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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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15
쉬이이- 폭장한 안개가 블랙맘바를 덮쳤다. 쉬폰의 주특기는 무화(霧化) 스킬이다. 기체화한 신체 일부를 상대방의 체내로 밀어 넣어 질식사를 유도하거나 조직을 파괴한다.
“훗, 껍질만 인간이었나?”
블랙맘바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 아닌 것들을 자주 상대하다 보니 이골이 났다. 두웅- 공진파가 안개를 감싸고 조여들었다. 파다다닥- 붉은 안개가 비닐봉지에 갇힌 말벌처럼 발광했다. 공진파 그물이 곧 터질듯 출렁거렸다.
“짜릿할 거야.”
안갯속에 손을 불쑥 밀어 넣었다. 파앗- 거칠고 사나운 파동이 붉은 안개를 휩쓸었다. 공진파는 조직을 원자 단위로 분해한다. 수소와 산소, 탄소로 분해된 세포가 물과 이산화탄소로 재결합했다. 바닥에 물이 뚝뚝 떨어지고 붉은 안개가 회색으로 물들었다.
“끄으으으!”
안갯속에서 유령이 흐느끼는듯한 울부짖음이 새 나왔다. 무화 능력이 풀린 쉬폰이 바닥에 빈대떡처럼 널브러져서 꿈틀거렸다. 최악의 상대를 만난 쉬폰은 장기를 살려보지도 못하고 녹아웃되었다.
똑똑- 다시 노크 소리가 울렸다.
“이것들 봐라. 청하지도 않았는데 개나 소나 다 찾아오는구먼. 내 방이 바람난 과붓집이냐?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지.”
뚜둑- 뿌악- 살벌한 소음이 울렸다. 블랙맘바는 가차 없이 혈구가 된 괴한의 목을 뽑고 코 푼 휴지처럼 뭉쳐서 휙 집어 던졌다.
“들어와!”
개나 소를 깔끔하게 처리하고 문을 두드리는 개나 소를 불러들였다. 달칵- 복면인이 미끄러지듯 들어섰다. 블랙맘바가 손을 슬쩍 휘저었다.
방바닥에 흩어져있던 쉬폰의 이빨이 둥실 떠올라 탄환처럼 날아갔다. 복면인이 두 손을 섬전처럼 휘저었다. 따다닥- 콩 볶는 소리가 울렸다. 턱턱- 역도에 밀린 복면인이 벽에 부딪혔다.
‘흡!’
저릿한 손바닥을 펼쳐본 복면인이 흠칫했다. 사람 이빨 다섯 개가 리퀴드 메탈 장갑을 파고들었다. 휙 고개를 돌렸다. 벽에 하얀 물체 다섯 개가 박혀있다. 상대가 손 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으면 얼굴에 구멍이 숭숭 났다. 모골이 송연했다.
“그기까지! 불청객을 좋아할 사람은 없어. 야밤에 시커먼 복면을 쓰고 들이닥치면 여자라도 겁나잖아. 얼굴 구멍 숫자를 늘리고 싶지 않으면 벗어!”
“어떻게 알았나요?”
불청객이 두건과 마스크를 벗었다. 윤기 나는 금발이 폭포처럼 좌르르 쏟아져 내렸다. 안구가 정화되고 남을 절세의 미녀, 맨티스 마틸다다.
“난 콜걸을 부르지 않았다. 맨스중인 여자를 즐기는 취미도 없다.”
블랙맘바는 실망했다. 은근히 배후 주재자를 기다렸는데 떨거지 불청객만 기어들었다.
“놀랍군요. 난 강하고 능력 있는 남자가 좋아요. 당신은 레전드 컨설턴터 블랙맘바? 지옥 사자 아바돈? 노바토피아의 왕 뚜바이부르파?”
모욕적인 언사에 불구하고 마틸다가 배시시 미소 지었다.
‘미친년!’
블랙맘바가 속으로 코웃음 쳤다. 끈적하니 뇌리를 파고드는 비음과 요악한 미소, 무협 식으로 말하면 염정환희소다. 사헬을 돌아치던 당시의 수준이면 아랫도리가 후끈 달아올랐을 만큼 치명적인 스킬이었다.
