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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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장 악토마이저6
“헐, 바퀴벌레와 문어가 울고 가겠구먼.”
라마르틴이 입을 쩍 벌렸다. 초능력으로 쇄도하는 눈사태를 날려버렸으면 별로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블랙맘바는 순수한 피지컬 능력으로 눈사태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놈은 초능력자이자 동체 시력, 반사신경, 신체 굴신(屈伸) 콜라보레이션이 완벽한 피지컬 전사였다.
발끝으로 얼음덩이를 밟고 도약, 머리 위의 얼음덩이를 쳐내고, 바퀴벌레처럼 몸이 납작해지고, 머리, 가슴, 배, 하체가 문어처럼 제각각 놀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체도 흉내못낼 움직임이었다. 근접 대타에서 공간과 호흡을 뺏기고 정신없이 얻어터진 이유가 바로 저것이었다.
“놀랍지 않나? 놈은 완벽한 불량 에피듐뿐일세.”
“불량 에피듐?”
라마르틴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두 번째 듣는 소리다. 불량이란 형용사와 완벽의 조합이 위화감을 던졌다.
“정확히 말하면 돌연변이라고 해야겠지. 콘크레투스도 신은 아니었네. 에피듐의 유전자를 크리스퍼하는 과정에서 정크 게놈 오류가 발생하곤 했지. 불량 에피듐은 허약하거나 통제 불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두뇌가 뛰어난 돌연변이가 태어나기도 했지.”
“주인은 똑똑한 노예를 별로 반기지 않았겠지? 크크크!”
라마르틴이 시니컬한 웃음을 터뜨렸다. 자신도 마찬가지다. 힘을 되찾은 니알라텝을 경계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 정상적인 에피듐이 힘만 센 바보라면 돌연변이 에피듐은 개체 진화를 거듭하는 아웃사이더였네. 돌연변이는 철저히 폐기했다는데 용케 유전자가 이어졌군. 나는 저 친구가 어디까지 진화하는지 보고 싶네.”
니알라텝의 얼굴에 순수한 호기심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변덕이 죽 끓듯 하는군. 이번에 제거하지 못하면 기회가 없겠어.’
라마르틴은 친구로 지내온 니알라텝을 살생부에 올렸다. 니알라텝의 본질은 배덕자다. 투쟁과 파괴, 독점욕이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힘을 잃은 니알라텝은 친구지만, 힘을 회복한 니알라텝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다. 프리메이슨이 수천 년간 실체를 숨길 수 있었던 바탕이 ‘이용할 수 있을 때 이용하고, 쓸모없으면 지워라.’였다.
[좌표 2644-5788, 대기하라!]라마르틴이 사념파를 날렸다. 6단계 포격 좌표 수신자는 므폰드웨에 대기 중인 M65 원자포 병단과 그린캠프 M270 MLRS 포병대 지휘관이었다. 그랜드마스터의 절대명령은 중계를 거쳐서 잔지바르 해상에 잠항 중인 핵잠수함 배턴루지 함장에게 전해졌다.
“두 놈이었나? 르웬조리는 충분히 넓으니까 상관없지.”
불길이 이글거리는 선홍색 눈동자가 눈가루를 뚫고 산정을 쏘아보았다. 에피듐의 피는 강자를 만나면 끓어오른다. 광포한 파괴 욕구가 불쑥 솟았다.
‘허, 불량 에피듐도 어쩔 수 없는 에피듐인가!’
니알라텝은 공간을 건너뛰어서 전해지는 광기에 가슴이 서늘했다.
“놈이 우리 위치를 파악했네.”
라마르틴이 얼음덩이를 징검다리 삼아 쇄도하는 블랙맘바를 가리켰다.
“알고 있네. 아부라카타브라 그래비티 웹!”
니알라텝이 두 손바닥을 내리눌렀다. 구웅- 대기가 몸서리쳤다. 쾅- 느닷없이 대기압 일천 배 중력에 짓눌린 블랙맘바가 곤두박질쳤다.
“윽!”
땅바닥에 내리꽂힌 블랙맘바가 힘겹게 일어섰다. 심해에 들어간 듯, 천성산 마당 바위를 어깨에 올려놓은 듯 무지막지한 압력이 몸을 짓눌렀다.
