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4
x 74
제11장 필사의 탈출8
“헛것이야, 헛것! 무식한 놈들이 또 악령이니 뭐니 헛소리를 하는 거라고.”
하비브는 친위 중대장의 보고를 절대로 믿을 수 없었다.
“RPG에 직격당한 칸마가 멀쩡히 날아와? 기관총 사수의 목이 저절로 툭 떨어지고, 손을 휘두르자 부사수의 얼굴이 박살 났다고? 그게 말이 되나?”
하비브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야전군 하사관 출신으로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하비브다. 120명이 단 열 명에게 전멸당했다고? 아니 단 한 명에게 전멸 당했다는 말을 믿기엔 경험치가 너무 높았다. 파이즈 소령이 미쳐서 정찰대에게 소총 대신 갈대를 쥐여주지 않은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비브의 굳은 얼굴은 풀릴 줄 몰랐다. 상황을 알려준 중상자가 공황상태라고 했다. 그놈이 헛것을 봤거나 헛소리를 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찰대를 전멸시킨 놈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즈라일이니 칸마니 하는 말들이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총을 맞고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 사헬은 넓고도 넓다. 악령이든 천사든 찾아야 죽이든 살리든 할 게 아닌가! 그동안 행적을 보면 놈들의 이동 속도는 경이적이다. 히트 앤드 런의 진수를 보여주는 놈들이다. 사라져 버린 놈들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톰브예는 식식거리는 하비브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는 처음부터 카다피를 끌어들이는 작전에 회의적이었다. 대세에 밀려 동의했지만, 외세를 끌어들여 탈취한 정권이 온전할 리 없다.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톰브예의 정치적 소신은 인민 투표를 통한 연정 수립이다. 그는 수많은 부족을 통합하려면 인구비례에 따른 연정만이 답이라는 신념을 견지해왔다. 반면에 하비브가 이끄는 매파는 아랍인만의 정권 수립을 고집했다. 평소 강한 군세를 바탕으로 전횡을 일삼는 하비브는 신발에 들어간 돌멩이요 눈엣가시였다.
병력 삼분지 일이 깎여 나갔으니 송곳니 빠진 사자가 따로 없다. 낭패를 당한 하비브가 길길이 날뛰는 꼴을 보니 라텔이란 놈들에게 밥이라도 사주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톰브예의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각하!”
부관이 그의 상념을 깨웠다.
“각하, 제1사령부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현지 정보원들에 의하면 자우라에 구쿠니군은 없습니다.”
“뭐라, 자우라에 구쿠니가 없어!”
톰브예가 벌떡 일어났다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하비브의 예측이 맞았다. 구쿠니도 다른 꿍꿍이가 있다. 그는 버석해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마쿰보와 달리 구쿠니는 한때 대통령을 지낸 거물이다. 구쿠니의 군세가 자우라에 없다는 사실은 프롤리나트를 떠나겠다는 선언이다. 당장 프랑스 측에 합류하지는 않겠지만 독자 노선으로 돌아선다는 신호다.
구쿠니 군벌은 프롤리나트의 핵심이다. 마쿰보와 야합하면 프롤리나트 전체 군세의 삼분지 일을 차지한다. 그들이 이탈하면 프롤리나트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이제 11인 위원회도 찢어질 판이다.
“으흠!”
톰브예는 커다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신음했다.
망연자실한 톰브예를 향해 하비브의 경멸 어린 눈빛이 쏟아졌다.
‘멍청한 늙은이 같으니…….’
톰브예의 무사안일한 대처가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물론 그의 잘못만은 아니다. 어쩌면 시대적 흐름이 프롤리나트를 거부하는지도 몰랐다.
“하비브, 카다피를 만나줄 수 있겠소?”
톰브예가 하비브의 눈길을 피하며 말했다. 하비브는 늙은이의 주둥이를 주먹으로 갈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아니요. 나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된 프랑스 특공대를 잡아내겠소. 물론 마쿰보도 포함해서 말이요. 사헬은 우리 이슬람의 땅이지 프로그가 설치고 다닐 땅이 아니오. 카다피는 의장이 직접 만나시오. 의장의 실수는 본인이 만회하시오.”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번 쓸어낸 톰브예가 결의에 찬 얼굴로 일어났다. 누가 뭐래도 프롤리나트 평의회 의장은 바로 자신이다.
“알겠소, 지금 당장 출발하겠소. 당신의 일은 당신이 알아서 하시오. 살람 알레 쿰!(신의 가호가 있기를)”
“이른 시간에 카다피의 지원을 기대하겠소. 나는 사령부로 가겠소. 살람 알레 쿰!”
