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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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16
미치광이 대동아공영 환상은 대정익찬회 같은 극우주의 집단만의 아젠다가 아니다. 일본 지도층과 상류층의 유전자엔 욱일승천기의 향수와 한반도가 일본 식민지라는 인식이 뿌리 깊이 박혀있다.
나가사키 평화공원을 보라. 본인들의 과오는 단 한 줄도 없다. 억울하게 당했다는 볼멘소리만 난무한다. 일본은 트랜스 폭주 기관차, 일본인은 요룬바를 흡입한 승객이다.
일본인은 아시아인을 지배 대상으로 본다. 독도 분쟁은 한국 재침의 빌미일 뿐이다. 전쟁이 아닌 교섭을 통해서 영토분쟁을 해결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힘이 없으면 교섭도 없다. 살아남으려면 비굴하게 다른 늑대를 끌어들이든지 일격을 가할 힘을 길러야 한다.
해상자위대 사세보 기지에서 서귀포는 285km, 독도는 532km에 불과하다. 그렌델을 애써 수송할 필요도 없다. 컨트롤 칩에 위치 정보를 전송해서 풀어놓으면 쓰시마 해류와 동한 난류를 타고 제주도든 독도든 거뜬히 상륙할 수 있다.
그렌델의 내구성과 전투력은 3세대 전차 M1 에이브럼스를 능가하고, 기동성과 생존성은 바퀴벌레를 능가한다. 연근해에서 난장을 치고 인구 밀집 지역에 난입하면 속수무책이다.
개인 간의 우정은 영원할 수 있어도 국가 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 그렌델은 내각조사실과 CIA 특수공작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일본은 지진과 화산이 없는 안정된 땅을 얻고, 미국은 골칫거리인 블랙맘바를 흔들 수 있다.
하타이로 배달되는 무기도 마찬가지다. 하타이는 터키가 실효지배하지만, 역사적으로 시리아 땅이다. CIA 주특기가 분쟁지역에 끼어들기다. 루만 작전 당시에는 아사드를 돕더니 이번에는 수니파 무슬림형제단을 부추겨서 시아파 아사드를 엿먹이려는 작전이다. 그쪽 동네는 지지든 볶든 알 바 아니지만, 그렌델은 나 몰라라 할 건수가 아니었다.
“마이어, 사세보를 거쳐서 콩고 맘바사로 간다. 여의치 못하면 키상가니에 착륙하라.”
“그러죠.”
마이어가 항로를 수정하며 엄지발가락으로 슬그머니 비상신호 버튼을 더듬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하이재킹 정보가 NTSB(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에 접수된다.
“마이어, 의족보다는 본인의 발이 좋지 않을까?”
쉭- 바람이 뺨을 스쳐 갔다. 식겁한 마이어가 왼쪽 볼을 더듬었다.
“헉!”
뺨이 면도한 듯 매끈했다. 그가 자랑하는 구레나룻 절반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발목을 자르려다 자비를 베풀었다.”
마이어가 얼결에 발을 내려다보았다.
“히끅!”
구두코가 잘려나갔다. 엄지발가락 끝에서 피가 몽실몽실 솟았다. 마이어는 바짝 얼어붙었다. 테러범이 아니라 악령이다. 잔머리를 굴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마이어, 비행 중에 화물칸 도어를 개방할 수 있나?”
“헉!”
마이어와 맥과이어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대답 여부에 따라 생사가 걸려있는 질문이다. 고고도 비행 중에 화물칸 도어가 열리면 터키항공 981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여객기 화물칸 도어는 안쪽으로 열리도록 설계한다. 비행 중에 도어 이상이 발생하더라도 실내 여압이 도어를 바깥으로 밀어붙여서 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DC-10의 화물칸 도어가 상식과 달리 바깥쪽으로 열리도록 설계된 이유는 도어가 잡아먹는 공간을 줄여서 화물 적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터키항공 981편은 화물칸 힌지 텐션이 부족한 상태로 이륙했고, 고고도에 오르자 내외부의 기압 차로 인해 화물칸 도어가 바깥으로 열렸다. 참사는 기압 차와 화물이 쏟아져 나가는 충격으로 객실 바닥이 뜯겨 나가면서 시작되었다.
