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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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죽음은 용병의 친구8
블랙맘바는 비갑에서 수전 두 대를 뽑아 쥐었다.
쿠크리로 썰어 버리고 싶었지만 복도에서 대기 중인 또 다른 두 놈이 있다. 미끼는 가능하면 팔팔한 놈이 좋다.
그가 늘 왼손에 차고 있는 비갑은 청대의 물건으로 추정되는 골동품이다. 안쪽에 교룡 가죽을 덧댄 청동제로 파리의 크리낭쿠르 골동품 시장에서 구입했다.
겨우 일천 프랑에 구입한 비갑은 흐뭇할 정도로 마음에 꼭 들었다. 안쪽에 덧댄 가죽은 부드럽고, 외부의 청동 재질은 쿠크리 날에 긁히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무엇보다 비갑 속에 5인치 길이의 수전을 20대나 장착할 수 있다. 그는 아작시오의 전통 스틸레 장인에게 의뢰해서 수전 이백 개를 주문 제작했다.
소리 없이 도어가 열렸다. 그 틈으로 총구가 밀려 들어왔다. 고도로 훈련받은 은밀한 움직임이다. 물론 블랙맘바에겐 어린애 장난 같은 수준이다.
문 옆에 붙어 서 있던 블랙맘바가 총을 쥔 손목을 왼손으로 잡고 확 끌어 당겼다. 저항할 틈도 없이 룸으로 끌려 들어온 괴한의 경동맥에 수전 한 대가 푹 꽂혔다.
“훅!”
침입자의 허파에서 다량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무너지는 침입자의 가슴에 고격(어깨 들이받기)이 들어갔다. 침입자가 문밖으로 튕겨 나갔다. 블랙맘바가 시체를 자석처럼 따라 붙었다.
퍽 퍽 퍽 퍽-
복도로 튕겨 나간 침입자의 몸에 총탄이 연속 틀어박혔다. 침입자들의 반응도 빨랐다. 바닥으로 몸을 날리며 재차 사격을 가했다.
블랙맘바가 반대쪽 벽을 차고 천정으로 솟아올랐다.
쉭- 수전 두 대가 빗살처럼 날아갔다.
“그윽” “훅”
뭉툭한 소음 권총을 든 복면인 둘이 빈 자루처럼 허물어졌다. 수전이 끄트머리만 겨우 보일 정도로 미간 깊숙이 박혔다.
“망할 새끼들, 싸지도 못했는데 하필 그때 들어와.”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챙길 건 챙겨야지.’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집어 들었다. 소음기를 낀 베레타다. 베레타는 비싼 권총이다. 거지같은 프롤리나트 녀석들이 사용하기엔 지나치게 고가품이다.
프롤리나트는 고급 지휘관도 싸구려 토카레프를 사용한다. 리비아나 바르샤바 조약국은 마카로프를 사용하지 베레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블랙, 뭐 뭐야?”
잠에서 깬 에밀이 버벅 거렸다. 엔간히 깊이 잠들었던 모양이다. 블랙맘바는 다짜고짜 에밀의 뒷덜미를 잡아 욕실로 끌고 갔다.
샤워기를 얼굴에 들이대자 에밀이 기겁을 했다.
“어푸, 그만 그만! 블랙, 무슨 일이야”
“에밀, 잘 들어. 암살자다. 세 놈은 처치했다. 놈들이 더 있다. 너는 이놈들을 룸에 처넣고 통신실 깨비텐에게 가라. 나는 벨맨과 장쒼에게 간다.”
에밀이 시체 세 구를 룸으로 질질 끌고 들어와서 복면을 벗겼다. 둘은 아랍계 혼혈인, 한 명은 백인이다.
“아는 놈인가?”
에밀이 물었다.
“훗, 너 바보냐!”
에밀은 자신이 질문이 멍청했음을 인정했다. 아프리카에서 블랙맘바와 안면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어리바리한 게릴라가 아니다. 히트맨이다. 에밀 통신실로 가라. 깨비텐이 위험하다.”
에밀은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블랙맘바는 복도를 타고 달렸다.
316호실에 벨맨과 마이크가 들었다. 318호실은 장쒼과 부리머다. 옴부티는 움마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고 없다.
복도에 가람거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챠드 내전은 탐험가와 관광객의 발길마저 끊어 놓았다. 티베스티 사하라와 엔네디 고원을 찾던 외국인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레 메르엔 호텔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블랙맘바는 316호실 도어를 잡았다가 놓고 비상구로 뛰어 올라갔다. 상황 파악이 먼저다.
호텔은 5층 건물이다.
비상구에서 옥상으로 통하는 철문은 흔히 그렇듯 잠겨 있었다. 주먹크기의 자물통을 잡고 불끈 힘을 썼다. 뿌직하는 소리와 함께 걸쇠 전체가 뚝 떨어져 나갔다.
