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51
x 751
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18
‘빌어먹을, 왜 나만 씹고 그래!’
헤스웨이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아메리카의 국익과 조직의 영광을 위해 한몸 던진 결과가 수모로 돌아왔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지만, 마스터 진급을 앞둔 상급 장색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타격을 얼마나 받았을까? 10%? 50%?’
레이건은 앙앙불락 하는 DIA 국장과 회의 참석자들의 표정을 뜯어보며 프리메이슨의 전력 손실을 가늠했다. 희생당한 해병대와 특수부대가 안타까울 뿐, 블랙맘바와 비행 UMA가 쓸어버린 프레데터 전력과 물적 손실 대부분이 프리메이슨 자산이다.
제국주의와 공산주의 패권에 맞서서 팍스아메리카나에 인생을 투자한 지 20년이 지났다. 주지사에 출마한 당시부터 이들의 금력과 두뇌 지원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존망대한 행태에 신물이 났다. 코가 쑥 빠진 프리메이슨 마스터들의 모습이 고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비행 UMA는 추적하고 있소?”
“놓쳤습니다.”
“NORAD(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정찰위성과 레이더는 몽땅 산타클로스 이동 경로를 추적 중이오?”
레이건이 1955년부터 시행해온 NORAD 대민 홍보까지 들먹이며 몰아쳤다.
“비행 UMA는 완벽한 스텔스입니다. 전파 레이더는 물론이고, 열 영상 카메라도 잡지 못합니다. 광역 레이저포 공격을 할 때는 동체가 드러납니다만, 타켓팅 시간이…….”
합참의장이 말꼬리를 흐렸다. 레이더에 포착되었으면 벌써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해서 때려잡았다. 공격 순간을 포착해서 미사일을 발사해봐야 시커가 표적을 잃는다.
“그 말은 비행 UMA를 포착했을 때는 주요 시설이 결딴났을 때란 말이구먼.”
“북아메리카를 샅샅이 뒤지고 있습니다만…….”
“비행 UMA가 백악관으로 날아와도 모르겠군.”
“유감스럽게도 그렇습니다.”
“헐! 매년 예산을 50억 달러나 쓰는 NSA, 40억 달러를 쓰는 CIA와 DIA, 30억 달러를 쓰는 NORAD가 전함보다 큰 비행체가 코앞에 있어도 모른다고?”
레이건이 사정없이 씹었다.
“……”
회의 참석자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비행 UMA와 블랙맘바를 연결하는 근거는 뭐요?”
“그린 캠프의 공중 감시와 프레데터 조합은 효과적이었습니다. 비행 UMA는 블랙맘바가 궁지로 몰릴 때 등장해서 위성과 정찰기를 쓸어버리고, 51구역을 지웠습니다. 종속관계는 아닐지라도 우호적인 관계임은 확실합니다.”
헤스웨이가 장담했다. 비행 UMA는 일본 하마오카 원전에서 숙성 중인 슈퍼 그렌델과 노바토피아를 위협하는 오덤 연합군을 지웠다. 그랜드마스터가 블랙맘바를 기필코 죽이려는 이유가 비행 바포멧을 얻기 위해서다.
“대처 방법은?”
“……”
헤스웨이가 고개를 떨구었다.
“허, 팍스아메리카가 덩치 큰 새 한 마리와 초능력자 한 놈 때문에 치욕을 당하고 쑥대밭이 되었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요?”
레이건의 언성이 높아졌다.
“……”
“각하, 놈은 DGSE 컨설턴트입니다. 프랑스에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국무장관이 헤스웨이에 집중된 화살을 돌렸다.
“책임? 무슨 책임! 긁어서 부스럼 만들일 있나? 에이전트와 컨설턴트 비밀공작을 따지면 우리가 해명해야 할 사건이 백배, 천 배 많아. 우드워드, 프랑스가 뭐라던가?”
