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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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장 내 주소는 지옥이다22
“고향이 싫다더니 멀고 먼 이역 땅에 누웠구나.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초혼가를 불러도 말이 없네. 취하도록 마시고 미친 듯이 노래나 부르련다.”
한 모금 마시고 무덤에 찔끔 붓고, 또 한 모금 마시고 무덤에 찔끔 붓고, 아라크에 취했는지 슬픔에 취했는지 만남과 헤어짐이 꿈속인 듯 아득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해진 와중에 혜영이 남긴 쪽지의 글귀가 떠올랐다. 무너진 병풍바위와 벼락목! 그녀가 죽음 직전에 썼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아!”
머리를 쳤다. 병풍바위는 방태산에 있다. 그녀와 함께 마지막 겨울을 보낸 아침가리골, 병풍바위에서 보물찾기 놀이를 했다. 상대방이 숨긴 보물을 찾으면 주인이 되는 놀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하인은 늘 자신의 몫이었다. 보물을 찾든 못 찾든 구들장 뜨끈한 귀틀집에서 밤새워 뼈와 살을 태우기도 마찬가지였다.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혜영이 오파츠를 발굴한 지역은 맘바사 응판와자다. 지진으로 단층이 끊어진 절개지 어디에 병풍바위를 닮은 커다란 바위가 있고, 벼락 맞은 나무에 무엇을 숨겼다는 소리다.
혜영이 발굴한 오파츠는 두 개다. 한 개는 본인이 보관하고 한 개는 감추었다. 왜 그랬을까? 혜영이 숨겨둔 오파츠의 위치를 알려주었으면 고초를 당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아!”
또 한 번 땡중 도 터지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숨긴 오파츠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다. 여자로서 감내못할 고초의 대가로 주는 선물이다.
“바보야, 바보야!”
몸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자신이 뭐길래 그런 말도 안 되는 희생을 하고 끝내 목숨까지 버린단 말인가. 사부는 진순을 손녀처럼 예뻐했지만, 혜영에 대해서는 끊어진 인연에 연연치 말라고 잔소리만 늘어놓았다.
비참한 결말을 내다보았을까? 그렇다고 위험에 처한 연인을 나 몰라라 해야 한단 말인가? 인생은 정답이 없고 자신의 선택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새삼 가슴을 두드렸다.
“당신이 주는 물건이라면 받아야지. 일단 맥킨리와 사무엘 박사란 놈을 면담해야겠군.”
캠프에 잠입한 목적은 혜영이었다. 오파츠는 별 관심도 없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혜영이 남긴 유품을 찾아야 했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혜영의 부모에게 부고를 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육욕과 권력에 미쳐서 다섯 잘난 딸을 팽개친 인간을 부모라 할 수 있을까? 그따위가 부모라면 짧은 세월이나마 사랑을 듬뿍 받은 자신이 백배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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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바, 허큘리스를 요청하라. 한국인 정과 김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라.”
“넵,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아리바가 반색했다. 그렇지 않아도 블랙맘바의 눈앞에서 얼쩡대는 한국인 요원은 눈에 든 가시였다.
“가젤도 준비해라. 뒤팽이 믿는 구석은 마이마이다. 마이마이를 박살 내면 뒤팽은 독 안에 든 쥐다.
“그건 그렇죠.”
“과장도 함께 간다.”
“넹?”
아리바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나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오피서입니다.”
“그래서?”
“나는 전체적인 작전을 조율해야 합니다.”
“허허! 작전을 잘 조율했나?”
아리바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할 말이 없었다.
“책상머리에서 볼펜이나 만지작거리니 현장감이 떨어져서 삽질만 하는 거야. 이참에 현장감을 살려보라고. 보니파스도 자네를 눈여겨볼 거야.”
블랙맘바가 어깨를 툭 치고 숙소동으로 걸어갔다. 혜영을 잃은 충격에 경황이 없었을 뿐, 블랙맘바는 잊지 않았다.
