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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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10
한국은 팔아먹을 자원도 없고 관광객을 끌어들일 볼거리도 별로 없다. 지구는 넓고 빈 땅은 많은데 손바닥만 한 땅에서 개미처럼 일해서 빠듯이 먹고 살아간다. 드라마 속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어도 그저 바람일 뿐이다. 운 좋으면 집 한 칸이라도 장만하고, 어영부영하면 쪽방에서 서러운 노년을 보내야 한다.
열심히 일해도 살기 힘든 이유는 두 가지다. 나누어 먹을 파이 자체가 작고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부패와 탐욕이다. 본성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은 내 손에 쥔 99개의 금덩이보다 남의 손에 쥔 쇳덩이 한 개를 탐낸다.
정치와 행정의 본질은 권력이 아니라 조정과 서비스다. 누구도 현재의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한국에 태어났고, 금수저를 물고 나온 놈도 있고 손가락 빨고 나온 놈도 있다.
정치와 행정의 역할은 금수저의 부담 중량을 늘리고, 손가락 빠는 놈에게 콩 한 줌 먹여주는 것이다. 정치와 행정이 정의와 균형을 잃고 부패하면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사회가 불안해진다.
국민이 정치와 정부를 불신하고 등 돌리면 이들은 그 틈을 타서 더 큰 떡고물을 챙겨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그래서 노바토피아는 아예 경기 규칙을 바꾸었다. 적어도 노력한 만큼 인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정필수가 숙소동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미몽에서 깨어난 만큼 심사가 복잡할 것이다. 맘바사 보고서를 받아든 아리바도 머리가 복잡할 것이다. 정필수가 프랑스에 태어났으면 아리바의 고민을 할 것이고, 아리바가 한국에 태어났으면 정필수의 고민을 짊어지고 있을 것이다.
삶은 한 걸음만 물러서면 공(空)이요, 아상(我相)이요, 법상(法相)이다. 두 사람이 오파츠 때문에 머리가 터지라 고민하고 있지만, 그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잊힐 일이다. 다만 특정한 시간대에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신념과 의지가 의미로 남는다. 그래서 응무소주 이생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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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을 줄 알았소. 무슨 생각을 그리 깊이 하시오?”
뒤팽이 언덕을 올라왔다.
“어서 오시오. 수술은 끝났소?”
“이곳은 바람의 언덕이라 불립니다. 호수에서 사시사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전망이 최고지요.”
뒤팽이 즉답하지 않고 지팡이로 호수를 가리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경치에 몰입할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않소.”
블랙맘바는 살짝 역정이 치밀었다. 의료실장을 처음 만날 때부터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에 불구하고 연한 피 냄새가 났다.
외과 의사의 몸에 밴 피 냄새가 아니라 영혼이 느끼는 피비린내였다. 쌈디를 비롯한 망치 칠 인도 피비린내가 나는 만큼 탓할 일은 아니지만, 정치적인 행태가 눈에 거슬렸다.
“수술은 순조롭게 끝났소. 생각했던 이상으로 예후가 좋소.”
불편한 심기를 눈치챈 뒤팽이 얼른 말을 바꾸었다.
“고맙소.”
“내가 당연히 할 일이오. 허허허!”
뒤팽이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렸다.
“특별 고문께 부탁이 있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들어주겠소.”
블랙맘바는 은혜는 열 배로 원한은 백배로 갚는 인간이다. 혜영의 일로 신세를 졌으니 가능하면 들어줄 생각이었다.
“이곳에서 우리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부유한 현지인은 한 줌도 되지 않소. 카붐바에 내가 무료로 운영하는 진료소가 있소. 근래 마이마이와 FDLR 반군이 설치는 바람에 삼 일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소.”
“훌륭한 일을 하시는군. 놈들을 청소해 달라는 거요?”
블랙맘바는 게릴라가 현관에 내놓은 중국집 배달 그릇인 양 물었다. 카붐바 지역은 리빙스턴 박사가 의료 활동을 했고, 에델 경의 병원도 있다. 반군이 인도적인 의료활동마저 방해한다면 깨끗이 치워줄 의향이 있었다.
