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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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죽음은 용병의 친구2
싱가포르 마리나 항구 서안은 크고 작은 냉동 창고와 어창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싱가포르는 인구대비 생선 소비량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인 국가다.
싱가포르 자체 어획량은 많지 않다. 소비되는 생선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서 수입된다. 창고도 수입 어류를 보관하는 창고가 대부분이다.
서안 이면 도로에 늘 문이 닫혀 있는 50평 남짓한 후줄근한 창고가 있다.
창고 내부 시멘트 바닥에 물고기 잔해가 흩어져 있다. 한켠엔 염장 물고기를 담은 상자가 쌓여 있고, 어구도 널려 있다. 다른 어창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풍경이다.
창고 모서리에 자리 잡은 커다란 수조는 양식 물고기 부화용 베슬이다. 베슬 아래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감추어져 있음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끼익- 철컥- 미끈한 승용차 한 대가 멈추고 창고 문이 열렸다. 마감을 하지 않은 시멘트벽이 음울한 회색 그대로 방문자를 맞았다. 천장에 달린 200와트 백열전구 한 개가 어둠을 채 밀어내지 못하고 허덕거렸다.
섬세한 금발을 목까지 기른 건장한 남자가 미끄러지듯 창고로 들어섰다. 아르마니 수제 양복에 레이벤을 걸친 남자는 영화배우 뺨칠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
수려한 외모와 달리 남자의 회색 눈동자는 물고기 눈처럼 움직임이 없었다. 그것마저 남자의 카리스마적인 외모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금발 남자가 창고를 휙 둘러보고는 승용차에서 여자를 부축해서 들어섰다. 금발이 풍성한 젊은 백인 여성이다. 여자는 술에 취한 듯 흐느적거렸다.
금발 남자가 놀라운 힘으로 수조를 밀어 붙였다. 지름 3미터짜리 FRP수조가 힘없이 밀려났다. 회색 곰에 버금갈 대단한 완력이다.
수조가 밀려나자 뻥 뚫린 공동이 나타났다.
금발 남자가 벽에 부착된 패널을 열고 버튼을 눌렀다. 공동에 사다리가 스르르 나타났다.
남자는 주저 없이 여자를 어깨에 메고 사다리를 내려갔다. 지하실은 창고와 달리 대낮처럼 밝았다. 바닥의 먼지까지 보일 정도다.
섬세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베드에서 예리한 수술용 메스를 집어 들었다. 베드에는 회칼을 비롯해 장도리, 빠루, 도끼, 단도 같은 온갖 종류의 흉기가 나열되어 있었다.
너무 날카로워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메스를 내려놓은 손이 전동 톱을 들었다. 냉동 참치를 절단하는 톱이다.
물고기 눈처럼 감정 없는 눈동자가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희생물의 섬세한 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전동 톱을 내려놓았다.
좌우로 엇갈린 톱날은 희생물의 근육과 뼈를 쓸데없이 낭비한다. 인간의 조직이 톱밥으로 낭비되어서야 존엄성이 훼손된다.
고심 끝에 그가 집어든 물건은 피아노 와이어였다. 7중 꼬임을 가진 0.3mm와이어, 재질은 텅스텐과 크롬 합금이다. 특별 주문 제작품으로 표면에는 다이아몬드 가루가 코팅되어 있다.
그가 아끼는 물건 중에 한가지다. 이것이다. 오늘의 작업 도구는 피아노 강선으로 결정되었다. 그는 작업도구를 고를 때 희열을 느낀다.
피아노 와이어에 감긴 희생물이 파들거리는 진동은 극도의 쾌감을 제공한다. 미국 동북쪽 끄트머리 메인 주에서 10kg이 넘는 연어를 올릴 때도 느껴 보지 못한 오르가즘이 곧 몰려온다. 그는 기대되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으음!”
여자가 정신을 차렸다.
딱 적당한 때다. 금발 남자는 자신의 솜씨에 자부심을 느꼈다. 희생물의 체격과 연령을 고려해서 일정 시간에 깨어나도록 타격을 가하는 스킬은 자신만의 비기다.
희생물은 입이 테이프로 막혀 있을 뿐, 어떤 구속도 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약해 빠진 희생물은 주저앉아 움직이지 못했다.
“히끅!” 정신을 차린 여자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입이 막힌 상태다. 끅끅대는 묘한 음향이 지하실에 울렸다. 희생물의 가랑이 사이로 노란 물이 흘러 내렸다.
금발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약한 것은 죄악이다. 약해 빠진 것들은 늘 그를 불쾌하게 만든다.
