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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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12
“쀠텡! 망할 놈이 어디로 사라진 거야?”
아리바는 손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만큼 다급했다. 연료 잔량을 확인하는 틈에 지프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눈알이 빠지라고 지상을 더듬던 아리바가 쾌재를 불렀다. 날 듯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제트 보트의 항적이 시야에 들어왔다.
“울라! 넌 끝났어.”
페달을 밟고 조종간을 힘껏 밀었다. 분노와 긴장으로 손가락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가젤이 급횡전해서 앨버트 곶으로 방향을 잡았다. 위잉- 후드와 연동된 체인 건이 표적을 추적했다.
“빌어먹을!”
아리바가 콘솔을 두드렸다. 선착장에서 고속 보트가 또 튀어나왔다. 하얀 항적이 왼쪽 오른쪽으로 나누어졌다. 키부 호수 중앙을 기점으로 왼쪽은 콩고, 오른쪽은 르완다다. 아리바는 추적 우선순위를 결정 못 하고 허둥거렸다.
뒤팽이 르완다 국경을 넘을 가능성이 크지만, 마이마이와 합류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위이잉- 가젤이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었다. 월경에 비중을 둘 수밖에 없었다.
항적을 따라잡은 아리바는 주저 없이 조종간 상단의 붉은 버튼을 눌렀다. 보트 주변에 조업 중인 고깃배가 몇 척 보였지만, 이것저것 가릴 계제가 아녔다. 놈을 잡은 다음 좌측으로 튄 놈을 잡아야 했다.
바바바바- 12.7mm 체인 건 탄환이 물보라를 일으켰다. 바아앙- 제트 보트가 속력을 올렸다. 바바바바- 아리바는 사정없이 기총소사를 가했다. 보트는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꾸며 약 올리듯 탄막을 빠져나갔다.
아리바는 화기 관제사 없이 성급하게 추격한 자신을 탓했다. 터터터터- 아리바는 실속 위험을 무릅쓰고 고도를 낮추었다. 따다다당- 헬기 하부에 총탄이 빗발치듯 꽂혔다. 보트에서 날아온 대공사격이다.
“이크!”
식겁한 아리바가 컬렉티브를 밟고 힘껏 조종간을 당겼다. 위잉- 가젤이 꼿꼿이 선 자세로 급격히 고도를 높였다. 가젤 외판은 알루미늄 복합재 세미모노콕 구조다. 취약부위는 물론이고 5mm 티타늄 강판으로 방호되는 하부도 대구경 총탄에 취약하다.
아리바는 감히 고도를 낮출 엄두를 못 내고 헛방만 계속 날렸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아리바가 기회를 잡았다. 이드지위(Idjwi) 섬 남단에서 고속보트가 암초를 발견했는지 주춤하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바바바바- 체인 건이 불을 뿜었다. 12.7mm 탄환 수백 발이 보트로 빨려 들어갔다. 쿠쾅- 화염과 시커먼 연기가 자욱이 솟아올랐다. 연료 탱크가 폭발한 보트는 선미가 번쩍 들렸다가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미치겠네!”
운항 불능 상태를 기도했던 그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수면에 닿을 듯이 고도를 낮추어 호버링했다. 부유물만 보일 뿐 생존자는 보이지 않았다.
“즐루 탱고다. 이드지위 섬 동단, 좌표 214-340 찰리 원 침몰, 잠수부 투입하라.”
-탱고, 접수했다. 현 지점 에버뉴 산탈, 출동한다.
아리바는 DGSE 작전부에 후속조치를 넘겼다. 위이잉- 고도를 높인 가젤이 호수 서안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리바는 이드지위섬 서쪽 루훈드(Ruhundu)항에서 도주하는 제트 보트를 포착했다.
“교활한 놈이군.”
아리바가 이빨을 갈았다. 보트는 교묘하게 연안의 고깃배를 방패막이 삼아 북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어선이 수백 척 몰려있는 연안에서 체인 건을 발사했다간 제2의 레인보우 사태가 벌어지기 십상이다. 아리바는 배고픈 부채머리 수리처럼 상공을 맴돌며 기회를 노렸다. 삥삥- 연료 게이지가 알람을 울렸다.
