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52
x 752
제66장 내 이럴줄 알았다19
스패로우가 30마일 밖의 표적에 적중하기까지 여객기 속도와 미사일 가속 딜레이를 감안하면 대략 42초 소요된다. 파일럿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오렌지 섬광을 느긋하니 바라보았다. 민항기가 배럴롤 기동으로 회피하거나 플레어를 사출할 일도 없다. 두 발이면 충분했다. 공무원과 군인은 모름지기 혈세를 아껴야 한다.
‘읔!’
명상에 잠겨있던 블랙맘바가 눈을 번쩍 떴다. 왼쪽 관자놀이를 압박하는 강렬한 시그널에 머리끝이 바짝 곤두섰다. 11,000m 고공에서 자신을 노릴 무기는 미사일밖에 없다.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양키가 민항기에 미사일을 날릴 줄은 몰랐다. 51구역을 지우고 민항기를 하이제킹한 자신도 미친놈이지만, 엉클 샘도 충분히 미친놈들이었다.
윈드실드 밖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먹물처럼 검은 밤하늘엔 수많은 별만 은가루 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였다. 수십 킬로 밖의 비가시거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이 눈에 보일 리 만무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대공 미사일은 가시거리에 들어오는 순간이 타격 순간이다.
‘저 친구들을 어떡한다?’
조종사 둘은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을 맞게 생겼다. 보호 장구 없이 3만 피트 상공에 내동댕이쳐진 인간이 생존할 수 있을까? 일반인이 희박한 산소와 기압 차, –40℃를 극복할 수 있을까? 턱도 없다.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지대공일까? 공대공일까? 지대공이면 급상승하고 공대공이면 급강하해야 생존확률이 높아진다.
“마이어, 즉시 컨테이너를 착용하라.”
그는 공대공 미사일에 방점을 찍었다. 구린 짓을 하는 놈은 남의 눈을 피하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고도가 낮아야 조종사를 살릴 수 있다. 죄 없는 조종사 둘을 나 몰라라 할 만큼 각박하게 살아오지 않았다.
“네에?”
맥과이어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마이어가 두말하지 않고 컨테이너를 메고 하네스 끈과 헬멧을 단단히 조였다. 위대한 분이 까라면 까야 한다.
“시간 없다. 미사일이 날아온다.”
블랙맘바가 백 팩을 가슴으로 돌리고 낙하산 컨테이너를 짊어졌다.
“헉, 말도 안 되는 소리.”
맥과이어가 말과 달리 잽싸게 낙하산을 매고 끈을 조였다.
“마이어, 15,000피트까지 급강하하라.”
“알겠습니다.”
마이어는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지표면 기압은 14.7psi, 항공기 내 여압은 고도 8,000m 수준인 10.92psi를 유지한다. 고도 30,000피트 상공의 기압은 3.6psi에 불과하다. 최소 15,000피트 이하로 내려가야 기압 충격을 피할 수 있다.
콰아아- DC-10이 화물기답지 않게 쑤셔박히듯이 지상을 향해서 내리꽂혔다.
“아악, 쀠텡 보흐델!”
콘솔에 머리를 찧은 맥과이어가 프랑스어로 욕설을 뱉었다.
“짜식아, 내가 너보다는 프랑스어를 잘 안다.”
블랙맘바가 한국어로 말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욕을 먹어도 싸다. 곧 비행기가 박살 날 판이니 말이다.
“잘 되겠지.”
드라구노프 총신을 조립하고 열화우라늄탄 탄창을 끼웠다. 꽝- 불청객이 문을 박차고 사라졌다. 조종실엔 잔뜩 흥분한 조종사와 사색이 된 부조종사가 남았다.
******
미사일과 타켓의 거리가 급속히 좁혀졌다. 15마일, 5마일, 3마일. 레이더를 주시하던 오스카2 파일럿이 카운터를 시작했다.
“파이브, 포, 쓰리~ 저런!”
파일럿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DC-10이 전투기처럼 급강하했다. 스패로우가 간발의 차로 표적을 스쳐 갔다. 마하4 미사일에 걸리는 G-Force는 16G다. 미사일이 빠르면 빠를수록 재추적이 어렵다.
