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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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악토마이저5
[끄아악!]비명이 터졌다. 유적 방어 시스템은 깜둥이의 꼼수에 속지 않았다. 유기 분자 간의 중간자(원자 또는 분자 결합을 유지하는 소립자) 교환을 파악하고 초고압 전기로 화끈하게 지져주었다.
추르르- 진핵세포가 비핵 세포를 끌어당겼다. 깜둥이는 지저 세계에서 카오스 포스에 지져진 기억을 잊지 않았다. 거무스레한 물에서 표범이 쑥 빠져나왔다. 식겁한 깜둥이가 유적에서 멀찍이 물러났다. 어물거리다 한 방 더 맞으면 분자 결합이 끊어진다.
“흐미! 사나운 놈이네.”
깜둥이가 고개를 절절 흔들었다. 충격이 상당했다. 검은 광택이 잘잘 흐르던 털이 듬성듬성 빠지고 색상도 하얗게 변했다. 깜둥이가 입을 쩍 벌렸다.
콰르르- 하이레벨 ELF가 유적을 강타했다. 가가가각- 유적 표면에서 불꽃이 튀었다. 쑤아아- 매질이 된 호숫물만 맹렬히 증발할뿐, 유적은 끄떡도 않았다.
재차 공격하려던 깜둥이가 몸을 돌렸다. 광역 ELF를 발사했다간 인간들이 즐기는 호숫물이 몽땅 증발해버린다. 에델과 찐순이 잔소리는 딱 질색이었다.
“니미 조또, 열어주지 않을 거면 문은 왜 있어? 내 더러워서 안 들어간다.”
깜둥이는 여우의 신포도를 이해할 만큼 인간화되었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적 입장을 깨끗이 포기했다. 그래도 두 가지는 건졌다. 친구의 말을 무조건 믿었다간 뒤통수를 맞는다는 교훈과 구조물이 콘크레투스 유물이라는 사실이었다.
“나 왔다!”
백표범이 거실 테라스에 불쑥 나타났다.
“엄마야!”
진순과 차를 마시던 에델이 비명을 질렀다.
“아저씨, 염색했어요?”
진순이 어이없는 눈길을 던졌다.
“아 씨발, 이게 다 친구 때문이라고. 에델아, 추워 죽겠다. 따뜻한 커피나 한 잔 주라.”
깜둥이가 투덜거렸다.
“확인해 보셨어요?”
“응, 콘크레투스 유적이야. 얼마나 사납던지 껍데기 홀랑 말아먹을 뻔했다.”
“와우!”
“진짜요?”
진순과 에델의 눈이 잔뜩 커졌다. 1억5천만 년 전의 콘크레투스 유적이 작동한다는 소리는 티라노사우루스 화석이 벌떡 일어났다는 소리만큼이나 황당했다.
“나도 있고 가루라도 있고 동방불패도 있잖아.”
“그건 그렇지만…….”
“콘크레투스 구조물은 인간이 만드는 허접한 무기물 집합체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에너지를 자가 생산하고 자가 복구한다.”
“정체가 뭐죠?”
“나도 몰라. 녀석이 펄펄 살아있는 걸 보면 호수 아래에 풀럼(마그마 덩어리)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폭발하면 어쩌죠?”
에델이 움찔했다. 아이슬란드는 풀럼 폭발로 쏟아져 나온 용암이 굳은 땅이다. 노바토피아는 한 방에 날아간다.
“에너지 유동량으로 볼 때 폭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유적 덩치다. 매몰된 유적 본체가 상승하면 궁전이 홍수에 휩쓸린다. 당장 장미 궁전으로 이사해야 해.”
“설마요!”
에델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오빠가 말하면 믿어라. 믿어! 유적이 상승하다가 멈추지 않았으면 벌써 사달이 났어. 조건이 충족되었으니 언제 재상승할지 모른다.”
“알았어요. 위험을 내버려둘 수는 없죠. 어머니께 말씀드리겠어요.”
진순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유, 뚜바이도 없는데 골칫거리가 왜 나타난담!”
