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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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죽음은 용병의 친구9
치료를 돕던 장쒼의 입이 헤벌쭉 벌어지며 메카 방향인 동쪽을 향해 엎드렸다.
“알라후 아끄바르! 알라의 은혜가 중사님을 살렸도다. 메카여 영원 하라. 알라후 아끄바르!”
장쒼은 알라후 아끄바르를 외치며 엎어졌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당장 이슬람으로 개종할 기세다.
“임마, 부리머가 무슬림이지 네가 무슬림이냐. 블랙의 이상한 기도를 듣느라 미칠 뻔 했는데 이 자식도 나를 괴롭히네.”
가슴을 졸이던 마이크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악의 없는 지청구를 던졌다. 장쒼이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짐작이 갔다.
“중사님, 알라가 최곱니다. 놈들이 들이닥쳤을 때 나는 원시천존을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알라를 외쳤더니 중사님이 살아난 겁니다.”
“아이고 이 자식이 기어코 정신이 나갔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마이크가 뒷목을 움켜쥐었다. 그가 원시천존이 뭐하는 작자인지 알 리 없다.
“으으 아파라, 아파 미치겠데. 돌팔이 자식이 마취는 제대로 한 거야?”
정신을 차린 부리머가 아우성을 쳤다.
“이 양반 보게. 블랙맘바는 생살을 꿰매도 태연하두만 덩치도 큰 인간이 참을성이 이렇게 없어. 평생 잠자게 해줄까?”
“이 자식아, 네 주특기가 무마취 시술이잖아. 난 인간이야. 인간을 왜 괴물과 비교하는 거야. 괴물은 괴물과 비교하라고.”
“헛소리 하는 걸 보니 죽지는 않겠구먼.”
“어이구, 저 자식은 말을 해도 꼭 정떨어지게 한단 말이야. 장쒼을 빨리 치료해. 저놈 접근전 실력도 대단하더라고. 덕분에 내가 살았어.”
벨맨이 장쒼의 떨어져 나간 귀를 바느질하고, 내려앉은 코에 솜을 채워 일으켜 세웠다.
“기적이다 기적. 흐흐흐!”
짝귀가 되었지만 장쒼은 연신 웃음을 흘렸다. 별 문제가 없다는 벨맨의 말에 죽은 기분이 단번에 살아났다.
치료를 끝낸 벨맨이 뒤통수를 철썩 때렸다.
“이 자식은 울다 웃다 뭐하는 거여. 코미디 프랑세즈 입단 테스트 받나. 그나저나 이놈의 호텔은 어떻게 된 거야.”
소음총과 냉병기가 사용되었지만 적지 않은 소동이 벌어졌다. 호텔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직원들이 엄청나게 무신경하거나 침입자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다.
생각지도 못한 습격을 받았지만 큰 손실 없이 지나갔다. 모두들 안정을 찾았다.
“이놈의 땅은 정상적인 게 하나도 없단 말이야. 아차, 깨비텐은?”
툴툴 거리던 마이크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여기 있다.”
깨비텐이 숨을 헐떡이며 들어서고 에밀이 뒤따랐다.
“부리머 상태는?”
“기가 막힙니다. 워낙 근거리에서 발사된 총탄이라 롤백(총탄의 앞뒤가 뒤집히는 현상, 뒷부분이 무거운 총탄은 추력이 떨어지면 뒤집힌다.)없이 관통했습니다. 조직 손상이 거의 없습니다.”
“알라의 은혜를 입었군. 블랙맘바는?”
“히트맨을 추적중입니다.”
“흐으!”
깨비텐은 한숨인지 울음인지 모를 탄식을 뿜어냈다. 볼썽사납게 나자빠져 있는 검은 복면이 눈을 가득 채웠다.
1층 통신실에서 올라오며 이미 상황을 파악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 팀원을 몰살시킬 뻔 했다. 자책감에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블랙맘바가 돌아오면 얼굴을 어떻게 볼지 한숨만 푹푹 나왔다.