“농담도 심하오. 반군도 먹고살기 어려워서 총을 든 게 아니겠소.”
“흠, 그럴 수도 있겠지요.”
뒤팽이 에델처럼 박애주의자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발언이다.
“수술이 급한 환자가 있소. 오늘은 꼭 다녀와야 할 형편이오. 호신용으로 사용할 권총 한정만 내주시오. 거친 녀석들이라 늙은이가 지팡이를 휘둘러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소.”
블랙맘바는 흰 수염이 턱을 덮다시피 한 온화한 인상의 의사가 마음에 들었다. 에델이 생각나서일까. 두꺼운 뿔테 안경 속의 눈이 무척 선량해 보였다.
“아리바 과장에게 지시해 두겠소.”
“시간이 없소. 복잡한 절차가 싫어서 고문께 부탁하는 거요. 지금 출발해야 저녁에 돌아와서 아가씨를 돌볼 수 있소.”
마지막 말이 결정타였다. 의료 봉사를 나가는 뒤팽을 말릴 수도 없고, 혜영의 치료가 늦춰져서도 안 된다. 벤치에 백 팩을 내려놓고 예비용 베레타를 꺼내 주었다.
“고맙소! 이렇게 하는 거요?”
찰칵- 뒤팽이 슬라이드를 당겼다. 총을 다루는 솜씨가 몹시 어설펐다.
“15발 장탄이오. 탄창이 들어있으니 주의하시오.”
“고맙소. 고문은 언제나 배낭을 메고 다니는군요. 무겁지 않소?”
“버릇이 되었소. 내 부하를 경호원으로 붙여 줄까요?”
“그럴 필요 없소.”
연하게 느껴지던 피비린내가 진해졌다.
‘이거였나?’
파악- 블랙맘바가 땅을 박차고 순간 이동을 시도했다.
“억!”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강력 끈끈이로 변한 땅바닥이 다리를 휘감고 상체로 기어올랐다.
탕탕탕-
뒤팽이 능숙한 위버 자세로 연사했다. 언제 어설픈 동작을 보였느냐는 듯이 정확히 머리와 가슴에 총탄을 꽂았다. 탱탱탱- 퍽퍽퍽- 머리에서 불꽃이 튀고 가슴에서 피가 튀었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발이 묶인 무방비 상태로는 코앞에서 쏟아지는 총탄을 피할 재간이 없다. 순식간에 9mm 파라블럼탄 십여 발을 덮어썼다.
“크악!”
총성과 동시에 벼락같은 기합이 터졌다. 파앙- 눌어붙은 끈끈이가 공진파를 감당하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육편과 핏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끈끈이의 정체는 변신체 인간이었다.
“모온스탓!(괴물!)”
뒤팽이 들고 있던 지팡이를 던졌다. 스팟- 블랙맘바가 번쩍하고 이동했다. 파앙- 지팡이가 음속으로 가속해서 미사일처럼 순간 이동하는 블랙맘바를 따라잡았다. 퍽- 묵직한 타격음이 터졌다.
“크윽!”
블랙맘바가 복부에 꽂힌 지팡이를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다 풀썩 쓰러졌다. 탕탕탕- 뒤팽이 탄창에 남은 탄환을 쏟아붓고 백 팩을 집어 들었다. 놈은 스넼으로부터 받은 정보 이상으로 괴물이었다. 롱기누스 스피어까지 써먹었으니 도주할 일만 남았다.
“초르트!(빌어먹을!)”
백 팩을 잡아채서 뛰려던 뒤팽이 욕설을 뱉었다. 백 팩이 꿈쩍 않는 바람에 어깨가 탈골될 뻔했다. 백 팩에 거치 된 드라구노프와 MP5를 비롯한 예비 탄약 무게만도 30kg이 넘는다. 비상식량과 물, 기타 물품까지 더해서 60~70kg이다.
