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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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12
미구엘은 되지엠 랩 화기 소대원으로 장쒼과 친하다.
그는 전직 콜롬비아 경찰청 마약 단속반원이다. 하나뿐인 누이가 코카인 중독으로 폐인이 된 후로 그는 미친놈이 되었다.
직접 기관총을 들고 정글속의 마약 농장을 습격하는가 하면 마약 카르텔의 중요 인물을 연달아 감옥으로 보냈다. 뇌물-협박-집행자 투입은 마약 카르텔이 적대 세력을 침묵시키는 공식화된 수순이다.
카르텔은 미친놈을 달래기 위해 엄청난 뇌물을 안겼다. 미구엘은 받은 돈으로 무기를 사들이고 정보원을 대량으로 풀었다.
카르텔의 갖가지 협박이 시작되었다.
가족이 없고 편집증적인 성격을 가진 미구엘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결국 카르텔에서 집행자를 보냈다.
미구엘과 집행자의 지루한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콜롬비아에는 단돈 백 불이면 기꺼이 사람을 죽이겠다는 인간이 늘렸다.
식당 종업원이 돌연 식칼로 찌르는가 하면 택시 운전수가 권총을 쏘기도 했다. 집행자를 죽여도 소용이 없었다. 카르텔은 끊임없이 히트맨을 보냈다. 두려움과 지겨움에 시달리던 미구엘은 결국 외인부대로 도망쳤다.
기관총의 마술사, 홀로 마약 카르텔과 맞섰던 열혈남, 라텔팀의 듬직한 지원군 미구엘은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블랙맘바의 품에서 죽었다.
매끈하게 가공된 작은 금속 덩어리가 미구엘의 두려움을 해결했다. 그는 더 이상 마약 카르텔의 히트맨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졌다.
‘고통을 느낄 틈도 없이 죽었으니 다행인가.’
미구엘은 과묵하고 책임감이 강했다. 되지엠 랩에서 특별히 친한 편은 아니었다. 개떡 같은 사헬에서 생사를 같이하면서 끈끈한 동료가 되었다.
총탄이 뚫어놓은 구멍에서 회백색 뇌수가 흘러나왔다. 순두부 같은 반 고형질의 뇌수가 옷을 적셨다. 블랙맘바는 가슴이 저릿했다.
미구엘은 무슬림이다. 기억나는 대로 무슬림의 기도를 올렸다.
“알라는 가장 자비로우시고 가장 자애로운 이름이십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의 주님이신 알라를 경배합니다. 심판의 날의 주권자, 당신을 경배하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여기 당신의 자식이 찾아가오니 발밑에 한 자리를 내주시어 그를 반겨 주소서.”
블랙맘바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무슬림의 기도는 너무 어렵다.
“이게 맞나? 에이 모르겠다. 당신은 좋은 동료였다.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을 잊지 않겠다. 살람 알레 쿰!(신의 가호가 있기를) 좋군!”
기도를 끝낸 블랙맘바가 혼자서 좋군 하고 감탄했다.
격식에 매인 기도보다는 느껴지는 그대로의 간단한 인사가 썩 마음에 들었다.
스승이 늘 하던 이야기가 있다.
‘염불 잘하는 놈은 돈을 잘 벌 놈이지 부처를 잘 모실 놈이 아니다.’ 염불이든 기도든 격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는 말씀이다.
일그러진 얼굴, 홉뜨진 눈, 미구엘의 데스마스크는 별로 아름답지 않았다.
“이봐 미구엘, 못 생긴 얼굴에 인상 쓰지 말라고. 양아치 같잖아.”
그는 미구엘의 홉뜨진 눈을 부드럽게 쓸어 내렸다.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왔다. 까맣게 탄 얼굴이 약간은 편안해졌다.
슬픔이 가슴을 채우기 전에 분노가 먼저 가슴을 채웠다. 내가 타인을 죽이면 나도 죽을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생사를 같이해온 동료의 죽음은 너무나 애달팠다.
“미구엘, 당신도 늙은 오케오필라 스마라그디나가 되어 버렸나! 당신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을 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블랙맘바는 싸늘한 미구엘의 시신을 안고 맹세했다. 분노와 슬픔이 지구상에 유일한 파란트로푸스 인간종의 머리를 점령했다. 눈앞이 핏빛으로 물들며 머릿속이 북치듯 둥둥거렸다.
‘위험하다!’
이성이 위험을 알렸다. 여기서 멈추지 못하면 폭주다. 밤도깨비가 되어 칠곡에서 청송의 주왕산까지 질주했던 쓰라린 기억이 떠올랐다.
“옴마니 반메홈 나무사만다 못다남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한차례 진언을 외고 장소(長嘯)를 뽑았다.
“우오오오!”
거창한 하울링이 사막을 뒤흔들었다. 84mm중박격포 폭발소리보다 더 굉량한 울부짖음이다. 포성과 총성마저 장소에 삼켜졌다.
