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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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17(수정)
수면가스를 흡취해도 살아있으니 다행이었다. 죽어버리면 갈굴 수도 없다.
“에구, 전사란 놈들이……. 오냐, 실컷 자라!”
블랙맘바는 무심할 때는 한없이 무심한 인간이다. 신경을 끊고 슬리핑 백을 꺼냈다.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일이 있다.
슬슬 휴프노스를 면담 중일 때 노크가 울렸다. 공간지각력에 아리바가 떠올랐다.
‘저 녀석은 잠도 없나?’
반응이 없으면 돌아가겠지 하고 잠을 청했다. 똑똑- 다시 노크가 울렸다. 벌떡 일어나서 문을 벌컥 열었다.
“화상아, 잠 좀 자자. 도대체 왜들 이래!”
“울라!”
놀란 아리바가 화닥닥 물러났다.
“별일 없습니까? 쿵쿵 소리가 났는데…….”
아리바가 고개를 쭉 뽑아서 실내를 들여다보았다. 복도 불빛에 비친 실내는 깨끗했다. 너무 깨끗해서 탈이었다.
“별일 없다. 도마뱀과 사마귀를 잡았다.”
블랙맘바가 뚝 잘랐다. 미주알고주알 설명하기 귀찮았다.
“도마뱀과 사마귀요?”
아리바는 위화감의 실체를 깨달았다. 벽이 깨지고 비품과 가구 일부가 사라졌다. 침대도 보이지 않았다.
“엉클 샘이 니고시에이터를 보냈다.”
블랙맘바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양키가 협상가를 보냈다고요?”
아리바가 눈을 부릅떴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다.
“미화 삼십억 불과 버진 아일랜드 세인트존(Saint John) 섬, 국방부 종신 고문, 베벌리 힐스 저택, 등등을 대가로 내놓겠다더군.”
“사 삼십억 불! 그래서요?”
가슴이 철렁했다. 삼십억 불이면 귀신을 군단으로 부릴 수 있는 돈이다. 휴양지 세인트 존을 끼워 넣으면 50억 불 배팅이다. 프랑스 정부가 제시한 대가의 이십 배도 넘는 돈질에 입이 쩍 벌어졌다.
“뭐가 그래서야! 나는 그랑디오즈 프렌치 나쇼널 트레조르다. 레종 도뇌르 그랑크로아는 체스 말 옮겨서 딴 줄 아나? 그까짓 삼십억 불에 혹할 거면 벌써 억만장자가 되었어.”
블랙맘바가 마음에도 없는 립서비스를 베풀었다.
“억만장자 맞잖아요?”
아리바가 티껍다는 듯이 반문했다. 도바 유전 소유주가 억만장자가 아니면 누가 억만장자란 말인가. 스위스 은행에 예치된 현금 60억 달러는 차치하고, 파리바 은행에 예탁된 국채 이자만 연간 10억 프랑에 달하는 숨은 알부자가 블랙맘바다.
“내가 돈이 좀 많긴 하지만, 먹여 살리는 입이 이백만이나 되잖아.”
블랙맘바가 양팔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헐!”
나 돈없다는 제스처에 아리바가 입을 쩍 벌렸다. 노바토피아 사정을 훤히 아는 그로서는 거품 물고 쓰러질 소리다. 서유럽 각국이 난민 흡수 대가로 지원한 자금만 백억 달러를 한참 넘었다.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서유럽이 출혈을 하는 이유는 서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난민 대부분이 이슬람이기 때문이었다. 이슬람 난민은 현지인과 동화되지 않고 개밥에 도토리처럼 겉돌았다. 종교적 갈등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말썽이 끊이지 않았다.
유럽 제국의 시각으로 볼때 노바토피아는 폐기물 집하장이고 지원금은 쓰레기 수거료였다. 블랙맘바는 쓰레기를 신상으로 바꾸는 마술을 부렸다. 거친 늑대가 순한 양이 되었다.
블랙맘바는 돈은 돈대로 챙기고 성실한 노동력은 노동력대로 확보했다. 양손에 떡을 쥐고 콧노래를 부르는 인간이 우는소리를 하면 자신 같은 하빠리 인생은 뭐란 말인가!
“순순히 물러날 놈들이 아닐 텐데요.”
“걱정하지 마라. 인생이 불쌍해서 호수에 집어 던졌다.”
아리바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블랙맘바가 양키에게 넘어가면 사달도 그런 사달이 없다.
“염치없는 놈들! 사살하지 그랬어요?”
“임마, 내가 사람 백정이야? 선물을 마구 주겠다고 찾아온 사람을 죽이긴 왜 죽여.”
블랙맘바가 시침을 뚝 땄다. 아리바는 보니파스가 아니다.
아리바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백정 맞잖아요.’를 꿀꺽 삼켰다. 블랙맘바에게 밉보인 DGSE 간부 다섯이 죽거나 폐인이 되었다. 만수무강하려면 모름지기 입을 조심해야 한다.
“돌아가라. 눈 좀 붙여야겠다.”
