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34
x 734
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1
“롸저, 추적한다.”
투투투투- 리틀버드가 위장막을 벗어던지고 이륙했다. 싱글턴은 전화기를 집어 던지고 긴장으로 굳은 몸을 폈다. 첫 번째 임무는 끝났다. 나머지는 미끼로 던져진 맥킨리의 몫이다.
******
부카부 비행장, 치누크 캐빈에서 용병 소대가 쏟아져 나올 때 맥킨리가 보낸 쉐도우 팀 험비가 돌입했다.
“쀠텡! 저것들 뭐야?”
용병대와 쉐도우 팀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발포하고 곧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공항 경비대 자이르 혁명군은 거미 새끼처럼 흩어지고 타국 전투부대가 치고받는 한심한 상황이 벌어졌다.
양측이 전투에 이골난 베테랑 살인마들이다. 급작스러운 총성과 포성이 공항을 덮었다. 투투투투- 허큘리스가 박살 난 사실을 모르는 가젤이 비행장 공역에 들어섰다.
“명진아 저기 머꼬?”
윈드 실드로 지상을 내려다보던 정필수가 화들짝 했다. 비행장이 아니라 아수라장이었다. 건물이 벌겋게 타오르고 항공기 잔해가 널렸다. 그 와중에 황색 전투복과 검은 전투복이 난타전을 벌이고 있었다.
“보면 모릅니까? 난장판이네요.”
김명진이 심드렁하니 대답했다.
“니 머 잘못 묵었나?”
정필수가 뜨악하니 김명진을 쳐다보았다.
“메뚜기가 팔짝거려봐야 찬바람 불면 싹 뒈진다 아입니까.”
“화따, 이자슥 보레이. 블랙맘바와 놀디마는 간이 열 배는 커짔구마.”
“글쎄요. 평생 놀랄 걸 다 놀랐나? 그냥 애들 장난 같네요.”
김명진은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덤덤했다. 워낙 황당한 일과 홀로코스트를 자주 겪다 보니 살고 죽는 일이 남의 일인 듯했다.
“인마, 조땠다. 비행장이 저 꼬라진데 비행기가 오겄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죠.”
김명진이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했다.
“조종사 양반, 본부로 돌아갑시다.”
정필수가 고함을 질렀다. 외인용병대 조종사는 들은 척도 않았다. 외인 용병의 전우애는 뜨겁다. 멀쩡한 펀치를 두고 밀리는 동료를 외면할 용병은 없다. 가젤이 고도를 낮추며 기수를 숙였다. 가젤을 발견한 쉐도우가 콩 튀듯 엄폐물을 찾아 달렸다.
위이잉- 캐노피 하단 우측에 거치 된 기관포가 표적을 골랐다. 콰콰콰- 20mm 체인 건이 지상을 휩쓸었다. 미처 엄폐물을 찾지 못한 쉐도우가 걸레처럼 찢어졌다. 쉐도우가 즉각 반격 탄을 날렸다. 쩡쩡쩡- 총탄이 가젤 하부를 간단없이 두드렸다.
“망할 새끼들, 한꺼번에 날려주지.”
기동성 좋은 가젤이 날렵하게 횡전해서 배후를 점했다. 화난 부조종사가 트리거를 힘주어 당겼다. 콰콰콰- 불덩어리가 줄지어 날아갔다. 표적은 쉐도우가 엄폐한 거대한 저유 탱크였다.
“어, 저거 항공유인데…….’
정필수 중얼거렸다. 투투투투- 상공에 헬기가 나타났다. 루이히 계곡에서 가젤을 추적해온 리틀버드다. 가젤과 리틀버드가 기총소사를 주고받으며 닭싸움을 벌였다.
펑- 저유 탱크에서 불꽃이 튀었다. 불꽃이 단숨에 덩치를 키웠다. 콰아아-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다. 항공유(Jet Fuel)는 휘발유가 아니라 중질 케로신 계열로 등유에 가깝다. 인화점이 높아서 웬만해선 불붙지 않지만, 폭발력은 휘발유보다 훨씬 강하다.
푸확- 줄지어 있던 거대한 항공유 탱크 다섯 개가 일시에 폭발했다. 콰르르- 화염이 반경 300m를 삼키고 대기가 급팽창했다. 리틀버드가 비틀하더니 양력을 잃고 화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빙신아, 상승해. 고우 업, 고우 업!”
