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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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11
‘블랙 날 때려도 좋으니 어서 오라고.’
깨비텐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옴부티는 본의 아니게 열외 인원이 되었다.
전투가 너무 급작스럽게 벌어졌다. 그는 푸석한 사암 바위를 방패막이로 엉덩이를 까는 중이었다.
꽝- 예고 없이 지근거리에 포탄이 떨어졌다.
“으억!” 식겁한 옴부티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뒤처리를 할 틈도 없이 다급하게 바위틈으로 기어들어갔다.
“으, 지겨운 놈들. 포탄 셔틀을 해야 하는데.”
장쒼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퍼뜩 머리를 스쳐갔다.
“이키!”
바위틈에서 빠져나오던 옴부티가 내밀던 머리를 다시 쑥 집어넣었다.
퍽퍽퍽- 총탄에 맞은 푸석한 바위 조각이 요란하게 튀었다.
박격포 투발이 신호인양 포성과 총성이 사막을 뒤집기 시작했다.
총탄이 양쪽에서 날아들었다. 씨에엑- 총탄이 귓가로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엄폐물을 벗어날 엄두가 나지 않았다.
투아레그 전사는 볼썽 사나운 꼴을 평민에게 보여서는 안된다. 볼일을 보려고 방어 진형을 벗어 난 행동이 상황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재수 없게 양측의 교전 축선에 들어가 버렸다.
‘젠장, 주인을 모신 마당에 귀족은 무슨 귀족, 와킬이 있으니 곧 끝나겠지.’
옴부티는 편하게 생각키로 했다.
한때 민병대를 조직해서 프롤리나트에 대항했다. 이들에 비하면 소꿉놀이 수준이었다. 라텔 팀이야말로 진짜 전사들이다. 늙어가는 몸이다. 어차피 자신이 전투에 끼어들어 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와킬이 버티고 있는 용병대는 천하무적이다.
인간이 인간의 한계를 넘으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인간인 프롤리나트가 인간이 아닌 와킬을 어떻게 할 수 없다. 전투는 아즈라일과 전사에게 맡기면 된다.
전투가 점점 격렬해졌다. 천지가 폭음과 총소리로 뒤덮였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간질였다.
콜록, 콜록
재채기가 쏟아졌다. 당황한 그는 좁은 바위틈에 머리를 바짝 밀어 넣었다. 죽음이 두렵지 않지만 복수를 끝내기 전에 죽고 싶지는 않았다.
무스타가 죽었지만 아내를 강간하고 살해한 하비브는 살아있다. 지금 죽으면 아내와 딸을 어떻게 본단 말인가.
“알라시여, 저는 절대로 죽어서는 안 됩니다. 알라의 은혜로 연명되는 목숨입니다. 죽음의 길을 조금만 늦추어 주시옵소서.”
나지막하던 옴부티의 기도 소리가 점점 커졌다.
그분은 하나님이시다
그분 외에는 신이 없으며
그분은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모두에 정통하시며 가장 자비롭고 자애로운 분이시다.
하나님 외에는 신이 없으며
그분은 왕이시며, 가장 성스러운 분이며
평화를 주고 안정을 주시며
모든 것을 지켜주시는 분이시다.
가장 위대하시고 모든 권세와 위대함의 소유자시다.
그분은 신이며 창조자, 제조자, 형성자시다.
하늘과 땅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다.
너희가 너희의 마음을 드러내건 숨기건
그분은 이미 알고 계신다.
그분은 용서하고자 하는 자는 용서하시고
벌하고자 하는 자는 벌하신다.
하나님은 모든 일에 전지전능 하시 도다.
알라하 아크바르! 알라하 아크바르!
알라하 아크바르! 알라하 아크바르!
(옥좌의 절 2:284)
옴부티의 기도소리가 높아지는 만큼 전장의 총성과 포성도 높아졌다.
전면에서 난타전이 벌어지는 동안 후방도 한가하지 못했다.
‘호, 이거 쓸 만한데!’
무쌍은 새로 지급받은 야시경의 성능에 감탄했다.
새로 보급 받은 AN/PVS-5는 기존 제품과 비교를 불허했다. 흐릿한 달빛에 불구하고 전방 400미터가 훤히 보였다. 종래의 제품은 해상도 부족으로 영상이 엉켜보였다.
신제품은 포복 접근하는 적을 선명한 녹색 영상으로 출력했다. 녹색 영상은 증폭된 전자를 인 박막에 충돌시켜 광자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블랙맘바는 애써 초조한 마음을 억눌렀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어 쓸 수는 없는 법이다.
사구를 넘어오는 게릴라들이 야시경에 잡히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사구를 넘어오면 사오백 미터는 엄폐물이 없는 개활지다. 사구를 넘는 순간, 아즈라일의 명부에 적힌 게릴라들의 이름이 흐릿해졌다.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를 들었다.
