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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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레종 에드랑제9
인솔 하사관의 첫 마디다.
연대가 주둔하는 깔비는 코르시카 섬의 북서부 해안가에 있는 휴양 도시다. 세계적인 영화제로 유명한 칸이나 남프랑스 최대의 휴양지인 니스에서 리구리아 해를 건너면 바로 깔비다. 매년 여름이면 니스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두 배로 증편될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지다.
제2공수 연대의 주둔지는 15세기에 지어진 해안 요새다. 17세기 제네바인이 증축한 요새는 바다를 바라보는 높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요새 성벽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깔비 항의 풍경은 일품이다. 짙푸른 지중해를 오가는 여객선과 어선이 한가롭다. 요트 갑판에는 남녀가 민망한 포즈로 비비적댄다. 재수가 좋으면 떼 지어 수면을 튀어오르는 돌고래 군무를 볼수도 있다.
무쌍은 제2 외인공수연대 4중대 4소대로 배속되었다. 되지엠 랩 4중대는 폭파와 저격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중대다. 2개의 일반 전투소대와 1개의 화기 소대, 1개의 스나이퍼 소대로 구성되어 있다.
중대 인원은 140명 내외다. 인원은 중대장과 소대장을 비롯한 장교 6명, 하사관 30명, 병사 1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이튿날부터 곧바로 훈련에 투입되었다.
훈련 프로그램의 큰 줄기는 침투, 격멸, 탈출이다. 고공낙하, 산악훈련, 스키 전투, 정찰, 저격, 격투기, 잠수와 수영, 폭파, 통신, 의무, 시가전, 냉병기, 중화기 및 각종 무기 조작, 각종 차량 운전등 온갖 다양한 환경에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강도 높은 훈련이 끝없이 이어졌다. 전투를 위한 모든 기술을 터득하는 곳, 되지엠 랩은 전투 머신 양성소였다.
휴식 시간과 자유시간은 철저히 지켜졌지만, 훈련은 고되기 이를 데 없었다. 오죽했으면 되지엠 랩의 훈련을 ‘지옥으로 초대’라 부르겠는가. 신병 훈련을 맡은 교관의 첫 마디가 ‘지옥문이 열렸다’였다. 두 달 만에 고된 훈련을 견디지 못한 신병 다섯이 자진 전역했다.
지옥문? 무쌍은 코웃음 쳤다. 피지컬 자체가 다르다. 철파보를 극성으로 시전하면 100m 랩타임이 6초다. 10m를 건너뛸 수 있고, 7m를 도약할 수 있다. 마라톤 성체 드러브렛종의 힘에 황소 같은 지구력이 있다.
무쌍은 11살 즈음에 기이한 인연으로 신체가 변이를 일으켰다. 강해졌지만 불안정한 신체는 양날의 칼이 되었다. 스무 살에 스승을 만나 무예를 익혔다. 오금공과 오금연노법은 불안정한 신체를 안정시켰다.
대우 스님이 시한폭탄의 뇌관을 제거했다면 레종 에뜨랑제는 이빨과 발톱을 주었다. 현대식 무기와 체계적 훈련을 거친 무쌍은 전사이자 스나이퍼로 거듭났다. 일 드 보떼, 지중해의 아름다운 섬 코르시카에서 인류 역사상 최고, 최악의 살상 병기가 다듬어지고 있었다.
정작 지옥문은 수영과 잠수라는 암초였다. 무쌍은 낙동강을 낀 짚은다리에서 자랐지만 안타깝게도 개헤엄 수준을 면치 못했다.
낙동강은 대표적인 천정천이다. 하상이 고르지 못한 탓에 해마다 익사 사건이 발생했다. 박진보 부부는 행여나 외동아들을 잃을세라 감시의 눈길을 번득였다. 무쌍은 눈앞에 강을 두고도 수영을 익히지 못했다. 백부댁에서 노예 생활을 할때는 강에서 헤엄치고 놀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어설픈 낙동강 개헤엄은 되지엠 랩에서 통하지 않았다. 수중침투 교관 베르나르 상사는 개헤엄을 눈감아줄 만큼 관대하지 못했다. 냉정하게 다리를 묶어서 바다에 처넣었다. 무쌍은 우윳빛 석회암 절벽과 코발트 빛 바다가 진저리 날만큼 짠 바닷물을 마셔야 했다.
비진도 앞바다와 지중해는 같은 쪽빛 바다다. 한쪽이 가슴 저린 추억의 쪽빛이라면 한쪽은 욕 나오는 헬 게이트로 각인되었다. 지중해 짠물이 바로 지옥이었다.