“천만다행입니다. 알라의 은혜라고 볼 수밖에요. 이참에 무슬림으로 개종을 해야겠어요. 알라후 아끄바르!”
마이크가 엄숙한 표정으로 아랍식 기도를 올렸다.
알라의 은혜를 찬양하기엔 마이크의 입이 빨랐다.
한 차례 위기를 넘겼지만 더 큰 위기가 다가서고 있음을 이들은 알지 못했다.
블랙맘바는 한 달음에 호텔 담벼락을 뛰어넘었다.
맹렬히 멀어져 가는 붉은색 후미 등이 보였다. 퍼억- 담벼락을 걷어찬 블랙맘바가 빗살처럼 몸을 날렸다.
‘늦었군!’
보도 불록이 깨져라 전력을 다해 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바이크는 이미 탄력을 받았다. 천하의 블랙맘바도 질주하는 바이크를 따라 잡을 수는 없다.
글록은 사거리가 부족하고 표창은 장거리 투척에 적합하지 않다. 달리면서 열심히 찾았지만 적당한 투척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벽돌 포장도로라 돌멩이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 차단 바리케이드가 눈에 들어왔다. 팔뚝 굵기의 쇠파이프를 용접해서 만든 삼각 차단대는 녹이 벌겋게 슬었다.
“좋군!”
달리는 탄력을 죽이지 않고 쇠파이프를 잡아 뜯었다. 무지막지한 힘에 용접 부분이 찢어지듯이 우득 뜯겨져 나왔다. 그 사이에 거리는 250m로 벌어졌다.
블랙맘마의 허리가 활처럼 휘어지며 꼬였다. 위이잉 공진이 한 바퀴 휘돌아 오른팔로 쏟아져 나갔다. 콱 왼발이 제동을 거는 순간 만월처럼 휘어졌던 허리가 쫙 펴지며 한껏 꼬인 허리가 반대쪽으로 돌았다. 완벽한 투창 자세다. 탄력과 전사력이 가미된 쇠파이프가 무서운 속력으로 튀어 나갔다.
쉐엥- 파공음에 뒤를 돌아 본 히트맨의 눈이 암울해졌다. 급격히 확대되는 점, 압도적인 살기를 품은 무엇이 달려든다. 그도 DGSE 청소 요원으로 수많은 경험을 했다. 죽음이다.
‘쀠텡,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어. 저런 괴물을 건드리다니 DGSE도 형편없어졌군.’
푸악- 팔뚝 굵기의 녹슨 쇠파이프가 등뼈를 박살내고 가슴으로 빠져 나왔다. 꽈창- 도로에 팽개쳐진 바이크가 미끄럼 지치듯 좌악 밀려갔다. 도로 바닥에 팽개쳐진 히트맨이 몇 번 튕겨 구르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달군 쇠꼬챙이에 찔린 듯 격렬하게 밀려든 통증이 마지막 감각이었다. 바이크도 인간도 휴지처럼 구겨졌다. 이름 없는 DGSE의 히트맨은 모진 놈을 만난 탓에 완벽한 퇴출을 하고도 생을 마감했다.
“조또, 죽여 버렸군.”
블랙맘바는 혀를 찼다. 지름 50mm쇠파이프에 꼬치처럼 꿰인 존재가 살아 있다면 인간이 아니라 좀비다.
호텔을 습격한 히트맨이 몽땅 죽어 버렸다. 이놈을 잡아 배후를 캐려던 시도가 물거품이 되었다. 히트맨의 복면을 벗겼다. 건장한 체격의 흑백 혼혈이다.
그것이 전부다.
블랙맘바는 베레타만 회수하고 시체는 손도 대지 않았다. 이런 종류의 인간은 뒤져봐야 먼지밖에 없다. 꿈자리만 뒤숭숭해진다.