‘설마? 아니겠지!’
아리바가 퀭한 눈으로 블랙맘바의 뒷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블랙맘바가 뇌파와 혈류, 심근 움직임을 고스란히 읽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대우선사가 말씀하셨다. 타인의 운명을 억지로 비틀면 자신의 운명은 더 큰 비틀림을 감수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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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두지 않는다. 블랙맘바가 움직이지 않아도 풍파가 일어나고 있었다. 집행관 데이비스가 아프리카로 날아왔다.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 CIC(전투정보실)는 살얼음이 낀 듯 싸늘했다.
“그래서 손가락만 빨고 있었나?”
데이비스의 고성이 CIC를 쩡 울렸다. 도대체 무엇하나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었다. 프랑스군이 부카부에서 KGB와 한판 벌였지만, 오파츠는 행방이 묘연했다. 게다가 격추한 가젤에는 블랙맘바가 아니라 엉뚱한 여자가 탑승했고, 공격조 씰 팀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뼈아픈 손실은 마틸다와 쉬폰이었다. 연락이 끊어졌음은 블랙맘바에게 당했다는 소리다. 물론 블랙맘바도 데미지를 입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KGB 몰에 일격을 당할 이유가 없다. 죽 쒀서 개 준 셈이다.
“죄송합니다. 라마르틴 님이 무리한 작전을 펴지 말라고 하셔서…….”
“무리한 작전을 펴지 말라고 했지 손 놓고 있으라는 말씀은 아니었다.”
“……”
맥킨리와 다이슨이 농약 먹은 왜가리처럼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오파츠 행방은?”
“부카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도 몸이 달았습니다. 11공정여단과 13외인연대가 부카부를 포위하고 수색 중입니다.”
“아리바는 여우로 소문난 놈이다. 놈이 입수한 오파츠를 외부로 빼내려는 수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감시자를 늘렸습니다.
“맥킨리 장군, 본인이 싼 똥은 본인이 치워야겠지?”
데이비스가 맥킨리를 노려보았다.
“넵, 기회만 주십시오.”
“쉐도우를 직접 지휘하시오. 프랑스군의 추가 유입을 막고 놈들을 고립시키시오.”
“엣썰!”
“다이슨 장군, 해병대 지휘권을 넘기겠소. KGB 몰과 오파츠를 추적하시오.”
“엣썰!”
“미셀, 블랙맘바 상태는?”
“키홀과 블랙버드가 촬영한 사진입니다.”
미셀이 인화된 사진을 테이블에 주르륵 펼쳤다. 휠체어를 탄 인물은 블랙맘바가 분명했다.
“으음, 그나마 성과라면 성과군.”
데이비스의 표정이 살짝 풀렸다. 코앞에서 총탄을 덮어썼으면 천하의 블랙맘바라도 성치는 못할 것이다.
“좋아. 블랙맘바를 잡을 절호의 기회다.”
“잉거솔 레이더가 지부티에서 이륙한 허큘리스를 포착했습니다. 항적 분석결과 목적지는 부카부입니다. 다친 블랙맘바를 본국 사무로 이송하려는 기도로 추정됩니다.”
회의 참석자들의 눈이 번쩍했다.
“다이슨 장군, 블랙 쉐도우가 이끄는 씰 팀을 움직여도 좋소. 놈들의 발을 묶으시오. 휴이 중령은 프레데터를 동원해서 맥킨리 장군을 돕도록. 도시만 아니라면 슈퍼 그렌델을 가동해도 좋다.”
“엣썰! 놈의 시체를 라마르틴 님께 선물로 바치겠습니다.”
“좋아, 오파츠도 중요하지만, 블랙맘바를 놓쳐선 안 된다. 이상!”
“거룩한 영혼을 위하여!”