“놓쳤나?”
하얀 휘점이 스크린에서 멀어졌다. 파일럿은 재빨리 일루미네이터를 확인했다. 다행히 정상작동 중이었다. 그는 발사 버튼에서 손을 뗐다.
샤아아- 화물칸 도어에 동그란 구멍이 났다. 펑- 기내 압력이 강철판을 허공으로 날렸다. 헬멧과 고글을 쓴 블랙맘바 머리가 불쑥 솟았다.
콰우우- 초속 55m 강풍과 엔진 폭음이 열렬히 환영했다. 피가 머리로 쏠리고 귀가 먹먹했다. 이래서야 갓 급 스나이퍼도 타케팅이 불가능하다. 두웅- 공진파가 몸을 감쌌다. 그는 감히 드라구노프로 미사일을 저격할 작정이었다.
미사일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탄두 끝은 시커, 동체는 폭약과 연료, 꼬리는 추진 모터다. 시커만 망가지면 미사일은 값비싼 멍텅구리 폭탄이 된다.
“왔군!”
반딧불 같은 흐릿한 빛이 시뻘건 화염으로 확대되었다. 오스카1이 발사한 두 번째 스패로우가 쇄도했다. 두웅- 공간지각력과 안법이 동시에 발동되었다. 거리 1,200m, 풍향 11시 15분 12초, 풍속 92m, 심상 스크린에 연필처럼 가느다란 미사일이 떠올랐다.
퉁퉁퉁- 시뻘건 불꽃이 총구를 떠났다. 초탄이 시커를 박살 내고 이탄 삼탄이 선구탄체를 때렸다. 쾅- 화려한 폭죽이 밤하늘을 밝혔다. 갓 급 스나이퍼의 진정한 위용이 잔지바르 상공에서 발휘되었다.
콰아아- 되돌아온 스패로우가 DC-10이 내뿜는 강력한 적외선을 물었다. 블랙맘바는 눈도 깜짝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퉁퉁- 열화우라늄탄이 시커를 박살 냈다. 눈을 잃은 미사일이 어둠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졌다.
“흐흐흐, 미사일도 별것 아니구마.”
마하4 속도로 달려드는 미사일을 저격한다는 자체가 미친 짓이지만, 속도가 빠른 만큼 작은 충격에도 근접신관이 작동한다. 철컥- 탄창을 교환했다. 실패한 놈들이 잘 가라고 손 흔들어 줄 리 만무했다.
“갓 뗌!”
오스카1 파일럿이 욕설을 뱉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스패로우 한 발은 엉뚱한 위치에서 폭발하고, 한발은 방향을 잃고 사라져버렸다. 표적은 멀쩡했다.
-오스카2 탱고 위치 28마일. 생존 확인하라.
-오스카1 이해할 수 없다. 탱고 급속 하강 중
-오스카2 재발사!
-오스카1 확실히 끝낸다. 두 발 먹인다.
-오스카2 벤딧! 벤딧!
파일론에서 순차적으로 떨어져 나온 스패로우 4발이 가속했다. 콰우우- 시뻘건 불덩어리 4개가 DC-10을 진정한 관으로 만들기 위해 쇄도했다.
“아아악!”
“빌어먹을!”
뒤늦게 쇄도하는 불덩어리를 목격한 마이어와 맥과이어가 비명을 질렀다.
“고도 15,000!”
그 와중에도 마이어는 인간 아닌 인간의 지시를 잊지 않았다. 조종간을 힘껏 당겼다. 투웅- DC-10이 기수를 쳐들었다.
“헐! 작정을 했구마!”
새까만 밤하늘에 오렌지색 섬광이 반짝하더니 순식간에 숫자가 늘어났다. 아연 긴장한 블랙맘바가 공간지각력으로 표적을 고정하고 안법으로 탄두를 확대했다. 저격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다.
