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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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15
마이어가 계기판 좌측 PAPI를 노려보며 활주로에 접근했다. 적색 램프 세 개, 백색 램프 한 개가 깜박거렸다. 활주로 접근 고도가 30m 낮다는 경고 표시다.
“젠장, 시계가 엉망이군!”
마이어는 기수를 돌려서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ope, 활강로) 진입 각을 재조정했다. 콰아아- DC-10이 활주로에 재진입했다. 터엉- 랜딩 충격이 기체를 흔들었다.
“베리 굿! 엑셀런트!”
마이어가 두 팔을 번쩍 들고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경력 15년이면 발이 느끼는 감각만으로 매끄러운 착륙 여부를 알 수 있다. 짙은 안개에 불구하고 최고의 착륙 솜씨를 선보인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유도로 녹색 램프가 주르륵 켜졌다. 기이잉- 기체가 방향을 바꾸어 유도로를 따라갔다. 램프가 아프리카 원주민 노파 이빨처럼 듬성듬성했지만, 너그럽게 지나쳤다. 완전하고 깔끔하면 군바리 비행장이 아니다. 구웅- 기체가 출렁하고 보딩 브릿지에서 멈추었다.
“지저스! 신경이 닳아빠지겠네.”
마이어는 심호흡하고 잔뜩 굳은 어깨를 두드렸다. DC-10 조종간을 잡은 지 오 년이 지났지만, 이착륙할 때면 피가 마르고 똥구멍이 간질거렸다. 마이어가 잔뜩 긴장할만한 이유가 있었다.
멕도넬더글러스사의 트라이젯(삼발 제트항공기) DC-10은 개발 초기부터 깨금발을 뛰었다. 록히드사의 트라이스타(L1011)에 뒤진 멕도넬더글러스는 군용 엔진을 민수용으로 스위칭해서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
서두르면 마가 낀다. 경영진과 개발팀은 개발과정에서 노출된 결함을 무시했고, 화물 도어와 꼬리 날개 불안정으로 인해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1974년 터키항공의 DC-10이 파리에서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터졌다.
추락 원인은 화물 도어 유압 시스템 설계 오류였다. 이 사고로 DC-10은 플라잉 코핀(하늘을 나는 관)이란 불명예스러운 별칭을 얻었고, 맥도넬더글러스사는 보잉에 합병되었다.
칼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흉기도 되고 식도도 된다. 보잉사는 DC-10을 화물기로 개조하는 신의 한 수를 발휘해서 돈을 벌었다. 마이어의 기체도 루프트한자의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기체다.
콘티넨털은 사고기를 헐값에 사들여서 아프리카 노선과 아시아 노선에 투입했다. 플라잉 코핀이란 별명에다 전과 있는 기체를 조종하는 마이어는 이착륙 때마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마이어는 서둘러서 레스터 룸으로 향했다. 눈은 모래가 들어간 듯 딸딸 개고, 머리는 테킬라를 스트레이트로 마신 듯 몽롱했다. 살인적인 비행 일정을 소화하려면 당장 수면을 취해야했다.
우르르- 지면이 흔들렸다.
“또 불꽃놀이냐? 빌어먹을 군바리 새끼들!”
마이어가 욕설을 뱉으며 북쪽을 쳐다보았다. 유카 비행장 50km 북쪽에 핵실험장 Nevada Test Site가 있다. 핵실험 지원 도시인 머큐리를 포함한 3,500㎢가 죽음의 땅이다.
먹물 같은 어둠이 아니라면 하늘로 솟구치는 버섯구름이 보일지도 몰랐다. 네바다는 고액의 위험수당에 불구하고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은 재수 없는 땅이었다.
미국은 1945년부터 1,258회 핵폭발 실험을 강행했다. 마셜군도, 비키니 섬, 크리스마스 섬에서 126회 버섯구름을 만들었고, Nevada Test Site에서 1,132회 임계 폭발 시험을 했다. 그중에 85회는 지상 핵실험이었다.
