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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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죽음은 용병의 친구5
어린 딸에게 못된 짓을 하고 죽인 무스타는 와킬의 손에 죽었다. 아무드란 놈은 꼭 자신의 손으로 응징하고 싶었다.
“옴부티가 잡아왔으니 기득권을 인정한다.”
블랙맘바는 옴부티의 원한을 익히 알고 있다. 딸과 부인이 놈들에게 간살 당했으니 오죽 원통하겠는가. 그는 아무드의 처리를 옴부티에게 맡겼다.
마이크가 태클을 걸었다.
“깨비텐, 안됩니다. 모리스, 샤트르, 미구엘이 죽었습니다. 블랙이 아니라면 우리가 복수해야 합니다.”
“마이크, 프롤리나트와 우리는 적으로 만났다. 적을 죽일 때는 나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자네가 죽인 프롤리나트 군이 삼십 명은 넘을 걸. 자넨 그 삼십 명의 원한을 받아 낼 수 있나?”
“입장이 다릅니다.”
“다를 거 없다. 따지고 사헬은 프롤리나트의 땅이다. 침입자는 우리다. 군인의 임무는 싸우고 죽이는 것이다. 놈에게 죄를 묻는다면 비무장 주민을 살해한 죄를 물어야지.”
‘샤트르 귀신이 이양반에게 붙었나?’
말하는 투가 꼭 샤트르를 닮았다. 마이크는 불만스런 얼굴로 물러났다. 블랙맘바 덕분에 동료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나름 동료의 복수를 해 주고 싶었는데 틀렸다.
아무드 앞에 버티고 선 옴부티가 판결을 내리는 재판관인양 무게를 잡았다.
“아무드, 나는 투아레그 임모하렌이다. 내 동족에게 저지른 수많은 죄를 묻겠다. 사막의 율법을 따를 테냐 알라의 심판을 받을 테냐?”
아무드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네놈은 알라의 가르침도 잊었나. 시체를 훼손하면 네놈의 이름도 언제고 아즈라일의 명부에서 지워질 거다.”
아무드가 고함을 질렀다.
“킁, 바퀴벌레가 별 걱정을 다 하는군. 내 주인이 바로 아즈라일이다. 시간이 없으니 알라의 심판으로 하지.”
옴부티가 아무드의 뒷덜미를 잡고 샤트르 등이 묻힌 무덤 앞으로 질질 끌고 갔다.
“놓아라! 이놈, 나는 사령관이다. 너도 명예로운 투아레그 전사가 아니냐. 죽일 때 죽이더라도 치욕을 주지마라. 내 머리를 쏴라. 내 신체를 훼손하면 알라께서 네놈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킁, 바퀴벌레 주제에 웬 치욕? 네놈이 죽인 수많은 사람들이 널 열렬히 환영할거야. 그들이 누가 보냈냐고 물으면 이즈마일 옴부티가 보냈다고 꼭 말해 줘.”
화형을 직감한 아무드가 몸부림 쳤다. 옴부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헐, 언제 준비했지.”
마이크가 실소를 흘렸다.
무덤 앞에는 마른 나무가 잔뜩 쌓여 있었다. 참으로 부지런한 옴부티다.
“장쒼, 기름 한 통 내 줘.”
블랙맘바의 말에 장쒼이 두말없이 픽업으로 달려갔다.
예비 연료통을 받아 든 옴부티가 나무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이럴 수는 없다. 알라시여, 더러운 이교도 놈들과 배덕자를 지옥에 처박으시옵소서.”
아무드가 땅바닥을 뒹굴며 악을 썼다.
“그 새끼, 돼지처럼 엄청 꽥꽥거리네.”
장쒼이 테이프로 입을 둘둘 말아 버렸다.
옴부티가 장쒼의 도움을 받아서 아무드를 장작위에 올렸다.
“헐, 저 자식은 요리에 미치더니 바퀴벌레 구이까지 하는 거냐!”
“바퀴벌레는 불에 집어넣지 않으면 새끼를 까고 죽습니다.”
마이크의 실없는 말을 에밀이 받았다.
옴부티가 불씨를 집어던졌다.
퍽- 휘발유를 끼얹은 마른나무가 거세게 타 올랐다. 곧 단백질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주변을 덮었다.
현대에 볼 수 없는 목불인견의 참상이다. 지켜보는 용병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이곳은 야만의 땅, 아프리카 사헬이다.
“무섭군. 알라의 심판은 산채로 태우는 것이었어. 사막의 율법은 뭐야?”
긴장감 없는 에밀이 옴부티에게 물었다.
“사막에 말뚝을 박고 묶어 놓는다. 삼일을 기다린다.”
“태양에 말라죽겠군.”
“그전에 하이에나가 뜯어먹는다.”
“헐!”
어지간히 강심장인 에밀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사헬의 붉은 별이라 불리는 아무드,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자랑하던 아무드는 두조랍 에르그에서 한 줌의 재로 사라졌다. 역시 꿩의 천적은 매, 바퀴벌레의 천적은 하인이다.
