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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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필사의 탈출14 ->여기까지 4권
-괴물!
장쒼은 볼멘소리를 남기고 얼른 머리를 처박았다. 참호 벽에 총탄이 후드득 박혔다. 정수리가 써늘해진 장쒼은 총을 잡을 용기가 싹 사라졌다.
저격 중에도 수백 미터 떨어진 자신의 움직임을 읽다니, 괴물은 괴물이었다. 본국에서 한창 유행중인 무협소설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고수가 자신의 몸 주위에 그물 같은 기막을 쳐서 주변의 움직임을 읽는다는 허무개그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볼 줄은 몰랐다.
측면에서 블랙맘바의 저격이 시작되었다.
드라구노프가 깡깡 폭발음을 쏟아 냈다. 옆구리를 드러낸 프롤리나트 진영이 순식간에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깨비텐이 숙영지로 선택한 곳은 망망한 개활지다. 드문드문 박혀 있는 바위와 초라한 풀포기와 관목 외에는 몸을 숨길 곳이 없다. 게다가 젠켐을 흡입한 게릴라들은 돌격밖에 몰랐다.
블랙맘바로서는 고마운 노릇이었다.
스스로 튀어나와 표적이 되어 주니 그야말로 가을걷이 논에서 이삭줍기다. 3연타 저격이 연속 터졌다. 인계철선을 넘어 돌진하던 일단의 무리가 낙엽처럼 쓸려 나갔다.
평소 블랙맘바가 노리는 표적은 주로 머리, 관자노리 부위다. 희생자가 고통을 느낄 틈이 없이 사망하기 때문이다. 스나이퍼가 적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자비다.
지금은 경동맥과 심장을 표적 삼았다.
경동맥, 허벅지 대동맥, 심장은 피가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얼핏 생각하면 허벅지는 비치명적인 부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이곳에 데미지를 입으면 응급처치할 시간이 없다.
맨 앞에서 돌진하던 병사의 목이 반쯤 뜯겨 나갔다. 허공에 분수처럼 피가 분출되었다. 그 자리를 채운 다른 병사의 가슴에서 피보라가 일었다.
블랙맘바는 선봉에 선 놈부터 삼십 명 째 목을 뜯어내고 심장을 터뜨렸다. 허벅지를 관통당한 게릴라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끊어진 대동맥에서 쏟아져 나온 피가 스코프를 가득 채웠다.
환한 달빛 아래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졌다. 핏물이 모래를 흠뻑 적시고 비릿한 피 냄새가 둥둥 떠 다녔다.
아무리 마약에 취한 상태지만 생존 본능은 살아 있다.
멈칫거리던 게릴라들이 곧 아비규환에 빠졌다. 쏟아지는 피 피 피! 그리고 처참한 형상의 죽음, 저격의 공포가 마약이 촉발시킨 광기를 눌렀다.
“칸마다, 칸마가 나타났다.”
“우어어, 칸마!”
돌격하던 게릴라들이 분분이 몸을 숨기기 시작했다.
“니기미 떠그럴, 나무아미타불!”
목적을 달성한 블랙맘바는 한숨을 돌렸다.
일부러 공포를 각인시키기 위해 피바다 스나이퍼가 되었지만 기분이 찝찝했다.
일단 돌격이 저지되었다. 저격이 조금 늦어지겠지만 동료들의 안전이 먼저다.
그는 한결 느긋하게 은폐한 게릴라들을 족집게처럼 잡아냈다. 블랙맘바의 저격을 피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3600J 운동량을 기진 탄환을 방호할 엄폐물에 몸을 숨기거나 순간이동으로 1200m이상 거리를 벌려야 한다. 물론 게릴라들이 선택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
깡- 총성이 터지면 핏물이 쫙 모래를 적셨다. 공포에 질려 뒤돌아서는 병사에게 독전대의 총탄이 날아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게릴라들이 땅강아지가 되어 미친 듯이 참호를 팠다.
그 와중에도 총을 갈기고 잽싸게 은폐하는 용기 있는 게릴라도 많았다. 전장에서 용기 있는 자는 먼저 죽는다. 그들은 예외 없이 머리가 뚫리고, 사지가 박살났다.
기세 좋게 돌진하던 게릴라들의 진형이 지리멸렬해졌다. 직사 무기류를 사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총구만 내밀어도 어김없이 저격탄이 날아들었다. 갓급 스나이퍼의 위용이 개활지에서 한껏 발휘되었다.
바둑과 전투는 한 번 기울면 만회가 어렵다. 프롤리나트의 분위기가 축 몰이에 당한 바둑처럼 암울해졌다.
“과연 블랙맘바!”
깨비텐은 총신이 벌겋게 달아오른 미니미를 내려놓았다.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적이 일제 돌격을 할 즈음 블랙맘바가 적의 지원 화기를 순식간에 잡아냈다.