블랙맘바가 입이 찢어지라고 하품했다. 거의 일주일간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연비가 좋아도 고출력 차량은 연료를 많이 퍼먹을 수밖에 없다. 에피듐은 많이 먹고 많이 자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작전 개시 시간이 06시 정각으로 당겨졌습니다.”
“왜?”
떨떠름해진 블랙맘바가 시계를 확인했다. 푸르스름한 야광 바늘이 다섯 시 이십 분을 가리켰다. 잠자기는 틀렸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후에 폭우가 쏟아집니다. 하이포써미아(저체온증)를 피하고, 은덴데 지역 민간인을 소개하려면 시간이 부족합니다.”
“알았다. 환자는 어떻게 하지?”
“시간에 맞추어 가젤로 카멘베 비행장까지 후송하겠습니다.”
“음, 호위 가젤을 붙여서 보내라.”
“넵! 열려 마십시오.”
“폴 소령은 도착했나?”
“넵, 한 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뒤팽의 위치는 확인되었나?”
“고문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급속 전개한 파드리 중령이 루지지 강과 3번 공로를 틀어막았습니다. 은덴데 구역에 묶여있을 겁니다.”
“은덴데? 지도 가져와!”
블랙맘바가 은덴데 구역 중앙의 훼익스 성당을 찍었다. 솔방울은 소나무숲에 숨기고, 죽순은 대나무숲에 숨기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동의합니다.”
아리바도 대성당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52,000㎡에 달하는 넓은 경내와 성당 본관, 사원, 수녀원, 신부 숙소, 용인(傭人) 숙소, 창고, 소규모의 가공 공장이 들어선 사원은 뒤팽과 조력자들이 은신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임무 구분은?”
“파드리 중령의 공정 대대가 외곽에서 토끼몰이하고, 폴 소령의 용병 중대가 성당을 바로 치고 들어갈 계획입니다. 선우 준장과 즐루 소위는 어느 쪽에 배치할까요?”
“나와 함께 움직인다. 나는 공식적으로 거동 불능 환자다.”
“넵, 고문님은 전투 이탈 명부에 올라있습니다.”
“대성당 근처에 죽음의 늪이 있을 텐데?”
“알고 계셨군요. 3년 전 유니온 카바이드사 공장에서 시안 화합물이 누출되었던 바로 그곳입니다. 작전 지역은 현장과 4km 이격된 지점이고, 지하수를 마시지 않으면 별일 없을 겁니다.”
아리바가 블랙맘바의 속도 모르고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유니온 카바이드는 추악하고 탐욕스런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여준 기업이다. 가난한 제삼 세계 권력자와 야합해서 오염 물질을 대량 배출하는 화학 공장을 건설하고 값싼 노동력을 투입해서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렸다.
사고가 터지면 뇌물로 무마하고 재판을 질질 끌어서 보상도 하지 않았다. 보팔 참사는 대표적인 사고로 아이소사이안화메틸(MIC) 저장 탱크가 파열되는 바람에 40톤의 메틸이소시안 독가스가 방출되었다.
20만 명이 피해를 보고 2만 명이 사망했지만, 사망자에게 주어진 보상금은 고작 500달러였다. 추악한 기업과 탐욕스런 권력자가 야합했을 때 죄 없는 시민이 얼마나 큰 피해를 볼 수 있는지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아프리카에서도 보팔 참사와 유사한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폐쇄된 부카부 공장에서도 독극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지만, 뇌물을 먹은 모부투는 입을 닫고, 유니온 카바이드는 떠나버렸다. 그리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흠, 양키가 노리고 있음을 명심하라.”
“부카부 지역은 프랑스와 벨기에 영역입니다. 이투리 정글에서 하듯이 미친개처럼 덤비지는 못합니다.”
“그럴까? 어쨌든 전격전으로 치고 빠져야 한다.”
“넵, 편히 쉬십시오.”
아리바가 계단을 내려갔다.
“슈퍼 그렌델을 배양하기 딱 좋은데…….”
블랙맘바가 시커먼 어둠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슈퍼 그렌델을 배양한 이투리 세노테는 지독한 독장(毒藏) 연못이다. 가루라가 일본에서 먹어치운 슈퍼 그렌델도 핵폐기물 저장고에서 기어 나왔다. 기분이 찜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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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가 작전을 바꿨군. 놈들이 유화적으로 나오면 곤란한데…….”
계단을 내려가는 아리바도 기분이 찜찜했다. 블랙맘바는 돈에 흔들릴 인간이 아니다. 문제는 삼십억 불이다. 삼십억 불은 돈이 아니라 인생이다. 보통사람은 삼십억 불 아니라 백만 불에도 목숨을 건다. 본인도 천만 불쯤 배팅 받으면 갈대처럼 흔들릴 것 같았다.
물론 세계적인 갑부이자 신적 능력을 갖춘 블랙맘바가 삼십억 불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찜찜했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설 때 로비에서 얼쩡거리는 한국인 에이전트 정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
그제야 불안감의 실체를 깨달았다. 블랙맘바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한국이다. 그는 얄팍한 인간이 아니다. 은혜는 열 배로 갚고 원한은 백배로 갚는 인간이다. 한국을 싫어하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도움을 주려고 애썼다.