오늘의 희생물은 싱싱한 20대 백인 여성이다.
회색빛 눈동자가 여자를 찬찬히 훑었다. 키 172cm, 사이즈 36-24-36, 몸무게 63kg, 여자의 외면 정보가 한 눈에 뇌로 전달되었다. 예쁘고 섹시하고 글래머다. 짜릿한 맛을 보기에 딱 좋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이라고 했다. 물론 주거지가 호주든 미국이든 알바가 아니다.
제법 훤칠한 외모에 빛나는 금발을 가진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라 온 여자다. 목에 찍힌 푸르스름한 키스 마크는 자신이 남긴 흔적이다. 아니면 자신의 몸에 걸쳐진 온갖 명품에 혹했을 지도 몰랐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다.
피아노 와이어 양쪽에는 그립이 부착되어 있다.
와이어를 든 그가 돌아서자 여자가 벌떡 일어났다. 생존 의지가 공포를 극복했다.
“끄윽 끅!”
“큭큭!”
금발 남자의 입에서 신음 같은 웃음이 새 나왔다. 지하실에 내려 온 후로 처음 보인 인간적인 반응이다.
희생물이 연약한 자위 행동을 보일 때면 절로 아드레날린이 폭출한다.
유감스럽게도 여자는 두 발짝도 떼지 못했다. 스윽 튕기듯이 거리를 좁힌 금발 남자가 머리채를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여자는 속절없이 남자의 품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휘리릭 와이어가 생명 있는 물체처럼 여자의 가는 목을 한 바퀴 휙 감았다. 섬뜩한 와이어가 목에 걸리자 여자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렸다.
여자가 버둥거리자 와이어가 목을 파고들었다.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남자가 가볍게 힘을 주자 와이어가 서서히 목을 파고들었다.
여자가 몸부림을 쳤지만 금발 남자의 완력에 눌려 힘을 쓰지 못했다. 마치 백곰의 앞발에 눌린 어린 해표 같았다.
여자가 꿈틀대자 목을 파고드는 와이어의 진동이 오묘한 리듬으로 성감을 자극했다. 금발 남자가 극도의 쾌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정액이 뿜어져 속옷이 척척해졌다.
잠시 후 여자가 한차례 경련을 일으키고 움직임이 멎었다. 금발은 톱질하듯이 천천히 와이어를 썰었다. 경동맥이 잘린 목에서 선혈이 분수처럼 쏟아졌다.
붉은 핏속에 널브러진 하얀 몸뚱이, 그가 미칠 듯이 좋아하는 정물화다. 굳이 백인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황인종이나 흑인종보다는 백인종이 붉은 선혈과 잘 어울린다.
남자는 깊게 숨을 들이 쉬었다. 자욱한 혈향이 뇌속에 가득찬 온갖 찌꺼기를 몰고 나갔다. 무겁던 머리가 청명해졌다. 금발 남자는 방금 자신이 만든 작품을 10여분 이상 감상했다. 당분간은 살인 충동을 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금발 남자가 물고기 염장용 40갤런 수지 통에 여자를 밀어 넣었다. 벽면 한쪽에 부착된 패널을 열고 버튼을 눌렀다. 4인치 금속관을 타고 포르말린이 쏟아져 나왔다.
수지 통이 포르말린으로 가득차자 버튼을 눌러 장치를 중지시켰다. 투명한 수지 뚜껑으로 단단히 봉한다음 번쩍 들어 벽면 한쪽에 세워 놓았다.
대단한 힘이다.
40갤런 수지 통에 액체를 가득 채우면 160kg이다. 사람이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벽면엔 동일한 수지통 30개가 줄지어 서 있다. 이로써 수집품이 지하실에 한 개 더 늘었다.
오셀롯, 인터폴과 미국을 비롯한 20여 개국 경찰의 추적을 받는 전설적인 국제 암살자, 남자의 정체다. 본명은 잊어 버렸다. 워낙 많은 이름을 사용하다 보니 정작 본명을 잊어 버렸다. 인터폴이 부여한 코드 네임만 남았다.
오셀롯은 남아메리카에 서식하는 황금색 얼룩무늬를 가진 고양잇과 동물이다. 아마존 밀림이 주 서식처이며 미국 남부와 멕시코에도 일부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기에 무척 아름답지만 원숭이와 사슴을 먹이로 하는 준 맹수 급이다. 고양잇과 특유의 사나움과 은밀함을 가진 아마존의 암살자다.
오셀롯이란 코드 네임이 붙은 이유는 귀공자풍의 외모와 달리 피를 즐기는 잔인성과 황금색 머리카락 때문이다.