“어떤 새끼가 기름을 빼 처먹은 거야!”
울화통이 터진 아리바가 조종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얄미운 놈이 코앞에서 알짱거려도 방법이 없었다.
“즐루 탱고다. 칼랑갈라 연안, 좌표 214-920 흰색 FRP 3인승 보트를 추적하라.”
-탱고, 접수했다. 현 지점 이드위지 남단, 출동한다.
“즐루, 부탁한다.”
아리바는 눈물을 머금고 기수를 돌렸다. 비상 출동 헬기에 연료를 꽉 채워놓지 않은 정비사를 질근질근 씹어먹고 싶었다. 그는 뒤팽이 처음부터 보트를 타지도 않았고, 짚단에 바늘을 숨기듯 부카부에 숨어있음을 꿈에도 몰랐다.
블랙맘바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놓고 국민 영웅이 되고자 했던 아리바의 꿈은 한여름 밤의 개꿈으로 끝났다. 영웅은 개나 소나 될 수 없기에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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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준장, 와킬은 어떻게 된 거요?”
정필수는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블랙맘바가 멀쩡해야 오파츠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고 한국에 넘길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 툭 하면 뒷집 지붕에서 호박 굴러떨어지는 소리고, 사부작 하면 옆집 과부 치마끈 푸는 소리다.
그는 순식간에 전후 상황을 추리했다. 블랙맘바가 오파츠를 입수했고 늙은 의사가 오파츠를 빼돌렸다. 블랙맘바의 능력으로 볼 때 죽지야 않겠지만, 아무리 초인이라도 무방비로 총탄 15발을 맞고 멀쩡할 수는 없다.
“……”
선우현이 뜨악하니 정필수를 쳐다보았다. 잔뜩 마뜩잖은 얼굴이었다.
“많이 다쳤소?”
찔끔한 정필수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인간아, 하와이 남방이 방탄복이디? 코앞에서 15발을 고스란히 덮어썼는데 멀쩡하면 그거이 장갑차디. 의사 나부랭이는 손도 댈 수 없슴메. 반년은 꼬박 요양해야 함메.”
“뭐라? 반년!”
정필수가 펄쩍 뛰었다.
“하이고, 우짜노~ 실력이 쪼매 있다고 천방지축 날뛸 때 알아 봤능기라.”
정필수가 뒷목을 움켜쥐었다. 상온초전도체고 나발이고 볼 장 다 본 셈이다. 그동안 겪은 간난신고(艱難辛苦)가 억울하다 못해 눈물이 찔끔 나오도록 허망했다.
뻑- 뒤통수에 강력한 충격이 전해졌다.
“에쿠!”
정필수가 도끼눈을 뜨고 돌아보았다. 즐루가 마체태를 쑥 뽑았다.
“쫄짜, 나 한국말 잘하고 잘 듣는다. 너는 감히 뚜바이부르파님을 모욕했다. 즉결처형한다.”
“어어어, 와카노. 내 암말도 아이 했다.”
얼굴이 하얗게 탈색된 정필수가 어마 뜨거라 하고 손을 내저었다. 이곳은 한국이 아니라 아프리카고, 상대는 무지막지한 뚜바이부르파 광신도다. 강단 있는 정필수도 식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우현이 즐루를 제지했다.
“남조선 동무, 입을 조심하기요. 목이 떨어지면 쓸모없어지디. 즐루는 입이 가벼운데…….”
“내가 말을 실수했소.”
정필수가 썩은 얼굴로 포켓에서 솔을 한 갑 꺼냈다. 즐루가 속 좁은 블랙맘바에게 고자질하면 자신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다.
“내 입은 주둥이가 아인디……”
‘젠장 두 갑밖에 없는데.’
정필수가 썩어 문드러진 얼굴로 또 한 갑을 꺼냈다.
“담배는 남조선 솔담배가 대낄이디. 당분간 와킬 만날 생각은 말라우.”
선우현이 탁 채갔다. 정필수는 오파츠 행방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못하고 아까운 담배 두 갑만 네바다이 당했다.
******
“아리바가 돌아왔나?”
