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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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9
몸길이가 항공모함에 버금가는 비행 괴수 두 마리가 발톱을 움켜잡고 음속으로 휘돌았다. 4,000m 상공에 토네이도가 몰아치고 소닉붐이 터졌다.
가루라가 압도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몸통을 찢어발기고 구멍을 뚫었다. 스케일이 우수수 떨어지고 시퍼런 체액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베리에르 맷집과 재생력은 사기적이었다. 손상된 조직을 실시간으로 복구하고 역공했다. 까드득 까드득- 발톱과 부리가 플라스마 역장을 뚫고 외피를 맹렬히 찍고 긁었다.
콰루루- 키에엑- 쾅- 뿌악- 발톱으로 찍고, 부리로 물어뜯고, 전형적인 맹금류 육탄전이 벌어졌다.
[엄마, 고기를 다지면 연해진다고 했지?]꽝꽝꽝- 꼬리로 복날 개 패듯이 베리에르를 두드렸다.
[인마, 복날은 멀었어. 빨리 끝내지 못해!]참다못한 블랙맘바가 버럭 했다. 가루라는 손맛을 즐겼지만, 졸지에 초음속 놀이기구를 탄 블랙맘바는 귀가 먹먹해지고 어질어질했다.
[튀겨서 먹을까?]우웅- 핵융합로가 출력을 높였다. 즈즈즈- 시퍼런 번개가 꼬리를 타고 흘렀다. 이억 볼트 전압이 걸린 꼬리가 베리에르 목을 휘릭 감았다. 짜자작- 초고압 전류가 거대한 몸통을 튀겼다. 키에엑- 단말마 괴성이 터졌다.
탄소와 산소를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는 고압 전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눈이 허옇게 뒤집힌 베리에르가 물먹은 솜처럼 풀어졌다.
두웅- 가루라가 중력장을 가동했다. 슈앙- 250톤 물체가 유성처럼 지면에 내리꽂혔다. 콰앙- 기반암이 화산 폭발하듯 터지고, 거체가 화강암에 푹 박혔다. 키아악- 베리에르가 몸부림쳤다. 단단한 화강암이 두부처럼 으스러졌다.
혹독한 외우주 환경에 적응한 오르트미콘 생체 조직은 다이아몬드보다 단단하고 리퀴드 메탈보다 인장력이 강했다. 음속 열 배 속도로 바위와 충돌했음에 불구하고 외형이 멀쩡했다.
두웅- 가루라가 거구를 밟고 중력장을 발동했다. 제곱 센티당 일천 톤의 중력이 베리에르를 짓눌렀다. 뿌직 뿌직- 무지막지한 압력에 몸통이 짜부라지고 기반암이 가라앉았다.
카우우- 저속 ELF가 전동 톱날처럼 가슴을 쩍 갈랐다. 거세게 맥동하는 에네르기 오르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루라가 흐뭇한 얼굴로 에네르기 오르간을 북 뜯어서 꿀꺽 삼켰다. 케엑- 발악하던 베리에르가 축 늘어졌다.
가루라가 핵융합로를 주 동력원, 이온 엔진을 보조 동력으로 쓰듯이 상급 슈퍼 그렌델은 에네르기 오르간이 주동력원이고, 생체 배터리가 보조 동력원이다. 에네르기 오르간을 잃은 베리에르는 연료 엔진이 망가진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인 셈이다.
가루라가 거대한 발톱으로 동체를 갈가리 찢었다. 순식간에 푸줏간 돼지처럼 발골된 생체조직이 꾸물꾸물 이어 붙었다. 가루라가 틈을 주지 않고 볶은 땅콩 주워 먹듯이 날름날름 삼켰다.
[끄윽!]걸쭉한 트림에 이어서 시커먼 연기가 피시시 뿜어졌다. 세상을 뒤집어엎고 남을 괴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바닥엔 질펀한 체액만 남았다.