동체에 구멍이 뚫리고 운항 시스템이 망가진 여객기는 시속 800km 속력으로 파리 교외의 에메노빌 숲에 추락했다. 탑승객 346명은 갈가리 찢어졌다. 추락지점에서 시체조각 20,000개 이상이 수거되었을 만큼 참혹한 사고였다.
콘티넨털은 나는 관짝의 객실을 화물창으로 개조할때 의도적으로 도어를 손보지 않았다. 도어가 안쪽으로 열리면 화물 적재 공간이 420㎥나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걱정하지 마라. 나도 에메노빌 추락 사고를 알고 있다.”
블랙맘바는 애꿎은 조종사를 희생양으로 삼을 만큼 무도한 인간이 아니다. 마이어와 맥과이어의 굳은 얼굴이 살짝 풀렸다.
“고도 5,000피트 이하에서 개방하면 별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만…….”
마이어가 말꼬리를 흐렸다. 무지막지한 인간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발목이 아니라 목이 댕강 날아간다.
“좋아, 가고시마 상공에 접근하면 알려라.”
“넵!”
“알겠습니다.”
마이어와 맥과이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종사가 구태여 두 명이 있을 필요는 없겠지.”
온화한 목소리에 실린 끔찍한 내용은 얼룩말 패러독스였다. 얼룩말을 죽이는 것은 사자가 아니라 같은 얼룩말이다. 동료보다 한발만 더 빨리 도망치면 뒤처진 놈이 죽는다는 논리다.
블랙맘바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조종사 둘은 마주 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허튼짓하지 말자는 신호였다. 상대는 단순한 테러범이 아니라 점잖은 악령이었다. 악령을 자극해서 잡아먹힐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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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가고시마 상공입니다.”
맥과이어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불렀다. 자신은 흉내도 못 낼 이상한 자세로 13시간 동안 미동도 않는 인간이 새삼 끔찍했다.
“속도유지! 사세보항 상공에서 고도를 5,000피트 이하로 떨어뜨리고 화물칸 도어를 개방하라.”
“넵!”
조종실을 나서던 블랙맘바가 힐끗 돌아보았다.
“일격을 가할 의지와 능력이 없으면 함부로 무기를 들지 말도록!”
베레타를 던져주고 휭 사라졌다. 두 사람은 불청객이 사라진 도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후우~ 이젠 살았습니다.”
맥과이어가 목을 어루만졌다. 힐끗 돌아볼 때 자신의 목이 댕강 잘리는 환상을 보았다.
“아직 아니야. 돌아온다.”
마이어가 낙하산 컨테이너를 눈짓했다.
“헐! 왜요? 목적이 뭘까요?”
“화물이겠지. 유카 비행장은 그룸 레이크 기지 보조 비행장이다. 51구역의 화물이 평범할 리 없다.”
“구조를 요청할까요?”
“턱도 없는 소리. 그가 돌아오면 우리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 줄 아나?”
마이어가 고개를 흔들었다.
“설마요?”
“오래 살고 싶으면 설레발 치지 마라. 왜 베레타를 돌려주었을까?”
“그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맥과이어가 뜨악한 표정으로 마이어를 쳐다보았다.
“그는 인간이 아니야. 집게 턱이 작은 개미든 큰 개미든 밟히면 죽게 마련이다.”
“인간이 아니면 51구역에서 탈출한 외계인이란 말입니까?”
“그럴지도……. 그는 자네와 나를 죽이지 않으려고 수차례 번거로움을 감수했다. 사십이 넘으면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 그는 시시한 테러범이 아니다. 나는 세상을 누르는 왕의 위엄과 너그러움을 보았다.”
마이어가 사라진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가슴과 발가락 자상이 쓰라렸다.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졌나?’