침상에 누워있는 블랙맘바는 누가 봐도 중환자였다. 핼쑥해진 안색과 누에고치처럼 상체를 드레싱한 폼이 나 중환자요 하는 포스를 팍팍 뿌렸다.
“간나새끼래 풀방구리 못 들어간 쥐새끼처럼 문밖에서 안달하고 있습네다.”
“들여보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아리바가 들어섰다.
“고문, 놈을 놓쳤습니다. 놈이 탈취한 물건에 대해서 해명해 주셔야겠소.”
블랙맘바가 진작에 오파츠를 넘겼으면 조국 프랑스가 보슈(Bosche, 독일인 비칭)와 로스비프(Rosbif, 영국인 비칭)를 누르고 유럽 맹주가 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아리바는 블랙맘바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봐, 나는 환자야. 안부를 먼저 물어야지?”
블랙맘바는 중환자답게 힘이 없었다.
“나만큼 고문을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고문이 진짜로 당했으면 뒤팽을 생시르레콜(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 1802년 나폴레옹 1세에 의해 설립된 유서 깊은 사관학교) 석좌 교관으로 초빙해야죠.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아리바가 턱도 없는 소리 말라는 듯이 일축했다. 나쇼널 트레조르가 그까짓 파라블럼탄 몇 발 맞았다고 운신을 못 하면 오셀롯을 비롯한 수많은 강자가 지하에서 눈을 못 감는다.
“아리바 과장, 심장에 총알을 열 발이나 맞은 분이 심각하지 않으면 무엇이 심각함메? 당신 심장에 한 발만 박아보자우?”
선우현이 글록을 뽑았다.
“헉! 진정, 진정하시오.”
놀란 아리바가 손으로 심장을 가리고 뒷걸음질 쳤다. 선우현은 블랙맘바 휘하의 괴물 같은 부하 중에도 무식하기로 이름난 놈이다. 대책 없이 죽여놓고 작전 중에 영웅적으로 죽었다고 우길 놈이다.
“의료실장이란 놈은 무시기 인간임메?”
선우현이 잡아먹을 듯이 다그쳤다. 아리바의 표정이 찌그러졌다. 뒤팽의 일탈 행위는 자신의 책임이다. 블랙맘바를 힐끔 돌아보았다. 표정이 썩 좋지 못했다. 가슴이 덜컹했다. 상처 입은 맹수는 배고픈 맹수보다 더 사나워지는 법이다. 단단히 따지려던 입이 조개처럼 닫혔다.
“아무래도 놓친 것 같소. 작전부 요원들이 보트를 추적 중이오.”
“종간나새끼, DGSE 눈깔은 당발봉사디? 쏴버리기 전에 뒤팽이란 놈의 정체가 뭔지 말하라우.”
“현재 KGB 몰로 추정하고 있소. 뒤팽 실장은 의료팀에 20년이나 봉직해온 충실한 직원이오. 배신할 이유가 없는 인물이라 본인도 혼란스럽고, 본부도 발칵 뒤집혔소.”
아리바의 코가 쑥 빠졌다.
‘허얼,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블랙맘바가 속으로 웃었다. 선우현이 아주 잘하고 있었다. 역시 인간은 구르고 갈굼을 당하면 레벨이 올라가게 되어있다.
“끙!”
블랙맘바가 상체를 들었다. 즐루가 후다닥 달려가서 부축했다.
“아리바, 아프리카에 오더니 침팬지가 되었군. 공격 헬기에 쫓기는 KGB 스파이가 호수로 도주할 만큼 멍청할까?”
“윽!”
아리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사람이 다급해지면 바보가 된다더니 기본적인 체크 포인트를 놓쳤다.
“놈이 마지막으로 나타난 지점은?”
“앨버트 곶 승선장입니다.”
“놈은 보트에 타지도 않았다. 쫄따구 지도 가져와.”
블랙맘바가 지도를 짚었다.
“놈은 십중팔구 부카부 시내로 재잠입해서 르완다 월경을 노리고 있다. 앨버트에서 카바라에 이르는 북서 3번 주로를 봉쇄하라. 가용 병력을 총동원해서 루시치 강부터 봉쇄해. 당장 튀어 나가.”