그에게 당한 희생자는 늘 피바다 속에 누워 있곤 했다. 오셀롯은 특급 스나이퍼임에도 총기를 별로 사용하지 않는 특이한 암살자다. 눈앞에 펼쳐지는 피의 향연과 자욱한 피비린내는 그가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작업을 마친 그는 호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메모지를 섬세하게 펼쳤다. 세 번 접힌 메모는 양복 단추크기에 불과했다. 내용도 크기만큼이나 간단했다.
[외인용병 11명/현 소재 챠드 보루꾸주 파야(추정)/60만 불]오랜만에 접수된 청부다. 50만 불 이하로는 움직이지 않는 탓에 의뢰는 연간 2회를 넘지 못했다. 그 탓에 살육 본능을 이렇게 달래곤 한다.
의뢰금 60만 불은 만족치 못한 액수다. 용병을 죽여 본 적이 없다. 색다른 경험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셀롯은 지포 라이터를 꺼내 메모지를 불태웠다. 오셀 롯이 패널을 누르자 바닥에서 사다리가 올라왔다. 남자가 사라진 지하실에는 피비린내와 종이 탄내만 남았다.
깨비텐은 나란히 눕혀진 미구엘, 모리스, 샤트르의 싸늘한 손을 차례로 악수하듯 꼭 쥐었다.
“미안하다. 제군이 희생해서 지킨 동료들을 꼭 살려서 돌아가겠다. 제군을 이 더러운 막장에 던진 놈들의 턱을 꼭 박살내 주겠다.”
깨비텐은 암담했다.
분노는 현 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무 소득도 없이 막강한 전투 스킬을 가진 부하를 넷이나 잃어 버렸다. 프롤리나트군 천 명을 죽인들 의미 없는 숫자다.
모리스와 미구엘은 자신이 내린 결정 때문에 죽었다. 샤트르를 고려해서 저지대에 숙영했지만 전투 중에 보살핌을 받지 못한 샤트르도 사망했다. 자신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하룻밤에 전력의 30%가 깎여 나갔다.
그는 머리를 흔들어 절망을 틀어 냈다.
깨비텐이 흔들리면 모두가 흔들린다. 팀을 속이고 버린 놈들을 박살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
“큭 큭!”
깨비텐은 쿨쩍거리는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전장의 악몽, 아즈라일도 여자처럼 징징울때가 있구먼.”
“훗, 눈물을 줄줄 흘리는 알제리의 표범도 르몽드 일면에 실릴 기사거리다.”
깨비텐의 악의 없는 빈정거림을 블랙맘바가 받아쳤다. 알제리의 표범은 폴 중위의 별명이다.
“블랙, 고맙다.”
깨비텐의 메마른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알제리의 표범은 잊었던 자신의 별명이다. 전장의 악몽 블랙맘바와 알제리의 표범이 건재하는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부리머가 전투 현황을 보고했다.
“후방에 36명, 전방에 221명, 총 257명 사살되었습니다. 부상자는 없습니다.”
“음, 그렇겠지.”
깨비텐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상자가 없을 리 없다. 부하들이 몽땅 쏴 죽였다. 탓 할 일도 아니었다. 더러운 전장에서 인간성을 따지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다. 사살해서 고통을 덜어 주는 행위가 오히려 인도적이다.
“알았다. 죽은 놈들 숫자가 두 개 중대구먼. 도대체 몇 놈이나 몰려 온 거야. 무기만 수거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깨비텐은 부리머를 보내고 수첩을 꺼내 전황을 정리했다.
상세한 전과 보고서는 부리머가 작성한다. 그냥 간단한 메모다.
1. 1982. 11. 7 작전 2일차 1차 얼디 하마르 전투
사살 4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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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일자 2차 얼디 하마르 전투
사망자 마크 상병
사살 185명. 적 지휘관 무스타 중령 사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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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82. 11. 9 작전 4일차 구라디 바위 언덕 전투
부상자 샤트르 상병
사살 5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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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982. 11.10 작전 5일차 토코툼 보급품 전투
사살 13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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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982. 11.11 작전 6일차 코로뭉가 3군사령부 전투
블랙맘바 단독 작전
사살 107명
FAP 3군 사령부 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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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982. 11.19 작전 14일차 에르 엑딤 계곡 전투
블랙맘바 단독 작전
사살 120명(FAP특전대)
스트렐라2 지대공 미사일 4개팀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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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982. 11.22 작전 17일차 두조랍 에르그 전투
사망자 3명, 샤트르 상병, 미구엘 병장, 모리스 병장
사살 25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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