“코로나 밤으로 태워주지.”
라마르틴이 눈을 뭉치듯 두 손을 휘돌렸다. 손바닥 사이에서 자기력선이 압축되었다. 즈즈즈- 광구가 떠올랐다. 빙글빙글 돌던 광구가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났다.
“리커넥션!”
쾅- 손뼉 치듯이 손바닥이 합쳐졌다. 수천 도로 가열된 자기력선이 백만 분의 일 초 사이에 오로라 폭풍으로 변환되었다. 가루라의 광선 포와 비슷한 원리다.
산 정상에서 초음속 플라스마 폭풍이 번쩍하고 날아왔다. 콰우우- 후끈 달아오른 대기가 비명을 질렀다. 블랙맘바가 눈을 부릅떴다. 꼼짝 못 하고 연탄불에 올려진 오징어가 될 판이다.
“하압!”
비췻빛 섬광이 공간을 갈랐다. 부악- 발사라가 몸을 짓누르는 중력파를 찢었다. 쉬익- 블랙맘바가 공간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밤!”
보고만 있을 라마르틴이 아니다. 놈과 근접전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콰앙- 초고밀도로 압축된 플라스마가 터졌다. 백린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초고온 화염이 폭장했다.
“헐!”
중력파 그물을 막 빠져나온 블랙맘바는 식겁했다. 두웅- 공진파가 겹겹이 몸을 감쌌다. 푸확- 플라스마 폭풍이 공진파 누에고치를 후려쳤다.
“크악!”
블랙맘바가 재차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그랜드마스터 둘이 펼치는 연속 기에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으윽,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군.’
힘을 쏟아낸 라마르틴이 비틀거렸다.
“틈을 주면 안 돼. 강력한 거로 한 방 부탁하네.”
라마르틴이 숨을 헐떡이며 재촉했다.
“라마수, 에너지를 전이하라!”
우우웅- 마르게리타 피크가 진동했다. 니알라텝이 망토를 활짝 벌렸다. 구르르- 무지막지한 에네르기 흐름이 대기를 흔들었다. 니알라텝을 휘감은 시커먼 기류가 소용돌이쳤다.
부우우욱- 시커먼 기류가 공간을 덮었다. 콰드드드- 스피크 정상을 덮은 두께 150m 폭 3km 빙하가 통째로 느릿하니 떠올랐다. 중력 능력자 니알라텝의 위용이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가랏!”
거대한 빙하가 은두기 상공으로 이동했다. 사위가 컴컴해졌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헉! 조때따.”
블랙맘바가 흘낏 산정을 쳐다보고 빗살처럼 두더지 신공을 발휘했다. 콰르르- 쇳덩이처럼 단단히 얼어붙은 땅에 구멍이 뻥 뚫리고 블랙맘바가 사라졌다.
꾸웅- 2억 7천만 톤 빙하가 은두기 계곡에 떨어졌다. 콰르르- 쾅쾅- 천지개벽하는 굉음이 울렸다. 지각이 뒤틀리고 알렉산드라 피크 8부 능선이 뭉텅 끊어졌다. 태곳적부터 자리를 지켜온 빙하와 토사, 바위가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수억 톤의 얼음과 토사가 천장 절벽을 무너뜨리고, 은두기를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염주처럼 늘어선 빙하 호수와 폭포, 아기자기한 빙하언은 400m 지하로 사라져버렸다. 천지를 울리는 굉음이 멎고, 르웬조리의 몸살이 끝났다. 공공과 전욱의 부주산 싸움이 무색했다.
******
응판와자 그린 캠프,
M270 MLRS 컨테이너를 적재한 브래들리 장갑차 두 대가 조준선 정렬을 마쳤다. 겉보기엔 다연장 로켓 컨테이너지만, MLRS 대신 핵탄두를 탑재한 블록1A 에이태킴스 4발이 숨을 죽이고 발사 명령을 기다렸다.
다이슨 준장은 초조한 얼굴로 연신 시간을 확인했다. 대기 명령을 받은 지 10분이 지났다. 띠이이- 무전기가 울렸다.
-다이슨이다.