미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타국의 핵 개발을 방해했지만, 정작 본인은 거침없었다. 국제 깡패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뿐이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국가든 힘 있는 놈이 장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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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넘은 시간, 짙은 안개가 유카 비행장을 덮었다. 안개에 휘감긴 나트륨 등, 뿌연 안갯속으로 사라진 회색 활주로, 보조 활주로에 블레이드를 늘어뜨린 헬기가 몽환적 풍경을 연출했다.
안개가 후르르 밀려났다. 배낭을 멘 장신의 남자가 허깨비처럼 활주로에 나타났다. 활주로와 주기장을 감시하는 경비대와 군견 순찰조는 바로 앞을 지나가는 남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불청객은 분위기 따위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서비스 에리어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목재 컨테이너 무더기를 훌쩍 뛰어넘어서 주기장에 들어섰다.
블랙맘바가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프런에 계류된 우람한 덩치의 DC-10이 눈에 들어왔다. 헬기를 탈취해서 라스베이거스 공항으로 향하는 수고를 덜었다.
“콘티넨털 그레인 컴퍼니!”
블랙맘바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항공기 동체와 꼬리 날개에 붙은 원형 로고는 사래 긴 경작지를 그려 넣은 콘티넨털 엠블렘이었다.
콘티넨털은 와킬 컴퍼니와 박터지게 싸우는 메이저 곡물 회사다. 메이저 곡물 회사가 전부 악질이지만, 그중에도 몬산토와 콘티넨털이 최악이었다. 옴부티는 콘티넨털이라면 이를 갈았다.
콘티넨털은 최근에 아프리카에 개량 카사바 묘목을 팔아서 떼돈을 벌었다. 에티오피아에서 발병한 위도우 브룸(잎이 빗자루처럼 돌돌 말리는 바이러스병)이 카사바를 결딴냈고, 콘티넨털은 기다렸다는 듯이 위도우 브롬 내성 묘목을 열 배 가격에 팔아먹었다.
위도우 브룸은 수단, 케냐, 콩고로 번져갔다. 콘티넨털이 위도우 브롬을 살포한 범인이라는 루머가 파다했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
“크크크! 어째 만나는 놈마다 악당이지?”
웃음이 나왔다. 콘티넨탈은 무지를 이용하고 부패를 교묘히 조장해서 아프리카를 수탈했다. 한국의 쌀 개방 압박 배후도 콘티넨탈이다. DC-10이 콘티넨탈 재산이라면 조금도 미안하지 않았다.
비닐 포장을 찢고 목제 컨테이너를 뜯어냈다. 진한 과일 향이 훅 풍겼다. 이투리 정글에서 질리도록 먹은 구아바 박스와 옴팔로카르폼 박스가 가득했다. 키상가니 공항이나 킨두 공항에서 이륙했다는 소리다.
적재 대기 중인 컨테이너 포장 비닐을 뜯어냈다. 매캐한 강중유 냄새가 풍겼다. 속박스 못을 뽑아내고 뚜껑을 들어냈다. 흑광이 번들거리는 MAG 중기관총 총신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이것 봐라!’
적재 대기 중인 화물은 100톤에 가까웠다. DC-10은 아프리카에서 싣고 온 과일을 하역하고 대량의 무기를 어디론가 배달할 참이었다.
공군 수송기와 함정을 동원하지 않고 민간 화물기를 전세 냈을 때는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소리다. 두웅- 공간지각력을 풀었다.
미약하지만 흉포한 생기 20개가 잡혔다. 볼 것도 없이 가사 상태의 그렌델이다. 어쩐지 지나치게 크고 긴 박스가 있더라니, DC-10이 유카 비행장에 기착한 진짜 목적은 무기 수송이 아니라 그렌델 수송이었다.
‘목적지가 어디지?’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목이었다. 그렌델은 인간 기준에서 끔찍한 마물일뿐, 별로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당할 만큼 당한 프리메이슨이 가루라와 자신을 상대하겠다고 그렌델을 동원하는 삽질을 할 리 없다.
“에이 몰라! 어차피 폐기할 물건인데.”