되지엠 랩 고참병들도 2,000m 수중 침투와 갯벌 통과 훈련은 체 머리를 흔들었다. 오리발에 의지해서 2,000m를 수중으로 통과해야 한다. 머리가 수면으로 올라오면 곧바로 곤봉이 날아든다.
상륙하면 무릎까지 빠지는 갯벌 500m를 통과해야 한다. 머리 위로 7.62mm 총탄이 바람을 가르고 지나간다. 신병들은 악랄한 훈련에 치를 떨었다. 쉼 없이 자신이 먹은 메뉴를 확인하고, 근육통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훈련 일정이 끝나면 저녁 식사 전까지 90분 정비 시간이 주어진다. 신병들이 침대 위의 여자보다 더 간절히 기다리는 시간이다.
갯벌 침투 훈련을 끝낸 4중대 신병 아홉 명은 하나같이 반실신 상태로 해변에 널브러졌다. 무쌍은 같은 분대원인 골드만, 에밀, 샤트르와 함께 모래밭에 드러누워 석양을 즐겼다. 4월의 대서양 계절풍은 포근하다. 바람이 귀밑을 간질이고 지나가는 부드러움에 잠이 솔솔 쏟아졌다.
골드만은 신병 동기, 에밀은 2년 고참으로 일병, 샤트르는 10년 고참으로 상병이다. 체력이 방전된 골드만은 얼굴이 허옇게 떠서 퍼져버렸다. 무쌍과 에밀, 샤트르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에밀, 이제 물고기와 노는 것도 끝인가?”
무쌍의 말에 파트너인 에밀이 비시시 웃었다.
“왜? 섭섭해?”
“천만에, 물고기 싫다. 독수리가 좋다.”
“팍, 고공 강하 훈련을 우습게 보면 큰코다친다. 자넨 너무 겁이 없어. 아차 하면 일만 피트 상공에서 떨어진 그로뉘이레(개구리)가 된다고.”
고참인 샤트르가 주의를 환기하였다.
“난 큰 코 아니다. 샤트르 큰 코다.”
무쌍의 불어 실력은 아직 형편없었다.
“팍, 여자를 사귀도록 해. 불어 실력을 높이려면 여자가 최고다. 꾀어서 따먹으려면 아부를 열심히 해야 하거든.”
“에밀, 그만둬. 저놈은 순정파야. 페니스에 정조대를 채운 놈이라고. 네놈처럼 아무 곳에서 싸지르는 놈이 아니야.”
샤트르가 에밀의 충고를 튕겼다. 군대가 있으면 여자가 있다. 고참병, 신병 할 것 없이 휴일이면 아작시오 뒷거리로 쏟아져 나갔다. 밥 먹고 하는 일이 체력단련이다. 발정난 황소가 넘치는 정력을 쏟아낼 곳을 찾아 거리를 휩쓸었다.
무쌍은 여자 헌팅 대열에 낀 적이 없다. 비록 혜영을 떠나보냈지만, 끝이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정조는 여자만 지키는 가치가 아니다. 지저분한 영업용을 탄 몸으로 혜영을 볼 낯이 없다.
휴일이면 옛 요새 성벽에서 지중해를 바라보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곤 했다. 수평선에 엄마 얼굴을 그리고 혜영의 얼굴을 그렸다. 인자한 사부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빚을 갚아줘야 할 놈들의 이름을 곱씹었다.
“팍, 너는 왜 지치지 않나?”
한바탕 뱃속을 비우고 온 골드만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무쌍을 쳐다보았다.
“지친다. 한국인은 인내심 강하다.”
“재수 없는 놈.”
골드만이 모래를 걷어차고 돌아섰다. 그는 스페인 종합 격투기 챔피언 출신이다. 체력이라면 자신 있다. 그런데도 탈진했다가 겨우 정신을 차렸다. 노랭이 꼬레앙 놈은 고참들과 농담 따먹기를 할 정도로 여유가 넘친다. 눈꼴이 시었다.
에밀 일병이 무쌍의 허리를 툭 쳤다.
“저놈은 인종주의자야. 유태인 외에는 열등 민족으로 보는 놈이지.”
“게다짝 같은 놈이군.”
무쌍은 툭 튀어나온 골드만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어디나 저런 덜떨어진 놈이 있다.
“케다짱?”
“일본인이 게다짝이다.”
“오호, 일종의 민족 감정이군.”
샤트르가 끼어들었다.
“역시 유대인이었어. 골드만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유대인인 줄 알았다. 이름에 골드, 실버 따위가 붙은 인간은 거의 유태계다. 돈밖에 모르는 놈들답지?”
