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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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7
영아는 지난 2년간 대우선사 슬하에서 정신법(淨神法)을 수련했다. 우도방과 좌도방 구분은 힘의 우열이 아니라 범용성 여부다. 비유하자면 붓은 나무나 바위처럼 거친 표면에도 글씨를 쓸 수 있지만, 만년필은 표면이 매끄러운 종이에만 글씨를 쓸 수 있다.
애니멀 애스퍼 영아는 대우선사의 가르침을 받아 살아있는 모든 것과 소통할 수 있는 제너럴 애스퍼의 기초를 닦았다. 그래서 우도방 능력은 법(法)이라 불리고 좌도방 능력은 술(術)이라 불린다.
“내가 뭘?”
덩치가 산만한 흑표범이 앞발로 뒤통수를 긁었다. 형상만 표범일 뿐 말과 행동은 영판 사람이었다.
“웅, 스님 할부지께 일러줄 거야.”
영아가 눈을 흘겼다.
“헉, 미안! 미안!”
식겁한 깜둥이가 두 발을 내저었다. 바위산에 압착 당하고 세포가 분해되는 끔찍한 악몽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스- 흑표범이 영화배우 뺨치는 미남으로 변신했다. 인간은 본질이 아니라 형상에 혹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깜둥이다.
“진순, 숨어드는 쥐새끼도 없는데 왜 불렀나?”
“오빠가 조금 난처한가 봐요.”
돌의자에 정물처럼 오도카니 앉아있던 진순이 한숨 쉬듯 입을 열었다.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은 숯덩이가 되었다.
“누가 그래? 친구가 곤란할 일은 없다.”
깜둥이가 장담했다. 동방불패를 어찌할 존재도 없고, 위기에 처하면 가루라와 자신을 부르지 않을 리 없다.
“보니파스 님이요. 정찰 위성이 따라다니나 봐요.”
“어쩌라고? 동방불패는 가족을 부탁했다.”
깜둥이가 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임무는 어디까지나 가족 보호고, 성층권 밖의 위성을 격추할 수단도 없다. ELF와 입자가속포는 매질이 필요한 대인 무기다. 효과가 미치는 범위가 제한적이고 그나마 매질이 없으면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치킨이 있잖아요?”
“글쎄, 예전에 그 녀석 껍데기를 사정없이 팼는데 말을 들으려나?”
깜둥이가 난감한 얼굴로 사념파를 보냈다.
[치킨!] [숯덩이, 왜 불러]‘속 좁은 새끼!’
역시 리액션이 좋지 않았다. 하긴 인격이든 인공지능격이든 얻어터지고 기분 좋을 놈은 없다.
[주인이 위험하다.] [엄마는 위험하지 않다. 위험하면 날 부른다.]가루라는 꿈쩍도 안 했다.
‘미치겠네. 인공지능의 한계인가?’
깜둥이는 혀를 찼다. 인공지능이 도래하지 않은 위험을 앞당겨 걱정할 턱이 없다. 사서 걱정하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 깜둥이가 영아를 돌아보았다. 에피듐 유전자를 이어받은 계집아이는 헤카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유일한 인간이다.
“디망쉬 아저씨, 오빠가 힘들어?”
“응, 치킨이 밥값 해야 하는데 말을 안 들어.”
깜둥이가 모양 빠지게 어린 계집애에게 고자질했다. 인간화가 극치로 진행된 후유증이다.
“왕눈이? 어디 있어요?”
영아에게 가루라는 눈이 커다란 새끼오리일 뿐이다.
“호수에서 잠자고 있을 거야.”
깜둥이가 요아 호수를 가리켰다.
“오빠가 잠만 자면 소가 된다고 했는데…….”
영아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았다. 귀여운 왕눈이가 소로 변하면 큰일이다.
“그러니까 얼른 불러봐. 힘센 치킨이 오빠를 도와줘야지.”
깜둥이가 꼬드겼다.
“알았어요.”
영아가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왕눈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마음을 실어서 보내야 했다. 동물은 각인이라 불리는 뇌파 진동수를 맞추면 소통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 가루라와 접속하려면 메모리 된 정신체 음문이 일치해야 한다.
