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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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4
혼터를 총기로 죽이려면 바렛 수준은 되어야 한다. 중장비처럼 무지막지한 놈들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심장을 뽑아내고 목을 잘랐다. 지칠 줄 모르던 근육이 에너지와 휴식을 원했다.
LBT-1195 잡낭에서 대추야자를 한 움큼 꺼내어 입에 털어 넣고 죽이 되도록 우물거렸다. 음식물은 잘게 부술수록 흡수가 빠르고, 포만감을 느끼지 않는다. 배부른 맹수가 느긋해지듯 포만감이 들면 정신과 근육이 늘어진다.
대추야자로 허기를 채우고 옴팔로카르폼에 구멍을 뚫어서 즙을 마셨다. 뒷맛이 달달한 식혜를 떠올렸다. 돌덩이처럼 단단한 껍질 속에 든 달달한 과즙, 사랑하지만 좋아할 수 없는 한국을 닮았다고나 할까.
음식은 향수와 연결된다. 식혜맛이 뇌리를 가득 채웠던 혜영의 영상을 밀어냈다. 그자리를 진순과 에델이 채웠다. 진순의 넉넉한 품이 그립고, 촉촉한 에델의 입술이 그리웠다. 엄마와 함께 상추를 뜯어다 가족과 둘러앉아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싶었다. 에델이 만든 끔찍한 요리조차 그리웠다.
연꽃이 가득한 진보연, 대나무 바람이 스쳐 가는 묘연거가 그리웠다. 사랑방에 장작을 밀어 넣고, 뜨끈한 온돌에 등짝을 지지며 소설을 읽고 싶었다.
물끄러미 쿠크리를 들여다보았다. 인간의 목숨 스물두 개를 끝장낸 칼날이 무뎌지기는커녕 요사스런 광채를 뿜었다. 우연히 파리 뒷골목 고물상에서 구입했던 요물, 칼날이 자른 목과 찢은 심장이 몇 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크크크!”
웃음이 나왔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고자 핏물을 덮어쓰고 기생충과 독충이 우글거리는 늪에 몸을 담그고 야생 과일로 허기를 채우고 있을까?
뒤늦게 대뇌 피질이 발달한 이성의 얄팍함일까? 이성과 감정의 경계선에서 불안정한 줄타기를 하는 카오스적 존재의 숙명일까?
아니다. 첫사랑은 상대를 향한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한계효용이 떨어지기 전에 마감된 미완의 사랑이다. 애틋한 미완의 사랑이 지난날을 미화하는 기억 조작과 어우러져 파스텔 색상으로 채색된다. 그래서 가슴 한구석을 차지한 애틋한 첫사랑은 무죄다.
“청소하다 말면 아니함만 못하지.”
한숨을 쉬고 늪에서 몸을 끌어올렸다. 인간이 인간인 이유는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깨에 가족과 이백만 노바토피아 신민의 안위가 얹혀있다.
칼날 안쪽으로 휘어진 쿠크리의 용도는 당연히 살상이다. 채소를 다듬고 마늘을 다지려면 당연히 식도를 잡아야 한다. 쿠크리를 잡는 순간 자신의 운명은 아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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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귓가를 스쳐 간 물체가 나무 둥치에 박혔다. 놀란 맥킨리가 펄쩍 뛰었다. 이번에도 돌멩이다. 원시적인 투척무기에 머리가 박살 난 부하가 한둘이 아니다. 구르듯이 가시덤불 속으로 뛰어들었다.
억센 가시가 방호되지 않은 팔다리에 사정없이 박혔지만, 죽는 것보단 백배 낫다. 투투투투- 뒤따르던 쉐도우가 겨냥도 않고 MAG를 난사했다. 맥킨리는 부하를 흘끗 돌아보고 그대로 도주했다.
얼룩말은 얼룩말이 죽인다는 속담이 있다. 얼룩말 무리가 느리고 약한 놈을 미끼로 던져놓고 도망친다는 소리다. 물론 블랙맘바는 일용할 먹이를 잡으면 추적을 멈추는 사자가 아니었다.
“끄윽!”
