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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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17
“오우 지저스! 괴물이 육지로 몰려간다. 원, 투, 쓰리, 포……. 에잇틴, 디펜스 라인을 향해 돌진!”
마이어가 쌍안경에 눈알을 박은 채 법석을 떨었다. 아메리칸 풋볼에 미친 그에게는 물밀 듯이 밀려가는 그렌델 18마리가 쿼터백을 앞세운 오펜스 라인으로 보였다. 그렌델이 얼마나 끔찍한 존재인지 모르는 그는 곧이어 벌어질 참상을 상상도 못 했다.
“마이어, 저것들은 뭡니까? 왜 화물칸에 실렸습니까?”
맥과이어가 버럭 했다. 할리우드 영화에나 등장할 끔찍한 괴물이 수십 마리다. 저런 것들이 화물칸에 실려있었다는 사실에 뒷골이 서늘했다. 군바리도 미쳤고 회사도 미쳤다.
“그렌델! 51구역에서 만든 더러운 생명체다.”
대답은 뒤쪽에서 들렸다.
“헉!”
“으악!”
블랙맘바가 허깨비처럼 조종실에 나타났다. 식겁한 조종사와 부조종사가 펄쩍 뛰었다.
“써, 도대체~”
“됐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화물칸 도어를 폐쇄하라. 고도를 높여서 선회하라.”
블랙맘바가 맥과이어의 말을 끊고 냉정히 지시했다.
“네? 넵!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DC-10이 고도 6,000피트에서 두 번째 선회할 즈음에 선두 그렌델이 부두에 접안한 구축함에 접근했다.
블랙맘바는 음울한 얼굴로 항만을 내려다보았다. 구축함은 물론이고 전면에 닻을 내린 고속정 편대도 재앙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평안했다.
해상자위대 사세보 지방대 소속 호위함(구축함)은 총 다섯 척이다. 부두에 정박 중인 127번 함 이소유키, 122번 함 하루유키, 132번 함 아사유키는 하츠유키급 자매 함으로 배수량 4,000톤 이상이다.
해상자위대 일개 지방대가 4,000톤급 신형 구축함을 세 대나 보유하고 있음에 반해 한국 해군은 태평양전쟁 당시에 활약한 썩어빠진 기어링급 2,500톤 구축함을 주력함으로 운용하고 있다.
현대전은 강인한 정신력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 해전과 공중전은 템빨이 딸리면 상대방을 보지도 못하고 궤멸한다. 해상자위대가 주력인 4개 호위대군을 빼고 5개 지방대만 동원해도 한국 해군은 처묵처묵 당하고 남는다.
위정자는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고 일격을 가할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국민은 미치광이 집단에 정신이 팔려서 칼을 갈고 창날을 벼리는 비열한 이웃을 잊어버렸다.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전력 차가 커진다는 점이다. 돈 많은 일본은 매년 일만 톤급 순양함과 3천 톤급 잠수함을 국숫발 뽑듯이 찍어내고 자체 기술력으로 이지스함 제작에 들어갔다. 머리맡에서 지랄 터는 미치광이 집단을 핑계로 육군에만 돈을 쏟아붓는 정부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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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고속정 키텐마, 기총수 일등해사(상등병) 이소로꾸는 선미 욱일승천기에 기대어 지퍼를 내렸다. 사방이 화장실인데 뭣 하러 귀찮게 선내 화장실까지 간단 말인가. 해조장(해군 상사)에게 걸려도 문제없다. 자위대 봉급을 받을 민간 회사는 널렸다.
“일주일이나 굶었네. 어디로 가지?”
이소로꾸가 한 손에 소프란도 가이드 북을 들고 다른 손으로 거시기를 털었다. 근무 시간이 한 시간 남았다. 소프란도(증기탕 비슷한 섹스숍)에 가기엔 지갑이 가볍고, 핑사로(구강 섹스숍)는 재수 없는 깜둥이 새끼들 때문에 내키지 않았다. 칸막이는 있으나 마나였다. 보지 않으려 해도 커다란 물건에 자꾸 눈길이 갔다.