철문을 걷어차고 옥상으로 뛰어 나갔다. 다람쥐처럼 물받이 홈통을 타고 내려간 그는 4층에서 휘딱 몸을 뒤집었다. 발코니 난간에 발을 걸고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렸다. 청파보의 편복주렴이다.
베란다 창문을 통해 316호 내부가 보였다.
블랙맘바의 입술이 비죽이 비틀려 올라갔다. 어이없을 때의 표정이다. 두 손을 등 뒤로 묶인 벨맨과 마이크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침입자가 구둣발로 마이크의 발가락을 짓이겼다. 마이크가 입을 딱딱 벌리는 모습이 코믹했다. 다행히 침입자 두 놈은 베란다를 등진 자세다.
블랙맘바를 발견한 벨맨의 눈이 잔뜩 커졌다.
캄캄한 밤을 배경으로 창문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이 영락없이 드라큘라다. 놀랄 만 했다. 벨맨의 표정을 본 침입자가 돌아서며 권총을 뽑았다.
“쀠텡, 꽁!”
화들짝 놀란 블랙맘바가 허리를 등 쪽으로 말아 올리듯이 젖혀서 상체를 끌어 올렸다. 동시에 침입자의 권총이 불을 뿜었다.
퍽 퍽- 와장창
몽둥이로 모래주머니를 때리는 소리와 동시에 질 낮은 베란다 통유리가 왕창 내려앉았다. 허리가 쫙 펴지는 탄력을 받아 블랙맘바가 룸으로 폭탄처럼 뚫고 들어갔다.
허공에 뜬 블랙맘바의 몸이 풍차돌 듯 무섭게 휘돌았다.
쌍응공투(双鷹空鬪)다. 매가 싸울 때는 공중에서 서로 억센 발톱을 움켜잡고 맹렬히 휘돈다.
퍽퍽퍽- 퍽퍽퍽-
침입자들이 놀라운 속도로 사격을 가했다. 인간의 동체시력은 한계가 있다. 귀가 가청 영역이 있듯이 눈도 가시 영역이 있다. 침입자는 무섭게 휘도는 블랙맘바를 타킷팅하지 못했다.
퍼퍽- 퍼퍽 더블텝 두 번이다.
블랙맘바가 착지했을 때 괴한들도 춤추듯 허물어졌다. 머리와 심장에 더블텝으로 총탄을 얻어맞았다. 벨맨과 마이크는 멍한 표정으로 블랙맘바를 바라보았다.
권총탄은 펀치력이 낮다. 베레타에 사용되는 9mm파라블럼탐의 운동 에너지는 400J내외다. 5.56mm소총탄의 25%파괴력이다. 특과병은 총탄을 맞고도 응사할 위험이 있다. 블랙맘바는 긴급 상황에서 반드시 더블텝을 사용했다.
마이크와 벨맨은 멍한 눈으로 침입자와 블랙맘바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블랙맘바의 얼굴이 창문 너머 거꾸로 나타나고, 베란다 창문이 박살나고, 블랙맘바가 뛰어들어 괴한을 죽이기까지 한 호흡이 걸렸다. 두 사람이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상황이 종결되었다.
“블랙, 놈들이 깨비텐의 위치를 물었다. 깨비텐이 위험하다.”
얼굴이 엉망이 된 마이크가 다급하게 말했다.
“이미 에밀을 보냈다. 정말 한심하다.”
마이크와 벨맨이 벌게진 얼굴을 외면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긴장이 풀렸다. 깊이 잠드는 바람에 꼼짝없이 당했다. 열불이 솟았지만 전적으로 본인의 잘못이다. 게다가 벨맨은 침입자에게 블랙맘바의 존재를 알려주는 잘못까지 범했다.
“블랙, 고맙다, 또 목숨 빚을 졌다. 내가 멍청했다.”
벨맨이 머쓱한 얼굴로 사과했다.
“인간인 이상 견디기 힘든 강행군이었다. 살아 있어 다행이다. 그나저나 벨맨이 아니라 판다맨이네. 마이크는 안경곰인가? 큭큭큭!”
히트맨에게 얻어맞은 두 사람의 눈 주위가 시퍼렇게 멍들었다. 블랙맘바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젠장, 웃지 마. 잠자다 이마에 총을 들이대는데 난들 어떻게 해. 난 블랙이 아니라고.”
벨맨이 볼멘소리를 했다.
“저 양반은 왜 저래?”
광분한 마이크가 시체에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성질이 지랄이잖아. 자존심이 상해서 저럴 거야.”
“멍청한 놈, 아차, 장쒼!”
장쒼의 방에도 히트맨이 침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블랙맘바가 316호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그때, 318호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글록을 든 장쒼이 튀어 나왔다.
퍽- 퍽-
장쒼이 권총을 발사했다. 식겁을 한 블랙맘바가 복도 바닥에 몸을 던지며 소리쳤다.
“장! 나다”
“억, 따꺼? 왜 거기서 나오는 거야.”
장쒼이 비명을 질렀다.
“임마, 눈에 찌짐붙였나.”
