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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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6
“솜씨가 아깝다. 케피블랑을 때려치우고 에베레스트를 오르지.”
“하긴, 저렇게 오르면 에베레스트도 하루면 충분할거야. 후원금만 받아도 떼돈을 벌 텐데 말이야.”
“올림픽에 나가면 더 많이 벌지 않을까.”
“벌면 뭐해. 쓸 줄을 모르는데.”
“그렇지. 저놈이 정조대 총각이지. 여자도 모르고, 술도 모르고, 도박도 몰라.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겠어.”
“죽이는 재미로 살지 않을까. 에르 엑딤 계곡에 목이 잘린 게릴라만 일곱이었어.”
“우리 모르게 빵을 피에 찍어 먹지 않을까? 중국인은 사람도 먹는다며?”
에밀과 장쒼이 속없는 말을 속닥거렸다.
듣고 있던 용병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루키 두 놈이 철이 없는지 겁이 없는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젠장, 레종 쁘띠(되지엠 랩 영내 식당)에서 내가 흘린 빵부스러기가 저 놈들이 먹은 빵보다 많을 텐데, 신병 놈들이 겁을 코르시카에 두고 왔군.”
부리머가 투덜거렸다.
“죽음의 천사, 폭탄마, 미니미 스나이퍼, 저 세 놈이 사설 용병대로 독립하면 떼돈을 벌 거야. 나도 끼어 볼까나.”
벨맨의 어투에 진담이 실렸다.
사막의 밤이 깊어갔다.
모래 폭풍이 잠잠해졌다. 살짝 이지러진 보름달이 달무리를 끼고 교교히 빛을 뿌렸다. 작전 첫날이 그믐이었다. 달만 쳐다봐도 보름이 지났음을 알 수 있었다.
100m높이엔 파리도 모기도 없다.
블랙맘바는 아득히 높은 절벽위에 홀로 영고석처럼 자리를 잡았다. 고공에서 바라보는 에르그는 또 다른 풍광을 선사했다.
사방이 탁 터진 에르그다.
야시경을 착용할 필요도 없었다. 달빛만으로 충분했다. 끝없이 펼쳐진 사구가 지평선에서 쏟아지는 별무리와 배를 맞댔다.
별무리와 사구가 뒤엉켰다. 별무리가 사구에 빨려 들어가는지, 사구가 별무리 속으로 뛰어드는지, 아득한 태고의 화풍이 가득히 펼쳐졌다.
이처럼 메마른 땅에도 짐승은 살아가는가!
이름 모를 짐승 울음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졌다. 간간이 들리는 설치류의 사각대는 소리가 사막의 정적을 더욱 깊게 끌고 들어갔다. 풀 한포기 없는 곳임에 불구하고 제 삶을 이어가는 생물에게 경외감이 느껴졌다.
물 맑고 산 좋은 고향이 생각났다.
큰 것을 바라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학자가 되고 싶었다. 짚은다리 집으로 돌아가 복숭아나무 아래 돗자리 깔고 앉아 시를 쓰고 싶었다.
어머니를 찾아서 왜 버렸냐고 묻고 싶었다. 아니, 훌륭히 자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머니가 지은 따뜻한 밥과 된장국을 먹고 싶었다.
어쩌다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피비를 쏟아내게 되었을까. 그야말로 생사교를 왔다 갔다 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날마다 생목숨을 거두고 대지를 피로 적시는 날들이다.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찾아 온 곳이 지옥이다. 인간답게 살려고 인간을 죽여야 하는 아이러니에 슬픔이 와르르 밀려들었다.
사부의 명아주 지팡이에 얻어맞으며 수련하던 일이 어제처럼 생생했다. 천생산 계곡의 해묵은 곤들매기는 잘 있으려나. 연어과에 속하는 곤들매기는 산란 후에 죽는다. 이놈은 산란 후에 살아남은 극소수인지 수놈인지 알 수 없지만 덩치가 두 자에 가까웠다. 곤들매기는 아무리 자라봐야 한 뼘 안쪽이다. 매운탕 냄비에 넣으려다 터줏대감이라 봐 주었다.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마다 이놈이 잘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인연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나는 왜 이곳에 있을까?
사부님은 늘 생각을 강요했다.
‘땡중들이 근엄한 자세로 앉아서 뭘 하냐고? 참선이니 화두니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지만 누구나 다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여시주를 꼬셔서 올라탈 생각, 대처로 내려가 갈비 뜯을 생각, 시주금을 왕창 긁어낼 생각……하릴없는 땡중도 박 터지게 생각을 하는 판에 세속의 삶은 오죽하겠느냐. 생각을 많이 하거라. 생각하다 보면 답이 나오고 결정을 할 수 있느니라. 니놈도 백모라 부르는 중생을 젓을 담굴지, 회를 칠지 늘 고민하지 않느냐. 좀 더 생각해보면 방법이 나올게야. 헐헐헐!’