이소로꾸는 군기 빠진 인간이 아니라 해상자위대 표준형 사병이었다. 일본은 전후 최대 호황기였다. 기업체마다 인력이 부족해서 난리인데 똑똑하고 스펙좋은 젊은이가 군복을 입을 리 만무했다. 자연히 덜떨어진 인간이 군복을 입었다.
육자대는 그나마 군기가 살아있었지만, 해자대는 군인이라기 보다 직장인에 가까웠다. 극우 늙은이들이 대화혼을 부르짖었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인은 징병제를 백안시했고, 젊은 층은 콧방귀를 뀌었다. 제국주의 일본도 시대의 흐름은 어쩌지 못했다.
“라이프 보트를 내리나?”
이소로꾸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소유키와 하마유키 선측에 매달린 물체가 라이프 보트로 보기엔 너무 작았다.
“저건 또 뭐야?”
항적 두 개가 일직선으로 고속정을 향해 달려왔다. 간혹 돌고래가 내항에 들어오지만, 속도가 너무 빨랐다.
“빠가야로, 니게로!(도망쳐!)”
CIC 상부 중기관총 사이트에서 고함이 들렸다. 동기 야마모도 일등해사였다.
“난다?(뭐야?)”
이소로꾸가 고개를 돌렸다. 투타타타-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12.7mm 탄환이 수면에 거품을 일으켰다. 쿠오오- 굉렬한 저주파 괴성이 터졌다. 푸확- 시커먼 덩치가 수면을 차고 올랐다. 광폭한 살기가 이글거리는 시뻘건 눈알이 들이닥쳤다.
“으악, 고지라!”
윙- 그렌델이 앞발을 휘둘렀다. 퍼억- 다리가 얼어붙은 이소로꾸의 머리가 폭죽처럼 터졌다. 사체가 통째로 거대한 아가리에 빨려 들어갔다. 빠직- 우드득-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아악, 이소로꾸!”
투타타타- 혼이 달아난 야마모도가 미친 듯이 트리거를 당겼다. 퍽퍽퍽- 탄자가 연속 꽂혔다. 우웍- 그렌델이 아랑곳하지 않고 전봇대 비슷한 대함 미사일 발사기를 잡았다. 콰드득- 발사기가 무 뽑히듯 뽑혔다.
그렌델이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꽝꽝꽝- 지름 300mm, 길이 6m 강철 튜브가 기관실 상부 구조물, 발전기, 주기 조종실, 레이더 돔을 박살 냈다. 쾅- 강철 튜브에 얻어맞은 디코이 발사기 마운트가 부러졌다. 300kg 쇳덩이가 야마모도를 덮쳤다.
“끅!”
야마모도는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고 압살당했다. 십팔놈의 최초 희생자는 사세보 지방대 왕따 산본(山本, 야마모도)과 오십육(五十六, 이소로꾸)이었다. 집안에서 태평양전쟁 영웅인 야마모도 이소로꾸 대장을 닮으라고 지어준 이름이 왕따의 빌미가 되었고, 비참한 최후까지 닮았다. 전쟁광을 영웅시하는 일본인다운 행태였다.
“으아악!”
“난다 난다?”
“고지라?”
휴게실에서 튀어나온 당직 해자대원 다섯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빠가야로! 쏴, 쏘란 말이다.”
당직 사령이 고함을 질렀다. 정작 삼등해위(소위) 본인의 손에도 무기가 없었다. 병사들이 우르르 휴게실로 뛰어들어갔다. 쿠악- 푸르죽죽한 액체가 철퍽하고 CIC와 휴게실을 덮었다. 희뿌연 가스가 확 퍼졌다.
“아악!”
“크아악!”
단말마가 터졌다. 액체를 덮어쓴 인간과 강철이 줄줄 녹아내렸다. 콰드득- 덩치가 큰 그렌델이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쿠르르- 해수가 선내로 밀려들었다.