블랙맘바의 가세가 30초만 늦었어도 전멸 당했을 상황이다. 돈좌당한 적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다. 자신은 블랙맘바가 아니다. 돌격을 포기하고 은폐한 적을 잡아낼 능력이 없다.
긴장이 풀리며 강한 요의가 느껴졌다.
한결 느긋해진 그는 바지 고마리를 풀고 물건을 꺼냈다.
“훗, 쫄았군.”
튼실했던 물건이 번데기처럼 바짝 오므라들어 있었다.
마이크는 내려놓았던 야시경을 끼고 블랙맘바의 저격을 멍하니 구경했다. 자신도 모르게 드라구노프 방아쇠울에서 손가락이 빠져 나왔다.
자신의 위치에서 250m내외지만 블랙맘바의 위치에서 보면 게릴라들은 500m거리다. 보이지는 않는 적을 쉴 새 없이 지워 나가는 그가 인간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가 보고 있는 순간에도 돌격을 시도한 십여 명의 게릴라들이 우르르 뒹굴었다.
‘내가 저런 괴물에게 엉겼단 말인가!’
새삼 자신의 용기가 자랑스러웠다.
깔비에서 동양 노랭이를 얕보고 엉겼다가 작살이 났다. 녀석을 보기만 해도 겁이 났지만 앙금은 늘 남아 있었다. 이등병에게 중사가 얻어맞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라텔팀에 억지로 끼어 든 이유가 블랙맘바에게 한 칼 먹일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다.
한 칼 먹이기는커녕 파트너인 마크를 방치했다고 피똥 싸도록 맞았다. 자신이 알던 블랙맘바는 극히 일부였다. 놈은 한 마디로 공포 그 자체였다.
꼬레앙 팍은 인간이지만 전장의 블랙맘바는 악령이다.
적으로 만나면 악령이지만 동료로서는 수호천사 같은 놈이다.
“그렇지, 저놈이 내 동료다.”
인정을 하고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남아 있던 감정의 찌꺼기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깨비텐이 마이크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마이크도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렸다.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블랙맘바는 20발들이 탄창 열 개를 비웠다. 저격을 시작한지 10분이 지난 시점이다. 견제 사격에 총탄이 절반 이상 소모되었다. 사살 못지않게 돌격 저지도 중요했다. 저격하고 돌격을 저지하느라 총구가 100m폭을 옮겨 다녔다. 눈알이 빠질 지경이었다.
전투 시작 50분, 양측의 포성이 끊어 진지 오래다. 사막을 울리던 총성도 간격이 갈수록 뜸해졌다. 드라구노프만이 5~10초 간격으로 메마른 총성을 토해 냈다.
아무드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왼쪽 뺨이 간질거렸다. 손으로 더듬자 피가 질척하니 묻어 나왔다. 그제야 타는 듯 한 통증이 신경을 타고 달렸다.
왼쪽 귀가 윙 울렸다.
놈에게 저격당한 귓바퀴가 날아갔다. 적정을 살피기 위해 재차 얼굴을 내미는 순간 저격을 받았다. 소름끼치는 정확성 이상으로 속사 능력이 끔찍했다.
전장을 구른 지 20년이 넘었다. 사막이 뒤집어질 듯 한 소음 속에서 놈의 총성을 걸러 냈다. 특급 스나이퍼라도 표적 확인과 격발에 최소한 3초는 필요하다. 저격 거리가 길어질수록 타킷팅 시간도 길어진다.
칸마의 저격 거리는 500m, 총성이 울리고 1초 후 얼굴을 내밀었다. 상식은 통하지 않았다. 바로 저격탄이 날아들었다. 놈은 0.5초 만에 손바닥 절반도 안 되는 표적을 마킹하고 저격했다,
아무드는 절반 이상이 날아간 왼쪽 귀를 움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반 인치만 더 얼굴을 내 밀었으면 곧바로 게헨나 행 낙타를 탔다. 놈은 칸마 같은 놈이 아니라 칸마 그 자체였다.
그는 전의를 상실했다.
‘퇴각해야 한다. 퇴각해도 죽겠지.’
퇴각해야 할 시점이지만 하비브의 서늘한 얼굴이 등을 돌리지 못하게 만들었다.
전장의 분위기가 다시 바뀌었다.
은폐하고 있던 게릴라들이 튀어 나왔다. 소리 없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이판사판인 셈이다.
“전사들은 엄폐하라. 돌격하지 마라. 지구전이다.”
아무드의 명령을 받은 독전대가 복창했다.
“돌격하지 마라. 엄폐하라.”
프롤리나트 군도 바보가 아니다.
사헬이 고향인 인간들답게 상당수가 참호를 깊이파고 숨어들었다. 돈좌된 장갑차와 드문드문 흩어진 바위도 훌륭한 피신처를 제공했다.
전투가 벌어 진지 40분이 지났다.