데이비스는 이를 악물었다. 프랑스가 우방이지만, 정보전에는 적아가 없다. 어둠을 빌려서 벌어지는 난타전은 발뺌하면 그만이다. 블랙맘바를 잡을 수만 있다면 MLRS와 토마호크로 FEADC를 콩가루로 만들고 싶었다. 그는 콩가루로 만들고 싶은 존재가 프리메이슨을 뿌리 뽑으려고 이를 갈고 있음을 꿈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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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힐 AN/SPY-1 다기능 레이더가 AN/SPS-40E 대공탐색레이더가 포착한 허큘리스 비행정보를 인계받아 항적을 추적했다. NTDS(해군전술데이터시스템, Naval Tactical Data Systems)와 연동된 캠프 전투정보실은 즉각 출동 지령을 내렸다.
블랙 쉐도우 프레드릭 싱글턴 소령은 게릴라로 위장한 네이비 씰팀을 끌고 치누크에 탑승했다. 네이비 씰 팀 16명의 복장과 무장은 전부 제각각이었다. 공통으로 착용한 LBT-1195 수납 군장도 디자인이 제각각이고, 반바지 차림에 드라구노프를 든 대원도 있었다.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부카부는 이투리 정글이 아니다. 정체를 드러낼 수 없는 씰 팀은 게릴라 흉내를 낼 수밖에 없었다. AH-6 리틀버드 공격 헬기와 치누크가 부카부로 향했다.
싱글턴 팀은 카멘베 비행장 2km 후방에 고공 낙하해서 날 듯이 정글을 가로질렀다. 주기장 후방의 잡목숲에 은신한 하이에나 무리는 큼직한 먹이가 도착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먹이는 오래지 않아 도착했다.
쿠웅- 허큘리스가 카멘베 비행장 활주로에 육중한 몸체를 내렸다.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애기를 에이프런(주기장)에 밀어 넣고 트랩을 내려왔다.
“어택!”
낮고 살의에 찬 명령이 떨어졌다. 기습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뻥- 뻥- M21 저격총 총구를 떠난 7.62mm 탄이 음속의 2.5배 속력으로 뛰쳐나갔다. 담소를 나누던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고개가 덜컥 제쳐졌다. 뒤통수를 관통한 탄환이 관자놀이로 튀어나왔다.
꽝- M47 드레곤 대전차 미사일에서 발사된 5.4kg 고폭탄 탄두가 와이어를 끌고 날아갔다. 쿵- 직격당한 허큘리스 노즈콘에 직경 십 인치 구멍이 뻥 뚫렸다. 두랄루민 합금 외판을 관통한 탄두가 주기 된 리니어 카를 박살 냈다.
“젠장, 종이잖아!”
싱글턴이 혀를 찼다. 전차 맷집에 비하면 항공기 외판은 종이짝에 불과했다. 꽝꽝- 펑펑펑- RPG7 두 발과 MGL리볼버 40mm 유탄 세 발이 허큘리스 동체를 찢어발겼다. 꽝- 꽝- 대전차 미사일이 주기장에 계류 중인 항공기를 사정없이 박살 냈다.
애애애앵- 사이렌이 미친 듯이 울부짖었다.
“테러다!”
“마이마이 기습이다.”
뒤늦게 공항 경비대가 아우성치며 몰려나왔다.
“고우!”
비행장에 돌입할 필요도 없이 임무를 완수한 싱글턴팀은 흔적을 제거하고 뒤로 빠졌다. 공항 경비팀이 우왕좌왕할 때 싱글턴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30분 후, 싱글턴 팀은 비행장에서 5km 떨어진 루이히(Luhihi) 계곡에 나타났다. 위장막을 덮어쓴 치누크와 리틀버드가 이들을 맞았다. 싱글턴은 두 번째 먹이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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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DC 헬리포트에서 치누크가 이륙했다. 공항 측의 긴급지원을 요청받은 개발본부는 13외인연대 소속 용병 소대를 긴급 전개했다. 뒤이어 중무장한 SA342와 블랙맘바, 선우현, 즐루, 아리바가 탑승한 SA341이 이륙했다.
“선우 준장, 최소 낙하 고도는 몇 미터요?”
