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35
x 735
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2 -> 33권
세상은 늘 내 마음 같지 않다. 내 능력이 구심력이라면 세상을 지배하는 이치는 원심력이다. 내가 힘 있을 때 내 편이었던 세상도 구심력이 떨어지면 당연히 멀어진다.
힘없는 무쌍은 누명을 쓰고 차가운 감방에 갇혔다. 뒷골목 선술집에서 대포 한 잔, 신김치 한 조각으로 울분을 달랬다. 힘 있는 블랙맘바는 나쇼널 트레조르가 되었다. 일국의 왕이 되고, 신적인 존재 뚜바이부르파로 추앙받고 있다. 한 해 국방예산만 350조 원을 지출하는 양키를 상대로 칼을 뽑았다.
그렇다. 세상은 잔혹한 동화, 크고 작은 이기주의로 가득 차 있다. 배신당했다고, 섭섭하다고, 내게 그럴 수 있느냐고 징징거려봐야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징징댈 시간에 이를 악물고 칼을 갈아야 하는 이유다.
******
이차림(원생림이 파괴되고 군락으로 발달한 산림. 관목, 덤불, 억센 풀이 빽빽이 자란다.)이 발달한 정글은 여명 끝물인 듯 어두컴컴했다. 화기, 전투복, 미치 헬멧, 마스크, 전투화, 장갑까지 검은색 일색인 쉐도우는 어둠을 둥둥 떠다니는 허깨비와 다르지 않았다.
숲을 가로지르던 블랙맘바가 둥실 솟구쳐서 아비시니카 하층 캐노피에 찰싹 달라붙었다. 인간 콜루고(박쥐 원숭이, 피막을 이용해서 정글을 날아다닌다.)가 따로 없었다.
‘돈이 썩어나는 놈들이구마.’
서늘한 눈이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돈 많은 양키답게 템빨이 무시무시했다. 야시경과 레드 도트(도트 사이트)만 주워 팔아도 한국군 보병 중대 장비를 몽땅 구입하고 남을 것 같았다.
쉐도우는 사주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사신은 머리맡에 있었다. 핏- 공진파가 실린 표창이 손을 떠났다. 뽁- 방탄 헬멧을 뚫고 들어간 쇠붙이가 대뇌와 숨골을 휘저었다. 희생자가 소리 없이 무너졌다.
이상을 감지한 파트너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아미 로프가 목을 감아챘다. 뜨득- 쉐도우가 광속으로 공중 부양했다. 블랙맘바가 시체를 나뭇가지에 걸쳐두고 헤드셋을 벗겼다. 쉐도우는 재차 손볼 것도 없이 로프가 목을 감아챌 때 이미 사망했다.
-호간, 추락지점 확보했나?
-넵, 사령관님! 두 개 팀 엄호하에 접근 중입니다.
-금속 탐지기를 동원하고 탑승자를 즉각 끌어내라.
-엣썰!
‘사령관이란 놈이 삽질하러 나왔다 이거지.’
근거리 통신을 훔쳐 듣던 블랙맘바의 입꼬리가 슬며시 말려 올라갔다. 초반부터 대박이 터졌다. 응판와자까지 찾아갈 것 없이 사령관이란 놈이 나타났다. 목이 꺾이고 심장이 부서진 처참한 혜영이 새삼 눈앞에 그려졌다.
‘네놈에게 그대로 돌려주지.’
블랙맘바가 하얗게 웃었다. 키둠비 북서쪽은 해발 고도 2,000m가 넘는 화산성 산악 지형으로 험악하기 이를 데 없다. 암살자 블랙맘바가 날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퍼퍼퍽- 쓰리텝을 맞은 쉐도우 둘의 머리가 동시에 터졌다. F4 레벨 방탄모도 4,500J 탄자에는 힘없이 뚫렸다. 뒤를 받치던 쉐도우 조가 엄폐물을 찾아서 몸을 날렸다. 퍼퍼퍽- 착지하기도 전에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다.
-스나이퍼!
