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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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13
아무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드의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 저것, 사령관님 우측을 보십시오.”
부관의 다급한 외침에 아무드가 고개를 돌렸다.
무엇인가 비스듬히 원호를 그리며 맹렬히 질주하고 있었다.
“놈들의 바이크 인가?”
야시경을 들여다보던 아무드가 중얼거렸다.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뭐? 사람!”
놀란 아무드는 야시경을 벗고 눈을 주무른 다음 다시 썼다. 소비에트연방의 야시경 장비는 워낙 투박하고 무겁다. 장시간 착용하면 눈두덩이 짓눌려 착시를 일으키게 된다.
야시경에 비친 형체는 부관의 말대로 인간이었다. 인간이 바이크처럼 달린다는 게 말이 되지 않지만 인간이 분명했다.
아무드의 얼굴이 딱 굳었다.
사령부를 박살낸 놈, 막사를 훌훌 뛰어넘어 다니면서 총을 난사하던 놈, 그놈이 저렇게 빨랐다.
“노, 놈이다. 그놈! 바로 그놈!”
“넹?”
어리둥절해진 부관이 사오정 모드를 취했다. 놈, 그놈, 바로 그놈, 세 번 연속된 모호한 명사를 해석할 재주는 아무도 없다.
퍽- 아무드가 부관의 정강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이 새끼야, 저 놈을 쏴, 쏴 죽이라고.”
아무드가 미친 듯이 고함을 질렀다. 놈에 대한 원한과 두려움이 뒤범벅이 되어 사고를 마비시켰다.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몰랐다.
“사정거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부관이 자신의 권총을 들어 보였다. 부관은 합리적이었다. 권총으로 4~500m떨어진 적을 쏘라고 하는 인간이 미친 인간이다.
황당한 부관의 행동이 외출했던 아무드의 정신을 돌려세웠다.
아무드의 관자노리에 혈관이 돋았다.
“멍청한 놈, 대갈빡에 구멍 내기 전에 어서 전파하지 못해! 기관총을 쏴, 아니 포를 때려. 저 놈이 칸마란 말이다.”
“헉, 칸마!”
그제야 놈, 그놈, 바로 그놈의 정체를 알게 된 부관이 숨을 들이켰다. 부관은 깽깽이 맴을 돌 틈도 없이 손가락 세 마디 길이의 피리를 힘껏 불었다.
삑삑삑- 삐익 삑- 삐이이익- 높은 고주파 음이 총성을 뚫고 퍼졌다. 남자들의 웅성거려도 여자의 뾰족한 음성은 도드라지는 법이다. 후방의 독전대가 이어받아 동일한 방법으로 피리를 불었다.
짧게 세 번은 박격포, 길게 한번 짧게 한번은 방향, 아주 길게 끄는 소리는 최우선이란 뜻이다. 쇳가루 없는 프롤리나트만의 독특한 통신 체계다.
블랙맘바는 종아리 상처에 불구하고 최고의 속력으로 질주했다. 마킹해 둔 엄폐물까지 300m다. 사행보는 좌우 지그재그로 뛰기 때문에 실제로는 500m를 뛰어야 한다. 40초는 노출된다는 의미다.
블랙맘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급 스나이퍼가 이동 표적 저격시 마킹에 3초, 격발에 0.5초 소요된다. 3.5초면 40~50m를 이동하고 그 동안에 두 번 방향이 바뀐다. 저격이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자신을 잡으려면 포탄으로 저격해야 한다.
아무드는 애가 탔다.
사막에서 말과 비슷한 속도로 달리는 인간이라니,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놈이 앗하는 순간 암석지대에 근접했다.
“뭐해! 쏴, 쏘란 말이야.”
아무드가 비명을 질렀다.
삐잇- 삐이이- 박격포탄 비행 음이다.
박격포는 비행시간이 길고, 속도가 느리다. 고각 사격을 하고 장약 연소 활강을 하기 때문이다. 점표적 타격이 가능한 무기도 아니다. 블랙맘바 입장에서 성가실 뿐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물론 다수의 박격포를 동원해서 도트 포격을 가하면 배겨내지 못 할 것이다.
블랙맘바는 모든 감각을 활짝 풀어놓은 상태다. 300미터 지점에서 급속히 다가서는 박격포탄이 고스란히 심안에 잡혔다. 방향과 속도가 순간적으로 연산되었다. 부아악- 우측으로 방향을 꺾어 15m를 건너뛰었다.
꽝- 첫 번째 포탄이 전면 30m앞에 소득 없는 구덩이를 팠다. 두 번째 포탄은 방향을 꺽어나간 부근에 떨어져 모래 기둥을 퍼 올렸다.
“망할 새끼들!”
블랙맘바가 욕설을 퍼부으며 궁신탄영으로 폭발 현장을 쭈욱 빠져 나갔다. 그 자리에 불꽃이 후드득 낙하했다.