“총국장 보니파스는 시인도 부인도 않았습니다. DGSE가 고용한 아쥐 레머는 신이 아니라 특급 컨설턴트라고 비웃더군요. 필요할 때 고용하는 프리랜서는 CIA가 열 배는 많지 않느냐고 딱 잡아뗐습니다.”
“교활한 인간이군.”
국무장관이 머리를 흔들었다. 책임은 피하면서 블랙맘바라는 일격을 보유하고 있으니 함부로 까불지 말라는 위협이다. 하긴 아메리카도 늘 그랬다.
“전두환 정부는 뭐라 하던가?”
레이건이 불쑥 물었다.
“블랙맘바가 프랑스 문화 참사관 팍 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대구에 있는 프랑스 문화원이 블랙맘바 거처라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요. 심지어 경찰이 공무집행방해죄로 블랙맘바 체포에 나섰던 적도 있었습니다.”
“쯧쯧, 한심하군!”
레이건이 혀를 찼다. 군사 주권을 포기하더니 손에 쥔 국보를 알아보지 못하고 타국에 넘겨준 정권이 한심했다.
‘블랙맘바와 손을 잡을 수만 있으면 영혼이라도 팔 텐데…….’
스크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중궤도 위성 페가수스가 잡은 비행 UMA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초당 10프레임을 촬영하는 고속 카메라가 겨우 50프레임을 남겼고, 멀쩡한 사진은 두 장밖에 없었다.
항공모함에 버금가는 장대한 동체, 상급 슈퍼 그렌델을 쥐잡듯 때려잡고 51구역을 단 몇 분 만에 날려버린 경이적인 전투력, 대륙을 순식간에 오가는 기동력, 진정 경이로운 생물체였다. 저것만 손에 넣으면 프리메이슨도 필요 없고, 핵도 필요 없다.
‘방법이 없을까? 쩝~’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똑똑- 비서실장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각하, 큰일 났습니다. 일본 사세보 항에 프레데터 수십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놀란 시선이 일제히 비서실장을 향했다. 자다가 찬물을 뒤집어쓰고, 뒷골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다.
“그게 무슨 소린가?”
레이건이 펄쩍 뛰었다. 사세보 기지는 요코스카 기지와 함께 태평양 전략의 전초 기지다. 사세보 항이 폐쇄되면 태평양함대는 절름발이가 된다. 입이 찢어져라 웃는 고르바초프와 덩샤오핑이 눈에 선했다.
“사세보 항은 결딴났습니다. 해상자위대 구축함 세척, 미사일 고속정 여섯 척 침몰 내지 반파, 민간 여객선 두 척 침몰, 군인과 민간인 희생자는 파악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까짓 엘로 멍키 장난감이 망가지든 말든 무슨 상관이오. 7함대 기지는 어떻게 되었소?”
합참의장이 비명을 질렀다.
“강습 상륙함 에섹스가 반파되고 승조원 250명이 전멸했소. 부두에 상륙한 프레데터가 해군 휴양소와 해병대대를 초토화하고 하우스텐보스로 몰려갔소.”
“으윽!”
합참의장이 머리를 싸쥐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요? 프레데터는 가사 상태로 수송 중이었소. 컨트롤러의 뇌파 동조 없이는 절대로 활동할 수 없소.”
헤스웨이가 버럭 했다. 그는 블랙맘바가 컨트롤 칩을 무력화했음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싱싱하게 활동하고 있지 않소?”
비서실장이 티꺼운 투로 쏘아붙였다.
“……”
머쓱해진 헤스웨이가 입을 다물었다.
‘갈수록 제멋대로군!’
레이건이 DIA 국장을 노려보았다. 프리메이슨은 전략적 동반 관계이자 계륵이었다. 국가 안보 최고 책임자 중 절반 이상이 프리메이슨이다. 숙청하고 싶어도 뿌리가 워낙 단단하고 깊어서 손을 댈 수 없었다.
“우드워드, 설명이 필요하네.”