비행 중에 없애버리면 그만이다. 기관총 박스 4개를 들어내자 몸을 눕힐 공간이 만들어졌다. 공진파로 소리 없이 구덩이를 파내고, 들어낸 박스를 묻었다.
컹- 순찰견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죽일까 하다가 살기를 슬쩍 흘렸다. 낑- 세퍼트가 꼬리를 말았다. 블랙맘바가 피식 웃고 박스로 들어갔다. 나무 뚜껑이 휙 날아와서 덮였다. 뽑아놓은 못이 주르륵 박혔다. 약간의 수고를 하면 불필요한 살생을 피할 수 있다.
“설마 플라잉 코핀이 떨어지기야 하겠어.”
무신경한 한마디를 남기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 하늘을 나는 관속에 들어갈 나무 박스에 들어가서 누웠으니 이중 관에 들어간 셈이다.
새벽 3시,
위잉- 전동지게차 모터음이 들렸다. 텅- 텅- 박스를 시저스 리프터에 올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화물 적재가 시작되었다. 박스가 번쩍 들렸다. 시저스 리프트에 올려진 박스가 화물창으로 주르륵 미끄러져 들어갔다.
“젠장, 살다 보니 하이재킹도 해보네. 은퇴촌 할배들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구먼. 이노무 자식이 진짜로 목성에 갔나.”
치킨이 아쉬웠지만, 없는 치킨을 아쉬워해 봐야 소용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워야 한다. 다시 잠을 청했다. 신체는 쉴 수 있을 때 충분히 쉬어야 필요할 때 제대로 써먹을 수 있다.
“근데 좀 춥겠어.
대류권은 고도 100m 상승 시 기온이 1℃ 떨어진다. 10,000m 상공은 대략 –50℃~–70℃다. 항온 장치와 여압장치가 있어도 만만치 않은 추위와 0.2기압을 견뎌야 한다. 육체적인 문제는 없지만, 물 밖으로 끌려 올라와 냉동고에 들어가는 물고기 꼴이 썩 내키지 않았다.
“여어 맥, 지랄 맞은 새벽이야.”
푸짐한 뱃살의 유대계 미국인 마이어가 하품을 쩍쩍하며 콕핏에 올랐다. 슬리핑 케이지에서 눈을 잠깐 감았을 뿐인데 화물 적재가 끝났다. 사표를 집어 던지고 따뜻한 담요 속으로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써, 이해합니다.”
유카에서 합류한 부조종사 맥과이어가 비시시 웃었다. 저 기분을 자신도 잘 안다. 네바다에 오느니 차라리 지구를 두세 바퀴 비행하고 만다.
마이어가 사세보와 가지안테프 비행 플랜을 입력하고 45항목 상태 점검을 마쳤다. 맥과이어가 열심히 복창했다. 늘 하는 일이지만 절대로 생략할 수 없는 비행 절차다.
위이잉- 터보팬이 맹렬히 공기를 흡입했다. 쿠르릉- 플라잉 코핀이 시속 300km로 활주로를 질주했다. 충분한 양력을 얻은 쇳덩어리가 둥실 떠올랐다.
기체는 9분 후 35,000피트 상공에서 평형을 잡았다. 마이어는 조종간에서 손을 떼고 자동항법으로 전환했다. 일단 비행고도에 올라서면 조종사는 한가해진다.
삐드득- 화물창에 적재된 기관총 박스 뚜껑이 벌어졌다. 허락받지 않은 탑승객이 슬그머니 나왔다.
“사람은 바로 맛이 가겠군.”
숨이 턱 막히고 냉동고에 들어간 듯 하얀 입김이 나왔다. 콰직- 억수갑이 화물칸 격벽을 종잇장 뜯어내듯이 찢었다. 블랙맘바가 뱀처럼 매끄럽게 구멍을 빠져나갔다.
“오, 일등석!”