-사령관님, 방열 끝났습니다.
다리아(Dalia)에 전진 배치된 270mm MLRS 포병대 지휘관 에머슨 중령이다.
-대기!
-롸저!
“빌어먹을, 내 생애에 핵탄두 발사 버튼을 누를 줄이야. 빈대 한 마리 잡자고 르웬조리를 날려버리게 생겼군. 크크크!”
다이슨이 무전을 끊고 한탄했다. MLRS 포병대대는 일제 사격으로 270mm 로켓 60기를 날릴 수 있다. MLRS 60기는 M74 APAM 자탄 58,360개를 쏟아낸다.
블랙맘바 한 놈을 잡자고 핵탄두를 장착한 에이태킴스 네 발과 포탄 수만 발을 쏟아붓게 된 상황이 어이없지만, 그랜드마스터조차 놈을 두려워한다는 소리다. 손바닥에 땀이 차고 헛웃음이 나왔다.
핵탄두 에이태킴스는 MLRS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그 누군가는 바로 자신이다. 상층부가 콴타나모에 처박히도록 내버려두지는 않겠지만, 군인으로서 삶은 끝이다. 30년 세월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저건 뭐지?”
부관이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전투정보실 옥상에 설치된 대공 레이더 반사판 상부에 못 보던 물체가 보였다.
“헉, 표범! 흑표범입니다.”
“무슨 소리야? 흑표범 프레데터는 없어.”
다이슨이 쌍안경을 뺏어 들었다.
“헉! 저게 뭐야?”
다이슨이 움찔했다. 하마나 코뿔소만큼 크지만, 분명히 흑표범이다.
카우우우- 굉렬한 하울링이 캠프를 흔들었다. 시커먼 털이 올올이 곤두서고 시퍼런 섬광이 몸체를 휘감았다. 레이더에서 펑하고 불꽃이 튀었다. 전자기 펄스가 물결처럼 퍼져나갔다.
파지직- 파지직- 캠프에 설치된 대공 레이더는 물론이고 유도 장비에 장착된 지향성 레이더와 무전기를 비롯한 각종 전자 장비에서 불꽃이 일었다. 펑펑- MLRS 전력 공급 시스템이 터졌다. 슈우우- 유압 장치가 깨지고 곧추선 컨테이너가 내려앉았다.
“빌어먹을, EMP다.”
넋이 빠진 다이슨은 공격 명령도 잊고 시퍼런 섬광으로 덮인 UMA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깜둥이가 앞발을 휘둘렀다. 쾅- 와장창- 박살이 난 레이더 잔해가 거짓말처럼 지상으로 떨어졌다.
애애앵- 애애앵- 사이렌이 미친 듯이 울었다. 해병대가 벌떼처럼 쏟아져나왔지만, 침입자를 찾지 못하고 허둥거리기만 했다.
“전투정보실 옥상이다. 죽여랏!”
다이슨이 뒤늦게 악을 썼다. 쉭쉭쉭- 메카닉 혼터와 소형 그렌델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깜둥이가 입을 쩍 벌렸다. 콰르르- 대기가 흔들렸다.
파지직- 파지직- 광역 하이레벨 ELF에 직격당한 혼터와 그렌델이 모래처럼 부스러졌다. 불길이 활활 타오르는 눈이 다이슨을 향했다. 콰르르- 핵탄두를 탑재한 컨테이너와 장갑차가 증발했다.
“히익!”
놀란 다이슨이 허겁지겁 물러났다.
구우웅- 기다렸다는 듯이 허큘리스 네 대가 거침없이 그린 캠프 상공에 진입했다. 대공 레이더가 무력화되고, 씨커 회로가 박살 난 미사일은 값비싼 고철에 불과했다.
“쏴라!”
멕퍼슨 대령이 악을 썼다. 쾅쾅쾅- 투다다다- 대공포와 벌컨이 맹렬히 불을 뿜었지만, 사통 장치가 망가진 탓에 유효 탄을 내지 못했다. 허큘리스는 5,000m 상공에서 약 올리듯 유유히 선회했다.
동쪽 하늘에서 시커먼 구름이 몰려왔다. 마고와 영아가 재훈련한 루펠 5,000마리가 캠프에 들이닥쳤다.