“향후 10년간 매년 국채 150억 불 인수, 쌀과 쇠고기 시장 개방, 조기경보기와 미사일 250억 불 구매 조건이었습니다.”
CIA 국장은 당당했다.
“대통령 결재 없이 말이지?”
레이건이 이를 꽉 물었다. 엄청난 대가는 전부 프리메이슨 사업이다.
“각하, 각하는 밝은 곳에서 영광된 일을 하셔야 합니다. 어둡고 더러운 일은 맡겨주십시오.”
부통령 부시가 역성을 들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레이건은 힘이 쭉 빠졌다. 사건은 이미 터졌다. 책임 소재를 따지기 전에 수습이 먼저다.
“즉시 가이드를 파견해서 통제하겠습니다. 언론에는 방사능에 오염된 생물체로 의심된다고 발표하겠습니다. 각하께서는 유감 성명을 발표하시고,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고 생색만 내시면 됩니다.”
우드워드는 뻔뻔했다.
“일본 측의 항의는 어쩌고?”
“총리와 내조실장 이시하라는 드러내놓고 항의할 수 없습니다. 핵 재처리 협정을 연장해주면 입을 다물 겁니다.”
‘끔찍한 인간들이군!’
레이건은 이들의 일 처리 방식에 한기가 들었다. 프리메이슨이 추구하는 진리에는 인간이 없었다. 인간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 소모품 내지 수단에 불과했다.
띠이이- 우드워드의 품속에서 위성 전화기가 울렸다.
“뭐야?”
전화는 짧게 끝났다. 우드워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프레데터 운송 화물기가 나가사키 공항에 착륙하지 않았습니다. 사세보 만을 저공으로 선회하다가 남중국해 항로로 빠졌습니다. 현재 NORAD가 추적중입니다.”
“그렇다면?”
“블랙맘바입니다. DC-10 화물기는 놈에게 납치당했습니다. 사세보 항을 결딴낸 프레데터는 놈의 작품입니다.”
“헉!”
참석자들이 입을 쩍 벌렸다.
“잠깐, 놈이 화물기에 스며들었다면 51구역에 나타났다는 소리 아니요?”
부시가 물었다.
“아마도요.”
“뭐요? 51구역 소멸이 놈의 작품이라는 거요? 놈이 신이라도 된다는 거요?”
레이건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
“예측 불가능한 놈입니다. 과정은 알 수 없지만, 비행 UMA와 함께 움직인 듯합니다.”
헤스웨이와 우드워드가 고개를 숙였다.
“블랙맘바가 악착같이 아메리카를 괴롭히는 이유가 뭔가? 오파츠는 KGB 손에 넘어갔다고 하지 않았소?”
“……”
헤스웨이와 우드워드가 서로 눈치를 보았다.
“사실은 블랙맘바의 여자가……. 블랙맘바가 여자를 빼냈고……. 사이킥 혼터 특전대가 헬기를 격추……. 놈이 날뛰는 원인은 오파츠와 사망한 여자 때문인 듯합니다.”
헤스웨이가 난감한 얼굴로 어물어물 경과를 설명했다.
“헐! 아메리카 장교들이 여자를 강간하고 고문했다고? 어이가 없네. 메클렌!”
“넵, 각하!”
“관련자는 누구든지 전부 파면하시오. 군인은 프리베이트(Private, 이등병) 전역 조치하고 연금 수급권을 박탈하시오.”
“엣썰!”
국방장관이 벌게진 얼굴을 숙였다.
“역시 블랙맘바란 말이야. 한국 정부는 일본에 손 벌리고 국민 눈치가 보이면 짖기만 했는데 화끈한 일격을 가했군. 진주만을 기습한 잽이 사세보로 돌려받았어. 이거 재미있네. 크크크!”
“각하 웃을 때가 아닙니다. 일본에 주둔한 우리 군대가 위험합니다.”
부시가 눈치를 주었다.