-06-08-70
누군가 좌표를 불렀다. 쉐도우 팀이 블랙맘바의 스피드를 잡으려고 정한 좌표다. 정북 기준으로 방향-10등 분위 미세 방향-거리순으로 좌표를 특정하므로 즉각 대응할 수 있고, 레드 도트는 조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투투투투- 꽝- 꽝- 곧바로 총탄이 쏟아졌다. 엄폐물인 스트랭글러 피그가 후두둑 터졌다. 은신처가 수난을 당할 때 블랙맘바는 기생 덩굴을 잡고 거목과 거목을 건너뛰고 있었다.
퍽퍽퍽- 단숨에 150m를 이동한 블랙맘바가 쓰리텝을 연속 날렸다. 쉐도우는 스나이퍼 그림자도 못 보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11명이 지워지기까지 10초도 소요되지 않았다.
-감마팀이 당했다.
-아사신이다.
-방향은?
-MGL을 사용하라.
-MAG 화망을 구성하라.
-베타 팀 후면 방어
온갖 보고와 지시가 헤드셋을 울렸다. 쿠쿵- 헬기 추락지점에서 폭음이 울렸다. 첫 번째 클레이모어 폭발음이다.
-아아악!
-알파 팀 투 쓰리와 베타 팀이 당했다.
-위생병
-피해 보고하라.
-사망 넷, 중상 둘
쿠쿵- 두 번째 클레이모어가 터졌다.
-아악!
-접근 중지. 즉각 물러나라.
-로빈슨과 윌슨이 당했다.
-헬기에 접근하지 마라. 놈에게 집중한다. 부상자를 찰리 포인트로 이송하라. 트럼프, 도폭선을 찾아서 제거하라.
******
“흐흐, 고마워서 어쩌나!”
선우현이 썩은 미소를 지었다. 예상대로 놈들이 클레이모어가 설치된 에도스로 부상자를 옮겼다. 두 개 중의 한 개설치 방향과 딱 맞았다.
“뚜바이님 선물이닷!”
즐루가 사정없이 격발기를 눌렀다. 쿠쿵- 세 번째 클레이모어가 터졌다. 컴포지션 700g이 쇠 구슬 700개를 마하 3의 속력으로 날렸다. 부상자 넷과 부상자를 옮기던 쉐도우 넷이 걸레처럼 찢어졌다.
“헉, 비열한 놈!”
맥킨리가 자신도 모르게 노성을 질렀다. 크레이 모어가 터진 지점은 부상자 구호 지역이다. 놈은 의도적으로 공터에 설치했다. 그는 가젤을 공중에서 박살 내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지만, 이미 지옥문이 열렸다.
‘400m 전방이군!’
통신을 훔쳐 듣던 블랙맘바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사령관이란 놈의 목소리였다. 공간지각력이 펼쳐졌다. 반경 400m 이내의 인간이 광각 열 영상 카메라로 보듯이 뇌리에 떠올랐다.
스스스- 허깨비가 나무와 나무를 건너뛰었다. 쉭- 허공에서 떨어진 군홧발이 바위틈에 은신한 쉐도우 정수리를 밟았다.
“끅!”
머리가 어깨 사이로 푹 들어갔다.
“오우~”
파트너가 총구를 돌리는 순간 쿠크리가 번쩍 빛났다. 잘린 목이 떨어지기도 전에 블랙맘바가 사라졌다.
-아악, 놈이다.
-좌측에 나타났다. 윽!
-허튼이 당했다.
-흩어져라.
-안 돼. 상호 엄호하라.
헤드셋에서 비명과 아우성이 빗발쳤다.
‘지원을 요청해야겠군.’
맥킨리는 내키지 않는 손으로 위성 전화기를 들었다. 그는 겨우 10m 떨어진 바위틈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싸늘한 눈초리를 알지 못했다.
블랙맘바가 암살 스킬을 발동하면 자연에 녹아든다. 바위에 은신하면 바위가 되고, 나무에 은신하면 나무가 된다. 엄폐한 나무에서 칼이 튀어나오면 신이라도 피할 수 없다. 쉐도우는 능력과 주의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식별을 할 수 없어 당했다.
“오우 쉿! 팬텀이냐?”
선임 팀장 호건 소령은 악령과 싸우는 기분이었다. 부하들이 퍽퍽 쓰러지는데 암살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암살자는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투명 외계인이었다. 넷을 한 조로 묶어 상호 엄호했지만, 오히려 피해 속도만 늘었다.