수십 명의 선혈이 사막에 뿌려질 타임이다. 착잡했다. 적으로 만났을 뿐 원한관계가 없는 자들이다. 더러운 상황을 만든 본부 윗대가리들을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내가 용병이고, 너희들을 적으로 만났으니 어쩌랴. 나도 밥값을 해야 하거든. 세상에 공짜 밥은 없고, 밥값보다 무서운 것은 없더라고.”
“블랙, 또 주문을 거는 거야. 나도 가르쳐 줘.”
한국어로 한탄을 하자 에밀이 엉겼다.
“밥값이 먼저다.”
10m높이의 나지막한 사구를 넘어온 침투 조는 35명, 사구를 넘으면 블랙맘바가 설정해 둔 400m저지선이다. 저격 환경은 더 할 수 없이 좋았다. 엄폐물이 없는데다 사구가 퇴출 장애물로 작용한다. 반면에 타킷은 협소했다. 땅바닥에 찰싹 붙은 게릴라들의 정수리 부분이 타킷이다.
블랙맘바 특유의 연타 저격이 시작되었다.
퍼퍼퍽- 7.62mm강력한 탄환이 후방의 독전대 셋의 정수리를 뚫고 들어갔다. 운동량이 유지된 총탄은 대뇌, 운동 중추인 소뇌, 생명 유지 시스템을 관리하는 뇌간을 연이어 박살내고 턱밑으로 빠져 나갔다.
끔찍한 죽음이지만 모양새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감각, 운동, 생명 중추가 단번에 박살난 희생자는 비명소리도 없이 조용히 머리를 땅바닥에 처박았다.
독전대를 시작으로 블랙맘바의 드라구노프가 쉴 새 없이 불을 뿜었다.
소리 없는 살육이다. 에밀조차 블랙맘바가 제대로 저격을 했는지 의아해 할 정도였다. 침투조가 스나이퍼의 존재를 눈치 챘을 때는 이미 절반이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은 다음이었다.
“칸마다!”
“칸마!”
공포에 질린 게릴라들이 고함치는 소리가 아스라이 들렸다.
포복 전진하던 게릴라들이 개미새끼처럼 흩어졌다.
일부는 미친 듯이 모래를 파고 들어가는가 하면 일부는 뒤돌아서 사구를 뛰어 올라갔다.
퍽 퍽 퍽- 퍽 퍽 퍽- 삼연타 저격 두 번에 사구를 기어 올라가던 여섯 명이 춤추듯이 팔을 휘저으며 쓰러졌다.
야시경을 들여다보던 에밀이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여섯 명이 동시에 쓰러졌던 것이다. 자신도 일급 스나이퍼다. 격발 반동을 다스리는 스킬이 불가사의였다.
“와우! 저 놈들 정말 빠르다. 두더지가 따로 없네.”
에밀이 감탄할 만큼 게릴라들이 빠른 속도로 모래 속에 몸을 숨겼다.
에밀은 불쌍한 게릴라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블랙맘바의 저격을 피할 수 없다. 블랙맘바가 공간지각력을 발휘하면 은신해도 소용이 없다.
개활지로 접근한 게릴라들은 비참한 결과가 예정되어 있었다. 블랙맘바의 총구에 노출되느니 사자 우리에 들어가는 것이 생존 확률이 훨씬 높다. 3600J의 운동량을 가진 탄환 앞에 한 겹의 모래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퍽- 낮고 묵직한 총성이 울릴 때마다 모래가 피에 젖었다. 소리 없는 살육이 상상을 덧붙여 인간의 공포를 극대화 했다. 겁에 질린 게릴라들은 총 한 발 쏘지 못했다. 덧없는 죽음이었다. 아무드가 친위대에게도 젠켐을 배급했으면 겁 없이 반항이라도 하고 죽었을 것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래바람이 잠잠해졌다.
대기 중에 떠돌던 먼지가 가라앉자 별들이 쏟아질 듯 하늘을 가득 채웠다. 블랙맘바는 자신이 연출한 게헨나를 묵묵히 바라보았다.
배후 침투조 35명이 아즈라일의 명부에서 지워지기까지 딱 3분이 걸렸다. 드라구노프 총성이 멈춘 사막에 쏟아져 나온 뇌수가 달빛을 받아 푸르스름하게 빛났다. 그로테스크한 장면이다.
‘짜식, 칸 영화제 우승 작품의 주인공 같은데.’
환한 달빛아래 긴 총신을 내려뜨리고 전장을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 멋있어 보였다. 아니, 고독하고 외로워 보였다. 넓은 어깨위에 고뇌가 잔뜩 실려있다. 블랙맘바는 자신보다 두 살 어리다. 영웅 심리에 들 떠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목에 기브스를 넣을 나이다.
살인을 싫어하는 스나이퍼, 동료를 살릭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던지는 사나이, 사랑하는 여인이 있다고 여자를 안지 않는 순진한 남자, 총을 들면 악귀가 되고, 총을 놓으면 수도승이 되는 사나이다. 저 사나이가 자신의 친구이자 파트너다. 에밀은 행복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리고 살짝 짜증도 났다.