분노의 찌꺼기가 쏴아아 빠져나갔다.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졌다. 핏빛으로 변한 시야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둥둥거리던 머리도 조용해졌다.
블랙맘바는 미구엘의 시신을 참호 바닥에 내려놓았다. 죽은 동료는 나중에 챙겨도 된다. 지금은 살아있는 동료를 위해 날뛰어야 할 타임이다.
잠시잠깐의 애도가 끝나자 포성과 총성이 우르르 귀에 쏟아져 들어왔다.
한 눈에 전황이 파악되었다. 후방에서 때리는 중박격포와 72.5mm무반동포가 문제다. 기감을 풀어놓자 포탄이 터질때마다 엄폐하기 바쁜 동료들이 잡혔다. 운용 정확성이 떨어지지만 구경이 큰 포탄이다. 은신에 능한 라렐팀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광역 제압 무기다.
72.5mm무반동포는 소련이 미국의 KM67 90mm무반동포를 벤치마킹해서 생산했다. 유효사거리 900m로 장거리 타격이 가능하고 탄두 위력이 강하다. 반면에 정확성이 떨어지고, 탄두 결합에서 격발까지 딜레이 타임이 길다. 결국 72.5mm무반동포는 RPG7에 자리를 내 주고 단명으로 끝났다.
난타전을 벌이고 있지만 화력과 숫자에서 라텔팀이 밀렸다. 난타전은 소수에게 무조건 불리하다. 프롤리나트는 착실히 거리를 좁히는 중이었다. 주력이 일제 돌격 거리에 근접했다. 소총탄과 RPG가 날아들기 시작하면 전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블랙맘바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유럽 제국들보다 수백 년 앞서 아프리카 원주민을 잡아다 노예로 부린 자들, 저들이 내전을 벌인 목적이 같은 국민을 노예로 삼기 위해서다. 그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비인간적인 행위에 유달리 민감했다.
쩔꺽- 블랙맘바가 드라구노프에 탄창을 채웠다.
“개활지 전투라 피를 뒤집어쓰지 않아서 좋군.”
그는 흰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지었다. 죽음의 천사 아즈라일의 미소다.
아무드는 울화통이 터졌다.
놈들의 방어막이 뚫릴 듯 하면서 뚫리지 않았다. 파상 공세를 악착같이 버텨내는 놈들이 끔찍하도록 지겨웠다. 라텔이란 팀명이 딱 맞는 놈들이다.
초반에 지뢰와 크레모아에 당한 손실이 뼈아팠다.
마약 때문이다. 훈련이 부족한 소년병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젠켐을 흡입시켜 내 보냈다. 실수였다. 무의미한 돌격으로 엄청난 손실만 강요당했다.
아무드는 조급해지는 마음을 꾹꾹 눌렀다.
분대 규모의 전력은 한 명만 전력 이탈을 해도 전력이 급감한다. 아니나 다를까 기관총 한정이 침묵했다. 놈들의 화력 저하가 눈에 보였다.
“돌격, 돌격, 방어 진형에 구멍이 뚫렸다. 밀어 붙여라.”
아무드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독전대가 시미터를 들고 사정없이 병력을 몰아쳤다.
“가만, 이건 무슨 소리야?”
블랙맘바의 장소성에 놀란 아무드가 부관에게 물었다.
“맹수가 울부짖는 소리 아닐까요?”
“이런 병신, 이곳엔 맹수 따위 없어. 어떤 맹수가 이렇게 큰 소리를 내냐고?”
“놈들의 신무기 아닐까요?”
아무드는 부관을 쏴 버리고 싶었다.
이놈은 다섯 번째 부관이다. 머리통이 똥으로 가득찬 놈이라 대화를 나누면 속이 썩어 문드러졌다.
아무드는 바위틈을 빠져나가는 바람소리거니 했다. 사막에는 간혹 알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진다.
“하지즈 새끼는 뭐하고 자빠졌나? 벌써 배후를 타격했어야지.”
배후 침투조인 하지즈 소대가 꿩구어 먹은 소식이다.
부관인들 배후 상황을 알 리 없다. 난감한 표정만 지었다.
“망할 새끼, 좆으로 모래에 그림을 그리고 있나. 죽도록 패 버리겠어.”
이미 죽어버린 하지즈다.
속이 답답한 아무드는 블랙맘바가 쓸어버린 하지즈 소대의 공격을 애타게 기다렸다.
용병들은 회색이 만면했다.
수사자보다 더 크게 울부짖는 생물은 블랙맘바 밖에 없다.
-블랙맘바가 왔다.
-저도 들었습니다.
-우와, 블랙이 왔다.
사기가 솟은 라텔팀의 손발이 바빠졌다.
장쒼은 땀에 흠뻑 젖었다. 벨맨은 말할 것도 없었다. 돌격을 저지하고 상대방의 포격을 피하느라 죽을 맛이었다. 정신없이 쏘고 달리고의 연속이다.