[인간은 똑똑해. 고기를 굽고 두들기면 연해지는구나.]가루라가 도를 깨달은 돌중인 양 중얼거렸다.
“끔찍하군!”
블랙맘바가 머리를 설설 저었다. 작은 동산만 한 고깃덩이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작은놈은 안 먹어?] [아껴 먹어야지]푸확- 하이 레벨 ELF가 기반암에 깊은 공동을 뚫었다. 역장에 갇힌 오에일렛를 공동에 처넣고 레이저로 바위를 녹여 봉했다.
[도시락이거든. 끄끄끄!]가루라가 인간처럼 낄낄 웃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배부르면 너그러워진다. 인공지능도 다르지 않았다.
“가증스러운 녀석!”
블랙맘바가 진저리를 쳤다. 오 자매와 영아 앞에서 귀여움을 떨던 왕눈이의 진면목은 괴수를 잡아먹는 진짜 괴수, 피도 눈물도 없는 파멸 병기였다.
[가자! 오파츠를 찾아야지.] [날벌레 두 마리가 남았다.]가루라가 고도를 5,000m로 높였다. 키상가니 방향으로 비행 중인 가젤과 루웬조리로 향하는 리틀버드가 시야에 잡혔다. 가젤은 보나 마나 킨샤샤를 포기하고 가까운 키상가니로 향하는 선우현이다. 리틀버드에 탑승한 놈은 베리에르와 오에일렛 컨트롤러일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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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라마르틴은 에네르기 오르간이 뽑히는 순간, 동조를 끊었다. 싱크로율이 높은 만큼 충격도 컸다. 본체가 타격을 입을 수준은 아니지만, 아바타에 축적된 암흑기 일부가 소실되었다.
전대 베테라의 비의(秘意)가 틀리지 않았다. 원판 바포멧의 위용은 명불허전이었다. 베테라와 오르트미콘의 합작품에 자신의 힘을 보탰지만, 조족지혈이었다. 바포멧이 강한 만큼이나 욕심도 커졌다. 라마르틴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포멧의 지능망 접속을 시도했다.
[오라 오라! 자식이여, 내게로 오라!]암흑 사념파가 인공지능 신경망을 파고들었다. 라마르틴은 쾌재를 불렀다. 익숙한 통로를 찾아가듯 사념파가 먹혀들었다. 역시 비행 UMA는 자신과 뿌리가 같은 베테라 인공 생명체였다.
[엄마, 기분이 나쁘다.] [흐흐흐, 불량 식품을 먹어서 그래.]블랙맘바가 실실 웃었다. 콘크레투스 과학력은 대단했다.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대단한가!
[부른다. 기분은 좋지 않은데 익숙하다.]가루라가 루웬조리로 방향을 바꾸었다. 엄마는 포근하고 편안한데 부르는 소리는 억세고 강압적이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소멸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임마, 맘바사로 가야지.] [어! 내가 왜 이러지?]가루라가 맘바사로 방향을 바꾸었다.
[오라, 내게로 오라!]익숙한 소리가 다시 불렀다. 가루라가 루웬조리로 방향을 틀었다.
[치킨, 정신 안 차릴래. 약 묵었나?] [헉, 내가 왜 이래! 진짜 못 먹을 걸 먹었나?]가루라가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했다. 중추 신경은 엄마 말을 들어야 한다고 지령을 내렸지만, 신경망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스카우터 전원을 차단해도 기분 나쁜 명령이 머릿속을 왕왕 울렸다.
가루라가 블랙맘바와 절대적인 종속관계임에 불구하고 혼란에 빠진 이유는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 때문이었다.
양자 얽힘은 과거에 상호 작용했던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들이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 현상이다. 특정 입자의 위치, 운동량, 스핀 변화가 과거 종속 관계에 있던 입자 상태를 결정한다.
양자 얽힘은 섭동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종속적으로 정보가 전달된다. 헤카는 콘크레투스의 노예였다. 콘크레투스 유전자를 이어받은 라마르틴은 암흑기 유동을 통해서 가루라 신경망과 섭동했다.