“큭!”
뇌수가 얼굴에 철썩 튀었다. 호간은 파트너 벤 상사를 돌아볼 틈도 없이 통나무 쓰러지듯 반듯이 뒤로 넘어갔다. 죽어도 총탄 궤적을 확인하고 죽어야 했다. 퍽퍽- 뒤를 받치던 대원이 털썩 쓰러졌다.
‘잡았다!’
– 03-05-50
호간이 위치 좌표를 불렀다. 콰콰콰- 투투투투- 40mm 유탄, 대전차포, 미니미 기관총이 3시 05분 방향 50m 지점에 집중되었다. 방원 10m가 일거에 초토화되었다. 호간의 표정이 밝아졌다. 투명 외계인도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신속하고 강력한 화력이었다.
-크악
후방에 은신한 MGL 사수가 당했다.
‘으윽, 빌어먹을!’
호간이 신음했다. 총탄은 08시 방향에서 날아왔다. 타격 지점에서 반지름 110m 원을 90도 벗어나려면 거의 90m를 이동해야 한다. 인간이 육상 트랙도 아닌 정글에서 한 호흡에 90m를 이동할 수 있단 말인가?
-큭! 04-07-00
대전차포 사수가 숨이 끊어지는 순간에 좌표를 불렀지만. 제압 화망이 형성되지 못했다. 거리가 제로면 후방 지원화기 팀이다. 이번엔 150m를 순간 이동했다. 헤드셋에서 비명이 이어졌다. 기관총 사수와 유탄포 사수가 당했다.
퍽- 강력한 충격에 호간의 입이 쩍 벌어졌다. 비명이 튀어나오기도 전에 뒷목을 파고든 총탄이 연수를 박살 냈다. 암산과 의문은 벤 호간 대위의 뇌가 실행한 마지막 연산이 되었다.
-놈은 인비지블, 텔레포트 복합 능력자다. 머리 위, 발밑을 조심하라. 가스를 살포하라.
맥킨리는 미칠 지경이었다. 최강의 쉐도우 여섯팀이 놈의 흔적도 잡지 못하고 허무하게 나자빠졌다. 맥킨리는 다혈질이지만, 웨스트포인트 전술 교관을 역임한 비정규전의 달인이다. 복수심에 미쳐 날뛸 만큼 단순한 인간도 아니고 멍청이도 아니다.
그는 가젤이 나타나는 순간 다친 블랙맘바가 탑승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블랙맘바가 아니라도 정보를 얻을 좋은 기회였다. 그는 고의로 스팅어 탄두 신관을 조작해서 불시착을 시도했고 의도했던 결과를 얻었다.
문제는 미친 듯이 날뛰는 초능력자였다. 향유고래를 잡자고 새우잡이 그물을 친 셈이 되었다. 독가스를 살포해서 놈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으면 전멸할 상황이었다.
쏴아- 살아남은 쉐도우가 케로신과 혼합한 VX를 살포했다. VX의 특징은 잔존성이다. 맥킨리는 적어도 두 시간은 아사신을 제어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오산이었다. 블랙맘바는 현존 최강의 독인 보툴리누스 톡신과 포토마인에도 끄떡하지 않는 괴물이다.
******
맥킨리의 지원 요청을 받은 싱글턴은 즉각 기동했다. 자존심 강한 맥킨리가 우는소리를 할 정도면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좌표 113-242 고우!”
투투투투- 루이히 계곡에서 이륙한 치누크와 가젤이 북서 방향을 향해 급가속했다. 싱글턴이 움직일 때 카롱고에 포진한 M270 MLRS 포대도 바빠졌다.
기이잉- 브래들리 궤도차 두 대에 탑재된 컨테이너가 전송받은 좌표 방향을 잡았다. 명령만 떨어지면 다연장 로켓 24발이 12,000개 포탄을 뿌릴 준비를 마쳤다. 소매 긴 놈이 춤을 잘 추고 밑천 많은 놈이 장사를 잘하는 법이다.
******
아리바와 빼당 상사는 캐노피를 내려갈 엄두도 못 냈다. 폭음과 총성이 천지를 흔드는 지옥에 뛰어들 이유도 없었다.