식겁한 입에서 짜증이 튀어나왔다.
“히트맨이다. 한 놈이 튀었다.”
“시간은?”
“일분 전이다.”
일분 전이면 316호에서 난장을 칠 때다.
“문제가 있었군.”
장쒼의 얼굴이 피투성이다. 왼쪽 귀가 반쯤 떨어져 나가고, 코가 내려앉았다.
“벨맨!”
무쌍이 벨맨을 부르자 장쒼이 머리를 흔들었다.
“농 쁘라블렘, 중사님이 다쳤다.”
벨맨이 318호로 뛰어 들어갔다. 장쒼이 다급히 외쳤다.
“블랙, 놈을 처리해야 돼.”
“쯧!”
블랙맘바가 혀를 차고 튀어 나갔다.
혈향이 복도를 지나 로비로 이어졌다. 히트맨의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놈을 놓치면 팀의 행적이 드러나게 된다. 다급해진 블랙맘바는 한 걸음에 층계참을 하나씩 건너뛰었다.
“손님, 정숙을……”
“임마, 니나 정숙해.”
로비에서 앞을 막던 데스크맨이 물소에 받친 듯 튕겨 나갔다.
부아앙-
로비를 가로지를 때 바이크 굉음이 울렸다.
“이런 씨부럴!”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 문드러졌다.
콰창- 오크목으로 제법 단단하게 만들어진 현관도어가 박살났다. 포탄처럼 튀어나온 블랙맘바가 빗살처럼 후원을 가로질렀다.
“윽, 뭐야?”
318호실에 뛰어들던 벨맨이 비틀거렸다. 문 입구에 쓰러진 시체에 발이 걸렸다.
룸 입구에 위치한 샤워 부스 앞에 복면인이 쓰러져 있었다. 목이 불가능한 각도로 꺾이고 가슴에 대검이 깊숙이 꽂혔다.
장쒼이 식도로 애용하는 MK대검이다. 대검을 꽂고 비틀어 상처를 벌려 놓았다. 벌어진 가슴에서 피가 벌컥였다. 룸 바닥이 피로 철벅였다.
룸에 가득찬 피비린내에 벨맨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대로 처리했군.”
뒤따라 들어온 마이크가 촌평을 던졌다.
“부리머, 어디 있나?”
“큭 큭!”
목재 소파 뒤쪽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복부를 싸안은 부리머가 소파에 기대어 헐떡거리고 있었다. 고통을 참느라 얼굴이 잔뜩 비틀렸다. 벨맨이 황급히 부리머의 상체를 받쳐 안았다.
“장쒼, 내 방에 가서 구급낭 가져와.”
벨맨이 잡낭에서 아트로핀과 모르핀을 꺼내 들며 소리쳤다.
“여 여기 있습니다.”
장쒼은 잔뜩 얼어 있었다.
부리머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다가 피격 당했다. 부리머가 죽으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중사님, 죽으면 안 돼요. 저는 어떡하라고요. 크흐흐흑!”
장쒼이 흐느꼈다.
“이 자식아 정신 차려. 확보-지혈-소통 몰라! 가제로 등 쪽 출혈을 막아.”
벨맨이 버럭 소리 질렀다.
벨맨은 총탄 사입구를 소독약으로 씻어 내고 말려들어 간 헝겊조각과 눌어붙은 탄소를 긁어냈다. 관통총창은 맹관총창에 비해 처치가 쉽다.
혹자는 총탄이 빠져나간 사출공의 구멍이 커진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입공이나 사출공이나 구멍 크기는 별 차이가 없다. 다만 총탄이 뒤집어지는 롤백 현상이 발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내 잘못이야. 놈이 나를 쏠 때 중사님이 가로막았어. 나를 살리려고 중사님이 당했단 말이야. 중사님은 딸이 둘인데 어떡하나. 내가 죽일 놈이라고. 권총을 들고 있었어야 했는데. 흑흑!”
벨맨이 치료하는 동안 장쒼이 계속 흐느꼈다.
“임마 그만해. 총탄에 맞는 것도 용병의 숙명이고, 죽고 사는 것도 용병의 숙명이야.”
보다 못한 마이크가 버럭 소리쳤다. 블랙맘바에게 당한 후로 마이크는 날이 갈수록 말의 순도가 높아졌다.
벨맨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기가 막히는군. 총탄이 뱃가죽과 등가죽만 뚫었어. 장기를 조금도 건드리지 않다니,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있나. 말로만 들었던 후레쉬 관통총창을 볼 줄이야.”
벨맨은 거듭 감탄했다. 롤백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사출공 상처도 깨끗했다. 근거리에서 피격당한 탓에 총탄의 운동량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치를 마친 벨맨이 부리머의 어깨를 툭 쳤다.
“낚시꾼 양반, 엄살 그만 부리라고. 이정도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돼. 며칠 지나면 샤리로 돌아가서 자이언트피라냐와 힘겨루기를 할 수도 있어. 힘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