고폭탄(High Explosive)에는 TNT와 RDX 혼합폭약이 주로 쓰인다. 놈들은 파라핀 코팅 시안 화합물을 채워 넣었다. 천지 사방으로 날린 불꽃이 모래를 지글지글 태웠다.
투타타타- 데그차레프가 열심히 총탄을 쏟아 냈지만 블랙맘바의 좌우로 후드득 먼지만 일으켰다. 달빛에 의지한 기총수가 빗살같이 달리는 블랙맘바를 따라잡기란 불가능이었다.
박격포 세 발, 72.5mm무반동포 두 발이 투발되었지만 엇박자로 질주하는 블랙맘바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47발 탄창을 사용하는 고물 기관총은 말할 것도 없었다.
300m거리를 40초 만에 주파했다. 전면에 장롱 크기의 바위 두 개가 서로 엇갈려 누워 있다. 목표 지점이다. 파악- 땅을 박찬 블랙맘바가 팔을 활짝 펼치고 텀블링하듯이 허공에서 한 바퀴 돌아 낙하했다. 대붕전시의 수법이다. 장대한 체구가 자로 잰 듯 정확히 좁은 틈바구니로 쏙 파고들었다.
“망할 새끼들, 포탄이라면 에르 엑딤에서 실컷 맛봤다. 이젠 니들이 맛 좀 봐라.”
블랙맘바는 잔뜩 성질이 나 있었다. 포탄이라면 지긋지긋했다. 게다가 놈들은 소이탄까지 쏴 댔다. 그는 고함을 지르고 피리를 분 놈을 찾았다. 괘씸죄에 걸린 놈이다.
‘헐!’
어느 틈에 귀신처럼 사라졌다. 위기 감지 능력이 대단한 놈이었다.
꽝- 꽝- 박격포탄 두 발이 엄폐물에 연속 떨어졌지만 거대한 바위를 어쩌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곧바로 저격에 들어갔다.
500m를 전력 질주했지만 일호의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무지막지하게 높은 VO2MAX덕분이다.
징병제를 택한 한국의 남자는 호흡이 명중률의 90%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 안다. 물론 어둠의 자식에 해당되는 사실이다.
과거 한국군은 쫄병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PT체조로 무지막지하게 굴린 후 사선에 올려 보냈다. 당연히 사격 점수가 꽝이다. 다음 수순은 뻔하다. 점수를 핑계로 곡괭이 자루가 춤을 춘다.
골치 아픈 박격포까지 거리는 900m, 드라구노프 유효사거리 밖이지만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관안을 발휘했다. 84mm박격포 운용팀이 망원경 대물렌즈를 당기듯 스윽 눈앞으로 다가왔다.
관안은 기감과 다르다. 그가 공진을 일으켜 기감을 펼치면 심상을 느낀다. 그야말로 뇌가 보는 것이다. 반면에 관안은 눈이 직접 사물을 포착한다. 추상과 실물의 차이다.
프롤리나트 포병들은 저격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
긴장감 없었다.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모습도 보였다.
“점마들이 마약을 처 묵었나?”
까마득한 거리지만 노출된 표적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깡- 막 포탄을 삽입하던 박격포 장전수가 벌떡 자빠졌다. 깡깡깡- 어리둥절하던 사수와 관측수, 탄약수가 한꺼번에 피를 뿜었다. 900미터에서 저격을 당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비슷한 거리에서 포격을 하던 60mm박격포 사수의 이마에 구멍이 났다. 뒤이어 장전수의 가슴에서 피가 튀었다.
850m 거리의 무반동포 사수와 조수도 연타로 머리가 터졌다. 우월한 피지컬에 불구하고 맞아 가며 얻은 관안을 제대로 써 먹었다.
“모리스, 미구엘, 원수는 갚아 주었다. 진짜 손 볼 놈들은 이 따위 조무래기가 아니지만 말이야. 본격적으로 해 볼까!”
후방의 장거리 포격 팀을 쓸어버린 블랙맘바가 돌격대 청소에 들어갔다. 보병을 우습게 보지 마라. 모든 전쟁의 끝은 보병이다.
“자, 프롤리나트 땅개 여러분, 쇼타임이다.”
깡- 깡- 깡-
드라구노프가 메마른 총성을 연속 토했다. 썰렁한 풀포기 뒤에 은신한 게릴라 둘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무던히도 용병들을 괴롭히던 구형 팬저파우스트 콤비다.
깡- 깡- 깡-
바위틈에서 유탄을 발사하던 두 명의 게릴라가 덜컥 엎어졌다. 이어 RPG 사격조가 사냥당하기 시작했다.
블랙맘바의 저격 일 순위는 언제나 지원화기다.
신체 일부라도 엄폐물을 벗어나면 가차 없이 생명을 반납당하거나 사지가 날아갔다. 심지어 노출된 코끝이 날아간 게릴라도 있었다.
