격될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니들도 맛 좀 봐야제.”
퓨퓨퓻- MP5가 불을 뿜었다. 퍽퍽퍽- 머리와 가슴에 총탄을 맞은 쉐도우가 끄떡도 않고 곧바로 반격 탄을 날렸다. 식겁한 블랙맘바가 순간 이동했다. 쉐도우의 방탄복과 헬멧은 레벨 포 수준이었다. 미국다운 돈질이었다.
블랙맘바는 간단없이 이어지는 기관총과 유탄, 저격탄 때문에 드라구노프를 뽑을 텀을 잡지 못했다. 퓨퓨퓻- 노출된 팔다리가 표적이었다.
“끄아악!”
퍽- 안면이 뭉개진 쉐도우의 비명이 끊어졌다. 어쩔 수 없이 팔다리를 저격하고 상체가 노출되는 순간 얼굴을 박살 내는 수고를 해야 했다. 투투투투- 파트너를 잃은 쉐도우가 굴하지 않고 총탄을 날렸다. 최강 특전대다운 정신력이었다.
“어떡해요?”
혜영은 귀를 막고 덜덜 떨었다. 어제는 소리 없이 전투가 끝났는데 오늘은 세상의 종말이 찾아온 것 같았다. 아수라장에서 홀로 싸우는 무쌍이 안타까워 눈물이 쏟아졌다.
“와킬은 동방불패입니다. 고조 기양 계시라요.”
선우현의 대답은 심드렁했다. 그는 여성 동지의 안전을 염려한 블랙맘바가 쉐도우의 공격을 받아주며 외곽으로 끌어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선우 준장, 저놈들이 쉐도우입니까?”
정필수가 소곤거렸다. 블랙맘바야 그러려니 하지만, 시커먼 놈들의 전투력이 어마무시했다. 안기부 에이전트 팀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그러디. 놈들이래 DIA가 숨겨둔 쉐도우디.”
“쉐도우? 와킬과 치고받을 만큼 대단한 놈들이구마.”
“펄떡거려봐야 도마에 올려진 생선이디. 이름은 잘 붙였어야. 와킬을 만났으니끼니 그림자만 남을검메.”
선우현은 태연했다. 전장은 이미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났다. 정필수는 쉐도우란 이름을 단단히 새겨두었다. 회사로 돌아가서 생색낼 정보가 무궁무진했다.
“저런, 빌어먹을!”
쉐도우 팀장 리처드 소령이 폭발했다. 놈은 가속, 정지, 방향 전환이 자유자재였다. 번쩍하면 20~30m를 이동하고, 진행 방향에 탄막을 치면 90도로 훽 꺾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쉐도우가 아바돈의 이동 속도를 고려해서 이동 지점에 유탄과 총탄을 쏟아 부었지만, 뻘짓이었다. 우박처럼 쏟아부은 총탄은 빈자리만 허무하게 헤집었다.
놈의 사격은 갈수록 정교해졌다.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부하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쉐도우는 인간을 상대로 만들어진 전투 기계일 뿐 저런 괴물을 상대할 수는 없다.
납작 엎드려있는 그렌델을 흘끗 쳐다보았다. 상부에서 추적용으로만 쓰라고 했지만, 축차 소모되는 부하들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징계가 무서워 부하를 외면하면 지휘관이 아니다.
목에 걸린 호각을 힘껏 세 번 불었다. 그렌델만 들을 수 있는 음역의 고주파 음이 울렸다. 쿠왕- 실버백을 두 배로 확대한 덩치가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조커를 왜 안 써먹나 했지.”
슈앙- 블랙맘바가 순간 이동했다. 숨 두 번 쉴 동안에 그렌델과 블랙맘바가 300m 공간을 단축해서 충돌했다. 푸앙- 그렌델이 앞발을 번갯불처럼 휘둘렀다. 블랙맘바가 푹 꺼졌다. 뿌악- 무릎이 사타구니를 올려쳤다. 크왕- 숲이 떠나가라 괴성이 터졌다. 불알이 박살 난 놈이 길길이 날뛰었다.
그렌델을 자주 상대하다 보니 약점을 알았다. 그렌델은 공격성을 올리기 위해 수컷으로 제작되었다. 불알을 깨면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머리와 심장을 잃으면 폐기된다. 산산조각낼 필요가 없었다.
스겅- 쿠크리가 한 아름이나 되는 목을 스쳤다. 목이 툭 떨어지는 순간 억수갑이 심장을 뽑아냈다. 발악하던 그렌델이 물 밖에 나온 해파리처럼 축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