도플갱어 능력자 뒤팽은 근력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 블랙맘바 같은 괴물이나 지고 다닐 중량물을 들고 뛰기엔 스펙이 딸렸다. 그는 주저 없이 백 팩을 뒤집었다. 와르르- 엄청난 내용물이 쏟아져 나왔다.
뒤팽은 냉기를 뿜는 유백색 원통형 물체를 단번에 찾아냈다. 블랙맘바가 라이프 베슬(비상 구급낭)에 보관했다가 다시 백 팩에 옮긴 오파츠다. 오파츠를 백 팩에 보관한 이유는 체력을 갉아먹었기 때문이었다.
발사라와 접촉한 오파츠가 엄청난 냉기를 뿜었다. 체온이 1℃ 내려가면 650㎈가 소모된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사우나에서 땀을 빼기보다는 이글루에서 선풍기를 돌리는 게 낫다.
“흐흐흐! 찾았다.”
뒤팽은 오파츠를 품속에 집어넣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첫 총성이 울리고 그가 도주하기까지 5~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쫄따구님, 총성입니다.”
침대에 걸터앉아 무라마사를 닦던 즐루가 동작을 멈추고 선우현을 쳐다보았다.
“군기 빠진 공정대 간나래 호수에서 물오리를 잡는 소리지비.”
선우현은 심드렁했다. 동아프리카는 엉망진창이다. 총성 아니라 포탄이 터져도 놀랍지 않았다. 그는 블랙맘바가 하사한 카미노 무치에 정신이 빠져있었다. 보면 볼수록 놀라운 채찍이었다.
팡게를 튕겨내는 강도에 불구하고 생고무처럼 연성이 좋았다. 휩의 미늘을 일으키면 쇠를 자를 만큼 날카로웠다. 보물을 씹던 껌처럼 던져주는 주군의 배포가 새삼 놀라웠다.
우르릉- 대기가 폭발하듯 터지는 기합 소리에 창유리가 깨질 듯 진동했다.
“헉, 와킬!”
챙강- 선우현이 창문을 박살 내고 4층에서 뛰어내렸다. 뒤따라 뛰어내린 즐루가 미친 듯이 언덕을 향해 질주했다. VIP 숙소동에서 언덕까지 400m가 수백 킬로는 되는듯했다.
“새꺄! 뭐해?”
선우현이 버럭 했다. 정보원이란 놈이 저따위 감각이라니! 엉덩이를 걷어차고 싶었다. 상황을 파악 못 하고 어물거리던 정필수가 어마 뜨거라 하고 달렸다. 우당탕- 아리바가 권총을 뽑아들고 현관에서 튀어나왔다.
“저 새끼 잡아!”
지프에 뛰어오르는 뒤팽을 발견한 선우현이 고함을 질렀다. 뒤팽이 흘낏 돌아보고 액셀을 밟았다. 끼아아악- 지프가 비명을 지르며 튀어나오겠다.
“뒤팽~”
아리바가 악을 썼다. 부른다고 멈출 뒤팽이 아니다. 어물거리다간 경비대와 타격대가 벌떼처럼 몰려든다. 탕탕탕- 아리바와 정필수가 권총을 난사했지만, 턱도 없었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100m 이상 멀어진 인간을 글록으로 살상하지 못한다.
“크압!”
즐루가 무라마사를 던졌다. 슈앙- 빗살처럼 날아간 무라마사가 지프 후미에 푹 박혔다. 그뿐이었다. 지프가 본부를 빠져나갔다.
“도대체 뭐냐고?”
아리바가 절규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스키드 마크와 메케한 휘발유 냄새만 남았다. 두두두두- 한 떼의 무장병력이 병원 옆 붉은 벽돌 건물에서 튀어나왔다. 11공정 여단 5분 대기조다.
“지프를 추격하라. 뒤팽 실장이 오열이다.”
아리바가 악을 썼다. 부아앙- 지프 3대가 먼지를 자욱이 남기고 정문을 빠져나갔다.
