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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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9
“깨비텐이 교대하라고 했다.”
에밀은 깨비텐 핑계를 댔다. 걱정되어서 왔다란 말을 하기엔 낯이 간지러웠다.
“그냥 쉬어도 돼. 이런 날씨엔 야시경도 소용없다. 너는 적이 발밑까지 다가서도 모른다.”
바람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시계가 좋지 못했다. 천지가 밀가루 같은 모래 입자에 뒤덮였다. 달빛마저 부옇게 흐려졌다.
“그렇긴 하지만 블랙도 쉬어야지.”
“걱정해 줘서 고맙군. 파트너가 좋긴 좋아. 잠깐!”
블랙맘바가 지면에 엎드려 귀를 땅에 붙였다.
“에밀, 놈들이다. 엔진 소리가 크다. 전에 본 깡통이다.”
“거리는?”
“글쎄, 약 7km? 10km?”
“망할 놈들, 부르지도 않았는데 왜 자꾸 찾아오는 거야.”
“여자가 섞여있던 캐러밴이 문제였어.”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의심할 바 없는 아랍계 원주민이지만 옴부티와 인사를 나눌 때 혈류가 빨라지고 기가 흔들렸다. 깨비텐이 말리지 않았으면 바로 사살했을 것이다.
“젠장, 깨비텐이 그 순간에 미쳤나 봐. 나중에 때려 주라고. 일단 보고를 해야겠어.”
에밀이 캠프로 달려갔다.
숙영지가 프라이팬에 오른 빙어처럼 푸드득거렸다. 용병들은 순식간에 무장을 갖추고 각자 정해진 위치로 내 달렸다. 죽음의 압박을 받으면 빙어나 사람이나 몸부림치기는 마찬가지다. 빙어는 프라이팬에서, 용병은 사막에서.
-블랙, 깨비텐이다. 거리 확인되나?
-약 7km전방, 숫자는~ 많다.
-젠장, 바람 때문에 시계가 확보되지 않아.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바람은 곧 잠잠해 진다.
-장쒼, 박격포 조명탄 준비.
-옛썰.
-블랙 3km접근시 이탈하라. 후방을 경계하라.
-옛썰.
-에밀은 블랙맘바를 엄호하라.
-옛썰.
-모리스, 크레모아 격발후 기관총을 잡아라.
-옛썰.
깨비텐이 팀원들에게 일일이 임무를 숙지시켰다. 자신의 실수로 적을 불러들였다는 자책감에 신경이 잔뜩 곤두섰다.
“어럽쇼, 저것들은 뭐야?”
황갈색 간두라를 입은 일단의 무리가 숙영지인 에라 엑디니(Erra Ekadini)로 접근했다. 주변과 동화능력, 빠른 몸놀림, 얼디 하마르 후방으로 기습 침투했던 놈들과 같은 부류다.
“선발 정찰대군.”
드라구노프를 겨냥하던 블랙맘바가 총을 내려놓았다.
-블랙이다. 선발 정찰대 12명 접근중.
통신을 받은 깨비텐은 순간적으로 머리를 돌렸다.
-흘려보내자.
-동의한다. 내가 감시하겠다.
-롸저
블랙맘바는 깨비텐의 의도를 읽었다. 어차피 한 판 할 거면 본대를 지뢰지대로 끌어들여야 유리하다. 선발대를 죽여서 경각심을 줄 필요가 없었다.
“블랙, 놈들이 캠프에 접근하고 있다.
“냅둬. 어차피 놈들은 우리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 열심히 보라고 해. 돌아가서 동료들을 끌고 오겠지.”
에밀이 걱정했지만 블랙맘바는 태연했다. 날카로운 응안이 사구를 오르는 정찰조를 뒤쫓았다. 놈들이 은신중인 동료들을 발견할 가능성은 낮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다. 여차하면 사살해 버릴 작정이었다.
정찰조는 신중했다.
사구에서 캠프만 확인하고 도발 없이 발길을 돌렸다. 게릴라들이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에밀이 한숨을 쉬었다.
“휴우!”
에밀이 미니미 방아쇠울에서 손가락을 뗐다. 캠프에 샤트르가 누워있다. 블랙맘바를 믿지만 손에 땀이 날만큼 긴장했다.
“개떼처럼 몰려오겠지.”
“열렬히 환영해 줘야지.”
“난, 이놈과 블랙만 있으면 겁나는 게 없어.”
에밀이 미니미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렸다.
“언제는 못 믿겠다고 투덜거리두만.”
“어떤 놈이 그딴 소리를 한 거야.”
에밀이 짐짓 눈을 부라리며 사방을 돌아보았다.
“잠깐, 많이도 몰려왔군.”
-블랙이다. 3km전방, 적 진출. 허접이 장갑차가 세 대다.
대비하라.
-접수, 후방으로 빠져라.
-롸저.
“블랙, 장갑차가 세 대라며?”
