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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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8
우웅- 핵융합로가 출력을 높였다. 수만 가닥의 뇌전이 두 개의 뿔을 오가며 공진공동을 가속했다. 상태밀도 반전된 매질이 백만 분의 일 초 만에 플라스마화 되었다.
초고온에 들뜨고 초고압에 짓눌린 공간이 어안렌즈처럼 일그러졌다. 바바바바- 일그러진 공간에 끌려들어 간 대전 입자가 하늘을 벌겋게 불태웠다.
“억! 저노무 자식!”
소 잡는 칼로 닭을, 아니 파리 잡자고 미사일을 쏘는 격이다. 식겁한 블랙맘바가 땅을 파고 들어갔다. 번쩍- 백열된 눈(반사경)이 폭장했다.
푸확- 빛 기둥이 지름 2,000m 공간을 휩쓸었다. 콰르르- 공간이 일그러지고 천지가 백색으로 덮였다. 가젤 편대와 지상 공격을 포기하고 급상승하던 리틀버드가 빛 기둥에 휩쓸렸다.
푸스스- 초고열의 핵 레이저가 헬기 여섯 대를 원자 단위로 분해했다. 기계도 인간도 번쩍하는 순간 지우개로 지운 듯 잿가루 한점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텅 빈 공간엔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오존이 오로라처럼 흩날렸다.
쿠쿠쿵- 헬기 여섯 대를 집어삼킨 광선포가 지상을 수평으로 강타했다. 핵 레이저는 화학 레이저와 달리 중력파를 동반한다. 콰콰콰콰- 섭씨 10만도 플라스마가 빛의 속도로 정글을 갈아붙이며 내달렸다.
꽝- 빛의 속도로 치달린 파멸 섬광이 해발 2.700m 아파푸라 산 9부 능선을 직격했다. 산봉우리가 폭죽 터지듯 터졌다. 화염과 쇄설물이 하늘을 뒤덮었다.
결과는 파멸적이었다. 숲이 훌렁 날아가고, 폭 2,000m, 깊이 200m, 길이 10km 계곡이 뻥 뚫렸다. 고열에 녹아내린 계곡 바닥과 양쪽 사면이 유리알처럼 반들거렸다. 훗날 치킨 회랑이라 불리는 왕복 500차선에 해당하는 고속도로 아닌 고속도로가 만들어졌다.
콰우우- 초속 200m 폭풍이 들이닥쳤다. 아름드리 거목이 뿌리뽑히고 바위가 휭휭 날았다. 블랙맘바가 엄폐했던 바위도 폭풍에 휩쓸려갔다. 쿠르르- 탄화된 쇄설물이 화산 터진 듯 솟구쳤다. 불장난치고는 어마어마한 불장난이었다.
“아이고, 내 저럴 줄 알았다.”
블랙맘바가 천근추로 몸을 고정하고 머리를 싸쥐었다. 가루라는 적아 구분이 없는 행성급 병기다. 말리고 어쩌고 할 틈도 없이 헬기 열 대가 증발하고, 정글은 쑥대밭이 되었다. 부냐키리 회랑 주변에 산재한 원주민 마을의 운명은 보나마나였다.
[엄마, 내가 왔다.]솨아아- 전장 200m 거체가 소리도 없이 착지했다.
[임마, 이기 머꼬?] [해충 박멸 완료!]가루라는 싸움에 이긴 수탉처럼 긴 목을 꼿꼿이 세우고 머리를 젖혔다. 대책 없는 치킨이었다.
[임마, 해충만 골라서 잡아야지 몽땅 쓸어버리면 어떡해!]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해충과 익충 식별 자료가 없다. 골라서 잡다간 날 샌다. 엄마는 내가 지킨다.]사고를 제대로 친 놈이 당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아이고, 내가 미친다 미쳐!”
블랙맘바가 가슴을 쳤다. 이래서 치킨을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었다.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다. 논리만 있을 뿐이다.