[왕눈아, 뭐해?] [응? 꼬마 인간!]웅- 정수리에 솟은 뿔이 반짝 빛났다. 엄마 외에 유일하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어린 인간 여자다. 호수 바닥이 꿈틀하자 황금빛이 좍 번졌다. 유영하던 물고기 떼가 화들짝 흩어졌다.
요아 호수는 맑은 물에 불구하고 흔한 수서곤충 한 마리 서식하지 않는 죽음의 호수였다. 호숫물을 마신 유목민과 짐승이 죽고, 메마른 대기가 실어나른 죽음의 가스가 원주민들을 쫓아냈다. 원인은 호수 바닥에 쌓인 이산화황이었다.
재수 좋은 놈은 엎어져도 돈을 줍는다고 했다. 생체로봇 가루라는 해충 퇴치기인 동시에 트리튬과 독극물을 에너지로 삼는 공기 정화기다. 호수 바닥에 수천만 년 동안 쌓인 황화수소와 이산화황을 몽땅 흡수했다.
독극물인 황화합물이 사라진 요아 호수에 물고기와 수서 생물이 하루가 멀다고 늘어났다. 가루라가 호수에 침좌한 지 두 달 만에 죽음의 호수는 생명의 호수가 되었다. 뚜바이부르파 미러클은그렇게 계속되었다.
[내 이름은 꼬마 인간이 아니라 영아야. 영아!] [알았다. 왜 불렀어?] [오빠가 밥값 하래.]인공 지능이 꼬마 여자아이가 말한 오빠 심상과 메모리 된 엄마 영상의 대조 분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간식이 떨어져서 심심하던 참이다.
[내가 간다!]부우욱- 호수 표면이 공처럼 솟았다. 쿠르르- 수면이 쪼개지며 황금빛 광채가 솟구쳤다. 가루라가 호수 상공을 한 바퀴 돌았다. 보름달을 배경으로 활공하는 거대한 황금색 UMA 비주얼은 압권이었다.
“우와! 왕눈이 멋있다.”
영아가 팔짝팔짝 뛰었다.
“우와와!”
“뚜바이부르파 님의 신조다.”
“뚜바이부르파 님을 찬양하라.”
밤낚시를 즐기던 강태공들과 아베크족이 열광했다. 콰우우- 거창한 용음과 함께 번쩍하는 순간 전장 200m 거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노바토피아는 전설이 살아있는 땅이었다.
“세상이 시끄러워지겠네.”
진순이 중얼거렸다. 그녀는 짚은다리에서 리어카 끌던 악바리 소녀가 아니었다. 격변하는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노바토피아 왕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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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맘바는 야시경과 GPS에 의존해서 캄캄한 정글을 일직선으로 주파했다. 키둠비에서 응판와자까지 직선거리로 650km, 해발 2,000m 내외의 고지와 바닥 없는 함몰지가 이어진다. 가시덩굴과 빽빽한 관목이 발을 잡고, 예고 없이 나타나는 늪과 가파른 절벽이 체력을 뭉텅뭉텅 깎아 먹었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는 야안도 자제해야 했다.
투투투투- 밤하늘이 우렁우렁 울렸다. 동쪽 하늘에서 환한 불빛이 날아왔다. 로터 소리만 듣고도 MH-6과 AH-6 리틀버드 편대임을 알 수 있었다. 리틀버드는 한국에서도 대량 운용하는 500MD 개량형이다. 수송형이 MH-6, 공격형이 AH-6이다.
“저놈 때문이군.”
까마득한 상공을 맴도는 징글징글한 잠자리가 시야에 잡혔다. 짜증이 났지만, 고도 4,000m를 맴도는 블랙 아이를 처리할 수단이 없었다. 그는 발사라가 광선검이자 광선포임을 꿈에도 몰랐다.
리틀버드 하부 좌우에 거치 된 ALU-68D/A7 튜브 로켓 포드가 선명히 보일 즈음, 북서쪽에서 요란한 로터 소리가 울렸다. 뒤통수에 우스꽝스러운 부스터를 단 가젤 다섯 대가 등장했다. 적막한 이투리 정글 상공이 졸지에 떼거리로 몰려든 헬기로 북적거렸다.