마지막 남은 쉐도우의 단말마가 고막을 때렸다. 공포에 잠식된 맥킨리는 방독면을 벗어 던지고 질주했다. 블랙맘바가 VX보다 백배는 무서웠다.
툭- 묵직한 물체가 앞쪽에 툭 떨어졌다. 수류탄이다.
“헉!”
식겁한 맥킨리가 판단하고 분석할 틈도 없이 몸을 던졌다. 꽝- 쇄설물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퍽퍽퍽- 지근탄이 흙먼지를 피워올렸다. 맥킨리는 통증을 느낄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서 미친 듯이 달렸다.
턱턱턱- 악마가 따라오고 있다. 금방이라도 뒷덜미를 움켜쥘 것 같았다. 베트남의 끔찍한 땅굴에 고립되었을 때의 공포와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속이 빈 고사목을 발견한 맥킨리가 구르듯이 굴러 들어갔다. 스트랭글러 피그에 휘감겨 생을 마친 림발리 거목이었다. 그는 풀무처럼 거친 숨을 억누르고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악마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느님, 당신의 위대함을 인간에게 각인시키려고 악마를 만들었으면 악마를 책임져야죠. 당신의 전능함이 악마를 제어할 수 없다면 악마가 바로 하느님이 아니겠습니까?’
전시안의 두려움만 아니라면 하늘을 향해 욕을 한바탕 퍼붓고 싶었다. 캠프를 박살 내고, 그렌델과 혼터를 파리 잡듯이 때려잡는 존재가 악마가 아니라면 무엇이 악마겠는가!
공포에 덜덜 떠는 자신을 죽이고 싶을 만큼 비참했지만, 복수도 살아있어야 할 수 있다. 7분만 버티면 프레데터가 도착한다. 상급 슈퍼 그렌델이 도착하면 살아날 수 있다.
맥킨리는 악마가 사냥감을 몰아놓고 악마적인 미소를 짓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맥킨리를 이동 중인 시아푸(Ciafu, 도릴러스속에 속하는 사파리 개미) 임시 거주지에 몰아넣었다.
육지의 피라니아라 불리는 시아푸는 방랑성 개미로 5천만 마리 이상의 대군단을 형성하기도 한다. 시아푸가 개미집을 짓지 않고 방랑하는 이유는 엄청난 숫자와 식욕 때문이었다. 영역 내의 먹잇감을 몽땅 먹어치우면 새로운 먹이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다.
맥킨리의 불행은 작은 곤충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발등에 묵직한 물체가 툭 떨어졌다.
‘뭐지?’
손목에 부착한 비상 라이트를 켰다. 동그란 불빛 속에 꾸물거리는 물체는 50mm가 넘는 엄청나게 큰 개미였다. 개미가 육중한 몸을 끌고 군화를 기어올랐다. 개미답지 않게 꾸물대는 모양이 오도 가도 못하는 자신의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갓뗌!”
카바나이프로 개미를 콕 찍었다. 그는 커다란 개미가 임시 거주지에서 실수로 추락한 시아푸 여왕개미임을 꿈에도 몰랐다. 아니 알아도 개의치 않았을 것이다. 개미는 개미일 뿐이다.
허리가 끊어진 개미가 단말마의 몸부림을 쳤다. 스스스- 머리 위쪽에서 소음이 울렸다. 여왕개미가 뿌린 죽음의 페로몬이 병정개미를 불렀다. 매킨리가 고개를 들어 소음 진원지를 확인했다.
“뭐야? 헉!”
맥킨리의 눈이 커지고 입이 쩍 벌어졌다. 텅 빈 고사목 안쪽은 개미 천지였다. 쏴아아- 검은 폭우가 쏟아졌다. 병정개미 수백만 마리가 맥킨리를 덮었다.
“끄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렸다. 병정개미떼는 여왕 살해범을 용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작은놈은 구멍을 파고들고, 큰놈은 노출된 살을 잘라내고 옷을 잘라냈다. 강력한 턱이 방탄복마저 조각조각 잘라냈다.