“과장님, 고문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허옇게 뜬 얼굴로 물었다. 질문과 달리 속마음은 자신의 안위였다. 고문이야 어떻게 되던 본인이 살아서 정글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FEADC에 파견 근무하는 동안 위험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위험수당과 오지 수당만 따박따박 챙기는 꿀 보직이었는데 특별군사고문이 본부에 나타나는 순간부터 편할 날이 없더니 기어코 이 꼴이 되었다.
“총성과 폭음은 블랙맘바가 날뛰고 있다는 증거지. 어차피 살아도 산목숨이 아닌데 이기든 지든 뭔 상관이야.”
아리바가 생각 없이 주절거렸다. 그는 블랙맘바가 억지로 자신을 가젤에 태운 이유를 눈치챘다. 뭔지 모르지만, 꼬리를 잡혔다. 운 좋게 살았지만, 어차피 결말은 정해져 있었다. 뒤늦게 후회해봐야 늦었다.
“블랙맘바! 고문이 블랙맘바입니까?”
빼당이 화들짝 놀랐다.
“닥쳐! 발설하면 반역죄로 군사 재판에 넘겨진다. 블랙맘바가 아니면 누가 헬도그라 불리는 쉐도우를 박살 내겠나. 큭큭큭!”
아리바가 툴툴 웃었다. 엉겁결에 특급 비밀을 발설했지만, 걱정할 것도 없었다. 어차피 저승 명부에 이름을 올렸는데 뭔 상관인가!
“울라! 블랙맘바가 내 손님이었단 말이지요. 세상에, 이런 영광이!”
빼당이 두 팔을 들고 환호했다. 고문을 원망한 자신의 입을 때리고 싶었다.
‘어이구, 지랄도!’
아리바는 빼당 상사의 삽질에 고개를 흔들었다. 블랙맘바는 영광이 아니라 지옥행 초대장이다.
쉬이이- 날짐승이 캐노피 아래서 솟구쳤다. 엄청나게 큰 날짐승이었다. 아리바가 덩치에 놀라는 순간 날짐승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덮쳤다.
“헉!”
아리바가 식겁해서 고개를 처박았다. 꾸욱- 굵직한 기음이 터졌다. 창날처럼 예리한 발톱이 아리바의 볼을 스쳐서 빼당을 찍었다.
“아악!”
비명이 터졌다. 빼당은 발톱을 용케 피했지만, 중심을 잃고 캐노피 아래로 쑥 빠졌다. 먹잇감을 낚아채지 못한 날짐승이 휙 공중으로 솟구쳤다. 날개 길이가 5~6m에 달하는 거대한 왕관독수리였다.
“빌어먹을 것!”
원숭이와 나무늘보 같은 작은 동물을 주식으로 삼는 놈이 사람을 먹겠다고 덤볐다. 화난 아리바가 글록을 뽑았다. 탕탕탕- 꾸에엑- 깃털이 흩날렸다. 날짐승이 비웃듯이 날개를 흔들고 유유히 멀어졌다.
어이를 상실한 아리바가 멍하니 날짐승 꽁무니를 쳐다보았다. 엄청난 덩치에다 총탄에 끄떡도 않는 괴물이었다. 이투리 정글엔 상상하지 못할 동물이 널렸다는 블랙맘바의 경고가 생각났다.
“억!”
볼에서 피가 후두둑 쏟아졌다. 허겁지겁 배낭을 뒤져서 소독약과 제오라이트 팩을 꺼냈다. 맹금류의 발톱에는 각종 세균이 득실거린다. 상처를 소독하고 제오라이트 분말을 뿌려서 지혈한 다음 키토산 동결 건조 접착지를 붙였다.
‘아차!’
응급조치를 끝내고서야 빼당이 생각났다.
“빼당! 빼당!”
대답이 없었다. 아니 대답은 있었다. 투투투투- 헬기 로터 소리가 대답을 대신했다.
“이런 젠장!”
왕관독수리에 정신이 팔려서 접근하는 헬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몰랐던 사실이 또 있었다. 이투리 마물 중의 한 놈인 변태 독수리가 헬기에 놀라서 도주하지 않았으면 독수리 새끼의 한 끼 식사가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