“에델아, 보물은 주인이 있다고 했다.”
깜둥이가 씩 웃고 사라졌다.
지푼다리는 바쁘게 움직였다. 허큘리스 다섯 대에 분승한 맘루크 시르께시 암살 대대와 자말이 이끄는 저격 중대가 그린 캠프와 므폰드웨로 향했다.
뒤이어 옹브래스 뚜바이가 이끄는 페슈메르 기갑 여단이 먼지를 날리며 동쪽을 향해 내달렸다. 아프리카 소 강국 노바토피아가 이빨을 드러냈다.
******
라마르틴의 은거지 오랑니키 계곡,
은색 망토를 걸친 장대한 체격의 남자가 양팔을 수평으로 뻗었다.
“아부라카타브라 투압!”
섬광이 번쩍했다. 쾅- 르웬조리 최고봉인 마르게리타(5,109m) 서사면이 들썩했다. 설선(雪線) 위쪽, 산정을 덮은 빙하 일부가 툭 끊어졌다.
우르릉- 중력에 이끌린 수십만 입방미터 얼음덩이가 오랑니키 계곡으로 쏟아졌다. 쿠쿠쿵- 빙하에 휩쓸린 바위와 토사가 계곡을 따라 거세게 흘렀다. 눈가루와 얼음 가루가 천지를 뒤덮고 지형이 바뀌었다.
르웬조리 산맥은 대지구대 단층 계곡이 형성될 당시 강력한 압박을 받은 선캄브리아기 기반암이 솟아오른 산맥이다. 4,000m~5,000m 높이의 산릉과 계곡은 짜증 난 작가가 구겨서 버린 원고지처럼 가파르고 깊다.
설선을 중심으로 고지대는 빙하로 덮였고, 저지대는 울창한 밀림과 허리까지 빠지는 진흙 대지가 펼쳐져 있다. 히말라야 산맥이나 알프스 산맥처럼 유명하지도 않고 웅장하지도 않지만 험악하기로는 단연 최고였다.
마르게리타 서사면 오랑니키 계곡과 동사면 은두기 계곡은 오지인 르웬조리에서도 최고 오지다. 저지대에 거주하는 반투계 원주민 바콘조(Bakonjo) 족과 밤바(Baamba) 족도 오랑니키와 은두기는 말도 꺼내지 않았다.
소음이 뚝 그쳤다. 허공을 부유하는 얼음가루가 노을을 받아 무지개를 겹겹이 그렸다. 니알라텝은 설산을 배경으로 흐르는 빛의 향연에 정신을 뺏겼다. 광기의 니알라텝치고는 특이한 존재였다.
“지구 시간으로 벌써 146,180일이 지났군. 다크 포스는 거의 회복한 셈인가!”
한탄하듯이 중얼거렸다. 뽀그르르- 모카 포터가 끓었다. 구수한 커피 냄새가 퍼졌다.
“너무나 아름답고 살기 좋은 행성이야!”
만감이 교차했다. 니알라텝의 마지막 생체 전함 라마수가 지구에 추락하고, 라마르틴의 도움 덕분에 소멸을 면하고, 땡중과 싸우다 용암에 처박히고, 육체 복구에 소모한 긴 세월이 꿈만 같았다.
400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었다. 생각하고 생각하는 동안에 니알라텝의 존재 목적인 투쟁과 파괴 본성이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니알라텝의 수명은 700년, 충격으로 백 년 감수된 수명을 고려하면 남은 삶은 고작 50년이다. 살육과 파괴에 취해서 의미 없이 보낸 시간이 안타까웠다.
지구의 땅과 대기는 안정된 상태다. 부족한 황화수소와 이산화탄소 때문에 호흡이 불편할 뿐, 자기 폭풍이 차갑게 식은 대지를 휩쓰는 가니메데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야만과 원시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다더니……. 남은 삶은 커피나 즐기며 평안하게 보내고 싶군. 지구를 위하여!”
커피잔을 축복하듯이 두 손으로 들어 올렸다. 순백으로 번쩍이는 그랜드 보마 능선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옛 친구가 오는군!”