미사일 고속정 선수가 번쩍 들리는가 하더니 선미부터 미끄러지듯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쿠워- 그렌델 두 마리가 먹잇감을 찾아서 페리 여객선 부두로 향했다.
그렌델은 대함 미사일과 오토브레다 함포를 비롯한 최신 장비를 갖춘 미사일 고속정을 단 2분 만에 발랐다. 강하고 약함은 상대적이다. 가루라의 한 끼 식사도 못되고 블랙맘바가 심심풀이로 두들기는 루저지만, 인간을 상대로는 자연재해가 따로 없었다.
“비열한 새끼들, 내 그럴 줄 알았다.”
블랙맘바도 내심 놀랐다. 한국 경제는 수출경제다. GNP 70%가 수출 산업에서 나온다. 그렌델이 연근해에서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몇 척을 해먹으면 한국은 곧바로 아프리카 빈국 수준으로 추락한다.
일본은 잔머리를 굴린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되었다. 십팔놈은 수륙양용이다. 남쪽 규슈에 상륙했지만, 바다와 육지를 넘나들며 혼슈, 시코쿠, 홋카이도까지 휩쓸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엄청난 위기를 모면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한숨이 나왔다.
“저것도 작살나겠구마!”
그렌델이 122번 함과 132번 함 홀수를 게떼처럼 기어올랐다. 현측 외판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는 놈, 스크루와 라다를 잡아 뜯고 기어들어가는 놈도 보였다.
그렌델의 무기는 음향 압력파와 발톱, 강산성 브레스다. 티타늄 합금이나 텅스텐-네오디뮴 합금이 아니고는 버티지 못한다.
쿠웅- 127번 함 하부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선미 기관실 하부를 뚫고 들어간 놈이 터빈 엔진이나 탄약고를 건드렸다. 쿠웅- 불꽃이 번쩍하고 127번 함이 들썩 튕겨 올랐다가 비스듬히 기울었다.
콰장창- 선미 포트에 고박된 해상초계기가 바다에 처박히고 거대한 구축함이 일순간에 수면 아래로 빨려 들어갔다. 에에에엥- 사이렌이 미친 듯이 울었다. 부아앙- 덩치 작은 고속정이 항만을 빠져나갔다.
콰콰콰콰- 투타타타- 122번 함과 132번 함의 팰렁스와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127번 함을 끝장낸 그렌델 일부는 부두에 뛰어오르고 일부는 미 7함대 군항에 정박한 강습상륙함 에섹스로 몰려갔다.
“기자들이 당분간 심심하지 않겠군. 가자!”
일본이 자초한 재난이지만, 괴물이 인간을 잡아 뜯는 장면은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구우웅- 재앙을 뿌린 DC-10이 고도를 높였다. 일본 정부는 하마오카 원전 폭발을 보도 통제했다. 이번엔 언론을 통제해봐야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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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츠유키급 호위함의 승조원은 200명, 휴가 중인 승조원 절반은 횡액을 면했지만, 함에 남은 근무조 100명은 날벼락을 만났다.
탕탕탕- 쿠르릉- 투타타타- 케르르- 하루유키와 아사유키 갑판과 승조실은 총성과 포성, 괴성이 어우러진 지옥으로 변했다. 흉성이 발동한 그렌델은 강철과 인간을 가리지 않고 박살 냈고 인간은 살기 위해 발악했다.
공포에 질려서 조직적인 저항은커녕 양 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니다 갈가리 찢어졌다. 텐노 헤이카 반자이를 외치는 승조원은 아무도 없었다. 용감하게 64식 보총 방아쇠를 당기거나 팰렁스를 잡은 승조원은 절망을 맛봐야 했다.
괴물은 잔상이 남을 만큼 빠르게 움직였다. 동체 시력이 따라가지 못하는 놈을 맞히기도 어렵고, 용케 명중탄을 내도 끄떡없이 달려드는 괴물은 공포 그 자체였다. 하루유키와 아사유키는 오래지 않아 유령선으로 변했다. 십팔놈이 먹이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부두에 뛰어올랐다.