깨비텐 역시 고민에 빠졌다. 블랙맘바가 적의 기세를 땅바닥에 처박았지만 살아남은 놈들이 끈질기게 저항했다. 제1차 세계대전처럼 참호전 양상이 되었다. 그의 고민은 좌우로 우회 공격을 할지, 현상을 그대로 유지할지였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블랙맘바가 모두 해결한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블랙맘바에게 접근 전으로 해치우라고 할까?’
강한 유혹에 끌렸지만 깨비텐은 머리를 흔들었다. 에르 엑딤 계곡의 악몽이 떠올랐다. 블랙맘바 홀로 중화기를 든 정예병과 밤새 벌인 처절한 전투다. 다시는 감내하기 싫은 마음의 빚이었다.
레드 그라운드(敵地)전투의 최대 핸디캡은 시간이다. 시간은 적의 편이다. 블랙맘바가 계속 두더지 잡이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렸다. 적의 후속 부대가 밀려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차 총류탄.”
깨비텐이 느닷없이 소리를 질렀다.
적의 화력은 블랙맘바에게 눌려 있다. 편안하게 퍼 부을 수 있다.
그동안 총류탄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자리만 차지했다.
사용이 불편하고 정확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총류탄도 공룡이 된 프랑스 방산기업의 사생아중 하나다.
-전원 총류탄을 소모시켜라.
-오후!
복창 대신 감탄사가 들렸다. 총류탄이 워낙 존재감이 없다 보니 팀원들도 까맣게 잊었다.
-장쒼, 총류탄 배급하라.
-옛썰
장쒼이 분산 집적소로 팽이처럼 굴러갔다.
총류탄은 유탄과 전혀 다르다. 일반인은 유탄은 알아도 총류탄은 잘 모른다. 총류탄은 1차 세계대전 당시에 등장했다.
발사 프로세스를 간단히 살펴보자. 총유탄은 별도의 공포탄과 어댑터가 필요하다.
파무스 총구에 어댑터를 삽입후 공포탄을 삽탄한다. 어댑터 앞부분에 총류탄을 꽂는다. 방아쇠를 당기면 공포탄이 폭발하고, 가스압이 총류탄을 날려 보낸다.
여기서 두 가지 단점이 등장한다.
별도의 어댑터와 공포탄이 필요하다. 전시에 어댑터 끼우고 공포탄 장착하고 총류탄 꽂다가 날 샌다는 거다. 총류탄이 잔뜩 있어도 어댑터 분실하면 말짱 꽝이 된다.
다음은 정확도 문제다. 가스 압으로 날려 보내는 만큼 반동이 어마무시하다.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진다. 폭탄마 장쒼도 총류탄을 원하는 곳에 착탄시키는 확률이 70%를 넘지 못했다.
반면에 파괴력은 40mm유탄을 능가한다. 40mm유탄의 파괴력은 수류탄의 2/3수준이다. 총류탄은 40mm유탄의 두 배다. 이 부분이 유일하게 프랑스 방사청이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이다.
천조국과 북극곰을 비롯해서 대다수 국가가 유탄발사기쪽으로 선회했지만 똥고집 프랑스 방사청은 끝까지 총류탄을 고수했다. 공룡 GIAT사의 로비가 작용했음은 불문가지다.
각설하고, 깨비텐, 부리머, 마이크, 장쒼, 벨멘이 일제히 총류탄 곡사 사격을 시작했다. 스나이퍼팀의 총류탄 사격은 상당한 정밀도를 보여주었다.
빵- 빵- 빵-
총류탄은 엄청난 발사 소음과 반동으로 유명하다. 발사할 때마다 허리가 뒤로 젖혀진다.
블랙맘바의 저격을 피해 엄폐한 게릴라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공중 투발 탄은 대응이 불가능하다.
“아악” “으아악!” 비산되는 파편에 신체가 찢긴 게릴라들의 비명이 사막을 울렸다.
빵-빵- 빵- 캉- 빵- 빵- 캉-
총류탄 발사음과 드라구노프 총성이 화음을 이루었다. 총류탄에 대응하려다 노출된 게릴라는 여지없이 저격당했다. 총류탄 곡사 투발과 저격이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었다.
아무드는 토션바가 내려앉은 장갑차 몸체에 찰떡처럼 붙어서 블랙맘바의 저격을 피했다. 그의 앞뒤로 십여 명이 차체에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었다. 또 다른 장갑차 캐빈 외벽에도 십여 명이 껌처럼 달라붙어 총류탄을 피했다. 비참했다.
약기운이 떨어진 게릴라들이 와들와들 떨었다.
오한과 구역질은 젠켐의 부작용이지만 공포가 더 크게 작용했다. 총류탄 파편에 갈가리 찢어지는 동료, 저격탄에 목이 뜯어지고, 가슴에서 피를 뿜어내는 동료, 달빛아래 펼쳐진 한 폭의 게헨나다. 어둠은 공포를 증폭시키고 전염시킨다. 마약에서 깨어난 반군 병사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꽈당- 기어이 장갑차에 총류탄이 떨어졌다.
“아아악” 구슬픈 비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