톰브예를 떠나자 하비브가 집사를 불렀다.
“아무드 끌고 와”
아무드는 며칠 사이에 볼이 홀쭉해졌다. 부하의 목숨은 개 취급해도 자신의 목숨은 끔찍이 챙기는 아무드다. 지하 감옥에서 죽음의 공포에 떤 며칠이 바로 지옥이었다. 아무드는 손을 번쩍 들고 하비브를 칭송했다.
“알라는 유일한 신이시다. 나의 와킬이시여, 알라의 옆자리가 예약된 분이시여!”
하비브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훗, 아무드, 헛소리 말고 군복을 입어라.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오소리인지, 칸마인지 그놈들의 목을 내게 가져와라.”
“오, 알라시여, 영명한 판단이십니다. 천상의 축복이 와킬에 쏟아질 겁니다.”
아무드는 지옥 문턱에 들여 놓았던 발을 빼냈다. 그야말로 바퀴벌레 생명력이다. 아무드는 의기양양해서 집무실을 나갔다.
하비브가 아무드를 복권한 이유는 믿을 만한 지휘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스타와 파이즈를 비롯해서 고급 장교 상당수가 칸마란 놈에게 저격당했다.
“지옥에 처박을 개구리 새끼들!, 돼지피로 목욕할 이교도 놈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한 하비브가 대기 중인 소련제 UAZ지프를 걷어찼다. 놀란 운전병의 자세가 종려 잎처럼 뻣뻣해졌다. 뿌드득- 이빨을 가는 소리에 운전병의 몸이 후드득 떨렸다. 하비브는 포악한 상관이다. 그의 전임자를 쏘아 죽인 인간이다. 겁이 나서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경쟁자인 톰브예 앞에서 당한 망신이 속을 뒤집었다. 놈들에게 희생된 병력이 얼마인가. 자신의 병력만 500명이 넘게 희생되었다. 머릿수를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어린놈들이 밥값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젠 놈들이 죽든 자신이 죽든 양단간에 결착을 봐야 할 상황이 되었다. 구쿠니가 자우라를 이탈했다면 북부군의 분열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체면도 땅바닥에 떨어졌다.
사막의 전사는 모든 것을 잃어도 복수를 잊지 않는 법이다. 지프를 한 번 더 걷어찬 하비브가 차에 올라 힁허케 떠났다.
두조랍 에르그의 북서쪽 끝단에 위치한 은두미 돌리네, 라텔팀의 숙영지에서 15km 떨어진 지점이다. 황토색 간두라를 입은 일단의 무장 병력이 개미처럼 줄지어 사구를 기어올랐다. BTR152도 꾸물꾸물 모래 언덕을 기어올랐다. 40m 높이의 사구를 넘어서면 지름 1km의 움푹 꺼진 땅이 나타난다.
“각 부대별로 정렬하라. 소대장은 돌격 소조별로 젠켐을 지급하라. 곧 모래 폭풍이 약해진다. 서둘러라.”
아무드가 권총을 휘두르며 병사들을 닦달했다. 운 좋은 사나이 아무드는 이번에도 억세게 운이 좋았다. 거듭된 패전과 보고 누락을 한 그는 하비브에게 먼지 나도록 얻어맞았다. 부관이 말리지 않았으면 이마에 구멍이 뚫릴 뻔했다.
아이러니하게 에르 엑딤의 처참한 패전이 그에게 기회를 주었다. 죽음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지휘권도 돌려받았다. 11인 위원회가 사헬을 휘젓는 라텔팀을 전멸시키라는 명령을 직접 내렸다.
유례없이 각 군벌로부터 병력지원도 받았다. 그만큼 라텔팀이 프롤리나트 지도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권한을 받은 만큼 패전의 책임도 져야 한다. 아니 하비브가 이마에 총구멍을 뚫어 줄 것이다.
아무드는 암담했다. 오소리든 너구리든 찾아야 때려잡을 게 아닌가. 파이즈 정찰조의 괴멸로 눈을 잃어버린 아무드는 막막했다.
행운은 계속되었다. 픽업트럭을 탄 수상한 무리가 두조랍을 횡단 중이라는 신고가 들어왔다. 픽업 3대에 분승한 현지인 차림의 8명이라는 정확한 제보였다. 아무드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놈들이 엔네디 고원으로 잠적해버리면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격이 된다. 아무드는 위수 지역의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을 모두 끌어모았다. 다른 위원의 병력까지 지원받았다. 라텔팀이 교전 없이 보낸 3일의 시간은 아무드가 병력을 집결시킨 시간이기도 했다.