잔뜩 긴장한 아리바가 물었다.
“기상 상황이나 낙하산 캐노피 크기에 따라 다르디. 낙하산이 펴지기 전의 낙하 속도는 초당 50m, 낙하산이 펴진 후에는 초당 7m로 계산하디. 낙하산이 완전히 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초. 나머지는 계산해 보라우.”
선우현이 퉁명스럽게 말을 받았다.
“되지 엠 랩에서는 지상 몇 미터에서 브라이들을 당기나?”
“최소 낙하 고도는 110m이디. 염려 말라우 정박줄에 파이롯슈트 고리가 결려 있으니끼니 캐노피가 자동으로 펼쳐지디. 재수 없게 그딴 건 왜 묻슴메? 빈대떡이 되고 싶으면 시간 있을 때 연락하라우. 엔네디 고원에서 바닥이 안 보이는 계곡으로 집어 던져 주디.”
“엉덩이에 미사일이 꽂힐지도 모른다.”
아리바는 내내 불안한 표정이었다. 공항 측은 테러분자라고 했지만, 습격자의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동아프리카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종간나새끼, 잰체하더니 겁대가리는 만수봉임메.”
선우현이 한국말로 투덜거렸다.
“닭이 지붕에 올라가기 전에 잡아서 털을 뽑겠다 이거지. 잘 될까?”
블랙맘바가 하얗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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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리와 쉐도우 팀이 탑승한 10인승 M998 험비는 북공로 3번을 미친 듯이 달렸다. 캠프를 출발한 지 여섯 시간 만에 FEADC 북쪽 11km 지점, 키둠비(kidumbi)에 도착했다.
키둠비는 FEADC와 비행장 양쪽을 한 시간 이내에 타격할 수 있는 전술 요충지다. 쉐도우 두 팀이 카멘베 비행장으로 향하고, 여섯 팀은 은신했다.
‘백 명도 안 되는 쉐도우로 상처 입은 맹수를 잡으라고?’
맥킨리는 초조했다. 집행관은 해병대를 오파츠 추적으로 돌렸다. 자신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해병대 전력으로는 블랙맘바와 붙어봐야 희생자만 대량으로 발생한다.
쉐도우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볼 땐 왕개미나 불개미나 의미 없다. 놈의 손에 쉐도우 17팀이 녹았는데 남은 8팀으로 잡을 수 있을까?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 가닥 희망이라면 블랙맘바가 휠체어에 의지한다는 정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미끼다. 조급한 심정과 지루한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인내력 테스트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사령관님, FEADC에서 이륙한 가젤이 카멘베 비행장으로 향했습니다.”
선임 팀장 벤 호간 소령이 보고했다.
“흐흐흐, 여우가 튀어나왔군.”
맥킨리가 썩은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튀어나오는 놈이 누구든 때려잡아야 한다. 블랙맘바가 탑승했으면 금상첨화다. 놈을 잡기만 하면 파리와 모기에 시달릴 이유도 없고 잃었던 신임도 찾게 된다.
“굳, 출동!”
M998 험비 열 대가 은신처에서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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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히 계곡, 치누크 양쪽 스툴에 탑승한 씰 팀원은 졸거나 플레이보이지를 뒤적거렸다. 신입 요원 셋은 탄창을 엘리스(잡낭, 개인장비 휴대용 조끼) 탄입대에 쑤셔 넣고, 대검 날을 세우는 등 부지런을 떨었다. 경력 차이다.
기다리던 위성 전화기 인디케이터가 깜박거렸다.
“당소 까마귀!”
-까마귀, 참새가 나타났다.
싱글턴이 귀를 세웠다. 귀가 당나귀 귀처럼 쭉 늘어났다. 싱글턴의 귀는 인간의 가청 영역 밖의 소리도 잡아낼 수 있다. 가젤이다. 고도 3,500m, 15km 밖이다. 오래지 않아서 뒤통수에 혹을 붙인 가젤이 동체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