“사령관님, 동쪽, 동쪽 하늘을 보십시오.”
부관이 비명을 질렀다.
“헉, 독수리떼가 왜?”
꾸아악- 고막이 찢어질 듯한 괴성이 질문에 대답했다.
“저건 또 뭐야? 쏴라! 쏴!”
맥퍼슨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부우욱- 부우욱- 투투투투- 대공 기관총과 중기관총이 우박처럼 탄자를 날렸다. 루펠이 우수수 떨어졌다.
“애들아, 도시락을 배달해라.”
아프리카 들소만큼이나 거대한 루펠의 등에서 앳된 목소리가 울렸다. 쏴아아- 루펠이 급강하했다. 시커먼 덩어리 수천 개가 떨어졌다. 쾅쾅쾅- 콰르르- 폭음과 불꽃이 캠프를 뒤덮었다.
루펠 수천 마리가 울부짖는 소리, 귀를 찢는 폭발음, 인간의 비명, 엄폐물을 찾아서 달리는 인간, 그린 캠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지상의 저항이 일시에 침묵했다. 허큘리스 후방 도어가 열리고 패러슈트가 캠프 상공을 뒤덮었지만, 누구도 하늘을 쳐다보지 못했다. 여단 규모의 해병대가 졸지에 오합지졸로 변했다.
“애들아, 오빠를 귀찮게 하는 나쁜 사람을 혼내줘라.”
어린 영아는 선악 개념의 기준이 잡히지 않았다. 오빠를 따르는 사람은 착한 사람, 오빠와 맞서는 사람은 악당이다. 쏴아아- 폭탄 투하를 마친 루펠이 창날 같은 발톱과 갈고리 부리를 앞세우고 인간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살려줘!”
“위생병!”
탕탕탕- 꾸아악- 맹금과 해병대가 뒤섞여 육탄전을 벌였다. 총상을 입은 루펠이 땅바닥에 떨어지고, 눈알을 뽑히고 얼굴이 뜯긴 인간이 비명을 질렀다. 지휘체계는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게헨나가 벌어졌다.
“이게 도대체 뭐냐고?”
다이슨이 절규했다. 정체 모를 적은 비대칭 전력을 이용해서 무지막지한 기세로 캠프를 유린했다. 헬기와 전차를 비롯한 장비는 고철이 되고, 아껴둔 프레데터는 결딴났다. 날벼락도 유분수지,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나라가 미군을 거침없이 살상할 수 있단 말인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를 건드린 벌이다.”
쇠를 긁는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뭐 뭐야?”
놀란 다이슨이 고개를 부러지라 돌렸다.
“보긴 뭘 봐?”
미니건과 거대한 삽을 든 거한이 시뻘건 눈알을 부라렸다.
“죽어랏!”
부관이 베레타를 발사했다. 퍽퍽퍽- 총탄이 연속 박혔다. 거한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상체를 흔들었다. 몸에 박힌 총탄이 땅바닥에 후두두 떨어졌다.
부관의 눈이 찢어질 듯이 커지는 순간, 뽁뽀기가 윙하고 허공을 갈랐다. 퍽- 세로로 쪼개진 부관의 사체가 철퍼덕하고 좌우로 널브러졌다.
“헉!”
다이슨의 얼굴이 노랗게 물들었다.
“총사령관님, 맘루크 시르께시 준비되었습니다.”
“네제마, 이르라힘, 반항하는 군인만 쓸어라. 민간인과 투항한 군인은 싹 쓸어다가 방풍림 관리원으로 채용한다.”
“넵!”
모래색 군복을 입은 암살대원 408명이 소리 없이 흩어졌다.
“다 당신은 누구요?”
“나? 블랙맘바 동생 쌈디!”
쌈디가 벌건 잇몸을 드러내고 비시시 웃었다.
“블랙맘바!”
다이슨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쌈디, 서둘러라. 동방불패가 사라졌다.”
퍽- 깜둥이가 사라졌다.
“별일이야 있을라고!”
쌈디는 태연했다. 큰 사부가 주인은 오래오래 산다고 말했다. 주인은 더러 거짓말을 하지만, 큰 사부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