두둥- 머릿속이 북치듯 울렸다.
장씨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더러운 년 때문에 이 저주받을 지옥으로 기어들었다. 백모라는 인륜의 틀에 묶여 끝내 손을 보지 못한 악녀!
‘그 년을 묻어버렸으면 속이 시원해 졌을까?’
화자를 묻으려고 천생산에서 구덩이를 파던 날이 생각났다. 스승이 나타나는 바람에 화자는 목숨을 건졌다. 화자를 묻었으면 십중팔구 장씨도 묻었을 것이다.
죽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샤트르의 말이 기억났다. 샤트르의 말이 맞았다. 죽어 마땅한 인간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꼭히 그렇지도 않았다. 샤트르의 말대로 두고두고 빚을 받아내는 방법도 괜찮을 듯 했다.
죽어 마땅할 인간도 살려 두었건만 이역만리 엉뚱한 땅에서 생목숨을 수없이 끊는 도살자가 되었다. 유사이래 자신만큼 짧은 시간에 그토록 많은 생명을 거둔 인간은 없을 것이다.
장씨 말대로 저주받은 씨앗일까!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혜순이 끓여주는 된장찌개가 미치도록 먹고 싶어졌다. 스승의 매운 지팡이가 그리워졌다.
혜영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건강하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까? 남자가 생겼겠지. 미국도 프랑스만큼이나 남녀 관계가 자유롭다고 했다. 흰둥이든 검둥이든 생겼겠지. 혼자서 외로울 테니까.
스승의 곁을 떠난 뒤에야 스승의 깊은 사랑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스승 덕분에 혜영으로 인한 깊은 질곡을 벗어났다. 스승은 십 수 년간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응어리를 지팡이로 두들겨 부수었다.
시주받은 쌀을 누군가에게 훌렁 넘겨주고 빈 바랑에 돌을 넣어 오시던 스승이다. 팔순이 넘은 연세에 공양이나 제대로 하실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자기도 모르게 염불 소리가 흘러 나왔다.
모래 바람이 다시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두조랍 에르그의 심술이다. 기후를 종잡기 어려웠다. 모래 입자가 달빛을 가렸다. 빛나던 사막이 다시 컴컴해졌다.
“썩을 놈의 바람”
블랙맘바는 야시경 대신 고글을 썼다. 사하라에서 불어오는 모래 바람만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거대한 바위가 드렁드렁 울렸다. 블랙맘바는 결국 바위 꼭대기에서 견디지 못하고 내려왔다.
라텔팀이 두조랍 에르그에 진입할 무렵 하비브는 저택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하, 의장의 차량이 팡가로를 방금 통과했답니다.”
집사의 보고를 받은 하비브가 고개를 끄덕였다. 팡가로는 저택 진입로의 제 1초소다. 저택에 이르는 외길은 지그재그로 만들어져서 속도를 낼 수 없다. 5분쯤 지나야 도착한다.
파야라르고 동쪽 운드가 지역에 위치한 하비브의 저택은 300ha에 이르는 대저택이다. 정문을 통과하면 외길을 따라 300m를 진입해야 저택 담장을 만날 수 있다.
하비브의 로마네스크풍 2층 백색 저택은 울창한 수목에 가려져 있다. 일 년 내내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파야에서 보기 힘든 풍경이다.
노엘 하비브, 프롤리나트 최고 권력 기구인 평의회 의원이자 11인 위원회 위원이다. 11인 위원회는 프롤리나트 평의회를 움직이는 최고 의결기구로 군벌 모임이다.
황갈색 군복을 차려입은 하비브는 티베스티 아랍계 특유의 강인한 인상을 풍겼다. 검게 탄 얼굴, 굵은 곱슬머리, 깊은 눈망울, 약간 벌어진 코는 전형적인 티베스티 산악지대 아랍계 거주민들의 특징이다.
하비브는 11인 위원회의 매파를 이끄는 보스다. 그가 기다리는 인물은 비둘기파의 수장인 톰브예 평의회 의장이다. 하비브의 요청으로 비밀 회동이 성사되었다.
하비브가 테라스 등나무 의자에 앉아 시거를 물었다.
집사가 재빨리 엣지를 커팅하고 불을 붙였다. 하비브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오소리인지 너구리인지 모를 놈들이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디서 잘못 되었을까?”
하비브가 뿜어낸 연기가 테라스 바깥으로 퍼져 나갔다.
마쿰보 전향은 11인 위원회의 매파가 국면 전환을 위해 수립한 계획이다. 하비브 본인과 구쿠니가 계획 입안자다.
하비브가 수립한 계획의 요체는 시간 벌기였다.