물면 놓지 않는 시아푸 병정개미의 억센 턱은 유명하다. 원주민은 피부가 찢어졌을 때 시아푸 병정개미를 봉합사로 이용한다. 찢어진 상처를 개미가 꽉 물면 머리를 잘라 버린다. 개미 턱은 며칠이 지나도 상처를 집게처럼 꽉 물고 있다.
더욱이 이투리에 서식하는 시아푸는 그냥 시아푸가 아니다. 코끼리도 이놈에게 먹힌다. 맥킨리가 미친 듯이 뒹굴었지만, 복수혈전은 멈출 줄 몰랐다. 간신히 살충제 스프레이를 꺼내서 마구 뿌렸다.
소용없었다. 죽는 놈보다 새로 합류하는 놈이 더 많았다. 인간이 벌레에 대항해서 발명한 위대한 유기인제 살충제도 시아푸 집단을 감당하지 못했다.
“빌어먹을!”
진퇴양난이었다. 뛰쳐나가면 악마의 먹이가 되고, 버티면 개미 먹이가 될 판이다. 패닉에 빠진 중에도 어이가 없었다. 위대한 프리메이슨의 고참 장색, 위대한 아메리카 장군이 하잖은 개미의 먹이로 전락했다.
‘저러다 편하게 죽겠군!’
돈 주고도 못 볼 쇼를 구경하던 블랙맘바가 슬며시 나타났다. 이투리 정글에 서식하는 수많은 마물 중에 제일 무서운 놈이 시아푸와 미찌 유르다. 숫자로 밀어붙이는 다구리 공포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극한의 공포를 선사하려고 시아푸 거처로 몰아넣었는데 개미가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앗 하는 순간에 방탄복과 전투복, 군화를 잘라내고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몇 분만 지나면 목숨이 끊어지게 생겼다.
구우웅- 공진파가 대기를 흔들었다. 울트라 마이크로 파장이 시아푸 개미의 감각 기관을 교란했다. 쏴아아- 개미떼가 천적을 만난 듯 허겁지겁 도망쳤다. 악착같이 물고 늘어진 놈은 턱을 빼고, 콧구멍, 귓구멍을 파고들었던 놈들도 기어 나왔다.
“끄으윽, 빌어머그을~”
한숨 돌린 맥킨리는 개미를 저주했다. 과다 출혈 때문인지 개미 독 때문인지 정신이 몽롱했다. 살에 이빨을 깊숙이 박고 몸부림치는 놈들을 정신없이 때려잡았다.
“네놈이 맥킨리인가?”
그림자가 태양을 가렸다. 깊은 동굴을 빠져나온 바람 소리 같은 헛헛한 바리톤 음성이 고막을 흔들었다.
“뭐 뭐야?”
놀란 맥킨리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황갈색 전투복을 입은 장신의 남자가 본래 그 자리에 있었든 듯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브 블랙맘바!”
맥킨리가 본능적으로 권총 홀더를 더듬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빌어먹을 개미가 권총까지 씹어먹었다. 살충제를 사정없이 뿌리지 않았으면 뼈도 남기지 않았을 끔찍한 미물이었다.
블랙맘바가 피식 웃고는 목을 움켜잡고 일으켰다. 적이지만 결기와 정신력이 대단한 놈이었다. 쏴아아- 공진파가 모세혈관을 짓눌러서 강제 지혈했다.
“네놈이 맥킨리인가?”
같은 질문이 뇌를 울렸다.
“그렇다. 내가 그린존 사령관 맥킨리 장군이다.”
순순히 대답한 맥킨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소크라테스 프로젝트에 이런 유의 정신 동력 연구 분야가 있다. 세뇌파 또는 사념파라 불리는 간섭장이다.
“네놈이 블랙맘바인가?”
반발심이 부쩍 든 맥킨리가 버럭 했다.
“매를 버는구마!”
쩍- 대답은 강력한 따귀 한 방이었다. 부러진 이빨과 핏물이 후두둑 튀었다. 육중한 몸뚱이가 팽이처럼 돌아서 수북이 쌓인 개미 사체 더미에 엎어졌다.