왕개미를 밟았는지 불개미를 밟았는지 신경 쓰는 인간은 없다. 가루라는 개미 무리를 밟고 지나가듯이 지원 나온 가젤 편대마저 지워버렸다. 뒤늦게 애도한들 무슨 소용인가! 어이없이 죽은 놈만 억울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왔어?] [숯덩이가 부탁했다.] [엉 깔래? 거짓말하면 기름에 튀긴다.]블랙맘바가 눈을 부릅떴다. 깜둥이와 치킨은 말하자면 견원지간이다. 깜둥이가 부탁한다고 들을 놈이 아니다.
[영아가 가라고 했다.]가루라가 슬그머니 눈길을 피했다.
“엥! 영아라고?”
블랙맘바는 해연이 놀랐다. 가루라는 동물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다. 애니멀 에스퍼 영아가 소통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사부 영감이 애를 이상하게 만든 거 아녀?’
부쩍 의심이 들었다. 사부는 팥으로 메주를 쑤고, 도라지를 산삼으로 만들고 남을 존재다.
“조또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고개를 흔들었다. 이왕 사고를 쳤는데 어쩌랴! 치킨을 상대로 공자 왈 맹자 왈 해봐야 소용없다.
[임마, 대가리 수그리!]블랙맘바가 지상을 박차고 뛰어올라 가루라 뿔 사이로 사라졌다. 부냐키리 회랑을 잿더미로 만든 원흉이 둥실 떠올랐다.
******
그린 캠프 전투 정보실 부속 공간,
라마르틴은 보름째 꼼짝하지 않고 명상에 잠겨있었다. 후웅- 중성미자가 물결처럼 라마르틴을 흔들고 지나갔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바포멧이 등장했다.
“흐흐흐, 예상대로군.”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시퍼런 빛 두 개가 번쩍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칩거한 이유는 불안정한 아바타 때문이기도 했지만, 비행 UMA가 등장한 과거 시간을 재구성하기 위해서였다.
라마르틴은 전시안의 주인이다. 전시안은 과거와 미래를 볼 수 있는 눈이다. 대우선사의 누진통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매개물이 있으면 과거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고 조건식이 충족되면 미래도 볼 수 있다.
그는 보름 동안 비디오테이프를 거꾸로 감듯이 비행 UMA 궤적을 추적했다. 엔네디 고원 화산 폭발, 일본 사꾸라만 지진과 하마오카 원자력 발전소 폭발, 노바토피아 전투를 복기한 결과 비행 UMA가 베테라 바포멧임을 확신했다.
바포멧은 기원에 따라 베테라(옛것)와 오르트미콘(외계인)으로 나누어진다. 베테라는 초고대 지성체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존재와 동 지성체가 창조한 인공 생명체를 말한다. 오르트미콘은 멀고 먼 외우주에서 지구에 도래한 지성체와 권속을 말한다.
베테라는 라마르틴 본인 외에 아득한 과거에 충돌한 땡중, 실종된 오셀롯, 블랙맘바가 있고, 비행 UMA가 추가되었다. 그 외에는 전부 짝퉁, 허접이다.
오르트미콘은 친구 니알라텝과 니알라텝의 권속인 라마수가 있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일루미나티 총사가 오르트미콘일 가능성이 크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
라마르틴이 가루라에 집착하는 이유는 라마수 때문이었다. 니알라텝이 정신동력으로 라마수를 부린다면 자신도 한 뿌리에서 유래된 인공 생명체 베테라 바포멧을 권속으로 부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둥- 신호가 왔다.
‘니알라텝인가?’
엄지를 관자놀이에 붙이고 손바닥을 안테나처럼 활짝 펼쳤다.
-내 오랜 친구여, 중력파가 확실한가?
예상대로 오랑니키 계곡에 칩거 중인 니알라텝의 사념파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나타났네.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잡아야지. 부냐키리 회랑에 잠복한 베리에르와 오에일렛을 움직일 생각이네.
상급 슈퍼 그렌델 베리에르에 이식한 유전자는 라마르틴 본인의 유전자만이 아니다. 외우주의 혹독한 환경에도 버티는 라마수 유전자를 추가했다. 이기지는 못해도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짝퉁이 원판을 당할 수 있겠나? 라마수를 보낼까?
베리에르가 강하지만 바포멧은 전설이다.