“알 것 없다. 곧 죽을 년이 알아서 뭣하게?”
블랙맘바는 받은 대로 돌려주는 속 좁은 놈이다. 두웅- 음파에 실린 공진파가 평형기관을 교란하고 뇌를 흔들었다.
“큭!”
마틸다가 비명을 억누르고 주춤 물러났다. 브레인 워싱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의 음성에 실린 포스가 심맥을 흔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상대방의 정체가 무엇이든 그랜드마스터가 경계할만한 실력자다.
“거친 분이군요.”
짐짓 눈을 흘기고 암흑기를 끌어올려 흔들리는 중심을 잡았다.
“나는 창문을 타넘는 도둑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야밤에 문을 두드리는 콜걸도 좋아하지 않아.”
“이해합니다. 죽었나요?”
마틸다가 구석에 걸레처럼 쑤셔박힌 쉬폰을 쳐다보았다. 죽은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무시하더니 기어코 당했다. 녀석이 죽든 살든 알 바 아니지만, 심기가 뒤틀린 네고 상대가 문제였다.
“심장을 뽑아내지 않았으니 죽지는 않았겠지. 프레데터답지 않게 자아가 있는 놈이라 살려 두었다. 뱀파이어 바이러스를 주입했나?”
“헉!”
마틸다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죠?”
“여자, 우호적인 대화를 나누려면 본인부터 소개해야지.”
마틸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흔들어보려 했지만, 손톱도 들어가지 않았다.
“죄송해요. 미합중국 에너지 위원회 소속 니고시에이터 마틸다예요. 먹고 살려다 보니 무리한 방문을 하게 되었어요. 직장에서 쫓겨나면 카드 할부금을 못 갚거든요.”
마틸다가 눈물이 굴러떨어질 것 같은 가련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흐흐, 전직 CIA 시긴트 분석 담당관 사만다 마틸다! 니고시에이터가 상대방 정체도 모르고 찾아왔다고? 눈빛을 보니 여차하면 암살할 기세구먼.”
블랙맘바가 마틸다가 내민 손을 잡지 않고 피식 웃었다.
‘이것 봐라!’
마틸다는 가슴이 툭 떨어졌다. 상대방은 자신을 아는데 자신은 상대방을 모르면 네고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대단하군요. 영혼을 팔아서라도 당신을 알고 싶어요.”
마틸다가 빨간 입술을 핥았다. 그녀는 극단적으로 강함을 추구하는 암사마귀다. 아랫도리가 후끈했다.
“곧 그렇게 될 거야. 찾아온 성의를 봐서 말할 기회는 주지.”
블랙맘바가 응접실 소파를 가리켰다.
“고마워요.”
마틸다가 소파에 앉아 풍만한 가슴을 도발적으로 내밀고 다리를 슬쩍 벌렸다. 짧은 치마 사이로 검은 숲이 언 듯 비쳤다.
‘늙은 년이 애쓰는구먼.’
실소가 나왔다. 여자의 체세포는 분열 능력이 뚝 떨어진 늙은 세포다. 모종의 수법으로 피부 세포를 광냈지만, 공간지각력과 안법을 속일 수는 없다. 노후 아파트 외벽을 페인트칠했다고 할까.
“콜걸은 아니군. 당신 상관이 사십 대 여자를 콜걸로 보낼 만큼 정신 나간 놈은 아닐 테니 말이야.”
“나이로 여자를 모욕하다니 예의가 없군요.”
마틸다는 자신의 본분도 잊고 울컥했다. 전투력만이 아니라 감각과 싸가지없는 말투도 신의 경지에 이른 놈이다.
“닥쳐, 예의를 따지려고 야밤에 얼굴을 가리고 침실에 뛰어들었나? 혓바닥을 잘라버리기 전에 본론이나 꺼내 놔.”
블랙맘바의 눈빛이 삼엄해졌다. 정보를 얻으려고 참고 있지만, 썩은 영혼이 풍기는 지독한 악취에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인간의 외모란 2mm도 못 되는 껍질에 불과하다. 껍질을 무기로 날뛰는 여자는 미녀 아니라 선녀라도 밥맛없다.