지옥같은 화물창을 빠져나오자 천국이 나타났다. 널찍한 좌석 여섯 개가 놓인 공간은 압력과 온도가 정상이었다. 이코노미석과 비즈니스석을 화물창으로 개조하고 일등석 공간을 분할했다. 짐도 싣고 필요할 때는 VIP를 모시는 용도다.
낙하산 컨테이너를 챙겨서 이 층 조종석과 연결된 트랩을 올라갔다. 조종석 차폐문 유리창을 들여다보았다.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한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손잡이를 돌렸다. 역시 굳게 잠겨 있었다. 염력으로 걸쇠를 벗겼지만, 도어가 완강히 버텼다. 아예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더럽게 소심한 놈이네!’
문을 부수면 비행 내내 쾌적함을 포기해야 한다. 문득 창문을 약품으로 녹이고 숙소에 침입한 뻘건 망토가 생각났다. 백 팩을 뒤져서 HF 혼합물 스프레이를 찾았다.
치이익- 치이익- 강화유리가 주르륵 녹아내렸다. 역시 물건은 챙겨놓으면 쓰일 때가 있다. 창으로 손을 밀어 넣어 원시적인 시건장치를 우둑 뜯어냈다.
“어 어 어!”
맥과이어의 눈이 커졌다. 굳은 성대가 묘한 신음을 뱉었다.
“왜 그러나? 헉!”
마이어가 45년 인생에서 최고 빠른 속도로 손을 뻗었다. 항로표시기 선반에 보관된 베레타를 집어 들었다.
“죽고 사는 건 본인 하기 나름이다.”
“마 말도 안 돼.”
마이어가 멍하니 불청객을 쳐다보았다. 손이 허전했다. 자신의 손에 있어야 할 베레타가 왜 불청객의 손에 있단 말인가? 시각이 전하는 정보를 뇌가 분석하지 못했다.
“누 누구?”
맥과이어가 입을 헤 벌리고 멀거니 쳐다보았다. 백 년 전에 만들어진 통조림에서 싱싱한 꽁치가 튀어나오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인 상황이었다.
“죽고 싫지 않으면 손들어야지?”
친구에게 술 권하듯 다정한 목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물론 내용은 전혀 다정하지 않았다. 맥과이어는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고참은 이미 팔을 들고 있었다.
‘하이재킹? 어떻게?’
뒤늦게 마이어의 뇌가 연산을 시작했다.
“이름?”
“피터 마이어!”
“아민 맥과이어!”
대답이 총알처럼 튀어나왔다. 믿을 수 없지만, 테러범은 유령이거나 비슷한 존재였다. 반항이란 단어는 떠오르지도 않았다.
“아내와 자식이 있나?”
“있다!”
마이어가 잽싸게 대답했다. 맥과이어는 우물쭈물했다.
“없군. 다행이다.”
마이어는 서늘한 어조에 소름이 쭉 끼쳤다. 다행이란 말이 이토록 무섭게 들릴 줄은 몰랐다.
“마이어, 어설픈 거짓말을 하거나 내가 원치 않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아.”
“다 당신은 누구요?”
“바로 그런 질문이 내가 원치 않는 행동이다. 1mm 깊이로 20mm만 잘랐다.”
‘무슨 소리야?’
왼쪽 가슴이 따끔했다.
‘헉!’
마이어가 얼어붙었다. 심장 부위의 비행복이 열십자로 찢어지고 피가 배어 나왔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나는 이곳에 있고, 당신은 항로를 재입력해야 한다. 현재 목적지는?”
“사세보 해군기지를 경유해서 하타이 공항으로 갑니다.”
마이어의 말투가 급 공손해졌다.
“사세보? 7함대 기항지 사세보 말인가?”
예상치 못한 지명이 튀어나왔다.
“그렇습니다. 일본 해군 기지에 보급품을 내려주고 터키로 날아갑니다.”
‘가소롭고 비열한 것들!’
프리메이슨이든 CIA든 속내가 빤히 보였다. 사세보는 자위대 해군 기지 중에 제주도와 제일 가까운 기지다.
네바다 핵 실험장. 서울 면적 6배로 구멍은 핵 분화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