아무드는 블랙맘바가 엄폐물에 숨어드는 순간, 곧바로 돈좌된 장갑차 뒤에 숨었다. 블랙맘바의 무서움을 지겹게 겪은 북부군 지휘관이 아무드다. 일초의 갈등도 없이 몸을 숨겼다.
‘응, 이거 왜 이래! 설마?’
아무드는 어느 순간 갑자기 달라진 전장 분위기를 느꼈다. 지원화기가 침묵하기 시작했다. 박격포, 유탄 발사기, 알라봉에 이어 기관총까지 침묵하기 시작했다. 부하들이 떠들어대는 칸마의 저주다.
‘무서운 놈!’
아무드는 엄폐하고 있던 장갑차 뒤에서 조심스럽게 거울을 내밀었다.
챙-
막 전면을 확인 하려는 순간 거울이 박살났다.
“어헉!”
기겁을 한 아무드는 몸을 바짝 웅크렸다. 거울이 내밀어지는 순간에 저격탄이 날아들었다. 거울 지름은 30mm에 불과하고, 놈과의 거리는 적어도 사백 미터가 넘는다. 토코둠에서 자신의 부대를 괴멸시킨 놈, 코로뭉가의 사령부를 지워 버린 놈, 칸마의 저격이다. 아무드는 감히 머리를 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위협적이던 포격이 급작스럽게 잦아들었다. 유탄과 RPG공격도 숨을 죽였다.
블랙맘바의 가세는 라텔 팀의 축복이자 프롤리나트의 악몽으로 다가섰다. 박격포, 무반동포, RPG가 침묵하자 라텔 팀의 화력이 살아났다.
유탄이 떨어진 부리머가 M60기관총을 잡았다.
부리머의 기관총이 미구엘의 공백을 메웠다. 반격 탄의 부담을 던 마이크도 이삭 줍듯이 손쉽게 저격했다.
“역시 따꺼다.”
자신이 잡아내지 못한 박격포를 블랙맘바가 잡아냈다. 장쒼은 바위틈에 처박고 있던 머리를 들고, 박격포를 다시 가동했다. 인계철선을 돌파한 돌격대가 표적이다.
펑- 펑- 펑- 장쒼이 2초당 한 발의 속도로 고폭탄을 날리기 시작했다. 30초 만에 탄 박스 4개가 동났다. 결과는 괴멸적이었다. 돌격거리를 확보한 게릴라 30여명이 폭사 당했다.
“장쒼, 포탄이 한 박스 남았다.”
“제기랄, 요분질 길나자 등창 난다더니!”
포탄이 바닥난 폭탄마는 멘스날 애인 만난 여자나 다름없다.
“벨맨 병장님, 블랙 따까리를 하시죠.”
장쒼이 애인을 손님에게 건네주는 기둥서방처럼 굴었다.
“알았다. 조심해라.”
벨맨은 미련 없이 총탄이 쏟아지는 전장을 뛰었다.
주특기가 의사지만 벨맨도 엄연한 용병이다. 과감하게 전장을 가로질러 달렸다.
“블랙, 훅 훅!”
“벨맨, 왜 왔나? 이곳은 호텔이 아니다. 위험하다.”
블랙맘바는 당장 숨이 끊어질 듯이 헐떡대는 벨맨을 마뜩찮은 눈으로 돌아보았다.
“헉헉, 전장에 위험하지 않은 곳이 있나. 자네 곁이 제일 안전한 곳일 걸.”
블랙맘바는 탄약을 점검했다. 후방 기습을 노리는 게릴라 청소에 3개가 소모되었다. 지원화기 제압에 탄창 2개를 소모했다. 삽탄된 탄창 1개가 전부다. 게릴라는 아직 백여 명이나 남았다.
“왔으면 밥값해라.”
블랙맘바는 빈 탄창 다섯 개를 밸맨에게 집어 던졌다. 스나이퍼가 20발 탄창 여섯 개를 보유한다는 자체가 전대미문의 일이다.
“탄환은?”
벨맨이 비명처럼 외쳤다. 블랙맘바의 탄약이 부족하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블랙맘바가 백팩에서 종이 포장된 탄환 600발을 꺼내서 집어 던졌다. 말이 필요 없었다.
“젠장, 맨날 쫄따구 따까리 신세라니. 그래도 포탄 셔틀보다는 낫군.”
벨맨은 투덜거리며 맹렬한 속도로 드라구노프 탄창을 채우기 시작했다.
파트너인 에밀이 해야 할 일이지만 에밀은 후방 감시중이다. 스나이핑은 블랙맘바의 몫, 탄창 셔틀은 자신의 일이다. 벨맨은 총상 치료를 하던 손으로 총상을 입힐 탄환을 열심히 채웠다. 이것이 전장이다.
남은 고폭탄 다섯 발을 소모한 장쒼이 파무스를 잡았다.
-장, 머리 처박고 있어
헤드셋에서 블랙맘바의 경고가 쩡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