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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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13
“아무 말도 하지 마. 내가 사랑을 노래할 때 걔는 정을 노래하고, 내가 사랑을 불태울 때 걔는 영혼을 불살랐지. 걔가 네 옆에서 해장국을 끓일 때 나는 야망을 찾아 떠났어. 사랑에 정답은 없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져야겠지.”
혜영은 수평선으로 눈을 돌렸다. [당신은 오빠를 사랑하시소. 내는 당신까지 사랑할랍니다.] 당돌한 말이 뻐꾸기 울음으로 귀에 쟁쟁했다. 뻐꾸기는 사람이 듣기 좋아하라고 울지 않는다. 자신의 영역에서 꺼지라는 영역 선포다.
진순은 무쌍이 실종되었을 때 부엌칼 들고 겨울 방태산을 일주일이나 돌아다닌 독한 년이다. 가족과 정에 사무친 무쌍에겐 투정부리는 똑똑한 여자보다 헌신적인 진순이 필요했다. 자신이 떠날 수밖에 없었음을 무쌍은 알까. 가슴이 풍화되어 바스러진 종이만큼이나 쓸쓸했다.
“우리는 살아있고, 사랑은 끝나지 않았어.”
먹먹해진 블랙맘바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석양에 황금처럼 빛나는 귓바퀴 솜털이 서러웠다. 혜영이 금방이라도 녹아서 공기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때는 혜영이 첫사랑이고 진순은 여동생일 뿐이었다.
첫사랑은 미숙하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진순과 에델에겐 미안하지만, 혜영을 탓할 것도 없었다. 품안에 들어온 새도 내치지 않는데 하물며 상처입을 영혼을 내치랴!
“난, 행복을 함께 할 수는 있어도 고난을 함께하기엔 부족했어. 나는 질투하고 투정부릴 자격이 없어. 고백할 게 있는데~”
서러운 마음을 감추고 다 털어놓고 가리라 했는데 목이 턱 막혔다.
“그만!”
블랙맘바가 말을 끊었다.
“당신과 내가 고백하고 면죄부를 주는 사제와 신도 사이였던가? 상처 없는 사람은 없능기라. 신인들 완전체일 수 없다. 나도 온갖 상처를 딱지로 덮고 애써 괜찮은 척, 끄떡없는 척 살아간다. 만다꼬 억지로 딱지를 뜯어내서 피를 줄줄 흘릴라 카노. 사랑은 그냥 주는 것이지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다. 기대하고 받고 싶어 하기에 섭섭해지고, 미움이 생기고, 틈이 벌어진다. 나는 당신이 지금 내 곁에 있어도 그립고 안타깝다. 그저 시간이 흘렀을 뿐, 당신은 십 년 전에도 혜영이었고 지금도 혜영이다. 우리는 여전히 조금은 어설프고, 조금은 부족한 연인이다. 당신이 내게 미안한 어떤 부분이 있다면~”
블랙맘바가 말을 끊고 혜영의 눈동자를 빤히 응시했다.
‘아아!’
혜영은 이글거리는 눈빛에 녹아버릴 것 같았다. 어린 연인은 사나이가 되어 돌아왔다. 산처럼 듬직하고 바다같이 넓은 남자, 꽃보다 아름답고, 나비보다 감성이 풍부한 남자, 진정한 사나이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이 남자는 내 것이다. 이기심이 머리를 쳐들고 지난 며칠간 다지고 다졌던 결심이 우르르 흔들렸다.
“잊어라. 아름다운 기억이든 추악한 기억이든 말을 뱉는 순간에 굳어진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위한다면 딱지를 뜯지 마라. 당신이 소가 되면 나도 소가 되고, 당신이 말이 되면 나도 말이 되면 된다. 백 년도 못사는 인생,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다. 딱지를 뜯을 시간은 없다.”
두웅- 굵은 바리톤 음성이 천상의 복음인 양 혜영의 가슴을 두드렸다. 소가 되고 말이 되고라는 말이 환청처럼 귀를 울렸다.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니! 달콤한 말에 가슴이 녹아내렸다. 변하기를 바랐지만 변하지 않는 남자. 그가 바로 자신의 영원한 연인 무쌍이었다. 그래서 더 슬펐다.
“하지만 나는~”
“이곳은 곧 게헨나(악귀가 날뛰는 지옥, 아수라장)가 된다. 내일 당신을 신세계로 모셔갈 내 전용기가 도착한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나를 믿어라.”
블랙맘바가 다시 말을 끊었다. 불길한 예감에 마음이 바빠졌다.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 다치면 안 돼. 다구리에 장사 없다고 자기가 옛날에 말했잖아.”
혜영은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삼켰다. 세상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무쌍은 이해 범위를 넘어선 존재가 되었다.
“나는 동방불패 무쌍이다. 쥐새끼가 땅을 덮어도 호랑이를 다구리 놓을 수는 없어.”
“맞아, 언제나 자기 옆자리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고 편안했어. 키스해줘!”