퉁퉁- 퉁퉁- 더블텝 저격이 시작되었다. 뻘건 빛줄기가 오렌지 화염에 빨려들었다. 쾅- 첫 번째 미사일이 폭발했다. 쾅- 뒤이어 두 번째 탄두도 폭발했다. 쉬익- 시커가 부서진 세 번째 미사일이 지나갔다.
“니미 조또!”
블랙맘바가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네 번째 더블텝이 미사일 탄두를 정확히 때리지 못했다. 난기류에 탄도가 흔들렸다. 콰우우- 불덩어리가 달려들었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신이라도 0.2초 이내에 표적을 고정하고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꽝- 직경 203mm 탄두가 DC-10 동체 후부를 직격했다. 콰르르- 운동량이 넘친 탄두가 연약한 두랄루민 외판을 뚫고 들어가서 화물칸을 쑥밭으로 만들고 반대편 월로 빠져나갔다. 콰앙- 뒤늦게 탄두 신관이 작동했다. 퍽퍽퍽- 폭압에 날린 자잘한 파편이 사정없이 동체를 두드렸다.
공대공 미사일의 크기와 중량은 전투기 폭장 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항공기 동체는 수천 톤에서 십만 톤에 이르는 함정의 몸빵 수준에 비하면 종이짝이다.
파리를 잡자고 몽둥이를 휘두를 필요는 없다. 대지, 대함용인 토마호크가 1,440kg, 하푼이 530kg인 반면에 스패로우 탄두는 44kg에 불과하다. 대형 항공기는 콕핏이나 꼬리 날개에 직격당하지 않는 한 돌멩이 떨어지듯이 뚝 떨어지지 않는다.
“오우 지저스!”
마이어는 본능적으로 조종간을 꽉 움켜잡았다. 미사일에 얻어맞았는지 엔진 팝(난기류에 기체가 진동하는 현상)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미사일에 맞은 것치고는 상태가 양호했다. 그는 화물칸과 조종석을 구획 짓는 이중 격벽 덕분에 살았음을 알지 못했다.
플라잉 코핀은 운수대통했지만 만만치 않은 충격을 받았다. 연료 노즐이 절단되는 바람에 엔진이 꺼지고, 동체에 구멍이 뻥 뚫렸다. 입사공은 지름 일 피트에 불과했지만, 맞은편 월은 지름 3피트 구멍이 뚫렸다.
콰드드- 광폭한 기류가 화물칸을 휘저었다. 화물칸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적재된 화기와 폭탄 60톤이 동체 구멍으로 맹렬히 빨려 나갔다.
-오스카2 컨택!
미사일과 타켓이 합쳐졌다. 레이더에 순간적으로 하얀빛이 확 번졌다.
-오스카1 표적이 살아있다.
-오스카2 DC-10은 삼발 제트기다. 주익이 손상되지 않았으면 당분간 활공할 수 있다.
-롸저! 접근 확인한다.
콰우우- 호넷이 애프터 버너를 가동했다. 파일럿이 받은 지시는 DC-10이 아니라 테러리스트 말살이었다. 항공기가 추락하기 전에 테러리스트가 탈출하면 헛심만 쓰고 비난받는 꼴이 된다.
******
잉거솔 CIC, 까마득한 하늘에서 벌어지는 사냥을 감시하던 오퍼레이터가 눈을 비볐다.
“뭐지?”
난데없이 작은 점이 스크린을 빽빽이 채웠다. 삥삥삥- 사이렌이 맹렬히 울렸다.
“오우 쉿, 미사일이다!”
식겁한 오퍼레이터가 비명을 질렀다. 함대전을 벌일 때나 볼 수 있는 미사일 집중타가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위이잉- 위상배열 레이더가 표적을 자동 배분하고 Mk-49 발사대 커버가 덜컥덜컥 열렸다. 콰우우- 램이 솟구쳤다. 뒤이어 또 한 발이 솟구쳤다. 쾅- 쾅- 쾅- 밤하늘에 불꽃 축제가 벌어졌다.
******
삐잉- 삐잉- 경고음이 법석을 떨기는 DC-10도 마찬가지였다. 마이어는 계기반에 번쩍이는 경고등과 요란한 경고음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아래쪽에서 벌어진 화려한 불꽃놀이에 정신이 팔렸다. 한 방 맞았지만 어쩌랴. 나는 것은 언제나 추락할 수 있다.