니알라텝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공간을 빤히 응시했다. 스스스- 대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초췌한 몰골의 라마르틴이 공간에서 쑥 빠져나왔다.
“아바타가 손상되었군. 땡중이 나타났나?”
니알라텝이 의아한 얼굴로 엉망진창이 된 라마르틴을 쳐다보았다.
“아닐세. 블랙맘바에게 당했네.”
“블랙맘바가 다크 포스를 파괴할 수 있다고?”
니알라텝이 살짝 놀랐다. 다크 포스는 우주를 형성하는 근본 포스다. 땡중의 카오스 포스와 중력파에 무력할 뿐, 물리적으로 파훼하려면 라마수 급의 에너지로 타격해야 한다.
“놈이 푸른색 다곤을 사용했네. 땡중의 후예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야. 때리고 차고 머리로 들이박고 물어뜯기까지 했네. 땡중의 후예가 그런 개망나니일 수는 없어.”
라마르틴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두 번 다시 맞붙어서 싸우고 싶지 않은 미친놈이었다.
“자네가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았을 텐데.”
“은두기 계곡으로 유인했네. 한 두 시간 뒤에 들이닥치겠지. 자네 힘을 빌려야겠네.”
라마르틴이 말끝을 흐리며 슬쩍 외면했다.
“커커커! 이거 재미있군. 지구에 라마르틴을 겁먹게 만들 존재가 있을 줄이야! 서두르지 말고 커피나 한잔하게.”“그러지. 아당카! 의자 가져와!”
왁왁왁- 실버백이 대나무 흔들의자를 들고 와서 테라스에 텅 내려놓았다. 인간을 대체할 하등 생물은 널렸다고 큰소리 칠만했다.
“놈이 광기를 보였나?”
“그건 아닐세. 공격은 광폭했지만, 얼음처럼 냉정했네.”
“어쩐지 기록에 남은 에피듐의 능력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더라니……. 불량 에피듐이었어.”
니알라텝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피듐?”
라마르틴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바포멧이 아닌 다른 존재가 또 있단 말인가?
“라마르틴, 자네 손님으로 오랜 세월을 보냈지만, 신체를 재생하느라 대화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었군. 자네는 나를 외계인으로 알고 있겠지?”
“그럼 아닌가?”
“내 조상도 지구인이라네. 물론 호모 사피엔스는 아니지.”
“헉!”
라마르틴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곧 손님이 올 테니 간단히 이야기하도록 하지. 지구 시간으로 3억2천만 년 전에 콘크레투스라는 고대 종족이 있었네. 콘크레투스는……. 니알라텝의 생체 전함이 착륙한 장소가 바로 이곳일세. 에피듐과 니알라텝은……. 자네는 지구를 재침공한 니알라텝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존재일세.”
“헐! 텔레파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던 이유가…….”
라마르틴이 빤히 쳐다보았다.
“우리가 한 뿌리에서 뻗은 가지라는 의미지. 유전자 동질성이 없으면 양자 얽힘(entangled state)이 발생할 수 없거든.”
“어이가 없네. 지질학자와 문화인류학자 딱지가 붙은 놈들은 전부 목매달아야겠어. 니알라텝이 추방당한 돌연변이, 에피듐이 유전자를 크리스퍼한 노예, 비행 UMA가 농사짓는 사이보그……. 기가 막히는군.”
“기가 막힌 건 에피듐이 지구에 존재한다는 사실일세.”
“에피듐은 힘만 센 바보라며? 조종할 방법이 있나?”
“턱도 없는 소리 말게. 에피듐과 니알라텝은 사자와 하이에나의 관계일세. 적개심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지.”
“그렇군! 어쩐지 놈을 만나는 순간부터 적개심이 끓어올랐어. 비행 UMA는 조종할 수 있나?”
“가능성은 반반일세. 니알라텝의 유전자 변형 레벨에 따라 양자 스핀 정합 전송 여부가 결정되겠지.”
니알라텝은 남의 말 하듯이 허허로웠다.