정필수가 눈을 부릅뜨고 악썼다. 겁 없이 불장난을 치더라니? 통구이가 되게 생겼다. 얼굴이 시뻘게진 가젤 조종사가 컬렉티브를 밟고 조종간을 당겼다. 화악- 불규칙 상승기류가 가젤을 덮쳤다.
“으악!”
정필수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펄펄 끓는 물에 뛰어든 듯 화끈했다. 실속한 가젤이 꼬리를 잘못 붙인 가오리연처럼 빙글빙글 돌았다. 고도가 시시각각 떨어졌다.
조종사는 결사적으로 타력 활강을 시도했다. 우두두- 꽝- 가젤이 비행장 외곽의 관목을 뭉개고 걷어차인 깡통처럼 뒹굴었다.
‘대덕이 씨발눔! 내 이럴 줄 알았어.’
정필수의 의식이 뚝 끊어졌다. 카멘베 공항은 활주로가 곰보로 변하고 터미널이 불타고 관제탑이 무너졌다. 쉐도우와 레종 에뜨랑제의 전투는 멀쩡한 공항을 말아먹고 동패공사로 끝났다.
******
“쀠텡!”
부조종석에 앉은 아리바가 헤드셋을 신경질적으로 벗었다. 잘 삭힌 홍어를 한 입 처넣은 표정으로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아리바, 이혼 통보라도 받았나?”
“훨씬 나쁜 소식입니다. 카멘베 공항이 박살 났습니다.”
아리바는 심각했다. 지부티 13연대를 항공 투입해서 부카부를 장악하려던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키상가니 공항을 이용하면 무려 700km를 육로 이동해야 한다.
“화끈한 소식이군. 범인은?”
블랙맘바가 태연히 물었다.
“쉐도우로 추정됩니다. 한국인이 탑승한 가젤도 추락했습니다.”
“추락? 격추가 아니고 추락했다고?”
“리틀버드와 도그 파이팅을 벌이다 원인 모를 폭발에 휩쓸렸답니다.”
“재수 좋으면 살겠지.”
블랙맘바는 심드렁했다. 살아있으면 다행이고 죽었으면 첩보원의 운명이다. 필요한 조처를 해주었고 나머지는 자신의 능력과 운에 달렸다.
“고문, 큰일입니다. 지부티 연대를 불러올 방법이 없습니다.”
“아리바,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양키가 막 나가기로 작정했나 보다. 불타는 통조림이 되고 싶지 않으면 낙하산을 메는 게 좋을걸.”
“설마요. 비행 통보를 했는데 미사일을 쏠까요?”
“흐흐, 역시 현장감이 떨어졌어. 나쁜 짓은 처음이 어렵지 그 뒤로는 쉬운 법이야. 그래서 나는 별을 세 개 달면 방풍림 관리원으로 특별 채용하지.”
‘미치겠네!’
아리바는 학을 뗐다. 남 일인 듯 태연한 블랙맘바를 한 대 치고 싶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이다. 아리바는 속마음과 달리 재빨리 컨테이너를 조종석 옆으로 옮겼다.
“양키가 이동 중입니다.”
조종사가 소리쳤다.
아리바가 후딱 고개를 돌렸다. 정글 도로를 따라 줄지어 달리는 험비가 후드에 잡혔다. 마치 꼬리를 물고 이동하는 송충이 같았다.“때려 잡아!”
“뭐라고요?”
아리바가 반문했다. 잘못들은 줄 알았다. 미군이 먼저 도발했다는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공격 헬기로 미군을 선제공격하면 정부는 엄청난 외교적 부담을 지게 된다. 당연히 경력에 빨간 줄이 쫙 그어진다.
“때려잡으라고. 손 흔들고 우정을 나눌 사이는 아니잖아.”
“안됩니다. 문제가 너무 복잡해집니다.”
머리를 흔들었다. 미군이 가젤을 격추하고 비행장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없다. 행여나 블랙맘바가 눈치챌까 두려워 포로를 확보하지도 못했다. 양키가 발뺌하면 그만이다.
“그래? 손 놓고 얻어맞든지 말든지.”