자신의 임무는 돌격하는 적을 저지하는 블랙맘바의 호위다. 게릴라들은 돌격도 못 해보고 끝장이 났다. 자신이 한 일이라곤 야시경으로 들여다 본 재미없는 영화 한편이 전부다. 그것도 순식간에 끝나 버렸지만.
“오우, 꽁!”
총 한 발 쏴 보지 못한 에밀은 애꿎은 미니미 총신을 두드렸다. 벨기에 FN사의 최신형인 원판 미니미는 분당 1000발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매운 고추다. 매우면 뭘 하는가! 맛보일 상대가 없었다.
“블랙, 내 몫도 좀 남기라구.”
“에밀, 뒷북치지 마. 엉덩이 걷어찬다.”
블랙맘바는 파트너의 악의 없는 투정에 미소 지었다. 에밀은 유쾌한 성격이다. 파트너도 복이다. 마이크처럼 성격 이상한 놈이 파트너가 되었으면 진작 묻어 버렸거나 전출을 고려했을 것이다.
“참아, 나 씨레이션만 먹는 바람에 치질이 걸렸다구. 근데 이놈들은 진짜 독창성이 없어. 매번 배후 공격이고, 닥치고 돌격이야. 이젠 질린다 질려.”
“에밀, 전방의 상황이 좋지 않다.”
“비압, 걱정 말고 빨리 가라. 깨비텐의 목구멍에서 불이 나오고 있을 거다.”
“후방은?”
“내가 맡겠다.”
에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블랙맘바가 튀어나갔다.
“겁나게 빠르군.”
땅을 박차는 날듯이 달려가는 블랙맘바다. 흩날리는 모래에 가려 사람이 보이지도 않았다.
흐린 달빛 아래 그의 몸이 좌우로 물결치듯 흔들렸다. 프롤리나트 저격병을 의식한 사행보다.
마음이 급한 만큼 속력이 나지 않았다.
사행보는 발목에 막대한 부하가 걸린다. 부상당한 장딴지가 쑤셨다. 아무리 괴물 같은 회복력을 가졌지만 깊은 자상이 3일 만에 완쾌 될 수는 없었다.
“어럽쇼. 이사람 보게.”
옴부티다. 늙은 투아레그 전사는 장쒼을 도와주라는 깨비텐의 당부를 까맣게 잊었나 보다. 바위틈에 머리를 처박고 엉덩이를 들어 올린 모습이 코믹했다. 천성사 법당의 데자뷰다. 웃음이 나왔다.
늦가을 참매에게 쫒긴 장끼가 법당 안으로 날아들었다. 다급해진 녀석은 불상 발밑에 머리만 쑤셔 박았다.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남도 보이지 않는다는 식이다. 스승과 제자는 웃느라 염불을 잊어 먹었다.
‘이 양반 죽지는 않겠군.’
블랙맘바는 말라붙은 와디를 표범처럼 달렸다. 총성만 들어봐도 동료들이 밀리는 형국이다. 동료들의 능력이 뛰어나지만 다구리에 장사 없다. 전면에 몰려 든 적만 이백이 넘는다. 더 이상 동료를 잃고 싶지 않았다.
“안 돼, 미구엘!”
달려가던 블랙맘바가 절규했다.
미구엘의 헬멧에 접촉하는 총탄이 정지한 듯 눈에 잡혔다. 관안(貫眼), 뇌로 보는 눈이다. 총탄이 느릿하게 헬멧을 파고들었다.
풀썩 쓰러지는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삼각대에 거치된 미니미가 참호안으로 굴러 떨어졌다.
“개애새끼들!”
욕설이 절로 튀어 나왔다.
다급한 마음에 청파보를 극성으로 발휘했다. 50m거리를 한 호흡에 단축해서 참호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급히 미구엘의 머리를 받쳐 들고 헬멧을 벗겼다.
“이런 제기랄, 나무아미타불!”
그의 입에서 탄식이 새 나왔다.
왼쪽 두부에 동전크기의 구멍이 났다. 더 이상 확인이 불필요한 즉사다.
부르르- 미구엘의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뇌에서 쏟아진 전기 자극을 수용하지 못하는 근육이 마지막 수축 이완을 되풀이하는 과정이다.
내팽개쳤던 방탄 헬멧을 집어 들었다.
헬멧 반대편에 박힌 총탄을 뽑아냈다. 케블라 방탄 헬멧을 뚫고 들어온 7.62mm탄이 머리를 휘젓고 반대편으로 빠져나갔다. 추진 에너지를 잃은 탄환이 반대쪽 헬멧 안벽에 박혔다.
탄두가 뭉개져도 바로 알아 볼 수 있었다. 1차 대전 당시 사용된 데그챠레프에서 날아온 총탄이다. 골동품이지만 위력은 현용 기관총 못지않은 놈이다.
“빌어먹을!”
겨우 무게 14g에 불과한 금속 조각이 31년을 살아온 인간의 목숨을 끝장냈다. 블랙맘바는 뇌수가 눌어붙은 탄환을 신경질적으로 팽개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