블랙맘바는 묵사발이 난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살겠다고 도주하는 인간을 서슴없이 꼬치로 만들어버린 자신이 생경했다. 그야말로 곤충채집과 다를바 없었다.
“휴, 인간답게 살려면 어떻게든 살아야 할 게 아닌가! 내가 살자고 남을 무더기는 죽이는 내가 온전한 인간일까?”
자신이 있는 곳에는 항상 피보라가 몰아친다. 오늘도 여섯 명을 명부에서 지웠다. 사부님이 말씀하신 아수라, 천살성이 바로 자신이다. 살생의 업이란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척살 목적을 달성하고 호텔로 돌아가는 블랙맘바의 어깨가 늘어졌다.
블랙맘바 일행이 파야에 도착할 무렵 오셀롯이 은자메나 공항 주기장에 나타났다.
싱가포르에서 은자메나까지 꼬박 하루가 걸려서 도착했다. 싱가포르와 은자메나 간에는 노선이 없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오셀롯은 인간이 만든 규칙에 고분고분할 만큼 도덕적인 존재가 아니다.
약간의 편법을 썼지만 인간을 죽이지는 않았다. 기장과 부기장이 오줌을 지리고, 파리행 승객들의 귀가가 조금 늦어졌을 뿐이다.
“한심한 종자들! 내 너그러움을 경배해라.”
활주로에 군인이 떼로 몰려들어 악머구리처럼 떠들어 대고 있었다. 하이제킹을 당한 대형 여객기가 피해없이 착륙했으니 놀랄만 할 것이다.
마침 적당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급유차가 달라붙어 주유중인 비행기다. 더글러스 C47 스카이 트레인, 중형 수송기다. 개발된 지 30년이 지난 구닥다리지만 넉넉한 항속거리가 장점이다.
쉭- 오셀롯이 후방 램프로 스며들었다.
폭풍에 밀려가는 흘러가는 구름 그림자라 여길만큼 빨랐다.
카림은 하브레 정부군 소속으로 중형 수송기 조종사다. 그의 애기 더글러스 C47스카이 트레인은 출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힘이 넘쳤다.
오늘의 임무는 카메룬의 두알라 공항에 적치된 전투 물자를 은자메나로 공수하는 일이다. 지난 9월부터 프랑스 정부가 하브레군에게 무기와 식량을 무상 제공하기 시작했다. 창고에서 썩어 가는 전시 비축 물자지만 챠드 전장에서 사용하기엔 차고 넘쳤다.
두알라까지 직선거리로 2150km다. 왕복 6시간 비행을 마치면 메르디앙 호텔에서 여자 엉덩이를 두드릴 수 있다.
카림은 급유를 마치고 기분 좋게 이륙했다.
고도 18000피트에서 기체가 자리를 잡았다. 그는 자동항법으로 전환하고, 부조종사와 잡담을 나누었다. 카림의 좋은 기분은 오래가지 못했다.
“파야로 가주어야 겠어!”
갑자기 들린 제3의 음성에 카림과 부조종사는 멘붕상태에 빠졌다.
금발의 유령이 조종실에 나타났다.
조종실 바닥에서 안개가 피어오르듯이 스르륵 등장할 존재는 유령 외에 없다.
“다 당신 뭐야?”
“으으, 칸마!”
준전시 상태다. 은자메나 공항은 경계가 삼엄하다. 공항 경계망을 어떻게 뚫었는지, 폐쇄된 조종실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의문을 가져 봐야 도움이 안 된다. 당장 생명 위협이라는 현실적이고 다급한 상황이 닥쳤다.
부조종사가 좀 더 현실적이었다.
날렵하게 피스톨을 뽑았다. 카림의 눈이 잔뜩 커졌다.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보다 유령이 움직여서 피스톨을 쥔 손목을 움켜잡는 동작이 더 빨랐다.
으직- 손목뼈가 부러지고 큼직한 손이 부조종사의 목을 움켜잡는 장면이 느릿하니 시야에 들어왔다.