“넵!”
아리바가 머리를 치고 뛰쳐나갔다.
“멍청한 녀석, 진짜 놓칠 뻔했네.”
블랙맘바가 투덜거렸다. 그는 생짜로 얻어맞고 허허 웃을 만큼 마음 넓은 인간이 아니었다. 살을 내주면 뼈를 꺾는 속 좁은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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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후, 혜영이 블랙맘바가 피격당한 바람의 언덕에 휠체어를 밀고 나타났다. 휠체어에는 블랙맘바가 천연덕스럽게 앉아있었다. 환자와 보호자가 뒤바뀌었다.
키부 호수는 그레이트 밸리에 속하는 호수가 그렇듯 호면이 해발 1,500m에 달하는 고지대 호수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와 호수를 둘러싼 해발 2,000m 내외의 산은 천 개의 언덕이라 불릴 만큼 절경이다.
뒤팽은 가짜였지만, 그가 말한 바람의 언덕은 진짜였다. 밤이면 고도 높은 산바람이 불고, 낮이면 고도 낮은 호수 바람이 불었다. 높은 고도와 바람 덕분에 적도 지역임에도 한국의 늦봄 날씨와 비슷했다.
혜영은 주치의가 감탄할 만큼 회복이 빨랐다. 창백했던 얼굴은 혈색을 찾았고, 발걸음도 힘이 넘쳤다. 블랙맘바가 공진파로 세포에 활력을 불어넣은 덕분이었다.
“어머나, 세상에!”
언덕배기에 오른 혜영이 감탄했다. 석양을 받아 붉게 물든 호수, 번쩍이는 물비늘, 점점이 떠 있는 고기잡이배, 선착장에 고기를 부리는 어부, 헐렁한 원색 옷을 걸치고 원기 왕성하게 손님을 부르는 여자, 병실 창밖으로 보는 풍경과 직접 언덕에 올라 보는 풍경은 점묘화와 진경산수화만큼이나 달랐다.
“좋네! 이 좋은 풍경을 못 보고 죽을뻔했어.”
블랙맘바가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자기야, 조심하지 그랬어!”
혜영이 허리를 숙여 귓가에 속삭였다. 혜영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무쌍은 석탄 버럭에 깔려 뼈가 으스러지고 장기가 박살 났을 때도 멀쩡히 살아난 특별한 인간이다.
“글게 말이여. 그놈이 스파이일 줄 누가 알았~ 에취”
블랙맘바가 말하다 말고 재채기를 했다. 바람에 날린 생머리가 코로 빨려 들어갔다.
“호호호!”
혜영이 스커트형 환자복을 나비처럼 나풀거리며 언덕 가장자리로 달려갔다. 블랙맘바가 슬그머니 아미 로프를 손에 쥐었다. 350m 절벽 아래 시퍼런 호숫물이 출렁인다.
혜영이 팔을 잔뜩 벌리고 가슴을 내밀었다. 차고 맑은 공기가 가슴을 가득 채웠다. 살아있다는 강렬한 메시지가 뇌를 채웠다.
“아! 참 좋다. 석양도 예쁘고, 호수도 예쁘고, 사람도 예뻐. 호숫가 언덕에 예쁜 집을 짓고 함께 잠들고 함께 눈뜨고 싶었어. 나이가 뭐라고……. 자기 말대로 나는 똑똑한 척하는 등신이었어. 자기야, 내가 죽으면 이곳에 묻어줘.”
짤랑거리던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처연한 한숨으로 바뀌었다. 블랙맘바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렵지 않아. 바람 언덕에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바람 별장을 지어줄게.”
“피이~ 자기가 무슨 갑부라고!”
혜영이 눈을 흘겼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소녀 같은 외모에 소녀 같은 행동이었다.
“갑부 맞는데.”
“내 별장은 자기 가슴이야.”
“집이 아니고? 별장은 간혹 들르는 곳이잖아.”
블랙맘바가 의아한 눈으로 혜영을 바라보았다.
“조-진-순!”
혜영이 마디마다 힘주어 이름을 불렀다.
“……”
침묵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