“맥과이어, 눈뜨면 하늘을 날고 땅에 발이 닿으면 잠자는 일상이 지겹지 않나?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 루틴 한 생활이 지겹지 않으면 한국인이나 일본인이죠. 그들은 주당 80시간을 일한다고 들었습니다.”
“흐흐흐! 바로 그거야. 백 년도 못사는 인생인데 개미처럼 일만 하다가 뒈지면 얼마나 비참한가? 나는 지금 즐거워서 미치겠네. 그가 무슨 일을 벌이는지 끝까지 가보자고.”
마이어가 흰창 많은 눈을 희번덕거렸다.
“화물에 문제가 생기면 뒷감당을 어쩌려고요?”
맥과이어가 슬그머니 거리를 벌렸다. 아무래도 살짝 맛이 간 상태로 보였다.
“흐흐흐, 자네와 내가 플라잉 코핀(하늘을 나는 관)을 운행 중이란 사실을 잊었나? 화물창 도어가 말썽을 부리는 DC-10이란 말이다.”
마이어가 낄낄 웃었다. 화물 변상은 콘티넨털 몫이다. 도어가 이상 개방되었다고 우기면 어쩔 것인가.
“나는 모르겠습니다. 사수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요.”
맥과이어가 손을 들었다.
******
목제 컨테이너를 해체하자 회백색 티타늄 관이 나타났다. 콰직- 잠금장치를 뜯어내고 뚜껑을 열었다. 푸르죽죽한 액체 속에 체장 5m 그렌델이 죽은 듯이 늘어져 있었다.
‘으윽!’
블랙맘바가 코를 싸쥐었다. 경험하지 못한 끔찍한 악취가 코를 쥐어박았다.
“젠장, 손대기 싫은데.”
손바닥을 그렌델의 머리에 붙이고 공간지각력을 발동했다.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사이에 자리 잡은 칩이 심상 스크린에 떠올랐다. 칩에서 뻗어나온 파 뿌리 같은 전선이 대뇌, 소뇌, 척수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공진파를 밀어 넣어 칩 내부를 더듬었다. 반도체와 전자회로에 대해서는 기초 지식도 없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되겠지.”
빠직- 공진파가 칩을 박살 냈다. 쿠오오- 악어 비스무리한 놈이 눈을 번쩍 뜨고 미친 듯이 몸부림쳤다. 빠각- 빠가각- 예리한 발톱에 걸린 티타늄 관이 쭉쭉 찢어졌다. 그오오- 쿵- 악어형 그렌델이 긴 비명을 남기고 털썩 무너졌다. 두 번째 놈도 칩을 박살 내자 날뛰다가 죽어버렸다.
“이건 아니네.”
고민스러웠다. 그렌델을 죽일 거면 벌써 죽였다. 그는 왼쪽 뺨을 맞으면 양쪽 싸다구를 날려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돌려주는 정직한 인간이다. 그렌델이 사세보 자위대 기지와 미군 기지를 박살 내는 장면을 꼭 보고 싶었다.
“그렇지. 심장이군!”
칩이 작동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마이크로 칩은 전기 청소기도 아니고 전기스토브도 아니다. 심장에서 발생하는 미세 전류로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
길이 10m짜리 제일 큰 박스를 뜯었다.
“이게 악어야 고지라야?”
외형은 악어를 닮았지만, 골반 형태는 용반류가 아니라 조반류였다. 조반류는 두 다리로 육지를 빠르게 뛸 수 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수륙양용 고지라 축소판이다.
띡- 심장과 연결된 전선이 끊어졌다. 그렌델이 눈을 번쩍 떴다. 쿠악- 다짜고짜 시뻘건 아가리를 쩍 벌리고 달려들었다. 화물기가 휘청할 만큼 힘이 좋았다.
“흉악한 놈일세!”
퍽퍽- 억수갑이 섬광처럼 양쪽 싸다구를 갈겼다. 케룩- 주둥이가 박살 난 고지라가 흉악한 눈을 굴렸다. 부서진 뼈가 붙고 찢어진 근육이 순식간에 봉합되었다. 그렌델의 재생력과 공격성은 언제봐도 경이적이었다.