무쌍은 신랄한 샤트르의 말에 대답을 못 하고 눈만 굴렸다. 민족 간의 뿌리 깊은 구분 의식은 이곳에서도 예외가 없다.
“저기 진짜 인종주의자 놈들이 온다.”
무쌍과 샤트르의 고개가 해변 쪽으로 돌아갔다. 2분대 장인 폴 마이크 중사와 사병 둘이 해변에서 올라오는 중이다. 무쌍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흑인인 마이크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팍스 아메리카나다. 놈은 동양인만 마주치면 원숭이라 부르며 시비를 걸었다. 웃기게도 2차대전 당시에 아버지가 잽의 총검에 찔려 죽었다나.
온갖 부류의 인간이 모이다 보니 이해 못 할 놈들도 여럿이다. 사병 두 놈은 평소 마이크와 붙어 다니는 놈들이다. 말을 섞으면 시비가 벌어진다. 무쌍은 부니 헤트로 얼굴을 가렸다.
“어이, 저기 노란 원숭이 한 마리가 일광욕 중이다.”
마이크가 사병에게 큰 소리로 지껄였다.
“어이구, 저 빙신 새끼, 삽질하는 거 보소!”
무쌍의 인상이 틀어졌다. 중사 놈이 일부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분명했다. 에밀과 샤트르가 무쌍의 눈치를 보았다. 무쌍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덜떨어진 놈의 헛소리에 일일이 대거리하기도 귀찮고 돈도 안 되는 일이다.
“총도 잘 쏘고, 춤도 잘 추는 원숭이죠.”
사병의 말에 마이크가 킬킬 웃었다.
“원숭이 발가락이 방아쇠울에 들어가나?”
“쉰덕도 총을 쏘는데 원숭이가 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반응이 없자 그들은 좀 더 큰 소리로 떠들었다.
“원숭이가 왜 여기 있어. 동물원에 보내야 해.”
“아니야, 재주 잘 부리는 원숭이는 서커스에 팔아야 해.”
“배알도 없는 놈들이네.”
“원숭이는 원래 배알이 없습니다. 바나나만 주면 끽끼대며 좋아하죠.”
참다못한 에밀이 한소리 했다.
“팍, 개가 자꾸 짖는다.”
무쌍은 심드렁했다. 깔비 동쪽 해변의 햇살이 몸에 착착 감기는 감각이 아주 좋다. 지금의 나른한 기분이 저딴 녀석들 때문에 깨진다면 슬픈 일이다. 챙 넓은 부니 모자 아래서 나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냅둬. 개는 원래 잘 짖는다. 사람은 짖지 못한다.”
딱딱 끊어지는 서툰 말이 마이크의 귀에 고스란히 들렸다. 말투 때문에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검게 탄 커다란 얼굴이 대번에 붉게 물들었다.
“뭐라고 했나. 원숭이.”
마이크가 모래밭을 힘주어 쿵쿵 밟으며 다가섰다. 꼴이 암컷을 차지하려는 큰 뿔 사슴 수컷이 상대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햇빛 가려진다.”
지극히 도발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이병, 나는 네놈 상관이다. 일어서라.”
레종 에뜨랑제의 군기는 엄하다. 반면에 개인에게 부여된 자유 시간은 철저히 보장한다. 일반 회사보다도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일과 시간이라도 휴식 시간이나 개인 시간을 침해하지 않는다.
지금은 훈련 중이거나 임무 수행 중이 아니다. 훈련후 주어진 자유시간이다. 형편없는 양아치 놈에게 고개를 숙일 이유가 없다.
“지금은 자유시간이다. 비켜라. 햇빛 가려진다.”
“원숭이 새끼가 감히!”
꽝-
마이크의 군홧발이 누워 있는 무쌍의 머리를 짓밟았다.
“헉”
“으앗”
놀란 일행들이 비명을 질렀다. 묵사발 난 안면이 눈에 선했다. 참혹한 장면이 연출될 순간이다.
“뭐야?”
에밀과 샤트르의 눈이 커졌다. 마이크가 내리찍은 곳엔 먼지만 풀썩 일었다. 무쌍의 몸은 누운 자세 그대로 옆으로 한걸음 옮겨가 있었다. 얼굴을 가린 부니 헤트도 그대로다. 에밀의 눈이 마이크 중사의 발과 무쌍의 얼굴을 부지런히 옮겨 다녔다.
“에밀, 마이크가 사시였나?”
특급 스나이퍼 마이크가 졸지에 시각 이상자가 되었다.
“겉보기와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나저나 팍이 화나면 일이 커질 텐데요.”