“자넨 뭔가 달라졌군.”
라마르틴은 위화감을 느꼈다. 니알라텝의 태도와 말에서 적개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순수한 니알라텝이라면 자신보다 더 강한 적개심을 보여야 하지 않는가! 적개심은커녕 땡중 비슷한 분위가 느껴졌다.
“내 생명은 50년 남짓 남았네. 어쩌면 더 짧을지도 모르지. 영혼이 사백 년이나 육체를 떠나있다가 보니 완전히 미쳤나 보지. 인간도 제대로 미치면 정상이 된다잖아. 커커커!”
니알라텝이 껄껄 웃었다. 마음이 편안했다. 땡중이 나타나면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
은두기는 알렉산드라(5,091m)와 스피크(4,835m) 사이에 있는 빙하계곡으로 석양 무렵이나 되어야 희미한 빛이 스며든다. 천장 절벽이 햇볕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은두기 계곡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독충과 맹수가 발에 채는 밀림을 통과하고, 아차 하면 인간을 삼켜버리는 수십 킬로 진흙뻘을 통과하고, 천장 절벽을 클라이밍해서 초속 20~50m 국지풍이 얼음가루를 날리는 악령 계곡에 진입할 인간은 아무도 없었다. 원주민인 바콘조 족도 은두기를 알지 못했다.
전인미답 지가 드디어 인간을 맞았다. 계곡 상류,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빙하 호수가 쩌적 갈라졌다. 푸확- 블랙맘바가 얼음을 박살 내고 튀어나왔다.
따다다닥- 강풍에 실린 얼음조각이 방문객을 열렬히 환영했다. 이투리 정글과는 또 다른 험지였다. 겨우 한 시간 전에 40℃를 오르내리는 이투리 정글에서 불볕더위에 시달린 그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하이고, 이기 머꼬? 악당들은 하나같이 명당을 찾는 유전자가 있단 말이야!”
블랙맘바가 허연 입김을 푹푹 뿜으며 감탄했다. 라마르틴의 흔적을 쫓아서 뛰어든 동굴이 호수로 연결되었다. 수중 동굴을 통과하느라 잔뜩 짜증 났는데 유부 지옥처럼 깊은 빙하 계곡과 피부를 벗길 듯 사나운 눈바람은 또 뭐란 말인가!
“배덕자의 찌꺼기, 내가 왔다.”
굉량한 하울링이 계곡을 흔들었다. 우르릉- 대답은 알렉산드라 피크 동사면에서 쏟아지는 눈사태였다. 콰콰콰- 세력을 불린 눈사태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었다.
“헐! 벌써 시작인가?”
블랙맘바가 서늘한 눈으로 천장 절벽 너머 까마득히 솟은 설봉을 노려보았다. 단단히 얼어붙은 고산지대의 눈은 얼음덩이에 가깝다. 총성이나 고함으로 눈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마찰력을 상쇄할 특별한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졌다는 소리다.
쏴아아- 설풍이 먼저 들이닥치고, 중력에 이끌린 수 백만 톤 얼음덩이가 쓰나미처럼 급경사를 치달렸다. 집채만 한 얼음덩이에 휩쓸렸다간 핏자국도 못 남긴다.
스스스- 추풍보가 펼쳐졌다. 블랙맘바가 기류를 타고 얼음덩이 사이로 비조처럼 솟구쳤다. 콰르르- 쾅쾅쾅- 백색 악마의 호곡성이 계곡을 흔들고 눈보라와 얼음가루가 천지를 덮었다.
알렉산드라 아이스 피크, 라마르틴과 니알라텝이 은두기 계곡을 내려다보았다.
“놀랍군!”
니알라텝이 눈을 크게 떴다.
“놈은 포스 마스터일세. 눈사태 정도로 잡을 수 없어.”
“아니야. 내가 놀란 건 포스가 아니라 피지컬일세. 저자는 포스를 사용하지 않아. 발끝을 자세히 보게.”
라마르틴이 클레이보얀스로 눈보라를 투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