-참게. 예전에도 폭주한 라마수가 망할 놈의 땡중을 불러들였네. 본좌가 동조하겠네.
-그렇다면 해볼 만하지. 휴먼 바포멧의 종적은 찾았나?
-이해할 수 없지만, 비행 바포멧과 동일한 지역에 있네.
-놈을 주의하게. 나이트 건트가 당했네.
-걱정하지 말게. 조직원들이 잘 대응하고 있네.
딸깍- 스위치가 저절로 움직였다. 어둠이 화악 몰려나갔다. 고목 같은 손이 전화기를 들었다.
“휴이, 베리에르와 오에일렛을 깨워라.”
-넵, 그랜드마스터님의 명을 받습니다.
딸깍- 공간이 어둠에 휩싸였다.
“흐흐흐, 나의 종이여, 나의 힘이여 어서 오라.”
어둠 속에서 괴소가 흘렀다.
******
고오오- 고도를 높이던 가루라가 멈칫했다. 뚜뚜뚜- 스카우터가 고속으로 접근하는 생물체를 감지했다.
[비행형 해충 둘, 전투력 150,000MF와 30,000MF, 40km 전방에서 접근 중.]“엄청나게 크네.”
가루라가 제공한 4차원 공간에 들어가면 감각 기관을 공유하게 된다. 전면에 스크린을 펼친 듯 초고속으로 접근하는 비행 물체가 투영되었다. 맥킨리가 말했던 비행형 슈퍼 그렌델이다.
외형이 신화에 등장하는 가고일을 닮은 놈은 체장 300m에 꼬리 길이가 100m에 달했다. 박쥐 형상인 놈은 가루라와 비슷한 크기였다. 그렌델은 눈 깜박할 순간에 5km 전방에 쇄도했다.
“더럽게 못생겼네.”
외형도 흉측하지만, 번들거리는 거대한 눈깔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루라가 입맛을 다셨다. 수치가 높은 해충은 맛도 좋다. 바닷가에서 잡아먹은 놈은 1,000MF에 불과했다. 150,000MF인 놈을 먹으면 능력치도 올릴 수 있다.
[전투력을 먼저 확인하고 먹어.] [얻어맞고 기분 좋은 놈 없는데…….]즈즈즈- 플라스마 방어막이 동체를 감쌌다. 가고일을 닮은 슈퍼 그렌델 베리에르가 선빵을 날렸다. 대형 불도저 삽날 열 개를 합친 크기의 앞발이 음속 10배의 속도로 맞부딪혔다. 베리에르의 특기인 케비테이션이다.
빠앙- 250dB 쇼크 웨비브가 가루라를 강타했다. 지이잉- 공간이 물결처럼 흔들렸다. 콰르르- 음파 공격에 이어 섭씨 3,000도로 가열된 공기 덩어리가 마하 3의 속도로 가루라를 직격했다. 쭈웅- 플라즈마 방어막 밀도가 높아졌다.
콰앙- 공기 덩어리가 터졌다. 초고열과 압력파를 덮어쓴 가루라가 쭈욱 밀렸다. 콰콰콰콰- 충격파에 휩쓸린 지상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암벽이 무너지고 수목 수만 그루가 뿌리째 뽑히고 꺾어졌다.
카우우- 박쥐형 오에일렛이 수영장 크기의 입을 쩍 벌렸다. 부우욱- 강산성 가스 기둥이 쭉 뻗었다. 푸확- 방어 플라스마와 접촉한 가스 기둥이 증기 폭발했다. 검붉은 가스 구름이 폭장하고 가루라가 불덩이로 변했다.
“엇 뜨거워!”
연속 공격에 방어막이 옅어지고 마이크로래티스 외피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콕핏 공간이 오븐처럼 달아올랐다.
[엄마 보호모드 작동]쏴아아- 냉기가 회오리쳤다. 오븐이 냉동실로 변했다.
“대단하군. 가고일이 상급 슈퍼 그렌델 베리에르, 박쥐가 중급 그렌델 오에일렛인가? 터틀, 옥토퍼스, 써펀드가 하급이라더니 비교 불가구먼.”