가루라 인공지능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무한 루프를 도는 현상을 굳이 설명하자면 새 주인을 찾은 애완견이 옛 주인을 만나서 혼란을 겪는 현상이다. 가루라가 블랙맘바의 카오스 포스에 종속되지 않았다면 주인을 물어뜯는 개가 되었을 것이다.
캬우우- 가루라가 총 맞은 오리처럼 추락했다. 쿵- 거구가 볼썽사납게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신호전달 루프가 꼬이자 중추 신경이 신체 통제력을 잃었다.
행성급 병기로서 모양 빠지는 장면이지만, 원래 파멸은 외부 요인보다 내부 요인에 기인하는 바 크다. 코끼리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고, 제국도 매국노 몇 놈의 분탕질에 망하는 법이다.
‘헉, 해킹인가?’
블랙맘바는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았다. 양자 인공지능은 현대의 조악한 컴퓨터와 차원이 다르지만, 기본 베이스가 컴퓨터임은 다르지 않다. 아니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 능력이 있는 만큼 주파수 동조를 통해서 중앙처리장치에 접근할 수 있다. 인간의 뇌도 특정한 조건이 성립하면 본래 기억을 지우고 가짜 기억을 심을 수 있다. 자신도 최도식에게 세뇌당하지 않았던가.
[치킨, 정신 차려!]두웅- 뇌파에 실린 공진파가 신경망을 흔들었다. 카오스 포스가 신경망을 장악한 암흑기를 밀어냈다. 들뜬 종속 인자가 제자리를 찾았다.
[어! 사라졌다.]가루라가 자세를 제어했다. 신경망을 장악하고 끈질기게 중추 신경으로 접근하던 소리가 사라졌다.
“커억!”
오랑니키 계곡의 라마르틴 본체가 피를 뿜었다. 충격을 받은 아바타가 흐릿해졌다.
“빌어먹을!”
아바타가 이를 갈았다. 신경망을 거의 장악했는데 접속이 뚝 끊어졌다. 대물을 걸어 올렸는데 뜰채를 받치려는 순간에 낚싯줄이 끊어진 셈이다.
‘생각 이상으로 강한 놈이군. 왜 접속이 끊어졌을까?’
라마르틴은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종속자가 고등 생물일수록 의지가 강할수록 첫 접속이 어렵다. 종속자가 인간이든, 프레데터든 기계든 첫 접속만 이루어지면 두뇌 장악은 오히려 쉽다.
“강력한 자아를 성취한 놈이군.”
라마르틴이 결론을 내렸다. 바포멧의 인공지능은 자체 정화 능력을 보유할 정도로 진화했다. 땡중의 사손인 블랙맘바가 가루라에 탑승해 있음을 알지 못하는 그로서는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바포멧을 얻으려면 자아를 약화해야 하고, 방법은 두들기는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바포멧의 중추 신경이 약화할 수준의 타격을 가하려면 상당한 출혈이 따른다는 점이었다.
라마수를 소환하기엔 땡중의 존재가 걸렸다. 지난 삼백 년간 흔적을 찾지 못했지만, 소멸했다고 판단하기엔 너무나 거대한 존재였다.
‘보물을 얻으려면 대가를 치러야지.’
바포멧의 가치는 어떤 희생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땡중의 후예로 짐작되는 블랙맘바를 잡고, 바포멧을 타격하려면 무리해서라도 인간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라마르틴이 각오를 다지고 전화기를 들었다. 포스 데미지로 인해 텔레파시를 발동하기도 힘들었다.
“데이비스, 데프콘 원과 게헨나를 발동한다.”
-헉, 항모 타격대는 이해됩니다만, 51구역 프레데터와 원자포를 동원하면 조직의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데이비스, 언제부터 내 지시에 토를 달았나?”
라마르틴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죄 죄송합니다. 타격 대상은 블랙맘바입니까?