“끄으으~”
눈앞이 깜깜해지고 머리가 윙윙 울렸다. 박살 난 하악골에서 밀려든 극렬한 통증이 기절도 못 하게 만들었다. 호흡을 되찾은 맥킨리가 땅바닥에 떨어진 카바나이프를 집어 들고 엉거주춤 자세를 잡았다. 살인술로 단련된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똥 덩어리 새끼!”
쩍- 반대쪽 뺨을 맞고 붕 날아가서 철퍼덕 엎어졌다. 맥킨리가 고개를 흔들고 상체를 일으켰다.
“제법이군!”
블랙맘바가 감탄했다. 맥킨리는 혼터가 아닌 정상적인 인간이다. 따귀 두 방을 맞고도 버티는 체력과 정신력이 대단했다. 일반인 기준에서 초인이라 불릴 만했다.
“너는 누구냐? 도대체 왜 이러나?”
퍽퍽- 블랙맘바가 대답 없이 양쪽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놈과 말을 섞으면 변태 인종주의자의 오물이 묻을 것 같았다. 진공파가 어깨 관절, 관절낭, 힘줄, 근육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끄으윽!”
매킨리가 부들부들 떨었다. 손에 든 카바나이프가 툭 떨어졌다. 무서운 고통이 신경을 오그라뜨리고 뇌를 흔들었다. 어깨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기관인 만큼 골격과 근육, 힘줄의 구조가 복잡하다. 분쇄된 조직을 의학적 공학적으로 대체할 어떤 방법도 없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지 않나?”
블랙맘바가 풀 페이스 헬멧을 벗었다. 여자처럼 섬세한 얼굴이 드러났다.
“블랙맘바!”
맥킨리가 멍하니 쳐다보았다. 수십 번 확인한 초상화와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인 연구원 인혜영의 남자이기도 하지.”
“컥!”
경악한 맥킨리가 입안에 고여있던 핏물을 뿜었다.
“고작 여자 때문에 엄청난 일을 벌였단 말인가?”
“네놈에겐 고작이지만, 내겐 그것이 전부다.”
“허얼!”
맥킨리가 자신의 처지도 잊고 미친놈 보듯이 블랙맘바를 쳐다보았다. 애인을 빼내려고 난공불락의 캠프에 뛰어들고, 쉐도우와 프레데터를 개 잡듯이 때려잡았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인간인가? 아니 낭만적으로 미친 인간이다.
“크크크! 전시안이라고? 허당이었어!”
맥킨리가 낄낄 웃었다.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라마르틴은 여자 자궁에서 숙성 중인 현자의 돌 때문에 바포멧이 여자를 납치했다고 했다. 그래서 여자를 절대로 죽이면 안 된다고 했다. 자신을 비롯한 프리메이슨 조직원은 착오로 여자를 죽여놓고 얼마나 전전긍긍했던가!
“얼른 죽여다오. 무엇이든 대답하겠다.”
맥킨리가 웅얼거렸다. 프리메이슨은 허상이었다. 그랜드마스터의 전능함을 믿고 프리메이슨에 몸과 정신을 바친 지난 세월이 허망했다.
“내 여자를 건드린 놈이 네놈 외에 누구냐?”
“구데리안 대위다. 반츠 구데리안! 내 부관이다.”
“이물질을 사용한 놈은?”
“보안팀의 스미스 상사가 총구로 쑤셨다.”
“고문한 놈은?”
“보안대장 미셀 중령이다.”
맥킨리가 잠꼬대하듯 주절거렸다. 뇌를 들쑤시는 극악한 통증에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더러운 놈들!”
고문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일 수 있지만, 강간은 더러운 욕구 배출일 뿐이다. 전시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지저분한 범죄다. 일본이 위안부를 인정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구데리안 대위, 미셀 중령, 스미스 상사!”
블랙맘바가 이를 갈며 저승명부를 읊었다. 맥킨리는 희망이 생겼다. 행복을 나누면 커지고 죄를 나누면 가벼워지는 법이다. 잘만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위원회의 데이비스 집행관이 총책임자다. 나는 집행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