뚜둑- 부조종사의 목이 한국산 나무젓가락처럼 딱 부러졌다. 그 순간 카림은 순한 양이 되었다.
두알라로 향하던 스카이 트레인이 18,000피트 상공에서 동쪽으로 기수를 틀었다. 카림의 뇌에서 두알라 공항으로 가야 한다는 임무 의식이 깨끗이 증발되었다.
카림은 자신과 부족이 국가보다 백배는 중요했다. 유령의 비위를 거슬러서 목이 부러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카림의 비행기는 두 시간 삼십 분 후 파야 상공에 도달했다.
-접근 관제소, 여기는 스카이 트레인 167기, 현재 고도 6500미터. 착륙하겠다.
-스카이 트레인 167기 착륙 계획 없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스카이 트레인 167기 착륙 계획 없다.
관제소가 착륙을 단호히 거부했다. 느닷없이 나타난 수상한 비행기를 어서옵셔할 전시 관제소는 없다.
초조해진 카림이 유령을 돌아보았다.
어쩔 거냐는 말없는 질문에 망할 유령이 스산한 눈빛만 보냈다. 알아서 하라는 무언의 지시다.
-기체에 문제가 생겼다. 비상착륙을 요청한다.
-스카이 트레인 167기, 현재 고도에서 대기하라.
“1500까지 내려가.”
망할 유령의 지시에 카림은 두말없이 순응했다.
공항을 한 바퀴 선회한 더글러스가 고도를 낮추어 랜딩 자세를 잡자 관제탑은 난리가 났다.
-스카이 트레인 167기 고도를 올려라.
“500까지 내려가. 속도 400, 플랩 각도 23도”
자신이 관제소인양 유령이 지시를 내렸다.
-관제소, 어쩔 수 없다. 양력이 떨어진다. 활주로를 배당해 달라.
카림은 마리오네트처럼 지시를 따랐다.
콰우우- 수송기가 고도를 더욱 낮추자 관제탑에서 경고가 날아왔다.
-스카이 트레인 167기 고도를 올려라. 불응하면 격추하겠다. 다시 한 번 말한다. 격추시키겠다.
“격추 좋지. 플랩32, 기어 다운.”
카림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지시에 따랐다.
파야 공항은 프롤리나트의 통제에 들어간 지 오래다. 착륙하면 바로 체포된다.
카림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은 북부 루뭄바족 출신이다. 체포되더라도 전향하면 그만이다. 비행기를 가져왔으니 영웅 대접을 받을지도 모른다.
“벌레, 여기 무기가 실렸나?”
카림은 의아한 얼굴로 유령을 돌아보았다.
“무기는 왜?”
반문을 하던 카림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유령이 컨테이너를 메고 하네스를 조이는 중이었다.
“뭐 있든 없든 상관없겠지. 항공유는 충분히 남았을 테니까.”
“미 미친놈!”
섬세하고 길쭉한 손가락이 카림의 목을 휘어잡았다.
“벌레, 수고했어.”
뚜둑- 나뭇가지 꺾듯 굵은 목을 꺽어버린 유령이 후방 램프에서 뛰어 내렸다.
군인 정신과는 거리가 먼 카림, 자신과 부족만 아는 전형적인 아프리카형 군인인 카림은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곧 한 줌의 재로 변할 운명에 처했다.
콰우우- 이미 착륙 코스로 접어든 스카이 트레인이다. 무서운 속도로 공항 활주로로 내리박혔다.
밤하늘에 둥둥 뜬 오셀롯은 자신의 작품을 느긋하니 감상하며 낙하했다.
꽝- 수송기가 활주로에 떨어졌다. 불덩어리가 된 비행체가 관성에 따라 관제탑으로 돌진했다.
보조 활주로에 계류 중인 소형 비행기가 황급히 대피 행동을 취했지만 늦었다. 꽝하는 충돌음이 울리고 잠시 후 더 큰 굉음이 울렸다.