마틸다는 가슴이 서늘했다. 미모와 브레인 샤워에 끄떡도 않는 놈은 처음이다. 혀로 흔들어 보려다 혀가 잘리게 생겼다.
“좋아요. 미합중국은 협상을 원합니다. 귀하는 불법으로 탈취한 미합중국의 오파츠를 보관하고 있지요?”
“여자, 기선을 잡겠다고 사실을 왜곡하다간 저놈 꼴이 된다. 오파츠는 소유자가 없기에 오파츠라 불린다. 정히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으면 모부투에게 양해각서를 받고, 헬렌에게 청구하도록. 한 번만 더 억지 소리를 하면 혓바닥을 잘라버린다. 마지막 경고다.”
‘세상에 이런 놈도 있나?’
마틸다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의 주특기는 뇌쇄적 미모와 브레인 샤워로 혼을 빼놓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는 사이킥 네고술이다. 주특기가 손톱만큼도 먹히지 않았다.
“표현상의 문제가 있었네요. 미합중국은 귀하가 소유한 오파츠를 양도받는 대가로 일억 불을 지급할 용의가 있어요.”
“장난치나? 네고를 하려면 십억 불부터 시작하도록. 네 멋대로 네고 바운더리를 바꾸면 상관이 좋아하지 않을 텐데.”
블랙맘바가 코웃음 쳤다.
‘헉!’
마틸다는 간이 튀어나오도록 놀랐다. 놈의 말은 집행관의 지시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배달 사고를 쳐보려다 주도권만 뺏겼다.
“귀하의 배짱이 놀랍군요. 십억 불을 제시하죠. 한 시간 이내에 케이먼 군도나 스위스에 귀하의 계좌를 개설하고 입금하겠어요. 추가로 미국 시민권을 발급하고, 연봉 오백만 불에 펜타곤 종신 군사 고문으로 초빙하겠어요.”
마틸다는 무지막지한 배팅을 던지고, 그윽한 눈으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십억 불!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한순간에 억만장자가 될 기회를 놓치랴.
“싫다. 차라리 KGB를 불러야겠어.”
“자 잠깐 삼십억 불!”
화들짝 놀란 마틸다가 최대치를 불렀다.
“안 되겠군!”
블랙맘바가 팔짱을 꼈다.
“그 그럼 얼마를 원하나요?”
“알래스카! 군사시설물 때문에 곤란하면 하와이와 현금 삼백억 불! 콜?”
“호호호, 농담이 심하시네요. 저를 웃기게 하려는 시도라면 성공했어요.”
마틸다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농담할 생각 없어. 미국은 알래스카를 720만 달러로 매입했어. 오파츠 가치는 적어도 10조 달러다.”
“농담이 아니군요.”
마틸다의 눈이 샐쭉해졌다.
“물론 아니지. 소크라테스 프로젝트 책임자도 상온초전도체의 가치를 100조 이상으로 추정했을걸.”
블랙맘바가 빙글빙글 웃었다.
‘이런 개 같은 일이 있나!’
마틸다는 말문이 턱 막혔다. 상대는 오파츠의 정체와 가치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이래서야 협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귀하는 오파츠를 가져봐야 피곤하기만 할 텐데요. 삼십억 불이면 카리브 해의 섬을 통째로 사서 황제처럼 살 수 있어요.”
마틸다가 요악스런 눈을 반짝였다. 세상에 이런 바보 같은 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 경력란에 파란 줄을 올리기는 틀렸다.
“당신은 내 걱정할 주제가 아니야. 예쁜 얼굴과 잘빠진 몸을 분리하면 전혀 예쁘지 않겠지?”
마틸다는 가슴에 찬바람이 지나갔다. 목을 자른다고 직설적으로 말했으면 별로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협상을 거부하는 이유가 뭔가요?”
“저기 이유가 있군.”
블랙맘바가 쉬폰을 턱으로 가리켰다.
“저놈의 역할은 오파츠 탈취겠지. 네년은 실패에 대비한 보험이고 말이야. 너희는 힘 있고 돈 있는 깡패의 하수인이다. 상대가 만만치 않으면 돈으로 매수하고, 힘이 없으면 주먹으로 해결하는 깡패 말이다. 주먹을 휘두르고 싶으면 맘대로 해. 나도 주먹질은 제법 하거든.”