블랙맘바가 촌평을 마쳤다. 키메라도 저 정도면 비대칭 전력의 극치다. 전투기 수십 대를 동원해도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다. 대타를 벌이면 만만치 않게 고전할 것 같았다.
스팟- 베리에르가 스크린에서 사라졌다. 꽝- 몽통 박치기를 당한 가루라가 쭉 밀렸다. 텔레포트 능력까지 있는 놈이다. 슈악- 오에일렛이 달려들어 머리를 움켜잡고 비틀었다. 까드득 까드득- 헤드록에 걸린 마이크로래티스 외피가 쇠 갈리는 소음을 냈다.
베리에르가 꼬리를 휘둘렀다. 꽝꽝꽝- 100m에 달하는 꼬리가 불타는 가루라를 사정없이 두드렸다. 오에일렛에 머리를 잡힌 가루라는 피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얻어맞았다.
빠앙- 베리에르가 근거리에서 케비테이션을 발사했다. 콰앙- 불꽃이 폭죽 터지듯 반경 5km 하늘을 뒤덮었다. 가루라가 집어 던지듯 튕겨 나갔다.
“어이쿠!”
콕핏(?)에 들어앉은 블랙맘바가 비명을 질렀다.
[엄마, 성질난다. 계속 맞아야 해?] [니 맘대로 하세요.]전투력을 대충 확인했다. 세상에 지옥으로 만들고 남을 괴수다. 반드시 지워야 할 악물이고, 악물을 만든 프리메이슨도 지워야 할 놈이다.
[바비큐가 생고기보다 맛있었거든.]짜자작- 일억 볼트 초고압 전류가 거머리처럼 눌어붙은 오에일렛을 강타했다. 쿠엑- 괴성이 밤하늘을 흔들었다. 반숙된 거대 박쥐가 튕겨 나갔다. 눈알이 뒤집히고 탄화된 비늘이 후두두 떨어졌다.
[헉, 오에일렛!]응판와자 지하 공간에서 비명이 터졌다. 라마르틴 아바타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잘나간다 했더니 역시 무리였다. 슈퍼 그렌델과 동조하면 전투력을 올릴 수 있지만, 충격도 고스란히 받는 핸디캡이 있다.
[깨어나랏!]엄지를 관자놀이에 대고 암흑기를 휘돌렸다.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추락하던 오에일렛이 눈을 번쩍 떴다. 피시시- 탄화된 조직이 시간을 거스른 듯 본래의 형상을 찾았다. 슈우우- 오에일렛이 상승했다.
[공격력은 별론데 맷집은 좋네.]즈즈즈- 세 번째 뿔이 백열했다. 카우우- 가루라가 입을 쩍 벌렸다. 번쩍이는 번개 고리가 줄줄이 쏟아져 나갔다. 급상승하던 오에일렛이 거미줄에 걸린 듯 덜컥 정지했다. 비이잉- 수백 수천의 번개 고리가 몸통을 감싸고 빙글빙글 돌았다. 께엑 께엑- 오에일렛이 몸부림쳤다.
[머꼬?] [반중력 썬더 웹! 샘플을 산채로 보관하는 스킬이다.]가루라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놀랍군!]해충 퇴치기다운 스킬이었다. 신이 있다면 가루라를 창조한 콘크레투스가 신이다. 치킨이 재차 각성하면 어떤 형태로 변할지 은근히 겁났다.
가루라가 휙 고도를 높였다. 빠앙- 충격파가 공간을 휩쓸고 지나갔다.
[보자 보자 하니까 저놈이 보자기로 아네.]푸확- 가루라가 입자가속포를 발사했다. 베리에르가 동그랗게 몸을 말았다. 쾅- 불꽃이 폭죽처럼 튀고, 거체가 공처럼 튕겨 나갔다. 가고일은 박쥐와 달리 방어력이 만만치 않았다.
쉬이익- 가루라가 급가속했다. 쓩- 무지막지한 발톱이 대가리를 찍었다. 베리에르도 마주 발톱을 휘둘렀다. 라마수 스케일도 만만치 않았다. 발톱이 플라스마 자장을 뚫고 가루라 발톱과 엉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