스패너를 쥔 장쒼이 픽업을 노려보았다. 마치 생사대적을 마주한 눈빛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픽업 3대가 그 눈빛을 받아 냈다.
“망할 예비 부품이 없단 말이야. 내 실력 부족이 아니라고.”
짜증이 난 장쒼이 스패너를 팽개쳤다.
바위틈에 숨겨 둔 픽업이 유탄을 뒤집어썼다. 격렬하게 진행된 전투의 흔적이 징하게 남았다.
다행히 두 대는 적재함에 구멍이 났지만 한 대는 엔진에 문제가 생겼다. 애써서 정비했지만 시동을 걸면 야속하게 푸르륵 거리기만 했다.
여덟 명의 인원이 이동하려면 픽업 두 대로는 곤란했다. 무기와 보급품을 적재할 공간이 모자란다.
“부리머 중사님, 탕가로 돌아가서 트라이던트 록의 픽업과 보급품을 보충하면 어떨까요?”
부리머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장쒼을 쳐다보았다.
“너 바보냐. 그쪽을 뚫지 못해서 북쪽으로 밀려 온 거다. 놈들이 남쪽을 철저히 틀어막고 있단 말이다. 잘 고쳐 봐.”
“잘?”
“그래. 잘!”
졸지에 천재에서 바보로 굴러 떨어진 장쒼은 울상이 되었다.
‘쓰파, 니는 주둥이만 놀리면 되지만 나는 손발을 놀려야 한단 말이야.’
조직사회의 폐해다. 대가리가 한마디 던지면 쫄따구의 고난이 시작된다.
장쒼이 예비 부품과 공구를 들고 픽업과 씨름하는 동안 팀원들은 쓸 만한 장비와 탄약을 챙겼다. 도주와 보급 투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지랄 맞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무기는 허접한 반면에 양은 넘쳤다.
사용 가능한 RPG7 발사관만 15개를 챙겼다. 탄환 부족을 염려한 부리머가 데크차레프와 7.62mm탄을 잔뜩 챙겼다.
부르릉-
후드에 총알구멍이 숭숭 난 픽업이 우렁찬 엔진음을 토했다.
“띵호와! 나는 천재다.”
장쒼의 환호성이 울렸다.
기계 천재인 장쒼이 기어코 픽업을 살려냈다.
“역시 자동차는 지팡구 물건이 좋아.”
“아시아에 그런 나라가 있다는 게 신기한 일이죠.”
깨비텐과 부리머의 대화다. 블랙맘바는 짜증이 슬쩍 났다.
깡통 포니라면 어림도 없다. 총탄을 덮어쓰지 않았더라도 가혹한 환경과 주행을 견디지 못하고 애저녁에 폐차되었을 것이다. 고통과 원한이 점철된 고향이지만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엽전이고 된장맨이었다.
샤트르, 모리스, 미구엘이 사망하자 파트너를 짜기도 곤란해졌다. 스나이퍼는 깨비텐과 마이크 둘만 남았다. 지원화기와 폭파는 부리머, 에밀, 장쒼이 남았다. 성격과 상성을 맞추기 난감했다.
“마이크는 장쒼과 파트너다. 부리머는 나와 함께 움직인다.”
블랙맘바와 에밀은 본래 파트너고, 벨맨과 옴부티는 비전투원이다. 사실 마이크의 파트너가 될 사람은 장쒼밖에 없었다.
장쒼의 얼굴이 까맣게 변했다.
마이크의 파트너가 되면 죽는다. 마크가 제일 먼저 죽었다. 두 번째 파트너인 모리스도 비참하게 죽었다. 자신이 세 번째다. 머리에 총구멍이 뚫리고, 창자가 줄줄 뽑혀 나온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팀에서 비공식적으로 깨비텐의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카드다.
“왕빠단!”
마이크 중사가 블랙맘바 앞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즐리 곰 같은 덩치를 가진 놈이 때로는 여우를 찜 쪄 먹었다.
‘따꺼가 있는데 설마 죽지야 않겠지!’
장쒼의 어깨가 축 쳐졌다.
장쒼의 생각과 달리 마이크는 죽을 맛이었다.
“난 한시도 모리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고. 저격을 하는 틈틈이 모리스를 곁눈질 했거든. 정말이야, 신경이 분산되어 전투 차질을 빚을 정도였어. 내손에 죽을 놈들이 열 명 이상은 죽지 않았다고. 도폭선에 문제가 생겼는지 모리스가 참호 밖으로 3m쯤 기어 나왔어. 삐잇- 소리에 내가 고함을 질렀어.”
마이크는 말을 끊고 블랙맘바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얼굴 표정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가슴이 써늘해진 그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모리스 피해라고 소리쳤지. 모리스가 참호 속으로 몸을 던지는 순간에 빌어먹을 박격포탄이 떨어졌어. 84mm는 60mm와 비교가 안 되잖아. 꽝 하는 순간 모리스가 펄쩍 튀어 오르더라고. 난 정말 억울해. 모리스가 포탄에 당할 줄이야 낸들 알았나.”