애애앵- 사세보 항에 대피 사이렌이 울렸다. 패망 후 43년 만이다. 시내 곳곳이 폭음과 화재가 발생하고 비명과 총성이 도시를 덮었다. ‘십팔놈의 난’이라 불린 긴 악몽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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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를 비행하면 트러블이 발생하겠지?”
블랙맘바가 불화수소로 녹여버린 창을 가리켰다.
“화물칸만 개방되지 않으면 별문제 없습니다.”
맥과이어가 눈치를 슬슬 보았다.
“레이디가 없으니 별문제 없겠지?”
블랙맘바가 씨익 웃고는 화장실 도어를 동그랗게 오렸다. 철판을 창문에 대고 손바닥으로 쓱 문질렀다. 치이익- 매캐한 연기가 물씬 솟았다. 철판이 용접하듯 녹아 붙었다.
“마법이다!”
맥과이어가 입을 헤 벌렸다. 마이어가 눈을 끔벅끔벅했다. 내 말이 맞지? 하는 의미였다.
“맘바사로 간다. 연료가 부족하겠군.”
“하중이 반 이상 줄었습니다. 스리랑카까지는 문제없습니다. 반다라나아이크 국제공항에 회사 전용 서비스 에리어가 있습니다. 중간급유를 하면 됩니다.”
마이어가 적극적으로 나왔다.
“내가 불편하지 않은가?”
“천만에요. 즐거워 죽을 것 같습니다. 흐흐흐!”
마이어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훗, 선우현 꼬붕으로 딱 맞는 놈이구먼.”
블랙맘바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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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NSC(국가안보회의) 회의실, 당연직 위원인 대통령, 부통령, 국무장관, 국방장관, 당연직 자문위원인 CIA 국장, 합참의장이 모두 참석한 회의는 흔치 않았다. 회의 참석자는 소수지만 분위기는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51구역과 그룸 레이크 비행장 생존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방사능 유출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DIA 국장 헤스웨이가 손등으로 이마를 훔쳤다. 죽기보다 싫은 보고지만, 실종된 대통령안보보좌관과 소크라테스 집행관을 대신해서 나설 수밖에 없었다. 회의실은 깊은 물 속에 들어간 듯 침묵이 무겁게 깔렸다.
“허! 이언 위원과 데이비스 집행관이~”
레이건이 말꼬리를 흐리며 비어있는 안보보좌관 자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어이가 없었다. 소크라테스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는지 채 석 달이 지나지 않았다.
상황은 급전직하했다. 위성 절반이 쓸려나간 참사에 이어 51구역이 결딴났다. 잽이 펄 하버를 기습한 이래 이토록 황당한 사건이 있었던가?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CIA 국장 우드워드가 스크린을 켜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블랙맘바와 비행 UMA로 인한 손실은 보고하겠습니다. 물적 손실은……. 이상 프레데터를 포함해서 이조오천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인적 손실은……. 해병대 1,850명, 쉐도우 270명, 51구역 연구원과 보안대 2,850명, 특수전사령부(USSOCOM) 소속 780명 실종입니다.”
우드워드는 차마 51구역 인원을 사망이라고 표현하지 못했다.
“프레데터는?”
“……”
우드워드는 대답하지 못했다. 지하 300m 공간에서 원자로가 폭발하고, 초고열이 지표를 유리알로 만들었다. 생명체는 바이러스도 남지 못한다.
“하긴 영원히 폐쇄해야겠지.”
레이건이 한숨 쉬듯 자문자답했다.
“죄송합니다.”
헤스웨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젠장, 십 년 치 국방예산을 날려 먹고 50년 연구 성과를 털어먹었어. 인명 손실만 5,750명이야. 비밀 작전이 아니었으면 당장 옷을 벗고 재판정에 서야 해. 당연히 죄송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