혜영이 턱을 치켜들고 입술을 내밀었다. 묵직한 입술이 덮쳤다. 그녀의 여린 육신과 영혼이 강건한 남자의 품을 파고들었다. 진한 남자의 내음에 혜영은 온몸이 녹아내렸다.
‘신이여, 감사합니다.’
그녀는 무쌍을 다시 만나게 해준 운명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녀는 방수 비닐로 단단히 포장한 손톱만 한 물체를 블랙맘바의 포켓에 집어넣었다.
******
로스앨러모스 연구소 대 회의실, 연구 성과 정례 브리핑 마지막 발표자가 나섰다.
“관성 가둠 핵융합로 연구팀 수석 책임자 스티브 오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본 연구소에서 추진 중인 관성 가둠 플라스마 통제는 실패했습니다.”
오언 박사는 다짜고짜 결론부터 집어 던졌다. 맞을 매는 먼저 맞는 게 낫다.
“아!”
“저런!”
힘 빠진 탄식이 터지고, 수십 쌍의 눈동자가 오언을 주시했다.
“핵융합이 지속하는 태양 중심핵의 전력 밀도는 ㎥당 270W입니다. 비교적 낮은 온도에 불구하고 핵융합이 지속하는 이유는 고압입니다. 지구에서 상업용 핵융합발전소가 가동하려면 최소 ㎥당 1,000,000W 전력 밀도를 생산해야 합니다. 관성 가둠으로 핵자 간에 유효한 거리를 설정해주려면 태양 중력의 일백 배 압력이 필요합니다.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말이오?”
앞줄에 앉은 누군가 발언 신청도 않고 버럭 했다.
“그렇습니다. 현재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지구 5천 배 중력을 구현하려면 500년 후에나 가능합니다. 관성 가둠 방식은 의미를 잃었습니다.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오언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이게 뭐야? 삼십 년간 연인원 삼만 명과 삼십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서 삼만 톤의 고철을 생산했다고? 로스앨러모스가 또 한 건 했군.”
“세상에서 제일 비싼 고철이군. 운석보다 더 비싸겠어.”
“삼 삼 삼 삼, 삼의 저주 발표장인가?”
“석유카르텔의 유가 인상을 발표를 취재하러 가야겠네.”
“자장 가둠을 추진한 개구리가 신나게 나발을 불고, 모스크바 얼간이들이 배꼽을 잡겠구먼.”
“아아, 미합중국의 자존심이 싸구려 중국산 유리그릇처럼 박살 났어.”
정부 주무 기관 책임자의 발언은 쓰라린 실패의 공식화였다. 참석한 연구소 고위직과 책임 연구원, 국방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책임자, 언론 기자들의 온갖 날 선 비판과 비아냥이 쏟아졌다.
“잠시 주목해주십시오.”
데이비스가 손을 들었다. 수십 쌍의 시선이 데이비스 집행관을 향했다. 프로젝트 책임자의 변명이 시원찮으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을 기세였다.
“실망하긴 이릅니다. 관성 가둠은 실패했지만, 핵융합로 프로젝트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여러분은 중수소 핵을 삼중수소 핵에 포함해 리튬을 때리는 과정이 홀인원 확률보다 천만 배는 낮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연구소는 드라이버를 휘두르기만 하면 홀인원이 가능한 물질을 찾았습니다.”
“우우!”
“그게 뭡니까?”
장내가 소란해졌다. 원자핵을 가속하는 자체는 현재 기술로도 어렵지 않지만, 유의미한 충돌 에너지 확보가 문제였다. 집행관의 말대로라면 핵융합로 제작 실마리를 찾았다는 소리다.
“극비입니다. 오늘은 실망한 여러분께 희망의 메시지를 드리는 날입니다. 호기심은 다음 회의에서 풀어드리겠습니다.”
데이비스가 딱 잘랐다. 언론사 기자들은 불만 서린 표정이었지만 별다른 불평을 던지지 않았다. 로스앨러모스의 비밀주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국익에 부합되는 한 언론도 협조해야 했다.
******
참석자들과 언론 기자들이 우르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거대한 공간에 집행관과 위원만 남았다.
“데이비스, 상온초전도체는 블랙맘바가 들고 튀었어. 자네처럼 신중한 사람이 성급한 발표를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헤스웨이가 빤히 쳐다보았다. 사라진 오파츠는 생각만 해도 속이 쓰렸다.
“캠프에서 두 번째 오파츠를 보내 왔습니다. 일차 물성 조사가 끝났습니다.”
데이비스가 미소를 지었다.
“자네 특유의 나쁜 소식 뒤에 좋은 소식 들려주긴가? 그거 좋은 버릇이 아닐세.”
이언이 눈을 치떴다.
“죄송합니다. 한국 속담에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언 박사 설명하시오.”