프롤리나트는 동료의 죽음도 포탄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격했다.
“벨맨 병장님, 저거 아무래도 마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으음, 전장 공황 증세는 아니다.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환각 상태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젠켐(Jenkem)인가?”
“젠켐이 뭐죠?”
“알아서 뭐해 이 자식아, 빨리 쏘고 튀어야지.”
짜증난 벨맨이 장쒼을 갈구었다.
젠켐은 챠드와 콩고를 비롯한 가난한 아프리카 신흥국에서 암암리에 사용되는 마약이다. 놀랍게도 젠켐의 원료는 사람의 똥오줌이다.
제작 방법도 간단하다. 용기에 인분을 넣고 비닐이나 풍선 등으로 입구를 막은 후 발효시키면 젠켐이 된다. 일종의 부탄가스 흡입과 비슷한 메커니즘이다. 중독성이 강하고 인체에 대단히 유해하다. 그야말로 찌질 한 마약의 전형이다.
“마약을 먹였든 보약을 먹였든 블랙이 왔으니 해결하겠지요.”
장쒼이 한결 안정된 손길로 고각을 조정했다.
미구엘의 눈을 감겨준 전대미문의 맹수가 참호를 뛰쳐나왔다.
“저 자식이 기어이 미쳤나?”
스나이핑을 해야 할 마이크가 상체를 온통 노출시킨 채 미친 듯이 기관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나 죽여 줍쇼다. 여태 살아있는 게 용했다. 몸을 날린 블랙맘바가 마이크의 뒷덜미를 잡아 바위 뒤에 쑤셔 박았다.
“놔, 모리스가 박살났단 말이야. 개 같은 놈들에게 모리스가 죽었어. 으흐흐흐!”
마이크가 울부짖으며 몸부림을 쳤다. 제정신이 아닌 인간의 정신을 곧바로 돌려놓으려면 딱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마이크 중사님, 미안하다.”
철썩-
입안이 터질 정도로 매운 싸다구다. 마이크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돌아왔다. 외출했던 정신이 돌아온 마이크가 땡중 도 터지는 소리를 냈다.
“어, 여기가 어디야?”
제정신이 든 마이크는 눈앞의 블랙맘바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이제 정신이 돌아왔나? 무슨 일이야?”
“블랙맘바, 모리스가 당했어. 그 자식 기니에서 나하고 삼일이나 폭격을 받고도 살았는데. 으흐흐흐!”
마이크가 다시 흐느꼈다.
“모리스가 당해?”
허리우드 배우처럼 장 생긴 모리스의 얼굴이 스쳐갔다. 미구엘에 이어 모리스까지 당하다니, 블랙맘바는 이빨을 악물었다.
“마이크 또 맞고 싶나?”
“헉, 딸꾹!”
마이크가 단번에 제 정신을 찾았다. 역시 무치 시바리아게의 효과는 탁월했다.
“마이크, 징징거릴 때가 아니야. 드라구노프를 잡아. 모리스의 복수를 해야지.”
“복수? 그렇지 복수를 해야지.”
냉정을 되찾은 마이크가 드라구노프를 들고 엄폐물을 찾아 기어들어갔다.
“저 자식 성질이 본래 저랬나?”
블랙맘바는 머리를 갸우뚱했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마이크다. 임시 파트너인 모리스의 죽음에 광분하는 모습이 생경했다.
블랙맘바는 마이크를 뒤로하고 우측방으로 치달렸다.
드라구노프로 후방의 박격포와 무반동포를 잡으려면 적어도 200m는 줄여야 했다. 총탄이 우박처럼 쏟아졌지만 사행보로 달리는 블랙맘바를 잡지 못했다.
“으윽, 빌어먹을 개구리 새끼들!”
전장을 관측하던 아무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만만치 않은 저항을 예상했지만 예상을 초월했다. 젠켐을 흡입시킨 돌격대로 세 차례나 몰아쳐서 겨우 인계철선을 뚫었다.
희생자가 너무 많았다. 병사와 돌격 거리를 맞바꾼 셈이다. 아군의 공세도 대단했지만 놈들의 방어력이 더 대단했다. 초장에 박살난 장갑차가 아쉽기 이를 데 없었다.
마음먹고 끌고 나온 장갑차다. 선도 장갑차는 대전차포에 맞아 박살나고, 유탄을 뒤집어 쓴 두 대는 엔진이 망가졌다. 엄폐물 역할 외에는 소용이 없어졌다
아무드는 이를 악물었다.
산개 돌격하는 부하들이 쏘아대는 총성이 적의 화력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후방에서 지원해 주는 박격포와 무반동포가 적의 박격포와 유탄 발사기를 눌러준 덕분이다.
1분, 1분이면 방어막이 무너진다.
그동안 놈들에게 당한 전투를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
“흐흐흐, 마지막 발악이나 실컷해라. 알라의 이름으로 네놈들의 시체를 낙타 꼬리에 매달고 돌아가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