“감히 도마뱀 새끼가 까불어. 찌그러져 있어!”
블랙맘바가 눈을 부릅떴다. 콰우-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유형화된 살기가 고지라를 직격했다.
케룩?!
파괴본능을 주체못하던 놈이 슬그머니 눈길을 피하고 화물 틈에 몸을 숨겼다.
“흐흐흐, 나는 찍기를 잘한단 말이야.”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칩을 뜯어내거나 박살 내면 뇌가 죽어버리지만, 전류를 차단하면 본래의 흉성이 살아났다.
블랙맘바는 남은 그렌델 17개체를 찾아서 자유를 주었다. 반항하는 놈은 뒈지게 얻어맞고 찌그러졌다. 작업을 마쳤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화물기가 고도를 낮추었다.
방풍 창밖으로 시퍼런 바다가 급격히 다가섰다. 사세보 내항에 접안한 구축함과 호위함이 눈에 들어왔다. 해상자위대 기지 옆에 거대한 강습 상륙함이 보이고, 우측 항만 부두에는 페리선 세척이 정박해 있었다.
미 7함대와 해상자위대 사세보 지방대, 페리선이 같은 항만을 사용했다. 북한을 주적으로 둔 한국에서는 보안상 불가능한 평화(?)적인 구도였다.
삥삥삥- 부저가 울렸다. 구우웅- 화물칸 도어가 바깥으로 활짝 열렸다.
“말을 잘 듣는 착한 녀석들이군.”
칭찬 아닌 칭찬을 던졌다. 도어를 박살 내면 항공기를 다시 수배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살기를 거두었다.
“자, 십팔놈들아 자유다!”
쿠아앙- 크르르- 숨을 죽이고 있던 그렌델 18마리가 튀어나왔다.
“얼래! 저것들이 뻥튀기 기계에 들어갔었나?”
그렌델이 그 짧은 시간에 한 둘레 커졌다. 제일 큰놈은 체장 15m에 몸통 지름이 3m에 달했다. 화물칸 도어를 간신히 빠져나갈 정도였다. 슈앙- 락샤샤가 풀려나왔다.
“십팔놈 몰러 나간다!”
윙윙윙- 손잡이를 짧게 잡고 사정없이 휘둘렀다. 짝- 짜악- 으직- 살이 뜯기고 뼈가 부러졌다. 쿵쿵쿵- 채찍에 몰린 그렌델이 후방 도어로 우르르 튀었다. 블랙맘바가 따라가며 사정없이 엉덩이를 걷어찼다.
쿠에엑- 크룩- 그렌델이 네이키드 강습 낙하를 시작했다. 18마리가 순식간에 바다로 떨어졌다. 그렌델은 반 불사 존재다. 바다 아니라 땅바닥에 떨어져도 끄떡없다. 포말이 육지를 향해 줄줄이 이어졌다.
“흐흐흐, 남의 눈물을 뽑기 좋아하다간 피를 뽑히게 되지. 십팔 놈 맛 좀 보더라고. 후기는 나중에 보도록 하지.”
냉소가 절반쯤 비어버린 화물칸을 울렸다. 흉성이 폭발한 괴수의 난동을 보고 싶었지만, 할 일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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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것이 뭡니까?”
후방을 주시하던 맥과이어가 눈을 부릅떴다. 마이어가 얼른 쌍안경을 집어 들었다. 우수수 입수하는 거대한 괴생물체가 렌즈를 채웠다. 수면에 떨어진 괴생물체는 곧바로 육지를 향했다.
“죽이네. 죽여!”
마이어의 표정이 액션 만화영화를 보는 아이처럼 잔뜩 들떴다. 거대한 괴생명체 수십 마리가 파도를 가르는 스펙타클한 장면에 정수리가 찌릿찌릿했다. 육지에서 벌어질 난장판을 상상하자 호흡이 가빠졌다.
‘변태!’
맥과이어가 입을 삐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