정글 캐노피를 뚫고 솟구치는 흰 연기가 보였다. 맨눈으로 연기를 볼 수 있으면 3km 안쪽이다. 스팅어 유효 사거리는 4km다. 시속 285km인 가젤은 회피할 수도 얻어맞을 수도 있는 애매한 거리다.
블랙맘바가 비시시 웃으며 선우현에게 눈짓을 보냈다. 선우현과 즐루가 컨테이너를 짊어졌다. 한 텀 늦게 알람이 울렸다.
삐잉- 삐잉-
“미사일이다. 락 온, 락 온!”
가젤이 급상승했다. 조종사가 플레어를 우박처럼 쏟아내고 오버헤드 기동으로 거리를 벌렸다. 꽝- 탄두가 플레어를 지나쳐서 근접 폭발했다. 콰드드- 헬기가 부서질 듯 흔들렸다.
“젠장, 스팅어!”
아리바가 주먹으로 콘솔을 쳤다. 적외선 추적 미사일은 시커가 미사일 축을 기준으로 스핀 하며 열원을 추적한다. 플레어는 엔진 열원보다 강한 적외선을 방출해서 시커를 유인 또는 교란한다.
스팅어는 플레어에 취약한 스핀 시커 대신 투 컬러 디텍터를 채용했다. 투 컬러 디텍터는 근 적외선과 중 적외선을 동시 추적하므로 플레어에 쉽게 기만당하지 않는다.
“빼당, 시스팀 체크!”
아리바가 고함을 질렀다.
“테일로터 파편 피격, 시스템은 문제없지만, 기동성이 떨어집니다.”
“바보 자식, 땅개에게 처발리고 지랄임둥.”
선우현이 투덜거렸다.
“고문, 놈들이 미사일을 쏘지 않을 거라며?”
아리바가 블랙맘바를 원망했다.
“어디나 미친놈은 있어. 그래서 내가 빨리 쏘라고 했잖아.”
블랙맘바가 무슨 문제냐는 듯이 이죽거렸다.
“미친놈! 진짜 쐈단 말이지.”
아리바가 이빨을 갈았다. 설마하니 미군이 비행 통보된 프랑스 헬기에 미사일을 날릴 줄은 몰랐다. 이렇게 되면 자위적 조처에 나서야 한다. 뒷수습은 본부와 외무부가 할 일이다.
“빼당, 아타크!”
가젤이 급강하했다. 조종석 좌측에 거치 된 20mm 체인 건이 불꽃을 쏟아냈다. 콰콰콰콰- 눈이 뒤집힌 아리바가 미친 듯이 트리거를 당겼다. 지상에서 예광탄이 답례로 줄지어 솟구쳤다.
“놈들이 산개해서 은신했다.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빼당, 다시 접근한다.”
“아리바, 때늦은 삽질하지 말고 튀는 게 좋을걸.”
블랙맘바의 경고가 끝나기도 전에 정글 캐노피를 뚫고 미사일 두 발이 솟구쳤다.
“빼당, 일곱 시 방향 미사일이다.”
블랙맘바가 락온 알람이 울리기 전에 경고했다. 가젤이 플레어를 방출하고 급상승했다.
“어떤 놈이 스팅어 사거리가 4km라고 했어!”
아리바가 비명을 질렀다. 미사일은 5km를 순식간에 좁혔다. 쾅- 한 발이 플레어를 물고, 한 발이 가젤을 스쳐서 근접신관 폭발했다. 드드드- 동체가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렸다.
“빼당, 중심 잡아라.”
아리바가 아우성쳤다. 헬기 상부 로터에서 흰 연기가 뿜어졌다. 메인로터 하부는 엔진이다.
“파워팩 압력이 떨어집니다.”
“빼당, 틀렸나?”
아리바는 패닉에 빠졌다.
“틀렸습니다.”
조종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양력을 유지 못 할 수준으로 RPM이 떨어졌다. 푸르르- 고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발아래 정글 캐노피가 시커멓게 다가섰다. 아리바의 얼굴은 반대로 하얗게 질렸다.
‘받은 대로 돌려주지. 죽음의 공포를 먼저 맛봐라.’