레종 에뜨랑제는 세계의 온갖 잡탕 인간이 모이는 풀이다. 인종, 종교, 사상, 성장 환경이 다른 인간들의 집합소다. 주먹다짐이야 흔히 발생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마이크의 행동은 용납될 수준이 아니다.
샤트르가 벌떡 일어났다. 마이크는 평소에도 문제가 많은 인종주의자다. 조증이 있어 잘 흥분하는 편이다.
“마이크, 무슨 짓이야?”
“영감은 빠지라고.”
마이크가 험악한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퍽- 샤트르의 어깨를 거칠게 밀었다. 샤트르 병장은 사십 대 초반으로 별명이 영감이다.
“너무 지나치지 않나.”
“킁!”
샤트르의 항변에 마이크가 콧김을 뿜었다. 넓적한 콧방울 평수가 넓어졌다. 코털이 주렁주렁 삐져나왔다.
‘망할 새끼, 말썽부릴 시간에 코털이나 깎지.’
속이 불편해진 샤트르는 저녁 식사가 걱정되었다.
“지나치다고? 내가? 아니면 저쪽 원숭이?”
마이크가 무쌍을 향해 주먹 쥔 오른손을 뻗고 왼 팔꿈치로 오른팔을 툭툭 쳤다.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다. 프랑스에서 이런 행동은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드는 행동과 동일하다. 무쌍의 인상이 찌그러졌다.
“헛, 이거참!”
에밀이 헛웃음을 흘렸다. 마이크의 행동은 도를 넘었다. 마이크가 동료를 돌아보았다.
“어이, 밀러 우리가 무슨 짓을 했지?”
“우리는 막사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원숭이가 우리를 개새끼라 부르는 바람에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헐, 여기도 화자년 같은 놈이 있네.”
무쌍은 실소를 흘렸다.
마이크가 샤트르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는데.”
무쌍이 몸을 일으켰다. 디네 전에 편하게 쉬려던 의도가 물 건너가 버렸다.
“중사님, 내가 너보고 깜둥이 새끼라고 하면 기분 좋냐? 씨팔 놈아.”
뒤쪽의 욕설은 한국말로 했다. 어설프지만 의미는 확실히 전달되었다. 원래 욕설이란 내용보다는 형식이 중요한 법이다. 욕을 할 때의 제스처, 표정, 어조 등이 욕설의 주체가 된다.
마이크 중사의 눈에 핏발이 돋았다. 눈이 흰자위로 뒤덮였다. 그는 거구에 인상이 험악한 흑인이다. 폭급한 성격으로 인해 영내 폭행 전과도 수차례 있다. 이성을 잃으면 적당히를 모르는 진상이 마이크다.
샤트르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이크 중사는 폭발 직전이다. 선불 맞은 멧돼지를 도발하는 꼬레앙이 걱정되었다. 마이크는 말린다고 들을 놈도 아니다.
“원숭이, 모자를 벗어라.”
“명령 들을 시간 아니다.”
고저 없이 딱딱한 대답에 마이크가 폭발했다.
“퓌텡, 썬 오브 비치!”
마이크가 불어와 영어가 뒤섞인 욕설을 내뱉으며 양팔을 활짝 펴고 달려들었다.
“큭!”
황소처럼 달려들던 마이크 중사가 짧은 비명을 남기고 땅바닥에 퍽 엎어졌다. 팍은 원래 서 있던 자세 그대로다. 마이크의 턱을 강타한 주먹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보는 사람들은 영문을 알지 못했다.
“어라, 중사 양반, 페니스로 참호 파는 거야?”
샤트르의 말에 에밀이 킬킬 웃었다. 입이 근질거렸지만, 일병이 중사를 씹었다간 후환이 만만치 않다. 무쌍이 부니를 벗어들고 멍해 있는 병사를 노려보았다.
“딸코, 죽고 싶나?”
“히익, 플라잉 바이퍼!”
기겁한 딸코가 후다닥 물러났다. 상대가 에콜의 플라잉 바이퍼라면 마이크 중사는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
“데려가.”
딸코와 일병이 기절한 마이크를 부축해서 번개처럼 사라졌다.
“어떻게 한 거야?”
에밀이 무쌍에 바짝 붙었다. 그들의 동체 시력으로는 마이크의 돌진을 슬쩍 피하며 턱을 후려친 무쌍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없다.
“몽키 어퍼컷!”
간단한 대답에 샤트르와 에밀이 킬킬 웃었다. 연유를 알 수 없지만, 속이 시원했다.
“플라잉 바이퍼는 뭐지?”