“계속 이야기 해 봐.”
블랙맘바는 마이크를 돌아보지도 않고 재촉했다. 목소리가 늦가을 서리처럼 스산했다.
“모리스가 당하자 난 눈이 뒤집혔지. 피격을 무릅쓰고 정신없이 달려갔어. 내가 달려갔을 땐 이미 끝장 났더라고. 내 잘못은 크레모아 격발기를 생각 못한 거야. 순간적으로 눈이 뒤집혔거든. 그 뒤는 블랙이 본 그대로야. 이건 정말이야. 모리스는 재수가 없었어.”
마이크는 그야말로 블랙맘바가 납득하도록 결사적으로 설명했다. 자신이 왜 블랙맘바를 납득시켜야 하는지 억울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맞아 죽지 않기 위해서다. 마크가 죽었을 때 새 파트너가 죽으면 같이 묻어 버리겠다고 했다. 이놈은 절대 헛말을 하지 않는다.
“마이크, 왜 벨맨이 모리스 시체를 들고 왔나? 파트너인 당신이 챙겨야 되지 않나?”
마이크의 얼굴이 꺼멓게 변했다.
“난 혹시 모를 프롤리나트 잔당의 저격을 경계했어. 벨맨은 비전투원이잖아. 내가 지켜야지.”
마이크는 자신의 말에 뿌듯했다. 사실이기도 하지만 블랙맘바는 전우의 안전에 특히 예민한 녀석이다.
“마이크 중사님, 수고했다. 새 파트너를 잘 지켜라.”
블랙맘바가 마이크의 등을 툭툭 두드려 주고 사라졌다.
“머시여?”
마이크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멀어지는 블랙맘바의 등을 쳐다보았다. 한 차례 구타를 당할 각오를 했던 그로서는 황당한 노릇이었다.
‘뱀새끼가 독니를 빼놓고 왔나!’
마이크가 고개를 외로 꼬았다. 블랙맘바는 마음의 자세가 달라진 마이크를 잡도리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옴부티가 알파 운전대를 잡고 깨비텐과 블랙맘바가 탑승했다. 베타에 벨맨, 부리머, 에밀, 감마에 마이크, 장쒼이 탑승했다.
픽업 세 대가 신속하게 전장을 이탈했다.
운전대를 잡은 옴부티가 미안한 얼굴로 깨비텐에게 말을 걸었다.
“깨비텐, 함께 싸우지 못해 미안하오.”
깨비텐이 손사래를 쳤다.
“무슨 소리요. 아무드를 잡아오지 않았소. 블랙맘바도 세 번이나 놓친 아무드 대령을 말이요. 옴부티는 큰 공을 세운 거요. 전공 신청서에 이미 기록 되었소.”
“아하!”
옴부티의 입이 찢어졌다.
“그건 우연이오. 와킬이 얼을 빼 놓은 놈을 내가 주웠을 따름이요. 명색이 전사란 놈이 부끄럽소.”
“아니오. 옴부티는 안내인이요. 미안한 이야기지만 옴부티는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소. 전투의 신인 블랙맘바는 안내에 꽝이요. 각자가 잘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소. 옴부티가 할 일은 전투가 아니라 안내요. 다치지 않아 고맙소.”
“그렇게 말씀해주니 나도 고맙소. 명색이 임모하렌이요. 숨어 있다 보니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오.”
옴부티가 고개를 돌려 깨비텐을 쳐다보았다. 리탐으로 가려져 표정을 볼 수 없지만 눈은 웃고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대원들 모두가 옴부티에게 감사하고 있소. 옴부티의 행동은 적절한 전장 행동이요. 자신의 목숨을 잘 챙기시오. 당해 봐서 알겠지만 가장 안전한 곳은 블랙맘바 옆자리요. 꿈자리는 좀 사납겠지만 말이요.”
옴부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번을 생각해도 가장 안전한 곳은 와킬의 옆자리다.
“깨비텐 고맙소. 내 생각엔 우리 움직임을 반군 놈들에게 팔아넘긴 배신자가 있소. 나는 파야라르고로 가서 친구들을 만나 볼 생각이오. 배신자를 찾아서 처단 하고 오겠소.”
옴부티의 뒷북이다.
본부 스파이에 대해서는 아무도 옴부티에게 말하지 않았다. 외인부대의 자존심 문제기 때문이다.
깨비텐이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요. 쥐새끼들은 어디나 늘려 있소. 무리할 필요 없소. 소소한 복수에 매달릴 때가 아니요. 파야에는 함께 갑시다. 나도 파야에 가서 본부와 연락해야 하오. 놈들에게 꼬리를 또 잡히더라도 어쩔 수 없소.”
“알겠소. 나도 파야라르고에 있는 움마(Ummah)친구들에게 정보를 얻어 보겠소.”
움마(Ummah)는 진정한 알라의 가르침에 따라 정치적. 종교적 통합을 이루고자 하는 이념을 가진 자들의 신앙 공동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