“맥과이어, 불꽃놀이가 보이나?”
마이어가 바다를 가리켰다.
“헉, 저게 뭡니까?”
보조 엔진을 살려보려고 진땀을 흘리던 맥과이어가 화들짝 했다. 줄줄이 솟구치는 예광탄과 장대한 폭죽이 밤하늘을 벌겋게 물들였다.
“흐흐흐, 나도 몰라. 한 가지는 확실해. 우리 승객은 끔찍한 자연재해야. 죽기 전에 이런 엄청난 판타지를 경험할 줄이야!”
마이어가 낄낄 웃었다.
“써, 웃을 때가 아닙니다. 엔진이 죽었단 말입니다.”
맥과이어가 버럭 했다. 계기반에 붉은색 인디케이터가 무려 13개나 번쩍거렸다. 사수고 뭐고 목을 비틀고 싶었다.
“이봐, 죽을 놈은 죽고 살 놈은 사는 법이야. 엔진도 마찬가지거든.”
마이어는 한가했다. 재미없이 100년 살기보다 재미있는 한순간이 의미 있다. 장미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아름다움이 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맥과이어가 기어코 욕설을 뱉었다.
“애송이, 플라잉 코핀 양항비(lift-to-drag ratio)를 알고 있나?”
“결혼도 못 해보고 죽게 생겼는데 양항비가 뭔 상관입니까?”
맥과이어는 울고 싶었다. 어쩌다 이따위 미친 인간과 엮였을까! 아니 어쩌다 악령이 자신의 애기에 탔단 말인가!
“현재 고도 17,000피트다. 양항비 9.5에 기류를 타면 60km 이상 활공할 수 있다. 50km만 활공하면 율리우스 공항이 있다. 최악의 경우엔 활주로에 비상착륙할 수 있다. 내 실력을 믿으면 입 다물고 율리우스 관제탑에 비상착륙 요청이나 때려.”
실실 웃던 마이어가 정색했다.
“알겠습니다.”
찔끔한 맥과이어가 통신기를 잡았다. 고참은 그냥 고참이 아니었다.
“이봐, 인상 펴라고. 낙하산도 메고 있잖아. 대단한 우리 손님이 또 어떤 마법을 보여주시려나? 흐흐흐!”
마이어가 싱글벙글했다. 펍에서 아가씨에 둘러싸여 모험담을 풀어놓을 생각에 절로 흥이 돋았다.
‘기어이 미쳤군!“
맥과이어가 머리를 저었다. DC-10은 느릿한 속도로 내륙을 향해 활공했다.
******
-오스카1 표적이 연기를 뿜고 있다.
DC-10이 가시거리에 들어왔다. 콰아아- 호넷이 급강하했다.
-오스카2 동체에 구멍이 뚫렸다. 고도가 낮아지고 있다.
-오스카1 조종실을 파괴하라
-오스카2 너무 잔인하지 않나?
-오스카1 상부 지시다. 테러리스트는 죽어 마땅하다.
-오스카2 알았다. 기관포 선택!
삥삥삥- 난데없이 락온 경고등이 번쩍거렸다. 잉거솔에서 쏘아 올린 지대공 미사일이 호넷이 뿜는 열원을 탐지하고 따라붙었다. 엔진이 정지한 DC-10으로서는 새옹지마였다.
“으악, 이게 뭐야?”
식겁한 오스카1 파일럿이 레이더를 쳐다보았다. 하얀 휘점이 급속히 거리를 좁혔다. 지대공 미사일이다.
-오스카2 오스카2
파일럿이 다급히 파트너를 불렀다.
-아악! 트럼프, 램이다.
비명이 고막을 흔들었다. 오스카2가 꼬리에 불덩이를 매달고 급상승 중이었다.
“빌어먹을 다이빙 비틀(물방개)!”
파일럿은 상황을 알아차렸다. 소속이 같은 7함대 구축함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죽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