블랙맘바의 눈은 싸늘했다. 혜영이 영문도 모르고 겪었을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줄 심산이었다. 즐루가 방풍 도어를 열었다. 세찬 바람이 들이쳤다. 얼굴이 노래진 아리바가 컨테이너를 메고 하네스를 조였다. 헬기가 트위스트를 시작하면 이탈도 못 한다.
“내 팔자가 와 이라네?”
선우현이 정박줄에 고리를 걸며 투덜거렸다.
“되지엠 랩 팔자는 원래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야.”
블랙맘바가 낙하산을 메지도 않고 휙 사라졌다. 휙휙- 선우현과 즐루가 플랫폼에서 사라졌다. 포장낭과 연결되었던 밴드만 강풍에 펄럭거렸다.
“아악, 이게 뭐냐고오~”
아리바가 허공으로 몸을 던졌다. 타력으로 활강한 가젤이 캐노피를 뚫고 정글로 빨려 들어갔다. 쾅- 불꽃과 검은 연기가 솟구쳤다.
아리바와 빼당이 캐노피에 털썩 떨어졌다. 블랙맘바가 흘끔 보고는 GPS에 포인트를 찍었다. 정글은 인식 지형지물 분간이 곤란하다. 기준 포인트를 찍지 않으면 GPS를 들고도 헤매게 된다.
장엄한 녹색 융단이 끝없이 펼쳐졌다. 익숙한 전경이지만 볼 때마다 경이로웠다. 이제부터 검은 숲에서 지옥이 열린다. 살놈은 살고 죽은 놈은 죽는다. 선우현과 즐루가 트렁크를 타고 지상으로 주르륵 내려갔다.
“놈들이 접근했다. 크레모아 있나?”
“본체는 네 세트, 도선은 삼백 미터 있습네다. 헬기 주변에 부비트랩으로 깔디요. 도선은 나누어 끌겠습네다.”
선우현은 게릴라전의 대가다. 단번에 맥을 짚었다.
“격발 후 짱박혀라.”
블랙맘바의 눈빛이 파랗게 번득였다.
‘와킬이래 독이 잔뜩 올랐슴둥.’
선우현은 미군이 불쌍해졌다. 양키는 알았든 몰랐든 가만히 있는 블랙맘바 꼬리를 밟았고, 독아에 물어뜯길 일만 남았다. 주군은 의도적으로 전장을 이투리 정글로 옮겼다. 양키 전력이 만만치 않지만, 정글에서 치고 빠지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조종사는 어케 하디요?”선우현이 눈치를 살폈다. 눈치빠른 선우현은 아리바를 언급하지 않았다.
“즐루, 전투가 끝나면 조종사를 챙겨서 피그미 마을에 데려다주어라. 위치는 GPS에 찍혀있다. 올롱게 마을을 찾으면 된다.”
“넵!”
“와킬, 보중하시라요.”
선우현과 즐루가 조용히 사라졌다.
“시작해볼까!”
철컥- 드라구노프에 20발들이 탄창을 채웠다. 시야가 확보되는 거리는 기껏해야 수십 미터다. MP5가 적합하지만, 쉐도우의 방탄복과 풀 페이스 미치 헬멧을 뚫지 못했다. 한 방에 보내려면 드라구노프 펀치력이 필요했다.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군.”
블랙맘바의 본바탕은 한국인이다. 앞가슴에 코 닦는 손수건을 달고 학교 문턱을 넘을 때부터 미국은 좋은 나라라고 배웠다. 실제로 미군은 자애로웠다. 미군이 지급하는 커다란 소빵으로 배고픔을 채우고, 배급 밀가루로 허기를 달랬다.
인지 기능이 형성될 시기의 세뇌는 일종의 편견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은 선하고 위대한 나라, 미군은 우리 편이었다. 세상에 대가 없이 베푸는 존재는 부모 외에는 없다는 진리를 깨닫고도 편견은 쉬 깨어지지 않았다.
이곳 동아프리카에서 편견이 깨졌다. 꿀이 있으면 침을 쏘는 벌이 있다. 꽃이 흐드러지게 핀 풀밭엔 나비도 있고 말벌도 있다. 세상에 좋은 놈도 없고 나쁜 놈도 없다. 나와 이해관계가 맞으면 좋은 놈이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나쁜 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