“서누 준장, 난 놈을 추적하겠소.”
아리바는 대답도 듣지 않고 헬리포트로 달렸다. 뒤팽이 KGB 몰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지만, 현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KGB 총국의 정교하고 은밀한 휴민트 운용에 치가 떨렸다.
“망할 놈! 오히려 잘 되었어.”
아리바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블랙맘바가 오파츠를 입수한 정황 증거가 충분했지만, 감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일 때 의료실장이 등장하고 총성이 울리고 블랙맘바가 쓰러졌다.
뒤팽이 블랙맘바의 백팩을 뒤집는 순간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을 받았다. 오파츠다. 단번에 전후 사정이 주르륵 연결되었다. 블랙맘바가 스페츠나츠 7팀 우빅사를 클리어하고 오파츠를 획득했다. KGB는 초능력자를 보내서 오파츠를 재탈환했다.
뒤팽은 블랙맘바보다 만 배는 손쉬운 상대다. 게다가 뒤팽의 손에서 오파츠를 획득하면 블랙맘바도 다른 소리를 못한다. 그는 DGSE 총국장 보니파스가 노바임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푸타타타- 로터가 맹렬히 회전했다. SA342 가젤은 조종사가 동체 조종과 건십을 핸들링하고 부조종사는 화기 관제를 맡는다. 부조종사가 없으면 무기체계 운용이 제한적이지만, 어차피 기관 포탄과 미사일을 적재할 시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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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아앙- 뒤팽은 미친 듯이 액셀을 밟았다. 키상가니와 부카부를 연결하는 카타나 로는 아프리카 도로가 그렇듯 비포장이었다. 그는 로데오 황소처럼 날뛰는 지프 속력을 늦추지 못했다. 놈이 뒷덜미를 잡아챌 것 같았다.
코앞에서 총탄 15발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롱기누스 스피어에 관통당한 놈이 죽지 않았다. 놈이 이빨을 드러내고 씨익 웃는 모습은 놀랍다 못해 엽기적이었다.
KGB와 손을 잡은 조직은 최고의 보물 롱기누스 스피어를 내줄 만큼 총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놈을 관통하고 돌아와야 할 롱기누스 스피어가 박혀버렸다. 오파츠를 조직에 전달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숙청당할 판이었다.
빵- 빠방- 빵- 클랙슨이 리듬을 타고 울렸다. 호수 방향에서 한 무더기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뒤팽이 휭 지나가자 아이들이 도로를 점거했다. 부아앙- 추격대 지프가 나타났다.
십여 명의 아이들이 도로 가운데서 엉덩이를 내밀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타격대가 전조등을 번쩍이고 경적을 울렸지만, 아이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놀이에 열중했다.
“쀠텡, 이것들은 도대체 뭐야?”
타격대원이 뛰어내려서 아이들을 밀어냈다.
“아저씨, 초콜릿 먹고 싶어요.”
“이틀 동안 물밖에 못 먹었어요.”
“한 푼만 줘요.”
아이들이 오히려 진드기처럼 달라붙었다.
“쀠텡, 놈과 한패다. 제압해!”
병사들이 버벅대자 상사가 악을 썼다. 빡- 빡- 타격대원이 총구로 밀어내고 개머리판으로 때렸다. 아이들은 피를 흘리면서도 거머리처럼 달라붙었다.
일분을 버티면 한 달 치 식량, 이분을 버티면 여섯 달 치 식량, 삼분을 버티면 일 년 치 식량, 삼분 이상 버티면 삼 년 치 식량이 생긴다. 아이들은 결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타격대가 거머리를 처리했을 때는 지프 꽁무니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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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팽, 아니 마슬로프는 아바뚜와를 향해 달렸다. 아바뚜와 가로를 통과하면 콩고-르완다 국경 루시치 강에 제트 보트가 대기하고 있다.
“흐흐, 나는 인민 영웅이다.”
추격대를 따돌린 마슬로프는 기분이 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