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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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14
“방향은 맞지만, 트로이드를 이용한 토카막은 초전도체와 격납 용기 내벽에 발목이 잡혀있습니다. 점화 온도까지 올리지도 못하고, 부실한 내벽에서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플라스마를 담을 상온초전도체와 에너지 누수를 막을 트리덴템 없이는 곰텡이 삽질이죠. 백 년쯤 주무르면 1초간 가동될 수도 있겠지요.”
데이비스의 대답은 시니컬 했다.
“결국, 상온초전도체와 트리덴템만 손에 쥐면 나머지는 지엽적인 문제란 소리군. 안경을 만들어 놓고, 정작 안경알을 잃어버렸어.”
헤스웨이가 입맛을 다셨다.
“수고했소. 박사는 쉬어도 좋소.”
데이비스가 오언 박사를 내보냈다.
“데이비스, 맘바사 상황은? 아니 추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집행관이 스크린에 투영된 지도에 레드 포인트를 찍었다.
“키부 호수 남단에 위치한 부카부 시입니다. 블랙맘바는 현재 FEADC(프랑스 동아프리카 개발본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허, 프레데터를 투입하고, 정찰위성과 블랙버드까지 전담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컨설턴트 한 놈을 막지 못했단 말인가!”
허먼이 한탄했다.
“다이슨과 맥킨리가 전력을 다했습니다만……. 이동 속도가 워낙 빨랐습니다. 이동 위치를 포착해도 추격대가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프레데터는?”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이슨 장군의 보고에 의하면 사이킥 헌터와 그렌델이 블랙맘바와 접촉하는 순간 능력을 발휘할 틈도 없이 채 썰리듯 썰렸습니다. 슈퍼 그렌델을 가동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헐!”
이언과 허먼이 입을 쩍 벌렸다.
“쯧! 내 새끼들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겠구먼.”
헤스웨이가 혀를 찼다.
“그렇습니다. 블랙맘바가 캠프에 난입한 시점부터 해병대 사망 360명, 쉐도우 사망 105명, 헬기 24대 전파, 브래들리 장갑차 3대 전파, 보병전투차량 5대 전파, 사이킥 헌터 3명 사망, 그렌델 5기 폐기입니다. 부상자와 물적 피해는 생략합니다.”
“……”
위원 셋은 잠시 말을 잊었다.
“자네 의견을 말해보게.”
이언의 음성이 축 처졌다. 대통령 보고서 작성할 일이 아득했다.
“미합중국 특수부대 전체를 털어 넣어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놈이 히트 앤드 런을 시도하면 슈퍼 그렌델을 투입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군. 커트 윌버와 블루리지에서 토마호크라도 날려야 할 판이군.”
어이를 상실한 허먼이 한탄했다.
“위원님 말씀이 옳습니다. 놈을 제거하려면 특정 지역에 몰아넣고 도트 포격으로 광역 제압을 해야합니다. 현재 캠프에 보유 중인 MLRS 컨테이너를 이동 중입니다.”
데이비스는 그랜드마스터에 관한 사항은 입을 다물었다. 이언과 허먼은 프리메이슨 멤버지만 헤스웨이는 기독교도다.
“블랙맘바가 빠져나가기 전에 잡아야 하네. 이탈에 대비하고 있겠지?”
허먼이 눈을 번득였다.
“물론입니다. 키홀과 블랙버드가 상시 정찰 중이고, 해병 17연대가 부카부 외곽에 전개 중입니다. 72시간 이내에 MLRS와 대공 미사일 포대가 전개됩니다.”“FEADC에서 카멘베 비행장까지 헬기로 15분이면 도착하겠군. 가젤은 저공 기동성이 좋아. 잉거솔의 레이더가 잡기 힘들거야.”
지도를 들여다보던 이언이 중얼거렸다.
“공항 주기장 후방 500m 지점에 고원 협곡이 있습니다. 스팅어와 대전차포로 무장한 쉐도우 4개 조가 매복해 있습니다. 무선 교신이 포착되면 곧바로 격추하겠습니다.”
데이비스가 자신했다. 캠프 전력을 동원해서 구멍을 차단하고 그랜드마스터가 나서면 블랙맘바가 날고뛰어도 끝장이다.
“잠깐, 놈은 한국인 출신 프랑스 에이전트다. 결국, 돈이 놈을 움직인다는 소리지. 내 생각엔 강철 폭우보다 돈 우박이 효과적일세.”
헤스웨이가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그렇지. 금화 소리가 울리면 다툼이 사라지는 법이지. 블랙맘바란 놈이 오파츠를 가져봐야 개발에 편자고 멧돼지 주둥이에 상아를 박은 격이 아닌가.”
허먼이 맞장구쳤다.
“글쎄요. 놈의 행적을 보면 협상이나 매수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을 듯합니다만…….”
데이비스는 회의적이었다. 그랜드마스터가 나섰는데 쓸데없이 돈을 퍼부을 이유가 없다.
“접촉해보면 알겠지. 의논할 동안 잠시 기다리게.”