500m 상공에서 가젤 다섯 대와 리틀버드 네 대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가젤과 리틀버드는 기동성이 좋은 경공격 헬기다. 가젤이 밀어붙이면 리틀버드가 물러나고 리틀버드가 세게 나오면 가젤이 물러났다. 양측은 편대 진형을 유지해서 서로 들이받을 듯이 빙글빙글 돌았다.
“허이구, 쌍으로 지랄을 떠는구마!”
어이가 없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이끌고 왜놈 안택선과 당파 싸움을 했다지만, 헬기 편대 당파 싸움은 듣도 보도 못했다.
‘보니파스가 보냈군!’
암호 통신을 받고 손 놓고 있을 보니파스가 아니다. 카리카로 비행하던 가젤이 몰려드는 리틀버드를 막으려고 나섰다. 나토 동맹국끼리 때리고 부수기엔 부담이 크기에 직접적인 충돌을 회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투투투- 리틀버드 편대가 동쪽 하늘에 또 등장했다. 5:4가 5:8로 변했다. 쪽수에 밀린 가젤이 허둥지둥했다. 블랙맘바가 눈살을 찌푸렸다. 가젤이 회항하거나 격추당하면 선우현과 즐루가 곤란해진다.
“어떻게 되겠지.”
드라구노프를 조립했다. 평소 사용하지 않는 열 발들이 탄창을 삽입했다. 리틀버드가 경공격기지만, 드라구노프로 잡을 수 있을 만큼 방어력이 허접하지는 않다. 연료통, 엔진 등 취약 부위는 티타늄 합금판으로 방호되고, 텅스텐 복합재 메인 로터와 이중 강화유리 캐노피도 총탄엔 뚫리지 않는다. 오히려 알루미늄 복합재 세미모노콕 구조의 외판이 취약 부위다.
철컥- 일반 7.62mm 탄보다 두 배는 무거운 총탄이 약실에 밀려들어 갔다. 열 발들이 탄창에 삽탄된 총탄은 특수 제작한 열화우라늄탄이었다.
거리 570m, 타켓팅은 파일럿 좌석 하부의 외판 이음새 리벳이다. 블랙맘바는 열화우라늄탄의 관통력에 기대를 걸었다.
텅텅텅- 시뻘건 빛줄기가 밤하늘을 가로질렀다. 쓰리텝 초탄이 조종석 아래쪽 리벳 이음새를 박살 냈다. 이탄 삼탄이 찢어진 철판 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갓급 스나이퍼 블랙맘바만이 가능한 신기가 펼쳐졌다.
이탄이 조종 콘솔을 박살 내고 로터 시스템 하부 연료 노즐을 끊었다. 삼탄이 파일럿 턱을 뚫고 들어가서 정수리로 튀어나왔다.
파일럿의 영혼은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육체를 떠났다. 파일럿의 상체가 덜컥 엎어지며 조종석 왼쪽의 컬렉티브(collective, 상승/하강 조종간. cyclic은 이동방향 조종간. 각종 화기 발사 트리거는 사이클릭 상부에 부착된다.)를 눌렀다. 연료 공급이 중단되자 로터 시스템과 엔진 구동축이 자동 분리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로터 블레이드 피치각이 감소한 리틀버드가 지상으로 내리박혔다. 조종사 이마가 컬렉티브 상부에 부착된 비프 스위치(beeper. switch, RPM조정기)를 눌렀다.
우와왕- RPM이 급격히 올라간 리틀버드가 무서운 속도로 내리꽂혔다. 콰쾅- 지면에 충돌한 리틀버드가 폭발했다. 상황이 종료되기까지 격발 후 채 5초도 지나지 않았다.
투투투투- 와아앙- 식겁한 헬기 12대가 어지러이 고도를 높였다. AH-6 다섯 대가 날렵하게 횡전해서 기수를 숙였다.
“이크!”
쉭- 블랙맘바가 엄폐물로 낙점해둔 거대한 바위틈으로 빨려 들어갔다. 콰콰콰콰- 시뻘건 불기둥 수십 줄기가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로켓 포드에 장착된 2.75인치 히드라 로켓이다. 바바바바- MH-6에 장착된 30mm 기관포가 가세했다.