“장쒼이 처리하겠지. 팬저 파우스트 한 방이면 깡통은 끝장이야. 장쒼은 박격포로 장갑차를 명중시킬 놈이야. 우리는 쥐새끼들이나 잡으러 가자고.”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들고 일어섰다.
“우이씨, 힘도 세면서 좀 들어주면 어디 덧나나.”
에밀이 무거운 탄통을 들고 투덜거렸다. 미니미 탄환은 200발들이 탄띠형태로 플라스틱 탄통에 수납된다. 무게는 3.5kg이다. 탄통 10개가 든 배낭은 40kg에 육박한다. 미니미 무게가 7.2kg다. 50kg를 들고 뛰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에밀이 투덜거릴 만 했다.
“약골 같으니!”
블랙맘바가 탄통 배낭을 휙 낚아채서는 순식간에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내 참, 오래 살다보니 약골이란 소리를 다 들어보네.”
신장 190cm, 체중90kg의 근육질인 에밀이다. 어디로 보나 약골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철컥- 탁탁-
에밀이 미니미의 탄창을 빼내고 탄띠를 걸었다. 독감을 떨친 그는 제법 기운이 넘쳤다.
“블랙, 이번에는 제발 칼 들고 피 묻히지 마라. 그러다 중독될라.”
“낮술에 취하면 아버지도 모른다는데 피에 취하면 친구도 모르려나. 에밀 목을 늘 깨끗이 씻어둬.”
“헉, 농담이라도 끔찍하다.”
“혹시 내가 정신이 나가서 널 죽이면 장례는 잘 치러줄게.”
에밀은 블랙맘바에게 목이 잘리고 머리가 박살난 게릴라 시체가 눈에 선했다. 절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죽더라도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헐, 친구라는 놈이 하는 소리하고는, 거지새끼들은 오려면 빨리 오던지, 졸려 미치겠다.”
역시 에밀은 강심장이었다. 전투가 임박한 판에 졸린다는 놈이 강심장인지 나사 빠진 놈인지 모호했다.
“왔다.”
“왔다구!”
에밀이 야시경을 썼지만 부유하는 먼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과학이 만능은 아니었다.
블랙맘바가 헤드셋을 열었다.
-전면 우측방 두시방향 적 출현, 거리 깨비텐 기준 이천 이백, 병력 약 이백.
-접수. 600미터까지 끌어 들인다.
-후방 일곱 시 방향 적 출현, 거리 삼천 삼백.
-접수. 블랙맘바가 처리하라.
-롸저
“블랙, 어떻게 거리까지 알 수 있나?”
“또 묻는 거냐? 일단 동굴 속에 육 개월간 갇혀야 돼. 식량은 센티피드야.”
“으음, 지네라, 지네를 먹으면 귀가 밝아지는군. 그 다음에는?”
“표범과 싸운다.”
“말도 안 돼. 그 다음에는?”
“죽기 직전까지 몽둥이로 맞아야 돼.”
“망할 놈,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
“진짠데!”
“됐어 임마, 가르쳐주기 싫으면 싫다고 해. 파트너라는 놈이 도대체 진실성이 없어.”
뻐벙-
에밀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뒤쪽에서 폭음이 울렸다. 박격포 소리다.
뒤이어 깡 깡거리는 드라구노프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블랙, 시작했다.”
화들짝 놀란 에밀이 소리쳤다.
“말 안 해도 알아. 이 새끼들은 잠도 안자나?”
“중박격포 소리인데 괜찮을까?”
에밀이 걱정스럽게 중얼거렸다.
펑- 펑- 펑- 콰등-
총성은 포성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오렌지색 불줄기가 어둠을 가르고 날아다녔다. 박격포와 RPG, 기관총을 동원한 난타전이 시작되었다.
마이크는 잔뜩 충혈된 눈으로 스코프를 들여다보았다.
거리는 700m,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쳤다.
새로운 파트너인 모리스는 크레모아와 RPG를 맡고 있다. 파트너인 자신이 폭탄 셔틀을 해야 하지만 블랙맘바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저격 위치를 잡았다.
깡- 스코프에 들어 온 녹색 형체가 풀썩 쓰러졌다.
700m장거리 저격은 타킷팅에 시간이 걸린다. 신중히 희생물을 스코프에 넣고 격발을 하려는 순간 표적이 빠져나갔다. 쉽지 않았다.
“젠장, 그놈이 괴물이었어.”
블랙맘바는 800m에서도 표적을 도미노처럼 쓸어버리는 놈이다. 인간은 싫지만 실력만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놈이다. 마이크는 돌출된 적부터 신중히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블랙맘바는 초조해졌다.
후방 침투 게릴라들이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침투조를 쓸어버리고 전방 지원을 가려던 계획이 비틀렸다.
“저 새끼들은 왜 저렇게 꾸물거려.”
안달이 난 에밀이 미니미를 잡았다. 블랙맘바가 에밀의 손을 눌렀다.