“매듭은 묶은 자가 풀어야지. 블랙맘바가 한국으로 향할 가능성은 없나?”
“놈은 컨설턴트입니다. 워싱턴에 목을 매달고 있는 한국 집권층의 행태를 모를 리 없습니다.”
우드워드가 대통령의 희망을 일축했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 현재 위치는?”
“DC-10은 필리핀 서쪽 공해 상을 비행 중입니다.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 중간 지점입니다.”
“좋은 방법이 없겠나? 스크램블 해서 팔라완이나 싱가포르에 착륙시키면?”
레이건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태평양함대보다 열 배는 매력적이고, 전략핵보다 백배는 실용적인 존재다. 골칫거리인 국제 깡패와 테러 집단을 족집게처럼 처리할 수 있고, 소비에트연방과 중국을 숨도 못 쉬게 만들 수 있다.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넜습니다. 맥킨리 준장을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만든 집요한 놈입니다. 그린 캠프가 위험합니다. 어쩌면 백악관까지 공격할 놈입니다. 플라잉 코핀에 갇혀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헤스웨이가 딱 잘랐다. 블랙맘바가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몸서리치게 겪었다. 소비에트와 중국의 대륙 간 탄도핵미사일보다 더 무서운 놈이다. 놈이 암살하고자 마음먹으면 FBI 보호 프로그램을 백배 강화해도 막지 못한다. 회유당할 놈도 아니고, 오파츠를 내놓을 놈도 아니다. 평생 뒤통수 근질거리며 살고 싶지도 않았다.
“품에 안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군.”
레이건이 미련을 버렸다.
“다르에스살람에 제5함대 항모타격군과 임무 부대가 집결 중입니다. 호넷을 보내서 잉거솔, 커트윌버, 블루릿지와 합동 작전을 펼치겠습니다.”
“흔적을 남기지 말도록!”
레이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이 허락했지만, 썩 달갑지 않았다.
******
난사군도를 항진 중인 7함대 핵 항모 칼빈슨호에 격추 명령이 하달되었다. 표적은 치명적 생물학 무기를 수송하는 콘티넨털 곡물 회사 소속 DC-10이었다. 명령을 수신한 함대 수뇌부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테러조직이 탄저균 봄베를 수송 중이라지만, 공군 전투기가 민간 항공기를 격추한 전례가 없었다.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결국 군인의 본문은 명령 수행이었다.
DC-10이 반다라나아이크 국제공항에서 재급유를 마치고 아라비아 해 상공을 비행 중일 때 칼빈슨의 강력한 캐터펄트가 F18 호넷 두 대의 엉덩이를 걷어차서 날렸다.
애프터 버너를 가동한 호넷이 잔지바르 상공에서 DC-10을 간신히 따라잡았을때 잉거솔의 레이더도 DC-10을 포착했다. 잉거솔에 장착된 Mk-49 발사대가 RIM-116 램(RAM: Rolling Airframe Missile) 21발을 품에 안고 숨을 죽였다. 호넷이 임무에 성공하면 구태여 구설수에 오를 이유가 없었다.
-오스카2 탱고 확인, 30마일
-오스카1 거리 유지
-오스카2 스패로우 선택
-오스카1 벤딧! 벤딧!
콰우- 호넷 2번기 파일론에서 떨어져 나온 AIM-7 스패로우가 화염을 뿜으며 가속했다. 스패로우 사정거리는 44마일이다. 확실하지 않은 거리지만, 명령받은 대로 최대한 멀리서 쏘고 튀어야 했다.
-오스카2 벤딧 벤딧!
콰우- 호넷 1번기 파일론에서 스패로우가 떨어져 나왔다. 확인 사살이다. 파일럿이 레이더를 뚫어지라고 주시했다. 스패로우는 중거리 세미 액티브 레이다 호밍방식으로 일루미네이터(illuminator, 지시기)가 지향성 전파를 쏴주어야 한다.
“원, 투, 쓰리~”
파일럿이 숫자를 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