블랙맘바가 씩 웃었다.
‘틀렸어!’
마틸다는 강력한 적개심을 읽었다. 블랙맘바는 처음부터 협상할 의사가 없었다. 허탈감이 분노로 바뀌었다. 유전자에 새겨진 야수 인자가 폭발했다. 쉬웅- 황금 물결이 일었다. 좌악- 길이가 쭉 늘어난 머리카락이 예고 없이 블랙맘바를 덮쳤다.
“그럴 줄 알았어!”
스팟- 블랙맘바가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15만 가닥의 칼과 창이 잔상을 베고 뚫었다. 걸터앉아있던 침대가 가루로 변했다.
“키요요!”
괴성이 터졌다. 슈아앙- 황금빛 물결이 룸을 뒤덮었다. 만부막적, 머리카락이 스쳐 간 물체는 무엇이든 잘리고 벌집처럼 구멍이 뚫렸다. 위잉- 쿠크리가 물샐틈없이 도막을 쳤다.
샤샤샤샥- 도막에 말려든 머리카락이 깨알처럼 잘게 분쇄되었다. 휘잉- 분쇄된 머리카락이 도막을 뚫고 미찌유르 떼처럼 쇄도했다.
“헛!”
놀란 블랙맘바가 공진파를 뿜어서 머리카락 폭우를 밀어냈다. 쏴아아- 일부는 본체로 몰려가서 연결되고 일부는 허공을 빙빙 돌며 틈을 노렸다.
“요망한 것!”
번쩍- 비취색 섬광이 황금빛을 갈랐다. 좌악- 비단 폭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황금빛 물결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매캐한 단백질 타는 냄새가 퍼졌다. 불타고 오그라든 회색 머리카락이 방바닥을 덮었다.
마틸다의 행색은 처참했다. 탐스러운 금발이 사라지고 머리 가죽은 화상 입은 듯 벌겋게 익었다. 발사라는 한순간에 라마르틴인 주입한 암흑기를 파괴했다.
“어 어떻게 암흑기를!”
마틸다는 눈을 찢어질 듯 부릅뜨고 살아있는 듯 꿈틀대는 비취색 광선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암흑기는 위대했다. 그랜드마스터의 은혜를 입는 순간 집행관 데이비스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 저 물건이 무엇이기에 우주의 근본 포스가 깃든 머리카락이 힘을 잃는단 말인가.
“요악한 것!”
스팟- 억수갑이 가느다란 목을 틀어잡았다. 공진파를 밀어 넣으려던 블랙맘바가 움찔했다. 백자처럼 매끄럽던 피부가 윤기를 잃고 퍼석해졌다. 듬성듬성 남은 금발도 회백색으로 변했다. 악력에 저항하던 목 근육이 늘어졌다. 마틸다는 한순간에 몇십 년 세월을 건너뛰었다.
“쯧쯧!”
혀를 차고 여자를 소파에 팽개쳤다. 알만했다. 페인트가 벗겨지면 본래의 바탕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이래서 사부 영감이 좌도방을 그토록 경계했다.
썩어도 준치다. 마틸다가 몸을 비틀어서 고양이처럼 가볍게 소파에 착지했다. 그녀는 자신의 육체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네고가 끝났으면 나도 네고를 해보지.”
블랙맘바가 손을 내밀었다.
‘어쩌라고?’
마틸다가 잔주름이 진 눈으로 올려보았다.
“일단 파손된 기물부터 배상하도록. 돈이 없으면 신체도 받아준다. 팔다리 한 개에 백 불, 눈알은 이백 불!”
‘무서운 놈!’
마틸다가 한숨을 쉬고 일어났다. 암흑기가 빠져나간 육체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다. 라마르틴 님도 실수하고 집행관 데이비스도 실수했다. 놈은 단순히 강한 초능력자가 아니라 그랜드마스터와 맞먹을 절대자였다.
이를 악물었다. 주유소가 있으면 차량 연료를 걱정할 필요 없다. 그랜드마스터의 암흑기를 주입받으면 힘을 회복할 수 있다. 악어 아가리를 빠져나가려면 놈의 장단에 맞출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