“기다려. 사거리 밖이야.”
미니미의 유효사거리는 800m다. 게릴라들은 1000m지점에서 포복 접근 중이었다. 제압은 가능하지만 사살은 어려운 거리다.
블랙맘바는 내심 혀를 찼다.
적 지휘관이 전력 분산을 위해 후방 침투조를 운영했다면 칭찬 할만 했다.
“일차 인계철선에 들어섰군.”
뻥- 뻥- 뻥-
블랙맘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뢰가 터지기 시작했다. 일차는 600m, 2차는 400m로 인계철선으로 잡았다.
“와아!”
게릴라들의 일제 돌격이 이어지고, 지뢰가 연달아 폭발했다.
“참내, 저놈들은 하나같이 독창성이 없어.”
긴장감 없는 에밀이 투덜거렸다.
전면에서 총소리와 폭발소리가 뒤섞여 난리가 아니었다. 블랙맘바는 깨비텐과 동료를 믿고 후방의 적을 기다렸다.
-조명탄 투발, 야시경 소등
장쒼의 통신에 용병들이 일제히 야시경 증폭기를 껐다.
전자관 대신 마이크로 채널을 도입한 AN/PVS-5는 광원을 2만 배로 증폭시킨다. 전원을 킨 상태에서 조명탄 빛을 받으면 시야를 잃을 뿐만 아니라 실명할 위험이 있다.
1960년대 개발된 1세대 야시경은 별빛에 의존한다고 해서 스타라이트 스코프(Starlight Scope)라고 불리기도 했다.
스타라이트 스코프는 적외선 야시경에 비해 소형화가 가능하고 값이 싸다. 반면에 주변에 광원이 없으면 성능이 뚝 떨어진다.
2세대 광증폭식 야시경은 전자를 가속시킬 뿐만 아니라 양을 늘려서 증폭한다. 덕분에 별이 없는 밤에도 안정적인 시야 확보가 가능해졌다. 스타라이트 스코프란 별칭을 벗어난 것이다.
씨우웅- 펑-
100만 캔들의 조명탄 불빛이 사막을 환히 밝혔다.
박격포 투발 조명탄은 70초간 지속된다.
주르륵 흘러가는 불빛아래 게릴라들이 개미떼처럼 밀려들었다.
아무드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올랐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지만 기껏해야 분대 병력이다. 아군은 265명이다. 란체스터 법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교가 안 되는 전력 차다.
다구리에 장사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수가 위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직속 부하는 후방으로 침투시킨 40명이 전부다. 돌격대는 전부 다른 군벌이 지원해준 병력이다. 전멸하더라도 놈들만 잡으면 하비브의 신임을 다시 찾게 된다.
지독한 라텔도 사자 앞발에 몇 대 얻어맞으면 쭉 뻗는다. 체급 차이가 크면 제 아무리 사나운 놈도 상대가 안 된다. 놈들이 사자라도 문제될게 없다. 하이에나 떼에게 둘러싸이면 수사자도 뼈밖에 남지 않는다.
“놈들은 소수다. 독전대는 밀어 붙여라.”
아무드가 자신만만하게 고함질렀다.
“많다.”
게릴라들의 돌격 루트를 확인한 깨비텐은 간단히 말했다.
블랙맘바가 200명이라 했으니 최소 200명이다. 그는 배후 침투조가 빨리 정리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BTR이 12.7mm중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3대가 동시에 쏟아 붓자 위력이 대단했다. 깨비텐이 은신한 바위가 퍽퍽 깨져 나갔다.
-부리머, 장쒼 BTR을 잡아라.
바위 쇄설물에 등을 얻어맞은 깨비텐이 고함을 질렀다. 지시할 필요도 없었다.
장쒼은 이미 탄두를 결합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루키가 아니었다. 생사를 오가는 수차례 전투를 거치면서 전장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노련한 전사가 되었다.
장쒼이 84mm무반동총을 어깨에 걸쳤다. 팬저파우스트는 개발된지 30년이 지났지만 두 차례 개량되었다. 그가 손에 든 놈은 1970년에 개량된 M2CG다.
주1)Lanchester’s laws : 전력상 차이가 있는 양자가 전투를 벌인다면, 원래 전력 차이의 제곱만큼 그 전력 격차가 더 커지게 된다는 이론.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인 란체스터가 1, 2차 세계대전의 공중전 결과를 분석해서 내놓은 이론이다. 무기가 사용되는 확률 전투에서 전투 당사자 간의 원래 전력 차이가 결국 전투의 승패는 물론이고, 그 전력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든다는 법칙이다. 예를 들어 A 10:B 5가 전투를 벌일 경우 A가 1의 손실을 볼 때 B는 2의 손실을 보게 되며 9:3이 된다. 다시 A가 1의 손실을 볼 때 B는 3의 손실을 본다. 결국 A는 8이 남고 B는 전멸한다. 전력이 약한 쪽이 급격히 세가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