헤스웨이가 이언과 허먼을 데리고 부속 회의실로 들어갔다. 위원 삼 인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헤스웨이는 애써 양성한 특수전 전력의 괴멸과 인적 물적 손실을 염려했다. 이언은 무리한 공세로 프리메이슨의 정체가 드러나는 상황을 원치 않았다. 허먼은 블랙맘바가 빡쳐서 암살 모드로 나서는 상황을 걱정했다.
회의실로 돌아온 헤스웨이가 놀라자빠질 금액을 제시했다.
“데이비스, 30억 불 한도로 자네가 판단해서 네고를 시작하게.”
“30억 불이요?”
놀란 데이비스가 눈을 끔벅였다. 헤스웨이의 입이 잘못되었거나 자신의 귀가 잘못되었다. 30억 불이면 1987년도 국방 예산의 10%다. 물론 상온초전도체는 그만한 가치가 있지만, 놈은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트러블 메이커다.
“상온초전도체의 미래 가치를 생각하면 그 정도야 푼돈이지. 놈은 너무 위험한 존재다. 충돌로 인해 강요받는 손실까지 감안하면 30억 불은 큰돈이 아니야. 후손까지 대대손손 파먹고 살만큼 듬뿍 집어 주게. 네고에 도움되면 국적을 포함해서 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다 줘버리게.”
헤스웨이는 단호했다. 방산 카르텔과 석유 카르텔의 지원을 받으면 의회에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긴 석유 소비량 상위 10개국만 계산해도 하루 소비량이 8,000만 배럴입니다. 배럴당 100불로 인상되면 하루 소비량만 70억 불이군요.”
데이비스가 수긍했다. 세계 에너지 시장 규모는 석탄과 가스를 포함하면 연간 5조 불에 이른다. 30억 불은 껌값이다.
“방산 분야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네. 노보르시스크 항모나 키에프 순양함을 흔적없이 한방에 격침할 수 있는 레일건 말일세. 군수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야.”
흥분한 헤스웨이가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2차 세계대전을 끝으로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사라졌다. 아니러니하게도 한방에 수십만 수백만을 살상할 수 있는 핵폭탄이 평화 폭탄이 되었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방공 시스템 수준을 높여도 마하 6~7 속력으로 돌입하는 대륙 간 탄도탄을 완전히 요격할 수 없다. 캐슬 브라보(15Mt급 수소폭탄)나 차르 붐바(50Mt급 수소폭탄)급 한 방이면 모스크바와 워싱턴이 홀랑 날아간다. 지도부가 몽땅 미치지 않고서야 파멸 버튼을 누를 수 없다.
반면에 국지전 빈도와 위협은 부쩍 올라갔다. 미국은 냉전체제와 제삼 세계 내전을 부채질해서 신나게 무기를 팔아치웠다. 레일건 개발은 미 군수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특급 니고시에이터 마틸다를 보내겠습니다.”
데이비스가 출입구에 버티고 서 있는 쉬폰을 힐끗 쳐다보고 비시시 웃었다. 블랙맘바의 전투력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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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맘바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였다. 예상대로 대규모 미군이 이동 포진 중이었다. CIA와 DIA는 바보가 아니다. 곧 오파츠 주인이 바뀌었다는 첩보를 입수한다. KGB도 손 놓고 있을 리 없다. 짙은 피비린내가 느껴졌다. 누우면 잠든다는 무아쏘니에 침대도 소용없었다.
이소진 박사가 보낸 편지를 꺼냈다. 과학자답게 20장이나 되는 리포트 용지에 꼼꼼히 페이지를 붙여놓았다. 6번까지 읽고 14페이지가 남았다.
[……나는 분업과 잉여자원 생산이 인간 사회의 카니발리즘을 막았다는 이론에 동의합니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연간 소비하는 에너지는 3.2TOE(Ton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톤. 1TOE는 1,000만kcal)입니다. 미국인은 7TOE쯤 될 겁니다. 문명이 발달하고 산업이 발달할수록 TOE는 당연히 상승합니다…….침팬지는 인간과 체중이 비슷하지만, 소모하는 에너지는 인간의 0.5%~1.5%에 불과합니다. 불을 사용하게 된 인간은 에너지와 자원을 대량으로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상태의 에너지 사이클을 파괴하는 유일한 종입니다…….
화석 연료 시대가 저물고, 우라늄도 유한합니다. 향후 50년 이내에 일부 국가는 19세기로 회귀할지도 모릅니다. 프로메테우스의 측은지심이 지구와 인간 양쪽에 불행을 안겼습니다…….
식량 무기화를 걱정하지만, 에너지 무기화가 먼저 닥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같은 나라는 다음 세기에도 세일 석유와 셰일가스로 풍족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닙니다. 우리 후손은 지금보다 훨씬 비참한 현실에 직면하게 됩니다…….