“트리덴템은 예상대로 강력한 내화벽돌의 일종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상용화된 최고의 내화물은 알루미나 실리카 내화물로 세게르콘(SK, seger cone)42번입니다. SK 42번은 섭씨 2,000도를 견딥니다. 트리덴템은 헤파이토스 한계인 섭씨 10,000도를 견뎠습니다. 세게르콘 연번으로 측정 불가입니다. 산화물을 얻지 못했지만, 순수 탄소로 추정되며 아르곤과 질소, 미상의 기체가 포집되었습니다.”
“추가 설명이 필요하군. 우리 늙은이들은 물리학자나 화학자가 아닐세. 머리도 굳었고 말이세.”
허먼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언 박사가 난감한 듯 이마에 주름을 지었다. 소재 물성은 문외한에게 설명하기 난처한 분야다.
“관성 가둠의 결정적 문제가 압력이라면 자장 가둠의 문제는 상온초전도체와 불순물입니다. 이미 알고 있는 상온초전도체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플라스마를 둘러싼 물질 표면, 특히 탄소, 산소처럼 Z값이 적은 불순물은 플라스마 속에서 전자를 모두 잃어버립니다. 이때 에너지가 외부로 복사되므로 플라스마가 냉각됩니다. 점화 온도가 떨어지면 핵융합 반응이 중단됩니다.”
“플라스마를 담는 용기 내벽이 초고온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린가?”
“그렇습니다. 그 부분이 플라스마의 크기를 제한하기 때문에 리미터(Limiter)라 불립니다. 텅스텐, 몰리브덴, 탄소, 베릴륨 등, 현존하는 어떤 물질도 초고온과 불순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즉 현재까지 알려진 물질로는 핵융합발전소의 내벽으로 사용할 물질이 없다는 뜻입니다.”
“잠깐, 불순물 문제는 다이버터 장치로 실마리를 풀지 않았소?”
데이비스가 의문을 표시했다. 그 역시 프린스턴 대학에서 핵융합로 스텔러레이터 설계에 관여했다. 다이버터 장치는 플라스마 가장자리를 지나는 자기력선을 인위적으로 전환하여 별도의 격실로 유도한다. 플라스마 불순물은 그렇게 해서 격실에 쌓인다.
“맞습니다. 다이버터는 불순물을 효과적으로 여과할 수 있고 반응 찌꺼기인 헬륨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문제는 실험로가 엄청나게 복잡해지고 비용이 상승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수시로 다이버터를 정비해야 합니다. 동급의 핵분열 발전소 건설과 유지 비용의 열 곱 이상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실험로 수준은 가능하지만, 상용화는 턱도 없습니다.”
“오언 박사, 트리덴템이 핵융합로 내벽이라고 주장하고 싶은가?”
“그렇습니다. 트리덴템은 1억 도가 넘는 플라스마의 복사열 누수를 차폐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세계 물리학계와 재료공학계, 화학계가 놀라 자빠질 겁니다. 물론 우리가 발표한다면 말입니다. 리미터는 트리덴템의 표면 원소 배열을 분석해서 역설계 하면 문제 될 것 없습니다. 내피가 해결되면 외피는 텅스텐 중합금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트리덴템의 가치가 상온초전도체 못지 않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리미터가 해결되면 핵융합로의 발전 용량은 한계가 없어집니다. 현재 가동 중인 표준 원자력 발전소 용량이 백만 메가와트입니다. 핵융합 발전소는 천만, 일억 메가와트 용량도 건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알래스카에 3억 메가와트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해서 상온초전도체로 점핑 송전하면 미합중국 전체가 제한 없이 전기를 쓸 수 있습니다.”
“오오!”
위원들이 일제히 감탄했다.
“트리덴템과 상온초전도체는 신의 선물입니다. 상온초전도체만 확보되면 십 년 이내에 상용 핵융합로를 건설할 수 있습니다. 신은 미합중국이 세계 리더가 아닌 세계 지배자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오오!”
또다시 감탄이 터졌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트리덴템이 상온초전도체와 결합하면 레일건 따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울트라 웨폰이 탄생합니다.”
“울트라 웨폰?”
헤스웨이의 눈이 번쩍했다.
“광선포입니다. 일억 메가와트 에너지가 모스크바를 빛의 속도로 직격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언 박사가 비시시 웃었다. 그는 광선포가 사하라 사막에서 낮잠 자고 있음을 꿈에도 알지 못했다.
“지구에서 빨갱이가 사라지겠지. 하지만 운반하려면 소형화해야 할 텐데?”
“핵력이 척력을 압도하는 원자핵의 거리는 대략 1~2fm(1㎙=10⁻¹⁵m)입니다. 10만 볼트 전위차를 걸면 상응하는 입자 가속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온초전도체와 트리덴템만 확보되면 핵융합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오언 박사가 장담했다.
“트리덴템 역설계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소?”
“확언하기 어렵습니다만……. 5~10년이면 가능합니다.”
이언의 질문에 박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술적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해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십 년이라~ 북극곰 토카막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소?”
헤스웨이의 질문에 데이비스가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