“그냥, 그런 게 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를 바 없다. 양아치가 있고, 삐뚤어진 놈이 있고, 선량한 사람도 있고, 바람 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되지엠 랩은 유사시 제1순위 해외 파병 부대다. 부대 운영은 독립적이지만, 작전 명령은 프랑스 제11 공정여단에서 나온다. 명령 체계로 보면 11공정여단의 타격대가 되지엠 랩인 셈이다.
군인의 존재 목적은 적을 죽이는 것이다. 군인을 움직이는 것은 명령이다. 명령을 받은 이상 죽이기 싫어도 적을 죽여야 한다. 살인은 아무리 포장해도 살인이다. 남을 죽일 때는 자신도 죽을 준비를 해야 한다. 자신이 죽을 확률을 낮추려면 능력을 높여야 한다. 십 대 나이에 생사의 언덕을 수차례 넘은 무쌍이다. 생사의 진리를 깊이 체득하고 있었다.
무쌍의 신체는 호모사피엔스의 한계를 넘었다. 100m 랩타임이 9.7초인 칼 루이스가 100미터를 20초에 달린들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되지엠 랩의 훈련은 몸풀기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이등병에 불과한 그가 개인 훈련을 요청할 위치도 아니다.
무쌍은 불안했다. 되지엠 랩은 언제 출동할지 모른다. 북한과 대치한 한국의 군사적 긴장도는 높다. 긴장도는 높지만 실제로 전쟁이 벌어진다고 생각하는 병사는 없다.
외인부대는 다르다. 내일이라도 당장 전장에 투입될 수 있다.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해외 영토가 없다. 공식적으로만 그렇다. 과거 프랑스령에 속했던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여전히 프랑스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으며 식민지적 위치에 있다.
해외 무력 투사가 필요할 경우 첨병이 외인부대다. 프랑스는 해외에 자국 군대를 움직이지 않는다. 외인부대를 투입한다. 외인부대는 전략적, 전술적 필요에 따라 즉각 투입된다. 비싼 돈 들여 밥 먹이는 이유다.
언제 전장에 투입될지 모른다는 것, 총알이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 무쌍이 정규 훈련 외에 죽어라 오금공에 매달리는 이유다.
‘준비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무쌍은 자투리 시간까지 투입해서 수련에 매달렸다. 마이크 중사 일당이 춤추는 원숭이라고 놀렸던 이유다.
코르시카의 맑은 공기와 되지엠 랩의 체계적 훈련은 심신을 정련하는 망치가 되었다. 오금공 수련은 정련된 심신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불이 되었다.
대우 스님이 아수라의 화신이라 불렀던 무쌍이다. 아수라가 불로 세수하고 망치로 역근하며 세상에 뛰쳐나갈 준비를 하는 곳, 코르시카다.
되지엠 랩에 전입한 지 10주가 지났다. 장쒼이 약속대로 에콜 훈련을 마치고 코르시카에 상륙했다. 장쒼은 공용화기 부분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콜렉터 삐에프는 화기 지원소대인 3소대로 장쒼을 배속시켰다.
깔비는 코르시카 북서쪽에 자리 잡고 있다. 툭 튀어 나온 곶의 아래쪽이 항구다. 깔비항 북쪽의 깔비 요새 인근이 되지엠 랩의 주둔지다.
요새에서 남쪽으로 400m를 돌아가면 꼬르스라 불리는 절벽이 있다. 높이가 육칠십 미터 남짓한 해안 절벽이다. 절벽 아래는 지중해의 거친 파도가 잡아먹을 듯이 절벽을 두드린다.
무쌍은 절벽 일부분이 되었다. 절벽 끄트머리에서 명상에 잠긴 지 두 시간이 지났다. 쿠르르- 지중해 먼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절벽을 때리고 포말이 되어 흩어졌다. 명상이 깨어졌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동공으로 몸을 풀고 둔공, 중공을 풀어냈다. 몸이 뜨거움으로 가득 찼다.
천생산에서 행하던 오금연노법의 계속이다. 삼십육로세를 동공, 둔공, 중공의 묘리에 따라 모두 풀어내면 3시간 이상이 걸린다. 삐에프가 특별히 편의를 봐준 덕분이다.
사부가 말씀한 공진이 어렴풋이 손에 잡혔다. 언제부터인가 이질적인 기운이 신체 내부를 흘러다녔다. 뜨거울 때도 있고 서늘할 때도 있다. 명상을 통해 집중하면 그 기운을 특정 부위에 집중시킬 수 도 있다. 사부님이 말씀한 공진이다. 공진이 집중되면 손발의 파괴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바위를 깨뜨리고, 나무 둥치를 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