쾅쾅쾅- 로켓탄 수십 발과 기관포 수백 발이 엄폐물을 두드렸다. 파편과 바위 조각이 자욱이 흩날렸다. 2.75인치 로켓포는 전차를 박살 낸다. 믿었던 바위도 가열찬 공격에 사정없이 쪼개지고 무너졌다.
“하이고, 점마들 열 받았구마.”
블랙맘바는 재차 저격할 엄두도 못 내고 바짝 엎드렸다. 고개를 내밀었다간 어육이 될 판이었다.
-베타, 즐루, 탱고 특별군사고문이다. 보호하라.
편대장 레이미 대위가 동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가 받은 명령은 특별군사고문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 제거였다. 위이잉- 공격형 가젤 4대가 급상승하고, 수송형 가젤이 기수를 카리카로 돌렸다.
신사협정이 깨졌다. 공격 시그널을 눈치챈 리틀버드 편대가 부챗살처럼 퍼졌다. 가젤이 선빵을 날렸다. 콰콰콰- 불줄기가 밤하늘을 갈랐다. 리틀버드가 놀란 기러기처럼 흩어졌다.
콰쾅- 재수 없이 로켓포를 얻어맞은 AH-6 한 대가 장렬히 폭발했다. 콰콰콰- 바바바- 악에 받친 리틀버드 편대가 불을 뿜었다. 불줄기가 맹렬히 허공을 가로질렀지만, 양측은 킬을 늘리지 못하고 치고받았다.
가젤과 리틀버드는 야간 사격 통제장치가 없다. 파일럿이 휴대용 야간 투시기에 의존해서 트리거를 눌러야 한다. 야간 투시기에 의존한 효력사가 쉬울 리 없다. 양측이 헛되이 탄약만 소비하고 소득 없이 꼬리를 물고 돌았다.
그 와중에도 편대를 이탈한 MH-6 두 대가 끈질기게 블랙맘바가 엄폐한 바위를 박살 냈다. 꽝꽝- 우두두- 집채만 한 바위가 농짝 크기로 줄었다.
‘이것들이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아나!’
다급해진 블랙맘바가 대공 사격 자세를 취했다.
우르릉- 대기가 출렁했다.
“억, 머꼬?”
충격파에 밀린 블랙맘바가 비틀했다.
콰르르-
거창한 울부짖음이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헬기 11대가 급기동하는 소음과 로켓 폭음이 괴성에 묻혔다. 시속 50,000km로 급가속한 가루라가 단 5분 만에 부냐키리 회랑에 도착했다.
뚜뚜뚜-
스카우터가 전장 데이터를 분석했다.
[해충 10마리, 제압 영역 5㎢, 랩 타입 0.5초. 지상 엄폐물 5초 후 소실, 엄마 위험도 55%, 광역 말살 모드 작동!]즈즈즈즈- 시퍼런 뇌전이 뿔 두 개를 오가며 양자장을 증폭했다. 2,000m 상공에서 시퍼런 번개가 번쩍였다.
“억! 점마가 와 왔노?”
블랙맘바가 입을 쩍 벌렸다. 슈퍼 그렌델인가 했는데 치킨이다.
푸확- 초고밀도 양자장이 빛의 속도로 확산했다. 지름 500m로 확산한 백색 기둥이 리틀버드 편대를 휩쓸었다. 푸스스스- 공역에 들어간 리틀버드 4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콰웅- 리틀버드를 날려버린 광선포가 정글 캐노피를 덮쳤다. 방원 1,000m 숲이 잿가루로 휘날리고 지면이 지진난 듯 울렁거렸다.
-으악! 저게 뭐야?
-이탈하라. 즉시 이탈하라
-오 마이갓!
-신이여! 불쌍한 어린양을 살려주소서
혼비백산한 리틀버드와 가젤의 통신이 빗발쳤다. 투투투투- 와아앙- 매를 만난 까투리가 따로 없었다. 살아남은 헬기가 부스터를 급가동했다.
가루라가 중력장을 가동해서 소리도 없이 고도를 700m로 낮추었다. 즈즈즈즈- 시퍼런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가루라 광선포 방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