프롤리나트가 보유한 병력은 여단 규모를 넘는다. 그러나 차드 중북부는 지나치게 넓었다. 또한 지휘권이 나눠져 있어 병력을 집중적으로 운용하기 어려웠다. 군벌 연합의 한계다.
라텔팀과 맞부딪힌 FAP 3군은 소모된 병력이 700명에 달했다. FAP 1군과 4군에서도 다수의 병력 손실을 보았다. 게다가 상층부의 균열로 인해 병력 동원에 한계가 있었다.
BTR152 큐폴라에 올라앉은 아무드는 이빨을 갈았다.
“내가 이 아무드가 겨우 열 마리도 안 되는 프로그에게 얻어터지고 쫓겨 다녔단 말인가!”
사령부에서 지하 쉘터의 BTR 캐빈에 숨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수치심에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두조랍 에르그로 들어간 프로그, 아니 오소리가 열 명도 안 된다니, 피를 토하고 죽을 노릇이었다. 그러고 보니 구라디와 에키야에서도 놈들의 픽업은 세 대가 전부였다.
특공대 주력이 존재한다는 자신의 추측은 그야말로 삽질이었다. 두조랍 에르그에 들어간 놈들이 프랑스 특공대의 몸통이었다. 몇 차례 전투를 되새겨 보고, 원주민 제보를 조합한 결과다. 믿을 수 없지만 현실이었다.
사헬의 미친 하이에나 아무드가 프로그 몇 놈에게 세 번이나 묵사발이 났다. 끝내 안방까지 탈탈 털렸다. 농담도 질 나쁜 농담이고 악몽도 그런 악몽이 없다.
아무드는 큐폴라에서 집결된 병력은 둘러보았다. BTR152 3대, 집결한 병력은 265명이다. 프로그 몇 마리를 때려잡기엔 차고 넘친다. 소문이 퍼지면 비웃음을 당할 판이다.
아무드는 방심하지 않았다. 라텔이란 이름이 붙은 놈들은 숫자로 판단할 전력이 아니었다. 말로만 들었던 외인부대 스나이퍼 팀이다. 구라디와 토코툼, 코로뭉가 본부에서 날뛰던 칸마 놈, 생각만 해도 뒤통수가 서늘해지고 심장이 떨렸다.
칸마가 속한 특공대의 다른 놈들도 하나같이 엄청난 전투력을 가진 놈들이다. 구라디에서 박격포를 퍼붓던 놈은 칸마 만큼이나 끔찍한 놈이었다. 저격하듯이 포탄을 날리는 놈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무드는 이빨을 악물었다. 놈이 칸마든 말든 스나이퍼 한 놈이 전장을 바꿀 수는 없다. 놈도 총을 맞으면 죽는 인간이다. 놈의 저격만 조심하면 된다. 저격을 의식한 그는 가동할 수 있는 BTR152를 모두 동원했다. 끔찍이도 자신의 목숨을 챙기는 아무드다.
이판사판이었다. 이번에도 놈들을 잡지 못하면 어차피 끝장이다. 하비브는 칸마를 잡지 못하면 소총 총구를 입에 물고 발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라고 했다.
무스타를 비웃을 게재가 아니었다. 세 번이나 박살 나고 집까지 털린 자신은 더 우스운 꼴이 되었다. 놈들을 잡아서 산 채로 껍질을 벗기고 소금을 뿌려야 원한이 풀릴 것 같았다.
“각하, 준비되었습니다.”
부관의 보고를 받은 아무드의 얼굴이 살벌해졌다. 이놈은 네 번째 부관이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부관을 셋이나 잃었다. 셋 모두 칸마 놈의 저격을 받았다. 놈들의 위치가 파악된 이상 끝장낼 절호의 기회다.
“출발, 허여멀건 돼지 놈들을 잡으러 가자!”
깡통 장갑차를 앞세운 265명의 병력이 달빛 아래 진군을 시작했다.
에밀이 숙영지를 벗어났다. 파트너가 마음에 걸려서다. 자청해서 경계를 나갔지만, 블랙맘바는 부상자다. 걱정이 안 될 수 없었다. 사구에 올라서자 모래바람이 안면을 거세게 때렸다. 거세게 불어대는 사하라 풍에 별빛마저 깜박거렸다.
“니기미 조또, 이놈의 바람은 밤만 되면 불고 지랄이야.”
사구에 올라서며 에밀이 투덜거렸다.
언제나 그렇듯 불편한 자세로 앉은 블랙맘바가 보였다. 자신도 흉내를 내보려 했지만, 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포기했다. 괴물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블랙, 몇 시냐?”
“응, 에밀!”
나침반에 부착된 야광 시곗바늘이 세시를 가리켰다.
“세시다. 왜 나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