프랑스가 챠드 사태에 재차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프롤리나트 지도부는 심각한 위협을 느꼈다.
프롤리나트가 하브레의 정부군보다 우세하지만 압도할 정도로 전력 차가 크지는 않다. 프랑스가 하브레를 지원하면 프롤리나트 자체 역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국제적인 여론도 프롤리나트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북부군이 은자메나를 약탈했기 때문이다.
프롤리나트 최대 군벌인 구쿠니와 하비브가 다른 군벌 세력을 통합할 시간이 필요했다. 군벌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카다피의 군사적 지원이 필수였다.
자신이 입안한 계획의 줄기는 간단했다.
하비브 본인과 구쿠니, 마쿰보가 각각 역할을 나누었다. 하비브는 하브레군을 억제, 구쿠니는 카디피의 지원, 마쿰보는 프랑스군의 본격적인 챠드 진입을 막는 시간 벌기였다.
마쿰보가 전향해서 하브레의 정부군에 연합을 제의한다. 군사적 개입에 부담을 느끼는 프랑스가 거부할 리 없다. 하비브는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추적한다.
프랑스는 마쿰보를 구출하기 위해 작전을 시작한다.
마쿰보는 계속 거처를 이동해가며 시간을 질질 끈다. 하비브는 마쿰보를 추적하는 척하며 투입되는 프랑스 특공대를 지운다.
마쿰보와 자신이 시간을 벌어주면 구쿠니는 카다피의 병력과 무기를 지원받는다. 온건파 위원들의 군세를 통합해서 프롤리나트의 혁명 역량을 가열차게 끌어 올린다.
혁명 역량이 완비되면 일시에 정부군을 박살내고 권력을 장악한다. 그 다음에 남부의 기름기 낀 놈들을 본래대로 노예화한다.
이것이 마쿰보 사건의 배경 스토리다.
성공적으로 진행되던 계획이 갑자기 뒤엉켰다.
프랑스 특공대가 자신의 군대를 박살내며 사헬을 뒤집어 놓았다. 놈들을 쫓는 사이에 마쿰보가 사라져 버렸다. 하비브는 연락이 닿지 않는 마쿰보의 행적에 깊은 의구심을 느꼈다.
“왔군!”
노란색 지프가 저택 앞에 도착했다. 소비에트에서 1972년부터 생산된 GAZ69A 사륜 구동 지프다.
하비브가 날렵한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전통적인 갈색 간두라를 입은 초로의 아랍인이 내렸다.
“앗쌀라-무 알라아쿰 와라흐마 툴라히 와바라카투후(하나님의 평화와 자비와 축복이 당신에게 깃들기를) 톰브예, 반갑소.”
“와 알라아이꾸뭇 쌀람 와라흐마 툴라히 와바라카투후(당신에게도 하나님의 평화와 자비와 축복이 깃들기를) 반갑소 하비브.”
온화한 얼굴의 톰브예는 11인 위원회 위원이자 비둘기파의 수장으로 하비브와 노선을 달리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 사이에 영혼 없는 정중한 인사와 축복이 오고갔다.
톰브예의 얼굴은 편치 못했다.
하비브는 프롤리나트내 과격 군벌 모임인 FAP를 이끄는 수장이다. 하비브는 종종 과격한 군사 활동을 벌였다. 순화된 표현이 군사 활동이다. 실제로는 약탈과 납치 같은 범죄 행위다. 그로인해 프롤리나트 지지 부족이 히센 하브례에게 돌아선 사례가 한 둘이 아니다.
민심 이반은 프롤리나트 기반의 붕괴로 이어진다. 톰브예는 종종 과격한 군사 활동을 지적했지만 하비브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톰브예는 거칠고 야만적인 하비브와의 만남 자체가 달갑지 않았다.
하비브가 넓은 2층 테라스로 톰브예를 안내했다.
집사가 차와 간단한 다과를 내왔지만 두 사람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의장, 우리는 마쿰보 놈과 제국 놈들에게 속은 거요. 현재 마쿰보를 추적하는 프랑스 특공대는 미끼요. 또 다른 구출팀이 마쿰보와 접선했음이 틀림없소. 마쿰보는 카넴주로 들어갔거나 이미 은자메나에 들어갔소. 놈은 로베르 땅쉬놈과 샤또 무똥 로칠드를 음미하고 있을 거요. 지금쯤 입이 찢어지라 웃고 있겠지.”
주1) Chateau Mouton Rothschild, 프랑스 메독지방 특산으로 프랑스 3대 와인.
1924년부터는 유명 화가의 그림을 레이블에 넣어 유명해졌다. 피가소, 마티스, 달리, 미로, 샤갈,
콕토, 칸딘스키등의 그림이 실렸다. 빈티지에 따라 국내 가격은 보틀당 50만원에서 4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