나는 이대덕 차장의 말을 듣는 순간 계시를 받은 듯 흥분을 느꼈습니다. 하늘이 불쌍한 우리 민족을 위해 겁나는 인간을 보내주었다고 말이오. (겁나는 인간은 이대덕 차장의 표현이니 이해하시오.)…….
지구 문명에 대해서는 어떤 장담도 할 수 없습니다. 일만 년 전에 아틀란티스 문명이 있었고, 오만년 전에 뮤 문명이 있었다고 하지만 누구도 모를 일입니다. 시간은 거대한 지우개입니다.
46억 년이란 장구한 세월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시간과 자연은 인위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중생대에 뒤집힌 곤드와나 대륙에 초 문명이 없었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시간이 놓친 흔적이 남아있다면 늙은 대륙 아프리카가 가장 유력합니다. 지각이 찢어지고 엎어진 동아프리카 대지구대, 특히 앨버트 단층대에 과거의 흔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에너지로부터의 해방, 환경을 해치지 않는 에너지야말로 인간 문명을 지탱해줄 베이스입니다. 상온초전도체의 가치는 수천억 달러, 수조 달러를 웃돕니다. 나는 겁나는 인간에게 부탁합니다. 우리 후손을 위해 수조 달러짜리 보물을 내놓으시오. 나는 내 머리를 내놓겠습니다.…….
나도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했으면 한국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귀환 과학자가 특별 대우를 받는 양 떠들어대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나는 미국에서 받던 연봉의 사분지 일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은 조폭 두 놈과 양아치 두 놈에게 시달리고 있습니다……. 중국이 경제력을 갖추면 미국과 비교도 안 되는 깡패가 됩니다. 제국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일본도 만만한 한국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입니다.
세계는 에너지 전쟁을 먼저 치르고, 식량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20세기와 21세기 초반은 인류가 지구를 쥐어짜서 마지막 풍요를 누리는 세기입니다. 물론 한국은 풍요를 누리는 그룹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후손에게는 조상의 찌질함을 넘겨주지 말자고……. 우리 자식만은 짓눌린 삶을 벗어나야 한다는 소박한 바람입니다. 나는 절망했습니다. 내 소박한 바람은 썩어버린 친일파와 친미파 틈바구니에서 질식했습니다.
질식사 직전에 희망이 보였습니다. 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과학은 유에서 유를 창조합니다. 내 주특기는 역설계 분야입니다. 그 방법은…….
겁나는 인간 귀하, 상온초전도체는 우리 후손이 먹고살아 갈 쌀입니다. 상온초전도체를 입수했거나 입수한다면 요원에게 넘기지 마시오. 이대덕의 의도는 순수하지만, 한국의 환경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나를 부르시오. 지구 어디든 발 벗고 뛰어가겠소. 나를 종처럼 부려 먹으시오…….]
“허, 늙은 남자의 연서치고는 감동적이군.”
블랙맘바는 감탄했다. 한국의 대외 정세와 정치적 환경을 꼼꼼히 분석하고, 어이없는 귀납적 결론을 끌어낸 노과학자의 절절한 진정이 느껴졌다.
자신은 한국이 싫어서 외국으로 튀었는데 이 박사는 고생할 줄 뻔히 알면서 귀국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애국자다. 무엇보다 오파츠를 한국에 넘기지 말고 불러달라는 부분이 통쾌했다. 진드기 정필수에게 편지를 슬쩍 보여주고 싶었다.
“이것 봐라!”
블랙맘바는 두 석 장 남은 편지를 베게 밑에 밀어 넣고 슬며시 상체를 일으켰다. 파악하고 있던 인기척이 회랑으로 들어섰다. 순찰 요원인가 했는데 거리와 기척의 발란스가 맞지 않았다. 특급 닌자 이상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외부에서 얼쩡대던 인기척도 슬금슬금 벽을 타고 올라왔다.
창문 유리가 소리 없이 녹아내렸다. 똑똑- 노크가 울렸다. 노크하고 침입하는 히트맨은 없다. 신경을 분산하려는 고도의 양동 작전이다. 쉭- 블랙맘바가 창문으로 날아갔다. 막 머리를 창틀에 밀어 넣던 복면인이 섬광처럼 손날을 뻗었다.
떵- 블랙맘바가 이마로 손날을 받아냈다. 뿌직- 복면인의 손가락이 푸딩처럼 으스러졌다. 억수갑이 복면인의 하박을 수수깡처럼 부러뜨리고 목을 움켜잡았다. 우지끈- 창틀이 부서지며 붉은 망토를 입은 복면인이 복날 개 달아매듯 끌려 올라왔다.
공방은 초를 세 번 쪼갠 순간에 끝났다. 블랙맘바는 복면인을 가차 없이 패대기쳤다. 윙- 꽝- 침입자가 허공을 한 바퀴 휘돌아 바닥에 거꾸로 박혔다. 목이 비정상적으로 꺾이고 척추가 비틀렸다.
인간이라면 즉사하고 남을 타격에 불구하고 복면인은 비명 한마디 지르지 않았다. 붉은 망토가 펄럭했다. 스스스- 복면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