미국은 한국 목줄을 움켜쥔 깡패다. 네거티브든 포지티브든 써먹을 조커가 무궁무진하다. 주한 미군 철수, 군사정권지지 철회, 인권 문제 등의 네거티브 정책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도 있고, 한국 제품 수입 관세 인하, 미사일 사거리 연장, 우라늄 재처리 제한 해제 등의 당근을 내밀 수도 있다. 블랙맘바의 가치를 알아버린 놈들이 한국을 체스판에 올리면…….
‘빌어먹을, 그건 안되지. 배차 계획은 형편에 따라 바뀌기도 하거든.’
아리바는 이를 악물었다. 가련한 여자에겐 몹쓸 짓이지만, 자신은 조국의 영광을 위해 음지에서 일하는 오피서다. 아리바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그는 곧바로 헬기 격납고를 찾았다.
여명 속에 SA341 가젤 한 대와 SA342 가젤 세대가 웅크리고 있었다. SA341 모델은 민수용으로 조종사 외 4명을 태울 수 있다. SA342 모델은 조종사 두 명이 탑승하는 공격형이다.
격납고에는 아무도 없었다. 정비사들이 출격 전에 식사를 마치려고 몽땅 식당으로 몰려갔다. 아리바는 나사 빠진 복무 기강을 고마워 할 때가 있을 줄은 몰랐다.
환자를 이송할 SA341 엔진룸을 열었다. 공기 압축기 터빈과 구동축 프리 터빈을 연결하는 수십 가닥의 전력 케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정비 시에 가장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다.
케이블 한 가닥의 구리선을 빼내고 피복만 살짝 이어놓았다. 단순 작업에 불구하고 손이 덜덜 떨렸다. 자신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끝장이다. 미구엘처럼 백린에 뼈까지 타버리면 차라리 다행이다. 뼈와 힘줄을 뽑히고 죽을 때까지 연체동물처럼 기어 다닐 수도 있다.
작업을 마치고 떨리는 속을 담배로 달래고 있을 때 정비사들이 우르르 돌아왔다. 아리바를 발견한 정비사들이 움찔했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반장, 격납고를 비우면 어떡하나! 정신 빠졌나?”
“과장님, 죄송합니다.”
“새꺄, 죄송하면 다야? 적이 엔진에 설탕이라도 쏟아부으면 어쩔 겨? 앙!”
아리바가 정비반장 조인트를 사정없이 깠다.
“시정하겠습니다.”
상사는 찍소리 못하고 부동자세로 당했다.
“출동 30분 전이다. 당장 확인해!”
정비반이 허둥지둥 공격 헬기에 달라붙었다.
“4번기도 확인하라. VIP가 탑승한다.”
정비사들은 SA341 가젤의 테일 로터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했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빌어먹을! 내 이럴 줄 알았어.”
아리바가 위성전화로 마비비 거점을 호출했다.
“탱고, 즐루다.”
-즐루, 말하라.
“SA341을 보내라. VIP가 탄다.”
-알았다.
“다시 한 번 말한다. VIP가 탑승한다. 철저히 정비해서 보내라.
-알았다.
아리바는 VIP 탑승을 거듭 강조하고 위성 전화를 끊었다.
“신이 고개를 돌리고 있지 않기를!”
아리바는 가증스러운 한 마디를 남기고 격납고를 떠났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기면 저것이 생기며(此生故彼生),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도 없어진다(此滅故彼滅). 니고시에이터 마틸다의 방문이 아리바의 애국심을 자극하고, 아무런 접점이 없던 아리바가 혜영의 운명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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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현과 즐루도 조인트를 까이고, 전사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잔소리 폭우를 덮어썼다.
“쫄따구, 에버뉴 가이 듀플렛에 토탈 현지 사무실이 있다. 유선 전화로 답상(마르주리 회장)에게 내 지시를 전하라.”
“어케 말합니까?”
“즉시 응심제 가족 전원을 노바토피아로 옮겨라.”
“날래 가겠습네다.”
군기가 바짝 든 선우현이 서둘렀다.
“감쪽같이 이동해야 한다. 디망쉬에게 감시자들을 몽땅 지워도 좋다고 전하라.”
“디망쉬님이 답상의 말을 듣지 않을겁네다.”
“내말을 전달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디망쉬와 김극도가 알아서 한다.”
“날래 처리하겠습네다.”
여명이 틀 무렵 선우현이 지프를 몰고 개발본부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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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구역인 은덴데는 인구 밀집 주거지로 훼익스 대성당은 주거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주거지 가운데 기계충 먹은 듯 지름 4km 구멍이 뻥 뚫려있다. 마레 모어라 불리는 죽음의 늪이다. 원래는 주거지였지만 독가스 누출로 인해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고, 지반이 내려앉아 늪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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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덴데 외곽, 아리바 작전부 과장, 11공정여단 3대대장 파드리 중령, 13공수연대 12중대장 폴 소령, 루웁뎅 빠송 소령이 지도를 가운데 두고 머리를 맞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