“블랙맘바와 비행 바포멧이다.”
바포멧의 가치는 어떤 희생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이고, 숙적이 될 씨앗도 뿌리 뽑아야 했다.
-포인트를 알려주십시오.
“제 일 타격 포인트는 루웬조리 서쪽 단층 계곡의 알렉산드라(Alexandra) 피크 서사면이다. 제이 타격 포인트는 블랙맘바 진행 경로를 분석해서 위치를 잡아라. 놈의 목적지는 캠프다. 여의치 못하면 캠프를 타격해도 좋다.”
-에이태킴스와 M65 야포를 준비하겠습니다.
“시간이 없다. 7 섹터 메카닉 혼터도 즉시 이송하라.”
-알겠습니다. 거룩한 영혼을 위하여!
라마르틴도 데이비스도 캠프에 거주하는 수천 명의 군인과 민간인 희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은 프리메이슨이다. 블랙맘바를 잡고 오파츠를 회수할 수 있다면 그쯤의 희생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라마르틴이 제 일 타격 포인트를 알렉산드라(Alexandra) 피크 서사면으로 지정한 이유는 자아가 성장한 바포멧 때문이었다. 상처 입은 맹수는 사나워진다.
잔뜩 화난 바포멧이 암흑기를 추적해서 루웬조리로 날아올 게 뻔했다. 프레데터를 동원해서 놈을 묶어놓고 핵폭탄으로 두드려 잡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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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문제없나?] [문제없다.] [사고 치지 말고 동쪽 날파리 잡아라!]푸확- 입자가속포가 공간을 가로질렀다. 입자가속포는 속도가 느리지만 추적 기능이 있다. 펑- 100km 밖을 비행하던 리틀버드가 폭발했다. 괴수 대전에 식겁한 프레데터 컨트롤러 휴이 중령이 목숨을 연장한 시간은 겨우 20분에 불과했다.
‘문제는 없는데……. 라마르틴이란 놈인가?’
가루라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찝찝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세상의 이면엔 상상도 못 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1억5천만 년 전의 망령이 설치고 항공모함을 때려 부수고 남을 괴수가 설치는 세상이다. 부처와 예수가 길거리에서 주먹질해도 놀라지 않을 상황이다.
[치킨, 어디로 가려고 했지?] [높고 험악한 산맥 깊숙이 들어간 계곡이다.]스크린이 펼쳐지고 빨간 점이 찍혔다. 루웬조리 산맥 깊숙한 지점이다. 마틸다가 말하려고 했던 라마르틴의 은거지일 가능성이 컸다.
[엄마, 치킨 기분 나쁘고 쪽팔린다. 씹어먹고 싶다.]치킨의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자신이 예전에 느꼈던 분노다. 신체를 강탈당할 뻔했으니 화가 날 만했다.
“흐흐흐, 감히 내 새끼를 가로채려 했다. 이거지.”
키우는 애완견을 때려도 원수지간이 되는데 하물며 가루라는 몇 년간 알을 품고 다닌 자식 같은 존재다. 이빨이 절로 갈렸다. 나뭇가지는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자꾸 흔들었다.
[일단 뒤통수를 때려주자고.]맘바사를 중심으로 위도 30° 경도 30° 격자를 그렸다.
[고도 20,000m 위로 날파리가 몇 마리 있나?] [머리 바로 위에 한 마리, 고도 23,000m~25,900m에 세 마리, 고도 300km~1,120km에 이백오십 마리, 35,000km 이상 높이에 열두 마리 있다. 죽은 날파리와 부스러기는 구천이백개 있다.]“군사위성이 그렇게 많아?”
생각도 못 해본 숫자였다. 머리 바로 위에 있는 놈은 블랙 아이, 중고도를 비행하는 놈은 드레곤 레이디(U2)와 블랙버드다. 고도 300km~1,120km를 공전하는 놈은 대부분 군사위성이다. 통신위성, 기상위성 등은 대부분 정지궤도인 36,000km 높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